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예술 사이의 거리 Amado Art Space

아마도 예술 공간

아마도 예술 공간

예술작품을 보기 위해서 그곳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허름한 주택이 전시공간이라는 게 신기해서, 그 옆 카페를 기웃거리다 용기를 내 들어간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의 집이었을 공간에 침범하듯 들어서는 기분은 묘했다.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작품들이 공간의 주인인 양 서 있었고, 그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노크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전시와는 이질적인 공간이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문을 두드리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예술을 쉽게 접하고 마음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 자체가 이 공간이 존재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마도’라는 단어

아마도 예술 공간은 한강진역에서 5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1층에 있는 카페를 지나 좁은 문에 들어서면 지하 1층과 지상 2, 3층에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고, 잘 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정도로 작은 안내판이 있다. 아무래도 안내판보다는 노란 벽에 있는 검은 화살표시가 사람들을 안내하는 듯했다. 

나는 이곳의 전시를 두 번이나 봤지만, 여전히 머리를 감싸며 이해하려 노력해야 했다. 그때 내게 필요했던 건, ‘예술이란 왜 늘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었다. 아마도 예술 공간의 장지영 큐레이터는 이렇게 답했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어요. 그것이 예술의 매력입니다. 어렵다고 느끼는 게 틀린 것도, 이해를 못 해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예술을 느끼는 방식이 다를 뿐이에요. 작가의 의도가 하나가 아니듯, 관객에 의해 생성되는 역동적인 해석과 시각은 예술의 좋은 에너지가 될 거예요.”

그녀의 말은 알듯 말듯 애매하게 다가왔지만, 적어도 이 공간에 ‘아마도’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알 것 같았다. ‘예술일까 아닐까.’, ‘아마도 그럴지도 모르겠지.’ 하는 식의 자신마저 헤매게 되는 경계를 원했던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고정관념 흔들기’라 말했고, 이 공간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예술을 어렵게 여겼던 건 몇몇 공간 자체에서 느껴지는 권위적인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다. 거대한 규모에 높은 천장, 뽀얀 대리석은 매번 나를 장악하곤 했다. 큐레이터의 설명 없이는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 감상하는 ‘척’ 했던 기억이 난다. 그곳에서는 아마도라는 애매한 단어를 쓰면 말 그대로 모호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였다. 예술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피해의식일지 모르지만, 그 자리가 불편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게 점점 전시에 흥미를 잃었던 것도 사실이고

언제나 열려있는 주택

이곳이 친근하면서도 수상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앞서 말했듯 누군가가 한때 살았던 가정집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석구석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흔적이 있다.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하며 기존의 전시장에 대한 인식의 환기를 도왔다. 실험정신을 통해 앞서 말한 고정관념을 넘어서고자 했던 것이다. 

십분 남짓 떨어진 거리에는 연구소도 있는데, 그곳에서는 예술에 관한 서로의 의견을 논하거나 세미나 및 토론회와 같은 행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단순히 전시 공간을 내어주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한국 큐레이터 협회 회장, 서울 아트가이드 대표, 또 여러 예술대학의 교수와 큐레이터 등 활발히 활동하는 인물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비영리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 어떤 단단한 결속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희는 작가뿐만 아니라 비평가, 이론가가 한데 어우러져 다층적인 미술을 실천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언제나 진행 중인 새로운 전시와 활발한 비평, 담론을 지향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녀가 하는 말이 내게 제대로 와 닿지 않았다. 오히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주택 안에 있는 하나의 전시뿐이었다. 문득,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문학상을 받고 등단해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작가가 떠올랐다. 어쩌면 이곳은 신인작가에게 전시의 공간을 내어줌으로써 가장 현실적인 후원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모든 작가 혹은 그것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떠한 물질적인 보상보다 단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일지도 몰랐다. 

연구소에서는 여러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는 열린 기획도 진행하고 있었다. 매년 ‘아마도 사진상’과 ‘아마도 전시기획상’이라는 두 개의 공모전을 열어, 우승자에게 상금과 함께 전시공간도 제공한다고. 3월부터 5월까지는 국제문화교류 기획자 양성을 위한 무료 강의도 계획 중이라 했다.

아직도 어렵다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 ‘바닥에는 더 신선한 공기가 있어’라는 주제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희망적이지만은 않았던 전시. 참여한 12명의 작가들은 바닥이 창작 활동의 물질적인, 심리적인, 제도적인 조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조건을 절대적인 한계로 규정지을 때 예술은 자칫 ‘냉소’가 되고, 상대적인 위상으로 규정지을 때 ‘탐욕’이 되며, 외면할 때 ‘혼잣말’이 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창작의 기쁨은 지금 내디딘 발이 바닥을 등 뒤로 밀어내는 순간의 경쾌함과 바닥 너머로 내딛는 발질로 인한 신선한 공기를 상상하는 일이라 했다. 8개의 방과 온실과 테라스를 통해 본 그들의 전시는 글쎄, 조금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왜 그들에게 바닥이 발돋움하기 위한 지지대일 뿐인지, 그 자체로 안전하고 폭신한 지대地帶가 되지 못하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나는 여전히 예술이라는 복잡한 미로 속에서 헤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조금 편한 마음이기도 했다. 내가 느낀 그대로가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설령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해도 왠지 아쉽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여태껏 내가 보고 싶어 한 단면만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발견을 했다면, 그리고 그것까지 예술의 일부분이라 부를 수 있다면, 나는 여전히 좋은 작품을 보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마도, 나는 꾸준히 예술을 마주했던 거겠지.

아마도 예술 연구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94
Tel 02-790-1178
Open 화~일 10:00~19:00
월요일 휴무

아마도 예술 공간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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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이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