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ss Year end Party

어떤 십이월, 불특정 다수의 보편적인 파티

열두 번의 달이지고 뜬 어느 겨울밤. 페치카를 달구는 장작불과 반짝이는 꼬마전구 앞에 둘러앉아 이듬해 봄을 기약하는 꿈결 같은 시간. 좋은 사람들과 옆자리의 달디 단 온기는 술보다 더한 취기를 돌게 한다. 비단 크리스마스뿐만은 아닐 숱한 연말파티를 위한 간단 마무리를 제안한다.

벌써 일년, 파티의 재구성

살갗이 빨갛게 익도록 뜨겁던 여름도 안녕. 머나먼 나라의 계절처럼 여겨지던 겨울이 돌아왔다. 자그마치 일년 만의 해후인데 어쩜 이리도 작년과 똑같을까 싶다. 분명 이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2월이 주는 묘한 고즈넉함과 움츠린 자라목을 하고도 홍조를 띤 거리의 들뜬 얼굴들은 일년 전 그때 그대로다. 이맘 때면 평소 연락이 뜸한 이들마저 괜스레 반갑고 여럿이 한자리에 모여 한해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연례행사가 줄을 잇는다. 지구촌 곳곳에서 ‘끝’을 기념하며 서로의 잔을 부딪치는 동안 우리는 좀더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났다. 잔물결이 일고 나직한 바람이 부는 강화도의 작은 펜션에서 그간의 추억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명목상 ‘파티’의 형태로 잘 포장된 계획은 사실 보통의 여행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저 색다른 풍경을 배경삼아 자주 보는 네댓이서 식탁을 차리고오붓이 둘러앉아 실컷 수다나 떨 요량이었으니 말이다.

겨울 숲과 해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 오브제 활용법

살갗이 빨갛게 익도록 뜨겁던 여름도 안녕. 머나먼 나라의 계절처럼 여겨지던 겨울이 돌아왔다. 자그마치 일년 만의 해후인데 어쩜 이리도 작년과 똑같을까 싶다. 분명 이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2월이 주는 묘한 고즈넉함과 움츠린 자라목을 하고도 홍조를 띤 거리의 들뜬 얼굴들은 일년 전 그때 그대로다. 이맘때면 평소 연락이 뜸한 이들마저 괜스레 반갑고 여럿이 한자리에 모여 한해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연례행사가 줄을 잇는다. 지구촌 곳곳에서 ‘끝’을 기념하며 서로의 잔을 부딪치는 동안 우리는 좀더 한적한 곳을 찾아 떠났다. 잔물결이 일고 나직한 바람이 부는 강화도의 작은 펜션에서 그간의 추억을 정리하기 위함 이었다. 명목상 ‘파티’의 형태로 잘 포장된 계획은 사실 보통의 여행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저 색다른 풍경을 배경삼아 자주 보는 네댓이서 식탁을 차리고오붓이 둘러앉아 실컷 수다나 떨 요량이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찾은 곳은 해안과 인접한 목조주택으로 건물 뒤편으로는 숲과 산이 버티고 서 있어 자연이 떨군 오브제들을 쉽게 채집할 수 있었다. 황량한 겨울숲을 천천히 거닐다보면 잘 마른 솔방울이나 물 빠진 색감의 담쟁이넝쿨 줄기, 엇갈려 부러진 나뭇가지, 특이한 질감의 식물들이 잔뜩 널려 있는데 이런 오브제들을 주워 파티 테이블을 장식하면 한층 계절감이 두드러진다. 또한 파티장소가 해안근처라면 썰물 때를 노려 갯벌이나 모래사장에 박힌 조개껍질, 해면을 떠돌던 해초, 모양이 예쁜 자갈 등을 주워올 수 있다. 결이 고운모래를 한움큼 집어 작은 유리병에 넣어도 훌륭한 장식품이 된다. 우리를 둘러싼 찬 공기와 냄새, 육지와 바다에서 난 생물 모둠, 심지어 새들이 쪼아먹다 남긴 이름 모를 열매꼭지조차 겨울 오브제로 활용할 수 있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마침 어깨 위로 떨어진 바짝 금 간 나뭇잎, 나무벤치에 앉았다 일어난 엉덩이에 붙은 웃자란 풀. 자연이 주는 선물을 품안 가득 끌어안고 눈금보다 희미한 수평선을 바라보는 일에 달리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주머니와 바스켓 안에 되는대로 주워 담은 오브제들은 바닥에 쭉 늘어놓기만해도 그림이 된다. 혹은 오랜 시간의 때가 묻어 한층 단단해진 리얼빈티지 그릇가득히 아무렇게나 포개어 놔도 꽃병 못지않게 멋진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Tip 단골 꽃집에서 시든 꽃을 종류별로 몇송이 얻어와 테이블 위에 마구 어질러놔도 독특한 분위기를 낼 수 있으니 참고하자.

크리스마스엔 거기 말고

바쁜 연말에는 잦은 술자리와 연달아 잡힌 약속에 매여 도심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바다가 보고 싶지만 차마 멀리 갈 엄두가 안 난다면 서울에서 가까운 강화도를 추천한다. 자가용이 없어도 접근성이 좋아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하룻밤 사이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다. ‘사람들 넘치는 그런 곳엔 가기 싫어’ 시와의 노랫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 오직 나와 당신만이 세상의 중심인 낯선 곳으로 떠나보자.

메종드라메르

강화도 분오리 저수지와 동막해수욕장 근처는 언덕 양편으로 다닥다닥붙은 펜션단지로 유명하다. 그중 2005년 개봉한 일본영화 ‘메종드히미코La Maison De Himik’를 연상시키는 호젓하고 여유로운 펜션 ‘메종드라메르’가 있다. 오다기리 조와 시바사키코우의 연기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분명, 사랑은 그곳에 있다. 조금씩 마주보는 것. 서로에게 상냥해지는 것’이란 카피가 떠오르는 그런 장소에서의 하룻밤이라니, 그야말로 파티를 벌이기 제격 아닌가.

우리가 머문 객실 ‘알레’는 불어로 ‘아자, 힘내자’라는 감탄사를 뜻하는데 그게 뭐 그리 대수이랴 싶겠지만 굳이 도심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의 구석진 해안가를 제 발로 찾아온 이들이라면 기분부터 남다를 것이 분명하다. 복층이라 한껏 높은 천장부터 침실과 분리된 부엌, 단단하고 긴 아일랜드식탁까지. 마치 모든 게 우리들의 파티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완벽했다.

본격적인 파티준비에 앞서 주차장을 겸한 공터를 가로질러 공동카페 뮤제로 들어가니 원두커피 향이 그득하다. 지금 눈이 내린다면 더할나위 없을 텐데, 잠시 그런 생각을 하며 삐걱거리는 나무문을 열고 나와 해안가 옆 좁은 둑길을 걸었다. 하늘과 구름이 모두 겨울을 가리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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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꾸밈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은 꽤 여러가지다. 이를테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는 쪽, 본연의 것에 무언가를 더해 채우는 쪽, 있는 것을 덜어내 군더더기 없이 꾸미는 쪽이다. 원하는 방향에 따라 개인의 취향껏 응용하기 나름이니 전혀 어려울 것 없다.

식탁보와 패브릭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식탁보나 다양한 패턴의 패브릭(양탄자나 담요를 활용해도 좋다)은 천의 모양새나 색깔, 짜임이 매우 섬세하고 선택의 폭이 넓어 저렴한 비용으로 꽤 수준 높은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다. 천을 사용할 경우 공간본연의 이점을 살리면서 불필요하거나 거추장스러운 부분을 간단하게 가릴 수 있어 잘만 고르면 어떤 파티 콘셉트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우리는 어두운 별무늬 천으로 길쭉한 통창을 가리고 꽃무늬 식탁보로 무미건조한 테이블에 생기를 더했다. 과연, 어떤 음식이건 화려한 꽃무늬 위에 올라앉는 족족 근사한 만찬으로 거듭났다.패브릭의 마술은 늦은 밤까지 계속됐다. 차가운 바닥에 모두 다른 패턴의 천을 섞어 깔고 그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디저트를 나눠먹느라 꼬박 자정을 넘겼다. 그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파티의 여운이 우리를 한참 잠 못 들게 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벽장식과 알록달록한 소품은 맘껏 욕심을 부려도 좋다. 특히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다면 일년간 창고에 처박아둬 잔뜩 먼지 쓴 크리스마스트리와 꼬마전구박스를 모조리 끄집어내 야무지게 재활용해야 할 때다. 가렌드나 리스 장식은 겨울과 잘 어울릴뿐더러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도 구하기 쉬워 파티장소를 꾸미는데 제값을 톡톡히 한다.

그 겨울의 식탁

파티의 꽃은 음식이다. 음식만큼 중요한 건 없다. 미각을 만족시켜줄 맛있는 음식은 세상에 셀 수 없이 많다. 우리의 가장 큰 딜레마는 거기서 시작됐다. 무얼먹어야 할까? 매일 먹는 밥과 반찬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통의 식탁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보통에 만족할 수 없는가? 그건 우리가 도시에서 꽤나 멀리 떠나왔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로선 그 수고로움에 반하는 행위를 조금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로지 맛과 멋에 목숨을 걸었다.

어떤 12월의 보편적인 파티 초대장

새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 누구도 밟지 않은 눈 덮인 길에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등지고 걷던 우람한 등을 기억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빠의 등과 꼭닮은 골격이라 우겨본다. 하기야 이제와 그 등이 진짜 우리 아빠의 것이건 낯선 남정네의 것이건 무슨 상관이랴. 중요한 건 그 등을 따라 도착한 오래전 어느 겨울밤의 행선지다. 내 또래 아이들이 우글우글한 가정집이었고 창가에는 색색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잔잔한 크리스마스 캐럴이 추위에 꽁꽁 언 내 귀를 녹였다. 이윽고 한 꼬맹이가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넌 산타할아버지를 믿니? 나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눈만 깜박거리다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 다음엔 어떻게 됐더라. 실망한 기색의 꼬맹이는 이내 어딘가로 가버렸고 나는 곧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 왜 그토록 생생하게 기억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것만은 알 듯하다. 그날 본 장면이 내가 그리던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라는 걸. 보편적인 파티란 바로 그런 것이다. 기억 속 흐릿한 얼굴들은 누구라도 꼭 맞게끔 아주 물렁하고 친근해서 생각하는 대로 가족도 되고 친구도 되고 연인도 되어준다. 덕분에 이 파티는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당신이 참석하기 전까지 영영 끝나지 않을 테니 늦을래야 늦을 수도 없다. 우리들의 보편적인 파티는 이제 막 시작됐으므로.

지금 우리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이들을 만나러 당신이 한달음에 달려와주길바라며…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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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오선혜

요리 하은주 사진 김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