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노트만 진득하게 사용하다 보니 지루해졌다고? 독특하고 새로운 걸 쓰고 싶은데 남들 다 가진 건 싫다고? 유니크를 지향하는 당신을 위해 지구 곳곳에 흩어진 디자인 문구점에 발을 들였다. “저, 구경 좀 할게요!” 이국의 언어로 더듬더듬 입을 떼며, 예술 작품 못지않은 노트의 면면을 마주한다.
페이퍼 타이거
PAPIER TIGRE
“우린 퀄리티 있는 문구를 만들어요. 절대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요. 마치, 당신처럼!”
파리의 우울, 그림자가 없는 도시…. 나의 선입견 속 파리의 이미지는 그랬다. 어딘지 모르게 흐릿하고 채도가 쪽 빠져 있을 것만 같은 풍경. 맑고 아름다운 장소도 유화보다는 수채화의 빛깔을 닮았으리라 은연중에 생각해왔다.
어느 날, 이름 모를 노트를 한 권 본 순간 머릿속에 호랑이가 한 마리 난입했다. 붓을 들고 채색을 시작한 호랑이는 파리를 삽시간에 활기차고 명료한 도형이 가득한 장소로 변모시켰다. 평범한 종잇조각이 영리한 아이디어로 호랑이처럼 강력하게 변한다는 의미의 페이퍼 타이거는 2012년에 파리에서 시작한 문구 브랜드다. 이름처럼 톡톡 튀는 이들의 작업물은 스쳐 지나갔다가도 되돌아올 만한 색감과 형태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통의 문구들이 고급스럽거나 귀여운 쪽을 향해 있다면, 페이퍼 타이거의 문구는 말하자면 ‘재미’있다. “우리는 디자인할 때 국가, 성별, 목표 그 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우리를 표현하고, 기대한 것과 같은 결과물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데만 집중하죠.”
페이퍼 타이거의 노트를 쭉 둘러보고 있으면 그래픽 디자인 포스터가 전시된 공간에 들어와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노트를 한 권 구입했을 뿐인데, 좋은 작품 하나를 픽Pick한 것처럼 예술적 안목을 뽐내는 기분마저 든다. 페이퍼 타이거의 예술적인 모습은 점점 더 빨리, 더 많이를 향하는 시대의 흐름과 아날로그 문구를 발맞추기 위해 디지털 방식을 택한 데서 빚어진 결과다. 문구와 그래픽 디자인,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매력을 섞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이들의 문구는 호랑이의 기개처럼 단단한 힘을 지닌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문구는 옛날 문구들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예컨대, 나를 표현하는 액세서리나 타인을 위한 선물의 역할도 하고 있잖아요. 더욱 가치 있는 물건이 된 거죠.” 페이퍼 타이거의 노트를 한 권 더 집어 들며 생각한다. 한 권은 내 방에, 다른 한 권은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며 평범하지 않은 이 감각을 함께 느끼고 싶다고.
A. 5 rue des Filles du Calvaire, 75003 Paris
H. Instagram.com/papiertigram
O. 매일 11:30-19:30
NEW TAILOR MADE NOTEBOOKS
페이퍼 타이거의 노트는 6개월마다 새로운 표지를 선보인다. 작업마다 주제를 가지고 있는 그래픽 작업물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가만히 두고 몇 번이고 감상할 만큼 아름답다. 이들의 노트만 모아도 책장은 근사한 전시장이 되지 않을까.
CREATE YOUR NOTEBOOK
세세한 부분까지 커스텀할 수 있는 맞춤형 노트는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커스텀 노트는 구체적인 기능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한 서비스로, 파리 매장에서는 노트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고객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노트는 A5 사이즈인데, 날이 갈수록 커스텀 내용이 다채로워진다고.
빠뻬로떼
Papelote
“빠뻬로떼는 프라하 심장부에 숨어 있는 작은 종이 세계예요. 문구 중독자들에겐 여기가 진정한 천국이죠.”
프라하의 돌다리 위를 거닐며 물빛에 젖은 채로 우연히 만난 가게 빠뻬로떼. 어쩐지 귀엽고 개구지게 발음하고픈 이름의 이 가게는 2009년, 종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체코의 오리지널 문구 브랜드다. “종이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무한한 자유를 가지고 있어요. 만져보고, 냄새 맡고, 쓰다듬거나 찢을 수도 있다는 점이 특히 매혹적이죠.” 노트, 스케줄러, 엽서, 편지 세트, 파일 등 종이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빠뻬로떼는 문구 하나하나에 또렷한 개성을 뽐내는 데 열심이다. 눈코입을 가진 노트부터 담요처럼 도톰한 커버를 입은 노트까지. 개성이 강한 풍경은 종종 우리를 피로하게 만든다. 그러나 빠뻬로떼는 매력적인 문구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도 묘한 편안함이 감도는 게 특히 인상적이다. 주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듯한 다감함은 ‘노트의 생명은 디자인보다도 그 안에 기록될 기억과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빠뻬로떼의 가치에서 빚어진 따뜻함이 아닐까.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빠뻬로떼에는 ‘희망의 벽Wall of Wishes’이 꾸려졌다. 빠뻬로떼의 종이에 손님이 직접 손글씨를 써서 집게로 벽에 걸어둘 수 있는 일종의 방명록이다. “희망의 벽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적힌 메모도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수수께끼를 하나 가진 것 같아 기뻐요.” 그들의 기쁨을 곱씹으며 희망의 벽에 적어둘 문장을 머릿속으로 가만가만 상상한다. 어떤 색지가 좋을까…. 음, 역시 노란 종이에 초록색 펜이면 좋을 테다.
A. Vojtesska 9, Prague, Czech Republic
H. papelote.cz
O. 월-금요일 11:00-19:00, 토요일 12:00-18:00, 일요일 휴무
PAPELOTE’S NOTEBOOKS
빠뻬로떼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책임감으로 친환경 종이를 선택했다. 이들의 노트는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며,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착한 제품들이다.
PAPER STRAP
전 세계에서 관심을 보인 빠뻬로떼 종이 스트랩은 노트를 고정하고 연필을 끼울 수 있도록 고안된 빠뻬로떼의 발명 문구다. 국제 특허를 받은 이 스트랩은 매장에서 언제나 인기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