Dad To Dad

넘어져도 다시

지난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종목이 있었다. 하얀 눈을 가르며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선수가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하지 못한 것. 눈에 파묻혀 일어날 줄 모르고 흐느끼는 그 선수를 함께 경기했던 선수들이 달려와 안아주며 동그랗게 에워쌌다. 경쟁 구도의 올림픽 경기에서 그 장면은 큰 감동을 줬고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리고 오늘 한강 공원 엑스게임장에서 만난 세 명의 아빠와 네 명의 아이들. 스케이트보드 하나로 이어진 그들 역시 서로를 믿고 존중하며 마음 깊이 응원하고 있었다. 아빠는 말한다.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돼. 너 자신을 믿어!”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

김태엽 사모펀드 대표이자 아홉 살 조엘과 여덟 살 노엘의 아빠
백정훈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열한 살 이안이와 일곱 살 이지의 아빠
백승현 스케이트보더이자 유소년 전문 코치, 아홉 살 로사의 아빠

지명 스케이트보드를 타러 나온 사람들로 공원에 활기가 넘치네요. 다양한 연령의 보더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흥미로워요. 세 분도 아이들과 스케이트보딩을 즐기는 아빠들이죠?

승현 네. 저는 스케이트보더이자 로사의 아빠고, 아이들 코치를 맡고 있어요.

정훈 프로 스케이트보더로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계세요. 저희 팀을 운영해 주시고요.

태엽 승현 코치님과는 조엘이랑 노엘이가 처음 보드에 발을 올릴 때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정훈 태엽 형님은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사랑으로 육아를 실천하는 분이에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언성이 높아질 수 있는데 화 내시는 걸 못 봤어요.

승현 평정심과 일관성의 달인이시죠.

정훈 저는 이 그룹에서 나이가 가장 어리고 바이럴 마케팅이나 그래픽 디자인을 서포트하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잡일을 맡고요.

태엽 정훈 씨는 우리나라 스케이트보드 역사의 흐름을 잘 꿰고 있어요. 스케이트보드 기술뿐 아니라 음악이나 패션 등 글로벌 트렌드도 소개해 주고요.

승현 정훈 씨와는 90년대부터 같이 스케이트보드를 타 왔는데 각자 생계를 이유로 한동안 만나지 못했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보드를 다시 타면서 재회했죠. 스케이트보드 하나만 열심히 해 오던 저는 태엽 형과 정훈 씨를 만나서 닫혀 있던 시야가 넓어졌어요.

태엽 저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는 데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승현 코치님은 아이들을 아이로 보는 게 아니라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도움을 주시죠.

정훈 보통 스케이트보더들이 생계나 육아를 이유로 경력 단절이 생겨요. 아기가 어릴 땐 여가를 즐기기 어렵다가 아이가 걸음마를 떼고 나면 가족이 함께 즐길 레저를 찾죠. 그때 아빠가 가진 장기를 활용하게 되는데, 우린 그게 스케이트보드였어요.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거죠. 아빠들과는 소셜 미디어에서 자연스레 연락이 닿았어요. 팀으로 모임을 운영하면서 각자 맡은 역할과 영역이 있거든요. 그걸 서로 존중해 줘요. 아빠들이 만나는 친구라면 보통 골프 모임이나 일로 엮인 경우가 많은데, 이 모임은 각자의 스타일이나 취향, 바라보는 부분들이 같아요.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옛 추억도 나눌 수 있고요.

승현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면 관계가 성립이 안 돼요.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거 같아요.

태엽 애들끼리도 너무 친하고요.

정훈 아이들 나이도 비슷하고 엄마들끼리도 친해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만나는 부모님들과는 관계를 맺기가 어렵잖아요. 개개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건 쉬울 수 있지만, 가족과 가족, 나 외에 가족 구성원 세 명 이상을 데리고 가서 서로 매칭하기 쉽지 않거든요. 스케이트보드 하나로 굉장한 ‘커먼’이 생긴 거죠.

지명 아빠들 덕분에 아이들이 일찍부터 스케이트보드를 접했겠어요. 벌써 재능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고요.

승현 저는 스케이트보드만 생각하면서 살아왔고, 계속 스케이트 업을 해왔고, 많은 선수들을 육성했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 회의가 들었어요. 그때 아내가 “후배나 팀원들 챙기는 100분의 1만 신경 써서, 당신의 DNA를 가진 아이를 가르치면 잘할 거 같다.”고 했어요. 그게 맞겠다 싶어 로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막상 아이는 재능이 전혀 없었어요. 아빠가 쉬는 날 보드를 타니까 그저 같이 타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재능도 학습이다.’ 백지상태의 아이가 뭐가 좋은지 어떻게 알겠어요. 이걸 왜 해야 되는지도 모르고요. 그래도 아빠가 해본 것, 자신 있는 걸 아이에게 알려주는 게 현실적으로도 좋겠다 싶었죠. 다른 걸 배우려면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건 제가 가르칠 수 있잖아요. 재능이 없어도 어떻게든 재미있게 해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요.

지명 어떤 방법이요? 반복적인 훈련이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끈기를 이끌어 주기란 쉽지 않을 텐데요. 어른도 어려운 일이잖아요.

승현 쉽지 않죠. 아이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해주려고 별의별 수단을 다 써요. 벼룩시장에서 일하는 것처럼 박수 치고 환호해 주고 어르고 달래고요. 이상한 동기부여도 약속해요.

정훈 지금보다 더 어릴 땐 마트를 많이 갔어요. 성공하면 가서 원하는 거 사주고요(웃음).

승현 이거 성공하면 뭐해준다, 이런 옵션을 많이 걸었죠.

정훈 이안이는 재능의 발견보다는 재능이 있게끔 설계했어요. 그동안 만난 해외 친구들이나 직장의 외국 동료들을 보면서 취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거든요. 제가 갖고 있는 지식 중에 가장 해박한 부분이 스케이트보드고 아이에게 어떻게 투영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남자들이 보통 차를 좋아하잖아요. 스포츠카, 레이싱카…. 저는 소리도 크고 바퀴도 큰 몬스터 트럭을 아이가 좋아하게 만들었어요. 모래를 쌓은 점프대를 만들어서 차가 점프도 하고 멀리 날아가게도 하고요. ‘에어’ 하는 부분에 흥미를 느끼게 해준 거죠. 자연스럽게 엑스게임에 노출시키고, 세발자전거를 탈 때도 점프나 드리프트를 하는 게 멋있다는 걸 알게 했죠. 키즈카페에 가도 트램펄린 탈 때 달려가서 뛰고 돌고, 옆에서 어머니들이 “어머, 어머.” 하고 놀랄 정도로 ‘에어’를 즐기게 만들었더니 다른 친구들보다 스케이트보딩에 쉽게 접근했어요. 그게 재능이라면 재능이죠. 만들어 낸 거예요. 제가 경험해 봤기 때문에 아는 거고요. 보드는 연습량이 많아야 탈 수 있어요. 보기에는 보드에 발이 붙어 있고 날아다니고 점프하고 하지만 실제 보드에 올라탔을 때 느끼는 괴리감은 정말 크거든요.

태엽 스노보드보다 훨씬 어려워요. 램프 위에 서서 보드에 발을 올려보면 그 두려움이 대단하죠.

정훈 스케이트보드를 물어보는 분들에게 스노보드를 먼저 시켜 보라 얘기해요.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게 먼저인데, 억지로 끌어다 하게 하면 가족끼리 즐거우려고 시작한 일이 비극이 되어 돌아오거든요.

승현 처음에는 비극이었죠(일동 웃음).

정훈 예를 들면, 차 밀리는 주말에 두 시간 운전해서 어떤 파크를 가요. 엄마들은 간식이며 갈아입힐 옷이며, 캠핑 의자나 테이블 등을 싸서 갔는데 아이들이 타보고 재미없으면 그 자리에서 안 한다고 해요. 비용도 이미 지불하고 하루 스케줄을 다 잡았는데 그럼 마찰이 생기죠.

지명 그럴 땐 어떻게 해요?

정훈 세 가족이 다 다르겠지만, 전 안 태웠어요. 승현 코치님도 그렇고 저도 나이가 마흔 중반 정도 됐는데, 지금도 타고 있잖아요. 아이가 다섯 살부터 탔다면 적어도 40년은 더 탈 텐데 지금 열 낼 필요가 있나 싶어요. 어떤 날엔 아이가 스케이트보드 안 탄다고 했는데 스노보드 타보니 재밌는 거예요. 계절이 바뀌고 눈이 없어지면 “보드 타고 싶은데 어떡하지?” “스케이트보드 다시 타볼래?” 그럼 탄다 그래요.

승현 정훈 씨의 방법이 도움이 됐어요. 로사가 선천적인 재능이 없어서 매일매일 노력으로 해나가는데 계속 스케이트보드만 태우니까 아이는 힘들죠. 매너리즘에 빠지고. 그럴 때 정훈 씨나 태엽 형이 “바다 한번 가자.” 해서 서프보드 태우고, 눈 올 땐 스노보드 태우고, 계절에 맞춰서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니까 로사도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우고 긍정적인 에너지도 받아요.

지명 아빠와 아이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또래 아이들보다 많아 보여요. 아이의 재능을 뒷받침해 주는 아빠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태엽 조엘이랑 노엘은 더 어릴 때부터 흥미가 있는 걸 이것저것 시켜 봤어요. 중국어, 체스, 미술, 아이스 스케이팅, 기계체조, 자전거, 수영, 서핑, 스키…. 되도록이면 영어나 수학뿐 아니라 지식과 체력의 조화를 이루려고 해요. 스케이트보드는 많은 취미 중 하나인데 몇 년간 계속하다 보니, 어쩌면 노엘이는 선수로서의 가능성도 있겠다 싶은 운동이에요. 본인도 눈을 뜬 것 같고요. 학교 버스 타러 갈 때도 아이들이 보드를 타고 가는데, 주말에 파크에 가서 탄다고 해도 주중에 안 하면 까먹거든요. 잠깐이지만 도움이 돼요.

승현 매일 생활에 적시는 스케이트보드가 좋아요. 원래 거리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장소가 스케이트보드 놀이터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태엽 형님이 정확히 알고 계시는 거죠. 매일 등굣길에 태우면 문화적으로도 전도자 역할을 하게 되고요. 

태엽 아이들 어릴 때 잠도 잘 안 자고… 키우기 힘들잖아요. 그럴 때 집에 뭐 필요한 게 있어서 편의점 심부름을 가면, 그 시간이 아빠들한테 꿀 같은 시간이거든요. 그럴 때 보드를 타고 가서 사 오는데, 잠깐 지하 주차장에서도 타면서 스트레스 풀고 즐겨요.

지명 짧지만 귀한 시간이겠어요. 스케이트보드가 교과 과정은 아니라 따로 시간을 내서 배워야 하는데, 학습과의 균형은 어떻게 맞춰주시나요?

태엽 정규 교육과 부모가 선택하는 교육은 같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저나 아내도 공부 많이 하고 유학 생활도 했지만, 정작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졸업해도 막상 그 이후에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봤거든요. 그래서 정규 공부는 물론 영어, 중국어 같은 기초 소양도 열심히 쌓게 하고 체스처럼 전략적 사고를 하는 취미도 만들어주고 있어요. 아이들이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나 지식, 더 나아가서 자신만의 영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원이라 생각해요.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주는 거죠.

승현 로사는 한 학년에 열 명 남짓한 시골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늘 보드만 타니까 오히려 학교를 너무 좋아해요. 학교생활이 청량제죠. 하교 후 학습지는 일절 안 하고 보드 수업만 하고요.

정훈 저흰 스케이트보드 때문에 양평으로 이사했어요. 전부터 이용하던 파크가 이사 후엔 15분 거리 안으로 가까워졌죠. ‘코로나 스케이트보더 세대’라는 말을 쓰는데, 팬데믹으로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니까 나머지 시간을 스케이트보딩에 할애할 수 있었어요. 시대를 잘 만났죠. 예전엔 학교 끝나면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에 갔는데 지금은 공부 열심히 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고요. 보드 타는 시간 외에도 동영상으로 시청각 교육도 해요. 동급 나이 아이들의 기량도 체크하고 부족한 부분들은 영상을 보거나 미니어처 파크를 만들어 핑거 보드로 라인을 짜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거죠. 유튜브를 보거나 그냥 노는 것도 영양가 있고 전략적으로 해요. 

지명 아이도 부모도 한 분야에 푹 빠져서 시간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는 부분이 참 부러워요. 스케이트보더로서 계속 이 길을 걷는다면 아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요?

승현 치열하고 고독하고 차가운 분야예요. 제 아이를 그 힘든 곳에 몰아넣는 건 약간 반은 도박이죠. 자신감 있고 본인 철학에 맞는다면 도전해 볼 만하고요. 저도 그렇게 도전 중이에요. 재능이 있다 해도 부모님들의 정보력과 전문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어요. 사전 공부를 많이 해야 하거든요. 올림피언으로, 프로페셔널한 스케이터로 성장시키려면 운동뿐만 아니라 패션 트렌드나 예술적인 부분까지 공부하고 알아야 해요.

정훈 즐길 수 있는 정도로 태우다가 재능을 발견하거나, 부모 욕심이 있다거나, 스스로 열정이 생겨서 조금 더 멀리 바라보고 싶다면, 먼저 전문 코치를 선정해서 레슨을 받게 돼요. 여러 명이 받던 수업을 일대일로 받으면 강습비가 올라가고요. 뮤직비디오나 영상에서 보던 하늘을 날고 뱅글뱅글 도는 기술들을 배우게 되는 거죠. 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기술은 다른 코치님들이 있고요. 연맹이라던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은 따로 받고 선발전에서 멤버가 되면 여러 대회에 출전해서 커리어를 쌓고 올림픽에 나가요. 올림픽에 스케이트보드 종목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그전까지는 스폰서가 있어서 브랜드 소속 스케이터가 되거나 로컬 스케이터가 되는 목표를 갖고 트레이닝을 했어요. 승현 코치님이나 제가 타던 90년대 당시엔 부모님과 마찰이 심해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했죠. 현재는 스케이트 종주국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한국 등 많은 부모님들이 올림픽 선수 양성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오히려 부모가 아이들에게 권장하는 스포츠, 혹은 진로의 한 방향으로 탈바꿈했죠. 이와 별개로 또 다른 양상의 스케이터들이 생겨나기도 했는데, 셀럽 형태의 스케이터예요. 여기 모인 세 가족도 방향성이나 목표가 달라요. 승현 코치님은 오리지널 스케이트보딩을 좋아하시고, 저나 태엽 형님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문화적인 부분을 강조한 스케이트보딩을 추구하거든요. 예를 들면, 루이비통이나 구찌, 샤넬처럼 해외 런웨이에서 스케이트보더를 쓰거나, 랩을 하는 스케이터, 춤을 추는 스케이터, 아트워크를 하는 스케이터도 있어요. 그쪽으로 목표를 잡은 분들은 관련 트레이닝을 하고 있고요.

승현 현시대에는 운동권 메달리스트보다 트렌디 아이콘 스케이터의 생명력이 더 보장되고 있어요. 올림피언도 전향하거나 흡수되기도 하는데, 경계가 모호해져서 안타까워요.

태엽 스케이트보드가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서브컬처를 대변할 수 있는 아이콘이라고 생각해요. 스케이트보드를 타든 안 타든 사람들은 반스 운동화를 신고 다니며 관련 브랜드인지도 모른 채 생활에 스며들어 있죠. 아이들이 어릴 때 정식으로 접해 보고 그 친구들이 자라서 어떤 삶을 살까 생각하면, 스케이트보드가 삶의 큰 일부로 남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지명 요즘은 마트나 학교 앞 문구점에서도 스케이트보드를 발견할 수 있는데, 교육이나 강습을 받기 위한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는 편인가요?

승현 몇 년 전부터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다들 독자적으로 그들만의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가 아닐까 싶어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군 입대나 생계유지 같은 현실적인 부분들로 경력 단절이나 ‘현타’가 오면서 계속 이어지기가 힘들죠.

정훈 인기가 많아지다 보니까 여러 파크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너도 나도 강사가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문제점도 있어요. 경력이 공인되고 검증된 코치님을 선택해야 해요. 다칠 수 있거든요.

승현 스케이트보드에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 돈이 된다며 뛰어드는 경력 없는 사람들도 강사를 해요. 정작 본인은 높은 곳에서 내려오지도 못하면서 어린아이들에게 하라고 떠미는 거죠. 사고가 나서 뼈가 부러질 수도 있어요.

정훈 그러다 부상당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요즘은 소셜 미디어에 많은 정보가 있으니까 부모님들이 리서치하고 체크하셔야 해요. 어떤 경력을 가지고 계신지 요구해야 하고요. 

지명 승현 코치님은 딸인 로사를 직접 가르치고 계시니 아이들 마음을 잘 알아주실 것 같아요.

승현 옆에서 선생님은 안 타고 계속 아이만 시키면 힘들죠. 당연해요. 20번, 50번씩 반복해서 연습하는데 지도자가 같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 돼요. “너 한 번 하면, 나 할게.”그럼 아이가 발을 뺄 수 없는 체계가 돼요. 선생님도 하니까 아이들끼리 책임감을 갖게 되더라고요.

정훈 굉장히 큰 차이가 있죠. 몸으로 직접 보여주니까.

태엽 아이들이 같이 타는 것도 서로 시너지가 엄청나요. 이안이가 기술을 보여주면 노엘이가 따라 하고, 로사가 기술을 하면 조엘이도 따라 하고요.

승현 이안이가 큰형이니까 형이 하는 기술을 따라 하려 하고 결국은 해내게 되더라고요.

태엽 아이들도 계속 타면 힘들거든요. 혼자 타는 것보다 두 명, 세 명 모이면 훨씬 즐겁고 쉴 때도 같이 쉬고 그러다 나비 잡으러 놀러 다니고요.

정훈 여름에 바다에 서핑하러 가면 평소 보드 안 타는 여동생도 수영할 수 있고 스키장에 가면 눈놀이도 하고요. 눈 오리 만드는 장난감 가져와서 다섯이서 몇 시간씩 만들고 놀기도 해요. 스케이트보드만 타는 게 아니라, 하나에 소모되는 에너지의 지루함을 계절이 바뀔 때 서핑이나 스노보드를 통해서 기분 전환시켜 줘요. 그럼 슬럼프도 예방할 수 있어요.

지명 아까 촬영할 때 보니 아이들에게 응원과 칭찬, 환호, 박수 등을 아낌없이 주시던데 덩달아 옆에 있는 저까지 힘이 나더라고요.

정훈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드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부모님이 칭찬하는 것과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칭찬에는 모티베이션 자체가 달라요. 홍대나 강남역, 종로, 시청 앞에는 대리석이 깔려 있는데요. 거기서 아이들이 기술을 보여줬을 때 지나가는 행인들이 치는 박수는 굉장한 동기부여가 돼죠. 그래서 거리로 나가게 되는데, 주의할 부분이 있어요. 아이를 길에서 스케이트보드에 태우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각종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컨트롤할 수 있는 코치님이나 전문가가 함께해야 해요. 늘 칭찬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요. 아직은 스트리트 스케이트보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사람들과 마찰이 생기기도 해요. 컴플레인이 들어왔을 때 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이런 부분들만 지켜진다면, 좋은 소스가 될 수 있죠. 주변 박수 소리에 아이들도 평소 안 되던 기술이 되거든요.

승현 집에 같이 사는 엄마, 아빠가 해주는 칭찬은 이제 닳고 닳아서 효력이 별로 없어요. 남의 아빠가 해주는 칭찬이 훨씬 더 잘 먹혀요(웃음).

정훈 그래서 세 가족이 모이면 서로 스위칭을 많이 해줘요.

승현 코치님이 할 땐 100퍼센트 위탁을 하고 제가 로사를 봐주는 경우도 있고요. 제가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삼촌이 해주는 칭찬의 영향력이 아빠가 해주는 것보다 훨씬 어마어마하거든요. 셋 다 박수 부대를 하고 있죠.

지명 아이들이 성공이나 실패를 경험했을 때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는지 궁금해요.

정훈 이 그룹에서 항상 아이들에게 얘기하는 부분이 있어요. “네가 타는 스케이트보드가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고, 연령이 다르고, 성별이 달라.” 스스로 만족할 정도라면, 생각한 목표에 도달했다고 인지 시켜줘요. 잘하고 못하고 성공 여부를 떠나서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거죠. 개인이 하는 운동이고 각자 다른 캐릭터성을 가진 예술이자 자기표현의 방식이기 때문에 누가 더 잘 타니, 성공했니, 실패했니, 따지기보다는 그 안에 숨은 이야기들을 칭찬하고 인정해 주는 게 중요해요.

태엽 칭찬해 주는 것도 스포츠 문화에 들어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수업받을 때 다른 사람이 좋은 트릭을 하면 모두 바닥을 쿵쿵 치면서 칭찬해 주는 걸 가르쳐 주거든요. 이건 나만 하는 게 아니라 남들 하는 것도 보고 그 사람이 잘할 때 칭찬해 주는 에티켓을 가르치는 거죠. 스케이트보드 타고 내려올 때도 “드롭 인.” 하고 손들고 내려오는데 그걸 안 지키면 크게 다쳐요. 자동차 신호하고 똑같아요. 이런 파크에서도 누군가 다치면 모르는 사람이어도 여기저기서 어른들이 달려오거든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서로 칭찬하고 위로하는 법을 배우는 거죠.

지명 촬영 전에 누군가 다쳐서 반창고를 건네주신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오늘 처음 본 사람이었죠?

정훈 맞아요. 항상 키트를 가지고 다녀요.

지명 저는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위험해.”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데, 세 분은 다를 것 같아요. 어떤가요?

승현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 동작을 시도할 때 위험해 보이거나 경험치가 없는데 의욕만 갖고 도전한다면 말리겠죠. 충분히 연습한 것,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 훈련이 된 건 지켜봐 주고요.

태엽 스케이트보드 타고 계단 내려오는 일들이 종종 있는데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시도하는 경우엔 그냥 두고,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건 그래도 할 거냐 물어봐요. 한다 그러면 떨어질 위치에 미리 가서 팔 벌리고 서 있어요. 받을 준비하고요(웃음). 보드 가지고 장난칠 때도 누군가 맞을 수도 있으니까 보드 날아갈 자리에 미리 가 있어요. 애들이 보드 안 타고 장난치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아요. 보드 탈 때는 장비를 갖추고 타는데 장난치고 놀 때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슬리퍼 신고 산에 가지 마라, 그런 잔소리는 남들하고 똑같죠.

정훈 예전에 미국 친구들이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전기톱 사용법을 가르치는 걸 보고 컬처 쇼크를 느꼈어요. 유럽에 가봐도 놀이터가 2~3미터까지 높은데 아이들이 올라가거든요. 이안이 엄마랑 항상 얘기하는 부분도 리스크를 피하기보다는 그걸 컨트롤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고 피하는 방법이 있다면 우린 이걸 가지고 놀고 직접 다룰 수 있게 키우는 거죠. 스케이트보드도 같아요. 위험해, 하지 마, 그럼 평생 할 수 없어요. 내가 내 위험을 컨트롤할 수 있게 훈련시켜 놓으면 스스로 거머쥘 수 있는 범위 자체가 달라지는 거죠.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고 더 넓은 범위에서 액티비티 할 수 있게 트레이닝하는 거예요.

지명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재능에 따른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주나요? 치우침이 생길 텐데요.

태엽 두 아이가 서로 다른 걸 인정하도록 해요. 예전엔 경쟁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좀 커서 받아들여요. 누나인 조엘이도 스케이트보드는 동생 노엘이가 더 잘 탄다고 편하게 얘기하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정심을 갖고 쿨하게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서로 경쟁하면서 상처받지 않고요.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 때 화를 못 다루고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는데,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조엘인 그림그리기랑 글쓰기를 잘하고 노엘이 보다 서핑을 좀 더 잘 해요. 노엘이는 조엘이 보다 체스를 좀 더 공격적으로 두고 스케이트보드도 크고 거칠게 위험을 감수하며 타죠. 반면에 스케이트보드나 체스에서 개개의 기술적 완성도는 조엘이가 꼼꼼해서 더 잘하고요.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분모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해요. 체스나 스노보드 시합도 나가서 같이 수상하고 쉴 때는 좋아하는 만화책이나 소설 시리즈 같은 걸 공유해요. 둘 다 웨스턴 부츠를 좋아해서 같이 신고 다니고요. 그런 다름과 차이에서 공통점을 발견해 주는 거죠.

정훈 이안이 동생 이지의 경우, 어린아이지만 권리를 중요시해서 오빠 때문에 스키장에 가면 항상 보상을 해줘요. 다 같이 공주 카페에 가서 가족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거죠.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나눠지기도 하는데, 아빠는 아들하고 보드를 타고 엄마는 딸하고 공원에 꽃을 따러 다니고요. 그래서 야외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바닷가에 가도 제가 이안이 서프보드를 밀어주는 동안 엄마는 이지랑 모래성을 쌓고, 스노보드를 타러 가면 시설 안에 있는 키즈카페에 가거나 눈썰매를 타는 거죠. 저녁 시간엔 다 같이 만나서 오늘 있었던 일을 함께 이야기하고 자기 전엔 제가 동화책을 읽어줘요. 엄마는 스테레오 타입이라면 아빠는 변칙적이죠. 이상한 말이나 행동으로 조금 바보처럼 놀아줄 수 있거든요. 역할 놀이를 할 때도 스토리라인이 달라져요. 아빠랑 놀 땐 괴물이 등장하는 쪽으로 기울죠. 이지는 스케이트보드를 싫어하는데, 그 부분은 인정해 주고 있어요. 그래도 여행 가면 오빠, 아빠, 엄마가 스케이트 파크를 많이 찾게 될 텐데 네가 보드를 안 타면 기다려야만 하니까 같이 즐기려면 언젠가 마음이 열릴 때 배워보자, 그렇게 얘기해 줘요.

지명 아이의 성향이나 마음을 깊게 헤아려 주는 아빠들이네요. 엄마 육아와는 다른 면도 있죠?

태엽 엄마의 육아가 훨씬 헌신적이고 섬세해요. 저는 보통 주중에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서 1년에 두 번, 세 번씩 장기 휴가를 가거나 주말이나 연휴에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줘요. 그럼 DJ로 활동 중인 아내가 공연이 잦은 주말엔 일을 할 수 있고, 오프 시즌엔 쉴 수도 있으니까요. 아쉽지만 더 해줄 수 없는 한국 아빠의 한계인 것 같아요. 대신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쓰려고 해요. 그리고 아빠가 아이를 볼 땐 상대적으로 눈치가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땐 애들 엄마한테 도움을 받죠. 아이들 컨디션이나 기분에 대한 팁을 얻어요.

승현 로사는 오히려 엄마보다 저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요. 엄마는 로사를 감정적으로 받아주고 저는 극단주의자, 동심파괴자, 현실주의자예요.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편인데 스케이트보드 가르칠 때 그러지 않으면 다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애가 하기 싫어하거나 요령 피우면 용납이 안 되고요. 아이한테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현실적인 얘기도 많이 해줘요. 집에서도 자기 할 일을 정해주고 스스로 다 할 수 있게 해요. 버거울 땐 엄마가 보듬어주고요. 그런 면에서 부부가 쿵짝이 잘 맞아요.

태엽 세 가족 모두 부부 사이가 좋고 팀워크도 좋아요.

승현 사실 가족이 다 같이 만나는 것도 좋지만… 아빠 셋이서만 만나면 더 좋죠. 남자들끼리 만나면 파크 밖 스트리트에서 탈 때 촬영도 함께하고 젊은 시절 누리던 추억이 향수를 불러일으키죠. 남자로서 소통하는 공감대도 있고요. 

지명 육아하며 아빠들이 가장 힘든 부분은 뭔가요?

정훈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스노보더 금메달리스트 중에 ‘클로이 킴’이라는 선수가 있어요. LA에 거주하면서 맘모스라는 350마일 떨어진 스키 리조트에 새벽에 일어나 가요. 아버님이 모든 짐을 패킹해서 자는 딸을 차에 실어 운전해 가는 거죠. 우리도 똑같거든요. 양양 갈 때 전날 짐을 다 싸고 운전해서 가면 트레이닝 해주고요. 차 관리부터 동선 계획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주중엔 엄마가 육아를 담당했다면 주말에는 거의 아버지들이 하거든요. 이런 필드에선 아빠 역할이 굉장히 크죠. 위험 부분을 처리하거나 코칭 하는 것까지, 우리가 가장 즐겨 하고 감당해야 할 부분이에요. 스케이트보더로서는 셋이 나와 타는 게 제일 좋고요.

승현 아이들 보느라 아빠들은 제대로 탈 수가 없어요.

지명 아빠들의 자유를 꿈꾸시는군요(웃음). 아이들이 커가면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면모도 있죠?

태엽 노엘이는 실패를 용납 못 했어요. 체스 경기에서 질 때도 불같이 화내고, 운동할 때도 넘어지면 좌절하고 화도 내고 그랬는데 스케이트보드 타면서 많이 넘어지니까 지금은 둥글둥글 해졌죠. 내가 못해서 나만 넘어지는 줄 알았는데, 아빠도 넘어지고, 형아도 넘어지고, 선생님도 넘어지고…‘이거 괜찮은 거구나.’ 하고요. 성공하면 기분이 좋은 거지, 실패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배우더니 확실히 한 해 한 해 느끼는 게 다르더라고요. 작은 성공에 대한 기쁨을 많이 느끼게 됐어요. 조엘이는 겁이 많고 조심스럽고 내가 안되는 건 남한테 보여주기 부끄러워하는 스타일이에요. 아이 성향을 이해하고 공부할 때나 운동할 때 진도를 천천히 뺐어요. 그랬더니 이젠 어려운 파크에서도 스케이트보드를 편하게 느끼고 즐기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못했던 기술도 하게 됐고요.

정훈 이안이는 광고 촬영장을 많이 가는데, 스태프와 감독님이 계신 자리에 아이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요. 그럼 큰 하중을 느끼거든요. 작년에 뉴욕 타임스퀘어에 보이는 광고를 찍은 적이 있어요. 촬영장에 준비된 기물이 스케이트보더가 일반적으로 탈 수 있는 설계가 아니어서 아이가 랜딩을 잡기 어려워하고 계속 실패했어요. 어른들이 걱정되는 마음에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이안이가 끝까지 해내고 싶다고 하더니 결국 성공해서 스태프들의 박수를 받은 적 있거든요. 어리지만 프로페셔널한 정신과 태도가 성장했다는 점에서 부모로서 감동적이었어요.

승현 로사가 저를 닮아서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기복도 심한데 그럼에도 아빠 의견을 따라주고 예쁜 말을 많이 해줘요. 엄마 아빠가 좋은 면도 보여주지만 안 좋은 면도 보여주는데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일찍 경험해서 미안하기도 해요. 오히려 딸이 부모에게 힘을 주는 편이죠.

지명 10년 후를 상상해 볼게요. 어른이 된 아이들과 우리 가족은 어떤 모습인가요?

승현 지금과 같이 집시처럼 살면서 보드를 타고 있을 것 같아요. 더 좋은 상황이 오면 그걸 유지하기 위한 책임들이 필요한데 지금 너무 행복해서, 지금처럼만 살고 싶어요. 로사도 그렇게 얘기하고요.

태엽 그때쯤엔 자녀들도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생겨 있을 텐데 그들하고도 스케이트보드를 즐기고 그런 성향의 친구들과 어울리면 좋겠다 싶어요.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을 만나고, 열린 마음을 갖고, 운동을 즐기고, 프로페셔널한 부분도 경험해 보고 문화로도 즐기는 거죠. 아이들이 철들었을 때 “엄마, 아빠가 추천하는 대로 스케이트보드 배우길 잘했다.”그런 얘기 들으면 좋겠어요.

정훈 저는 그래픽 디자인 일을 굉장히 좋아하던 친구였어요. 스케이트보드는 기량이 승현 코치님보다 높지 못한 이유도 학업과 회사 일에 미쳐서 살았거든요. 타이트한 회사들만 골라 다녔어요. 워커홀릭이었고 퇴근하면 새벽 세 시였죠. 그러다 아내를 만났는데, 그런 생활을 만류했어요. 호주에서 살다 온 아내가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봐왔기 때문에 가족의 화목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요구했거든요. 그래서 외국계 회사를 택했고 여가 시간이 많도록 만들었죠. 집에서도 제가 아이들을 많이 챙겨요. 픽업해서 간식도 차려주고요. 아이들이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도 부모님과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바다 한가운데 서프보드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잘되고 안되고를 바라기보다 정말 행복하게 스케이트보드, 스노보드, 서프보드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요. 그거 하나예요. 디자인은 회사를 위해서 했다면 이제는 삶을 디자인하는 방향으로 대상이 바뀌었죠. 내가 택한 부분이 옳았다는 걸 가족들이 알아준다면 좋겠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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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황지명

포토그래퍼 표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