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BEING A PARENT

그렇게 우리는 부모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부모가 된다

친구들이 이제 막 부모가 되었거나 앞으로 부모가 된다. 그들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내가 본 영화 이야기를 해주려 한다.

나는 눈물이 무척 많은 사람이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울기도 한다. 아마 다들 그랬겠지만, 작년 4월부터는 신문을 읽다가도, 뉴스를 보다가도 펑펑 울고는 했다. 하지만 남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어 심지어 남편조차도 나를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라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단지 남 앞에서 우는 것이 부끄러워 그러지 않을 뿐, 보기보다는 여린 심성의 소유자란 말씀이다. 

아무튼 나는 극장에서도 잘 울지 않거나, 울지 않는 척하는데 호소다 마모루의 장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를 보던 극장에서는 눈물을 훌쩍이고 코를 풀다 못해 아예 대성통곡을 했다. 

“아빤 나한테 울고 싶을 땐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하셨어. 그럼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다면서.” 

세상 의지할 데 없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 늑대인간의 마지막 후손으로 지금껏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을 죽이며 살아온 남자, 그리고 울고 싶을 때 웃으면서 부모 없이 씩씩하게 살아온 여자의 사랑은 남자가 길가에서 꺾어온 들꽃처럼 풋풋하고 연약하고 또 간절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런 그들 사이에 아기가 생긴다. 행여나 아기가 늑대의 모습으로 태어날까 두려운 어린 커플은 책에서 본 대로 집에서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가진 것 없이도 다정하던 그들 가족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빠는 엄마를 위해 꿩 사냥을 나섰다가 눈 내리던 날 태어난 첫 딸 유키雪, 이듬해 비 오던 날 태어난 둘째 아들 아메雨를 두고 비참한 늑대의 죽음을 맞고 만다. 이제 엄마인 하나는 혼자 힘으로 늑대아이 둘을 키워야 한다. 

“그 날 이후 엄마가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지 솔직히 난 기억하지 못합니다.”

딸 유키의 내레이션대로 어린 엄마의 나 홀로 육아는 파란만장하기만 하다. 천방지축 유키는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입이 짧고 예민한 아메는 밤마다 깨어 울어댄다. 하나는 꾸벅꾸벅 졸아 가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아이들의 존재를 알게 될까 봐 마음을 졸여야 한다. 아이가 갑자기 아파도 소아과에 가야 할지, 동물병원에 가야 할지 알 수 없다. 아이들을 인간으로 키워야 할지, 늑대로 키워야 할지도 모른다. 

육아 10년 차인 지금은 그저 남자들의 화생방훈련 추억담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22개월 터울의 입 짧고 잠 안 자는 아이 둘을 키우느라 근 4년을 2시간 이상 이어서 자본 적이 없던 시절. 아이를 업고 선 채로 허겁지겁 밥을 입에 쓸어 넣고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사발로 타 마시다 난생처음 위염에 걸렸던 시절. 울며 보채는 아이 둘을 양팔에 하나씩 끼고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다가 이 상황이 너무 힘들고 어이가 없어서 실성한 여자처럼 웃던 시절. 아이를 키우는 일이 행복하기는커녕 지옥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울던 시절. 그러면서 밉기만 했던 나의 엄마를 이해하게 되기 시작하던 시절. 

그래서 내게는 하나의 육아기가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심지어 남편도 없이 혼자서, 인간도 아닌 늑대아이 둘을 키워야 한다니, 나라면 어땠을까. 하나처럼 울고 싶어도 억지로 웃으며 힘을 낼 수 있었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겉모습만 보면 나보다 50배는 여려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강한 엄마 하나는 도시를 떠나 시골 산자락 밑의 폐가로 이사를 감행한다. 언제까지고 남들 눈을 피해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나는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집을 혼자 힘으로 고치고 마을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농사까지 짓기 시작한다.

부모가 되기 전에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저절로 부모가 되는 건 줄 알았다. 이기적이고 무뚝뚝한 나에게도 숨어 있던 부모의 본능이 툭 하고 튀어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힘겨운 진통 끝에 기다리던 아이가 세상에 나왔는데 기쁨과 감동의 눈물 같은 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이 아픈 걸 다시 안 겪어도 된다는 사실이 다행일 뿐이었다. 

아이에게 말을 거는 일도, 젖을 물리는 일도,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놀아주는 일도 어렵고 어색하기만 했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건 아이와 단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었다. 기저귀와 젖병과 적막하고 습하고 비릿한 공기, 그치지 않는 아이의 울음소리로 가득한 집안에 온종일 있을 때는 마치 감옥에라도 갇힌 기분이었다. 유모차를 밀고 바람을 쐬러 카페에 들어갔다가도 아이가 큰 소리로 울어 죄인처럼 도망쳐 나와야 할 때는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자격 미달 부모인 것만 같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틀을 깨고 부모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일 중독 아빠 료타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과도 제대로 놀아주거나 요즘 좋은 아빠의 상징이라는 ‘캠핑 여행’ 같은 건 가본 적 없는 사람이다. 그는 언제나 너무 바쁘다. 하지만 자신의 바쁨으로 인해 아이가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그의 인생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 아들 케이타가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료타의 친아들 류세이는 변두리 전파상 삼 남매의 첫째 아들로 크고 있다.

능력도 없고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지 말자는 신조로 살아가는 게으른 아빠 유다이는 경제적 여건상 케이타와 류세이 두 아이를 모두 자신이 키우는 게 어떻겠냐 제안하는 료타의 뺨을 후려치며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유다이는 집과 붙어 있는 전파상에서 일하기에 그의 아이들은 종일 아빠와 함께 지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빠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도 옆에서 보고 배운다. 유다이는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마당에 누워 뒹구는 아빠다. 

결국 두 아들 류세이와 케이타는 각자 친부모의 집으로 교환되지만, 그 과정에서 케이타는 깊은 상처를 받고 류세이는 노력하는 친부모 앞에서도 집에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말한다. 이제껏 져본 적 없이 야심만만하게 살아온 료타의 인생에도 브레이크가 걸린다. 밤낮도 휴일도 없이 일에 매진하던 료타는 한직인 기술연구소로 발령을 받는데, 숲을 관리하는 연구원은 그에게 벌레 한 마리를 잡아 보여주면서 “유충이 땅에서 나와 부화할 때까지 15년이 걸렸다”라고 말한다. 그렇게나 기냐는 료타의 놀라운 반문에 연구원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그게 긴 것 같으냐고 되묻는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는 말은 결국 시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말일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부모 자식의 관계에서도 단지 내가 너를 만들고 낳았다고 해서, 핏줄이 이어졌다고 해서 애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함께 살을 비비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눈을 들여다보고 말을 나눈 시간이 관계를 만들고 애정을 낳는다

그러니 부모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은 오로지 시간이다. 아이를 낳으면 세계가 달라진다는 말도 거기에서 온다. 부모의 시간은 부모가 아닌 사람의 시간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더 천천히 흐른다. 채소라면 무조건 퉤퉤 뱉어내던 아이가 제 손으로 젓가락질해서 샐러드를 입으로 가져가 “맛있어!”라고 소리칠 때까지 6년이나 10년, 때로는 15년이 걸릴 수도 있다. 

글씨를 못 쓰던 아이가 엄마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쓸 때까지는 또 몇 개월에서 3년, 4년이 걸릴 수도 있다. 모든 아이에게는 각자의 속도가 있고 모든 아이에게는 각자의 인생이 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곁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일뿐이다. 그래서 부모는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늑대아이>에서 유키는 학교에 입학해 평범한 소녀로 자라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아메는 어느 날부터 학교가 아니라 짐승들이 사는 산으로 등교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인간의 삶을 택해 기숙학교로 떠난 유키, 늑대의 삶을 택해 산으로 떠난 아메가 없는 집에 홀로 남은 하나는 담담히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저 멀리 산에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하나는 그것이 아들의 소식이라는 듯 기쁘게 미소 짓는다. 내 몸에서 나온 아이들, 내 품을 떠날 줄 모르던 아이들, 무섭거나 아플 때마다 내 무릎에 얼굴을 묻고 “괜찮다고 해줘.”라며 울던 아이들은 조금씩 나를 떠나간다.

아마 우리가 어른이 되어 그랬듯이 내 아이들도 언젠가는 나 없이도 잘살게 될 것이고, 나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며, 어쩌면 며칠에 한 번쯤이나 겨우 나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럴 때 부모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버텨주기만을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먼 산에서 들리는 늑대의 울음소리에 미소를 짓는 일 정도일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다. 내 아이는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내 아이는 나처럼 살 수 있을까? 그것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힘으로 어쩔 수는 없다는 일을 깨닫는 것, 우리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렇지만 어쩌면 대단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이 부모가 되는 일이다. 누구도 부모로 태어나지 않는다. 

부모는 되는 것이다. 

젖은 아이들을 씻기고, 그 아이들의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히는 것. 다 함께 밥을 먹는 것.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그런 무의미한 일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무의미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는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부모가 되어가는 것이다.

늑대아이 Wolf Children
호소다 마모루 감독 | 애니메이션 | 일본 | 117분

늑대인간을 만나 사랑에 빠진 여자가 그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그는 곧 세상을 떠나고 그녀는 두 아이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애쓰며 12년을 헌신한다. 시간이 지나 두 아이는 각자의 인생을 찾아 떠나고 그녀는 다시 홀로 남는다. 우리가 부모의 품을 떠날 때 그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자꾸만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Like Father, Like Son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드라마 | 일본 | 121분

탄탄한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료타. 그는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6년간 키운 아들이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료타는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친자의 가족들을 만나고 아이들은 친부모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가족을 가족으로 만드는 것은, 아버지를 아버지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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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현아

글 한수희 일러스트 윤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