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떠난 여행

Travel To Hotel in Bangkok

Travel To Hotel
in Bangkok

호텔로 떠난 여행

방콕에 여행 온 친구를 핑계로, 집에서 겨우 다섯 정거장 떨어져 있는 호텔에서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즐겼다. 늘 오가던 길이었지만 낯선 곳에서 자고 일어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마치 현지인에서 낯선 이방인으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루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호텔에서 뒹굴뒹굴하며 하루를 보냈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었고 친구는 호텔에 있는 큰 화분을 스케치북에 옮겼다. 보통의 여행에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서 밤이 되면 돌아오곤 했는데, 호텔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또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여겨졌다. 방콕 곳곳에는 이렇게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될 만큼 특색 있고 아름다운 곳이 숨어있다.

여행지에서의
나의 집

20대 초반,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아끼고 아껴서 태국 배낭여행을 계획했다. 적은 돈으로 최대한 긴 일정에 여러 도시를 다녀야 했기 때문에 모든 예산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숙소 비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여행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의 후기를 꼼꼼히 읽으면서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를 찾아내느라 며칠 밤을 새웠다. 카오산Khaosan에는 나와 같은 처지의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한 도미토리와 숙소가 많이 있었다. 뜨거운 물은커녕 찬물만 졸졸 나오고 선풍기만이 달린 방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잠을 자야 하는 숙소들이었다. 그래도 1박에 오천 원이라는 가격과 부실하지만 아침 식사까지 제공해주는, 더없이 감사한 숙소들이었다. 덕분에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태국의 여러 도시를 여행할 수 있었다.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과도 친해져 함께 다니기도 했다.

당시에 나에게 숙소는 그저 잠을 자기 위한 곳이었고 무조건 저렴한 숙소를 우선으로 여겼지만, 점점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다니다 보니 숙소를 고르는 기준이 바뀌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호텔의 수영장이 가장 중요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침구가, 또 아침 식사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나는 숙소의 위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숙소의 위치에 따라 전체적인 여행의 일정과 콘셉트가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교통이 편리한 곳이나 시내에서 가까우며, 깨끗하고 안락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곳이 기준이 되어서, 이제는 숙소가 전반적인 여행의 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숙소는 나에게 ‘집’과 같은 곳이다. 여행 중 숙소로 돌아가야 할 때면, “호텔로 가자”란 말 대신 “이제 집에 가자”라고 말하곤 한다.

도미토리와
호텔 사이

방콕으로 이주한 후, 다양한 호텔을 알게 되었다. 저렴한 도미토리부터 하루에 백만 원이 넘는 풀빌라까지, 전 세계 유명 체인 호텔들이 몰려 있는 도시인 방콕은 여행객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간혹 방콕의 호텔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 방대한 선택지 안에서 어떤 호텔을 추천해줘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숙소를 고르는 기준이 바뀌긴 했어도 나에게 호텔은 여전히 그저 잠자리를 제공하는 기능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을 완전히 깨뜨린 사건이 있었다. 도미토리와 호텔 사이의 또 다른 호텔을 발견한 것이다. 하얀 이불이 덮여 있는 침대나 심플한 빌트인 가구로 꾸며진 일반적인 호텔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The Mustang Nero Hotel

A. 1112/91-93 Soi Daimaru Department, KhwaengPhra Khanong, Khet Khlong Toei, Bangkok10110 Thailand

H. facebook.com/themustangnero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이곳의 사진을 보았을 때, 잘 꾸며진 스튜디오나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했다. ‘머스탱 네로’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이 호텔은 방콕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프라카농 역에 자리한다. 객실은 여섯 개뿐인데, 모두 다른 콘셉트로 꾸며졌다.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기저기 배치되어있는 동물 박제들이다. 오너인 조이가 직접 아프리카에서 수집해온 것이다. 거기에 오래된 나무 가구들과 카펫, 빈티지한 오너먼트들이 호텔의 독특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호텔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다. 고양이들은 때때로 객실로 들어와 마치 자기 집인 양 누워있곤 한다. 머스탱 네로는 특별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호텔 예약 시 손님에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채식주의자인지와 음식 알레르기의 여부이다. 조이는 아침마다 직접 손님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며 날마다 조금씩 다른 메뉴를 제공한다.

J. No 14 Lodge

A. 16 Soi Charoen Nakhon 14, Khlong Ton Sai,Khlong San, Bangkok 10600, Thailand

H. facebook.com/jno14.lodgment

J. No 14는 차오프라야 강의 반대편, 여행객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차런나콘Charoen Nakhon 14번 길에 있다. 이곳을 찾아가는 길에 몇 번이나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도무지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주거지역의 작은 골목 끄트머리에서 J. No 14를 발견했다. 호텔로 들어서니 리셉션 대신에 빈티지한 테이블과 의자, 오래된 트렁크들이 쌓여있는 공간이 눈에 띄었다. 마치 19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세트장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오너인 몬 위라논Mon Viranond씨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아들이 창고를 개조해서 함께 만든 공간이다. 남성적이고 무거운 느낌의 인더스트리얼 빈티지를 표방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두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천장에 나 있는 창 덕분에 채광이 좋아 실내인데도 실외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객실은 역시 저마다 조금씩 디자인이 다르다. 철제 프레임의 침대 덕분에 유럽의 한 오래된 집 같은 느낌도 든다. 호텔에는 사람을 좋아하는 애완견들이 손님을 반겨주고, 때때로 길거리 개가 밥을 먹으러 자유롭게 드나들기도 한다.

Oneday Hostel 

A. 51 Sukhumvit Soi 26, Khlong Tan, Khlong Toei,Bangkok 10110, Thailand

H. onedaybkk.com

호스텔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세련된 인테리어의 원데이 호스텔. 스쿰빗 26번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위치상으로도 매력적이고, 도미토리와 침대 룸 등 다양한 형태의 객실을 선택할 수 있어 늘 여행객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호스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로비와 키친이다. 천장에 걸려있는 다양한 열대식물, 밝은 채광, 길게 늘어선 식탁은 킨포크의 식탁을 연상시킨다. 

캐주얼하고 자유로운 호스텔 분위기 덕분에 낯선 외국인이 인사를 건네와도 쑥스러움은 사라지고 금세 친해질 수 있다. 또한, 이 호스텔에서는 여러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호스텔과 붙어있는 까사라핀 x26Casa Lapin x26은 브런치를 즐기려는 ‘방콕커’들이 이른 아침부터 찾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방콕에만 여러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점마다 독특한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카페를 지나면 ‘워크룸’이 있다. 이용 금액을 지급하면 사무 공간과 인터넷, 각종 OA 기계들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으며 한쪽에는 스낵바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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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