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UND CAMPING FESTIVAL

세 번째 축제의 기록

지난 9월 마지막 주에 어라운드의 세 번째 축제가 열렸습니다. 계절은 가을이었고 3일 동안 열리고 닫히는 시간 없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입구를 만들고 큰 풍선을 띄우고 무대를 세운 곳은 서울에 있는 노을공원이었어요. 아주 넓고, 나무가 많은 곳이라 그 자체로 아쉬울 게 없는 곳이었죠. ‘방해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주변을 꾸몄습니다. 큰 공원을 찾아준 사람들은 언덕 위를 걸어다니고 그늘에 들어가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누군가는 잠시 들러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다 가고 누군가는 텐트를 세워 오래오래 머물렀습니다. “이게 뭐 하는 거야?” 가볍게 산책을 나온 동네 주민들은 비슷한 질문을 했어요. 적당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머리를 긁고 있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설명을 명쾌히 할 수는 없지만, 공원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무대가 있던 쪽에는 테두리를 따라 스물 일곱 개의 다양한 마켓이 들어섰어요.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들을 펼쳐놨죠. 장사엔 소질이 없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왜냐면 그 사람들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거든요. 그늘막을 설치해 놓고 낮잠에 빠져버린 판매자가 그랬죠. 그래도 이들은 한쪽에 세워진 큰 텐트에 사람을 모아두고 ‘어떻게 만드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줬어요. 만들기뿐 아니라 춤을 가르쳐 주고,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도 알려줬죠. 우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젠가 <어라운드 매거진>을 통해 만났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얼굴을 알고 지내는 사이었죠.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어요. 한 팀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예전에 우리를 만나 함께 이야기 나눴던 사이였죠. 목소리에 관해 얘기하고, 노랫말에 관해 얘기한 적 있었어요. 대부분 만나고 나면 더 좋아졌죠. 노래를 만든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니까요.

생각해보면 이들을 제외한 사람들, 그 높은 곳까지 걸어와 준 관객들 역시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이에요. 우리가 만든 책을 읽었고, 책을 만들던 우리는 누군가 읽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왜 이야기를 엮어 책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헷갈릴 때마다 독자들을 떠올렸으니 “도움을 받은 적 없습니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요. 

축제를 떠올리며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적다 보니 그날 산책 나온 동네 아저씨에게 해줄 말도 떠올랐어요. 어쩌면 이 말을 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기분이 묘하네요.

“그러니까 책 속에 있던 이야기와 사람들이 오늘 책 밖으로 나온 거예요. 움직이는 이야기, 만질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거든요.” 퇴근 길 서점에서, 휴일의 소파 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그리고 전등이 켜진 텐트 안에서. 그때 누군가 이 책을 읽어주지 않았다면 아마 없었을 축제입니다. 고맙습니다.

줄을 서게 했지만
그래도

달콤한 커피를 계속해서 나눠주고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잔뜩 가져와 펼쳐놓는가 하면, 반나절 동안 정성스럽게 익힌 고기를 썰어서 나눠주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여유롭던 공원 곳곳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일기도 했어요. 걸어 다니던 사람들이 뛰어가 줄을 섰고 의외의 일들에 조금 더 웃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채우지 못한 부분들을 꾸며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축제를 함께 만들어준
자원활동가들

축제를 준비하고 무사히 마무리할 때면 항상 자원활동가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릅니다. 가장 오래 기억되기도 하고요. 고단하고 벅찬 일들을 결국 해내고 마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항상 궁금합니다. 책임감을 보여줬고 성실함과 친절함도 보여줬습니다. 너무 바빠서 넋을 잃고 있을 때마다 다가와 웃어줘서 정말 힘이 됐어요. 지금은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서 각자의 하루를 보내고 있을 텐데. 뒤늦게 이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지네요. 이 책을 받아볼 때쯤 다같이 만날 수 있기를!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전진우

포토그래퍼 안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