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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부모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법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탐구하는 일을 하는, 아티스트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평소 가족과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그들이 아이를 대하는 교육관에는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 아티스트라는 직업적 특수성을 통해 바라보는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 아티스트의 가족을 소개한다.
소개 부탁드려요.
열 살 아들과 함께 진정한 아름다움, 여성성에 대해 생각하고 일상의 소재들로 그림을 그리는 홍지희입니다.
주로 아크릴 물감이나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작품이 많은 것 같아요.
아직도 제 작업의 장르를 정해놓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둔 여러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포괄적 주제만 정해놓은 후,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시도를 하고 있죠. 저는 어릴 때부터 규칙이나 틀을 늘 답답해했는데 그 영향인지, 유리를 깨거나 일상의 평범한 오브제를 붙여 평범한 것을 다시 새롭게 보이게 하는 작업에 끌려요. 마음의 벽을 없애고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주더라고요.
지금도 제가 끌리는 마음이나 상황에 따라 소재의 물성과 특성을 저만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배치하고 섞어서 흐름을 표현하는 작업을 해요. 주로 소외되거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따뜻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요. 때론 여전히 그리는 행위 자체를 자유롭게 즐기기도 하고요.
엄마가 화가라는 점은 아이의 미술 교육에 도움이 되나요?
아무래도 또래 아이들보다 그림을 즐길 줄 알아요. 무조건 예쁘게만 그리려고 하지 않고 세상에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죠. 어릴 때는 아이가 그림 그리는 걸 거부했어요. 이유를 물으니 엄마보다 못 그려서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스키아’ 같은 자유로운 스타일의 그림들을 다양하게 보여주었죠.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기준은 없다는 걸 이해하고 나니 그때부턴 스스로 그림을 즐기며 오히려 저보다 더 자유분방한 생각으로 창작을 하더라고요.
아이가 일찍부터 예술 분야에 노출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아이가 다양성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갖게 돼요. 남이 정해준 틀, 정답, 기준이 자기 것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거죠.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걸 아는 게 매우 중요해요. 그리고 그런 사고를 바탕으로 큰 흐름에 생각 없이 이끌려가기보다는 스스로 주도해가는 힘을 키우게 돼요.
아이와 주로 무얼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평소 뮤지엄이나 갤러리에 가는 것보다는 체험하는 걸 선호해요. 그래서 엄숙하고 딱딱한 곳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간을 찾아가는 편이죠. 오감으로 기계를 감성적으로 풀어낸 현대자동차모터스튜디오를 좋아해 시간 있을 때 종종 찾아가요. 최근에는 ‘Ando’라는 곳에서 아트크래프트 재킷을 만들어봤는데,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아무래도 각자 생활에 바쁘다 보면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한데 아이랑 같이 무언가를 만들고 공유하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은 ‘공감의 시간’이에요. 저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고, 퍼즐을 맞춰가며 함께 성장하는 내적 작업의 시간이죠.
아티스트 홍지희로서의 감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겸손한 자세. 의식주에 대한 철학 가지기. 각자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안 해본 일 해보기. 그것에 대한 두려움 깨기. 이런 생각과 가치관을 일상에서 지켜내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해요. 결코 쉽지는 않아요.
엄마와 아티스트, 두 역할을 다 해내는 게 힘들지는 않나요?
둘 다 무조건 욕심내고 열심히 하기보다는 조금 힘을 빼고 의식적으로 객관적 거리를 두려 해요. 그러면 아이러니하게도 불안함을 덜고,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깨달은 진리예요.
아이를 때로는 조금 심심하게 두는 것, 그리고 내가 무엇인가 하고 있는 것이 방법이에요. 엄마로서 아이의 교육을 너무 심각하게 의식하지 않았으면 해요. 공부는 누구나 싫잖아요. 그냥 노는 것, 아름다운 것, 색이 예쁜 것, 모양이 신기한 것 등 단순하게 접근하고 놀이처럼, 생활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아요. 그러다 가끔씩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거죠.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놀고 즐기는 법을 알게 해주는 것이 엄마이면서 때로는 아티스트인 나 자신, 그리고 그런 엄마와 함께 생활하고 자라나는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해요.
소개 부탁드려요.
좋은 일만 있으라고, ‘호호당’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양정은이라고 합니다. 오랜 친구이자 든든한 남편 김준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네 살짜리 아들 김태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호호당은 한국의 미를 바탕으로 하는 브랜드죠.
호호당은 한국의 색이 담긴 생활용품을 디자인하고 소개해요. 결혼과 출산, 백일과 돌, 그리고 명절 등 한국인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좋은 날들을 위한 따뜻한 제품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보자기를 통해 전통적이지만 세련되고, 평범한 듯하지만 신선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많이 알려졌답니다.
아이에게도 예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예술은 다양한 해석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틀에 박히지 않는다는 걸 뜻하겠지요. 여기 있는 사과를 똑같이 그려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연습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사과를 그리는 건 ‘기술’의 차원을 벗어난 거잖아요. 마음을 움직이는 훌륭한 예술 작품들을 통해 세상의 여러 풍경과 사건들을 자기만의 해석으로 표현하는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하고 꼭 필요한 부분이에요. 그리고 이런 사고를 기르는 것엔 예술의 힘이 많이 작용하고요.
최근에 아이가 좋아한 예술 생활은 무엇이었나요?
아주 최근은 아니지만 아이가 가장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곳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이었어요. 박람회 참가 차 가족과 함께 방문한 도시에서 아이와 반나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곳이었는데, 아이가 무언가를 느낀 듯 작품들을 뚫어지게 감상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우면서도 신기하던지! 앞으로 뮤지엄에 더욱 자주 데리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무척 인상 깊은 장면을 많이 봤는데요. 아이들이 마음에 드는 곳 앞에 털썩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고, 실제로 올라타 보기도 하며 마치 놀이터처럼 즐기더라고요. 그 아이들에게는 박물관의 교육이 절대 딱딱한 공부가 아니구나 하는 점이 부럽게 느껴졌죠. 앞으로 제 아이와 함께 다닐 많은 뮤지엄이나 갤러리에서도 딱딱한 해설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어요. 우선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어요.
아티스트 양정은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지요. 남편은 저의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정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어요. 일의 영역도 비슷해 하루 중 절반은 파트너로서 함께 일을 하고, 절반은 친구이자 부부로 지내요. 아이가 생긴 이후에는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선택을 우선시해요.
남편과 저는 출근이 이른 대신에 퇴근을 다섯 시에 하는데요,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와 셋이 집으로 가서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먹어요. 해가 질락 말락 한 창밖 풍경을 보며 셋이 저녁을 먹는 그 시간은 저에게 매일을 살아갈 힘이 되어준답니다. 그리고 그 행복한 마음이 더해져 작품으로도 이어지게 되고요.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요?
‘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글을 쓸 일도 많고, 새로운 작업을 구상할 시간도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회사에 출근하면 늘 이런저런 일들에 치여 작품에 관한 생각을 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퇴근 후에는 가족과, 특히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고요. 그래서 아주 일찍 일어납니다. 일찍 일어나 2시간 정도 원고도 쓰고 작업도 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이른 아침의 그 시간은 저를 엄마나 아내가 아닌, 오롯이 아티스트가 될 수 있게 해주죠.
아이들이 예술과 친해질 수 있는 팁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공부 혹은 교육이라는 단어가 아이의 흥미를 빼앗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의 모든 것들을 ‘공부’로 연관시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미술관을 다녀왔다면, 그 시간을 통해 아이가 얼마큼 새로운 것을 배웠는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그림을 통해 혹은 더 넓게 ‘예술’을 통해 아이가 배웠으면 하는 것은 1~2년 안에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어릴 적 마음을 울린 그림 한 장이 먼 훗날 아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 누가 알 수 있겠어요. 그러니 아이도, 그리고 그런 아이를 보는 부모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예술을 감상하는 시간을 즐기면 되지 않을까요?
소개 부탁드려요.
현재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뮤지엄 그라운드’의 관장을 맡고 있으며, 아내와 네 살이 된 딸아이, 이렇게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뮤지엄 그라운드는 기존의 미술관보다 문턱을 낮춰 모든 연령대가 편하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뮤지엄으로 유명하죠. 이런 콘셉트로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스무 살 때부터 20년 동안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해외 미술관에 많이 다닐 수 있었죠. 그렇게 다니면서 보니 해외의 많은 미술관은 공간 자체가 시민들에게 열려 있고 다가가기 쉬운 곳으로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어린아이부터 나이 드신 분들까지 여러 세대가 편하게 즐기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미술관은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가기에는 왠지 부담스러운 곳으로 여겨져요. 그런 점들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극장에 갈 땐 영화의 역사나 기법에 대한 기본 지식 없이도 편하게 보러 가잖아요. 그래서 그 인식을 깨고 싶었어요. 그렇게 뮤지엄 그라운드를 만들게 되었고, 관람객이 편하게 다가가기 쉬운 전시를 많이 기획하고 제공하자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선택하는 눈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저는 일 때문에 지난 5년간 전 세계의 아트페어를 거의 다 가봤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감각을 지켜내고 좋은 전시를 고르며 기획하려면, 수많은 작품을 감상하고 여러 미술관을 돌아다니면서 많이 보는 것 외엔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계통의 직업이 아닌 사람들이 그런 방법으로 작품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일이죠. 대신에 우리나라에도 좋은 뮤지엄이 많이 있으니 가족과 함께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많은 걸 보고 느끼면 결국엔 분명 자산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늘 예술 작품과 함께하는 직업은 아이의 감수성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저의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적응을 잘하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특별한 건 없지만 저만의 교육 방법이라면, 그림이나 애니메이션 작품을 최대한 다양하게 보여주며 시간을 함께하려고 해요. 덕분에 아이는 갤러리를 하나의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인식하고 있죠. 어릴 적부터 예술 분야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 아무래도 예술을 어려워하지 않고 좀더 쉽게 다가가고, 작품을 보는 눈도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찾아가곤 합니다.
최근에 아이와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은 무엇인가요?
미키마우스 그림이에요. 제가 굉장한 디즈니 덕후라서요. 미키마우스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정말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관장님에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아이의 탄생은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어요. 작품을 고를 때도 예전에는 제 위주로 보고 골랐다면 이제는 아이의 감정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고르게 돼요. 뮤지엄 그라운드의 전시를 기획할 때도 어린이를 한 번 더 고려해보게 되는 점도 아이가 생긴 후로 더 강해진 부분이에요.
아이는 저한테 가장 소중한 작품이랍니다. 인생에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고 기회가 된다면 늘 함께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분명 노력이 필요하죠. 저는 직업 특성상 출장이 잦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에는 아이와 최대한 많이 놀고, 가끔은 회사에도 같이 가요. 시간이 날 땐 여행도 자주 가려고 합니다. 아이와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놓고 싶어요. 나중에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게요.
뮤지엄이나 갤러리에 아이와 함께 갈 때 부모들이 알아두면 좋은 팁을 말해주세요.
특별한 교육을 한다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자주 미술관이라는 장소에 노출시켜주세요. 미술관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곳이 아니라 많은 걸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팁 같아요. 사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은 미술관에 가면 소리 내지 말고, 뛰지 말고, 만지지 말라는 등의 주위를 줘야 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죠.
그런 점들을 한 번에 교육하려다 보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자주 노출을 시키고 꾸준하게 교육하다 보면 미술관 매너들이 결국 아이의 몸에 밴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미술관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도슨트나 활동도 많이 구성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이런 체험을 잘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일 거예요.
소개 부탁드려요.
그리고 만드는 일을 하는 민희영입니다. 화가인 남편과 열 살, 여섯 살인 두 아들, 그리고 애완견 아키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조각과 그림, 출판 등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작업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조소를 전공해서 그런지 만들고 그리는 모든 일에 흥미를 갖고 도전하고 있어요. 파인아트로 작은 모형을 만들어 촬영하는 사진 작업과 폴리로 커다란 구상 조각 작업을 해왔어요. 최근에는 독립출판으로 화집을 만들었고, 현재는 드로잉 작업과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미술 작가인 엄마, 화가인 아빠와 함께 지내는 아이들이라면 왠지 평범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두 부모가 직업적 장점을 살려 접근하는 아이의 교육 방법이 있을까요?
요즘에는 아티스트가 아닌 부모들도 아이의 창의성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저희 부부가 아티스트라고 해서 크게 다른 점이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가끔 다르다고 느끼는 점은 아마도 이해심 같아요. 다른 부모에 비해 사고가 좀더 열려 있다고 할까요. 아이의 엉뚱하고 어처구니없는 면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그 점을 발전시키면 굉장히 멋질 거라고 말해줄 수 있다는 것. 그게 가장 큰 장점 같습니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다양한 각도로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서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거죠.
최근 아이와 가장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 갤러리는 어디에요?
최근에 김종영미술관의 미디어아트전 <제3의 이미지>를 보러 간 적이 있어요. 예전에 작업을 돕던 선배님의 작품이 있어 가게 됐는데, 두 아이가 무척 흥미롭게 감상하더라고요. 사진을 이어 붙여 입체로 재현한 권오상 선배님의 작업을 보고는 사람이 조각조각 나뉘어 있다고 무섭대요. 윤영석 작가의 사진 작품은 사람이 들어 있는 것 아니냐며 신기해했고요.
전 전공이 조소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작품을 감상할 때 어떤 기법으로 만들었나, 무슨 의미로 이런 행위를 한 걸까 생각하게 되는데, 아이들과 전시를 보면 보이는 대로의 순수한 느낌이 전해져서 저한테도 도움이 많이 돼요.
작업만 하기에도 빠듯할 텐데, 평소 아이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을 잠시라도 꼭 가지려고 노력해요. 일부러 시간을 만드는 거죠. 물론 쉽지는 않아요. 육아는 현실이기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어쩌면 예술적인 것과 멀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가족만큼 감정적인 관계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 때문인지 어떨 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또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해요.
일과 엄마, 두 역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작업과 육아, 사실 잘 어울리지 않죠. 엄마는 특히 아이와 오래 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내 작업에 집중하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집중할 때쯤 되면 아이들이 벌써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특별히 분리하지 않기로 했어요. 오히려 아이들에게 엄마가 하고 있는 작업을 설명해주고 의견을 묻기도 해요.
엄마의 일을 이해시켜주면 아이들도 엄마의 작업을 존중해주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예술 하는 엄마뿐 아니라 모든 엄마들에게 해당되는 상황일 거예요. 엄마가 좋아하는 것, 엄마가 잘하는 것, 엄마가 하고 싶은 것 등 엄마에 대한 것을 아이와 공유해보세요. 그럼 엄마에 대해 좀더 알게 된 아이들이 엄마의 일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합니다. 때론 가장 날카롭게 ‘팩폭’을 날려주기도 하죠.
그림, 예술, 갤러리를 통해 아이를 교육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알아두면 좋을 정보가 궁금해요.
갤러리에서 아이와 함께 작품을 감상한다면 미리 공부를 좀 해두는 게 좋아요. 물론 공부한 걸 아이에게 주입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의 생각을 넓혀주기 위해 활용하라는 의미지요. 먼저 아이의 생각과 느낌을 들어주고 부모가 미리 공부한 정보를 살짝 더해주어 생각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거예요.
아이는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어요. 미술 수업을 받기 시작한 아이에게 아이다운 창의력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독창적이지 못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아이다운 창의력이라고 생각하는 그것이 오히려 전형적인 건지도 몰라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또한 아이다운 모습입니다.
아이는 언제나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요. 그래서 독창적인 것이겠죠. 멋진 그림을 그려주길 바랐는데 아이가 종이를 찢고 있다면 함께 여러 방법으로 찢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돼요. 아이를 믿고 힘을 북돋아주는 것, 내 아이의 시간을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 그런 태도와 시선이 가장 좋은 교육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디터 남재연
일러스트레이터 양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