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프리 선언

빨대와의 전쟁, 플라스틱 전성시대

플라스틱 프리 선언

빨대와의 전쟁: 플라스틱의 전성시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배경은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다. 당시 정부는 폭력조직을 전면 소탕한다고 선언했고, 무수한 조직폭력배들이 잡혔다. 무언가를 소탕한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해당 대상이 활개를 펼치며 활발하게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2018년 8월, 환경부는 카페 매장 안에서의 일회용 컵 사용 단속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빨대 또한 기존 플라스틱 빨대에서 종이 빨대로 바꾸었다. 이건 하나의 선언이자 대규모 작전이기도 하다. 바로 지금, 플라스틱 전성시대에서 외친다. 빨대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편리와
맞바꾼 것

이번 따라 유난스러운 건 아니다. 일회용품을 줄이자, 나무를 심자, 플라스틱 사용을 멀리하자, 같은 이야기가 들려온 건 아주 오래전부터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쩐지 이번 상황은 이전과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카페 안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하루가 다르게 플라스틱으로 바다 생물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접하면서 그 심각성이 내 몸으로, 피부로 와 닿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와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많은 일회용품을 쓰고 버리길 반복한다. 편의점에서 산 우유와 우유를 마시기 위해 가지고 온 빨대. 우유 뚜껑 껍질과 빨대 껍질은 또다시 분리되니 일회용품의 가짓수는 더욱 늘어난다. 집 앞 분리 수거통을 가득 채운 비닐봉지와 생수병, 배달음식을 담았던 상자와 통들을 보면 우리가 그동안 인지하지 못하고 쓰고 버린 일회용품이 얼마나 많은지 더 잘 알 수 있다.

한번 쓰고 간편하게 버리면 되니 무척이나 편리하다. 말하자면 내가 일회용품과 맞바꾸는 것은 나의 편안함이다. 일회용품은 궁극적으로 무엇과 맞바뀔까. 어느 누군가 그건 환경 파괴라고 누누이 말하곤 했다. 그럼 조금 더 멀리서 보자면, 내가 편안하고자 맞바꾼 것은 무얼까? 간단하다. 환경 파괴다. 

여름을 버티는 게 혹독하고, 가을과 봄이 짧아졌다. 필리핀의 아름다운 바닷가는 쓰레기투성이라 관광객의 방문을 금지했고, 미세먼지 없는 아름다운 하늘은 무척이나 귀해서 사진으로 꼭 찍어 간직한다. 이 모든 걸 누가 나서서 자처했을까. 간단하다. 그건 ‘나’다.

플라스틱과
숫자들

1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원료 연간 소비량은 132톤으로, 세계 1위 차지했다.

2
우리나라의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연간 61.97킬로그램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420
한국인 1인당 연간 비닐 사용 개수는 평균 420개로 추정된다.

100
그리고 그 숫자는 핀란드의 100배에 달한다.

7
북태평양 바다에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섬 하나가 있다. 그 섬의 이름은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다.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인 것. 현재 남한 면적의 15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조 8000억
그리고 그곳의 쓰레기 개수는 1조 8000억 개로 추정된다. 

5
플라스틱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 5분. 

500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 500년.

4
일회용 쓰레기 중 재활용으로 사용되는 비율은 4퍼센트. 

95
일회용 쓰레기 중 95퍼센트가 매립된다.

70
심해어 7종의 70퍼센트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2017
중국이 2017년,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수입 중단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6년에만 무려 730만 톤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을 수입했다. 하지만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재활용 폐기물 대란이 발생했다. 전세계적인 일회용품 사용 규제의 방아쇠를 당긴 사건으로 꼽힌다.

25
전 세계에서 중국으로 보낸 쓰레기 비율은 전체의 25퍼센트에 달했다.

8
국내에서도 올해 8월부터 카페 매장 내부에서는 일회용 컵 제공을 금지했다.

200
카페 안에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면 횟수와 영업장 면적, 이용 인원에 따라 최대 2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100
만 연간 플라스틱 섭취로 죽어가는 바닷새의 수, 100만 마리.

257
한 사람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일회용 컵 평균 개수.

93
전 세계 생수의 93퍼센트가 물 자체, 또는 플라스틱 용기 등으로 인해 오염됐다고 한다. 

2050
환경운동가들이 바다가 물 반, 쓰레기 반이 될 거라고 예상하는 시기.

2020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하겠다고 선언한 목표 연도.

당신의 손으로
완성한

뉴욕으로 가보자. 그곳에는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콜린 베번Colin Beavan과 그의 가족이 살고 있다. 콜린을 포함하여 아내인 미셸과 딸, 세 가족은 ‘노 임팩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하고, 이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다. 내용인즉슨 환경에 무해한 생활을 이어가면서 하루하루를 낱낱이 기록하려는 것이었다. 지구에 선명해진 인간의 발자국을 지우고, 자연의 원형을 보존하려는 마음을 담으면서. TV를 버리고, 쇼핑을 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지역에서 나온 농산물만 사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기 사용을 금지하고 쓰레기 배출 제로를 목표로 두었다. 그들은 모든 활동을 간소화하며 1년을 지내기로 한다. 쇼핑 천국이자 소비 과잉의 뉴욕에서 과연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결코 쉽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커피가 나지 않기 때문에 미셸은 커피를 끊어야 했고, 금단증상으로 예민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를 종종 내곤 했다.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재료도 한정적이어서 늘 비슷한 메뉴를 먹었고, 휴지를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을 땐 위생 개념이 없다며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가족들은 화를 냈고 위태로웠다. 하지만 동시에 진정한 ‘함께’를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기에 욕조에 물을 담아 세 가족이 빨랫감을 밟았고, 불을 켜지 않는 밤에는 TV와 거리를 두고 몸 동작을 알아맞히는 게임을 하거나, 초를 켜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밤에는 이웃이나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콜린과 그의 가족 이야기는 많은 지지와 응원을 얻었다. 뉴욕에서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인다며 많은 이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영화와 책을 통해 콜린이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우리가 콜린이 되라는 말이 결코 아닐 것이다. 늦은 밤 TV를 봐도 좋고,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커피와 뉴질랜드산 과일을 먹어도 좋다. 다만 잊지 말 것은 쓸데없는 것을 줄여 모든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 이것 하나다. TV를 보지만 잘 땐 꼭 끄고 잠들고, 먼 원산지의 커피와 과일은 먹지만 최대한 탄소 배출이 적은 지역 상품을 소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보다 가볍고, 생각보다 간단하다. ‘콜린이기 때문에, 콜린이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에, 콜린이 유난히 근면 성실하기 때문에’와 같이 그의 행동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타자화시켜서는 안 된다. 모든 걸 다 바꾸고, 멈추고, 멀리할 수 없어도 최소화하고 양심을 돌이켜 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차츰 완성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때 우리의 ‘인간다운’ 삶을 찾게 될 테니까.

환경을 걱정하는
영화들

노 임팩트 맨
로라 가버트, 저스틴 쉐인ㅣ다큐멘터리

“도시에서 살지만 환경을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콜린’은 1년 동안 가족들과 함께 지구에 무해한 생활을 하기로 했다. 전기를 끊고, 손빨래를 하고, 지역에서 나온 농산물만 먹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불편함을 자처하는 생활의 모습이 말 그대로 무척 불편해 보이지만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들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편리를 벗어던지고 싶어지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불편한 진실
데이비스 구겐하임ㅣ다큐멘터리

“미지근한 물을 점점 가열할 때 그 안에 들어 있는 개구리는 뛰쳐나올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과연 개구리가 되고 말 것인가요?”

기상이변으로 심각한 환경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자랑하는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빙하의 융해는 곧바로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미국 전 부통령이자 환경운동가인 ‘엘 고어’는 모든 지식과 정보가 축약된 강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의 생활이 당장 불편해진다. 그리고 환경 보호는 거기서 시작된다.

산호초를 따라서
제프 올롭스키ㅣ다큐멘터리

“저 아래 놓여 있는 것이, 비로소 우리 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첫 시작은 산호초의 탈색 과정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살려달라고 SOS 신호를 보내는 산호초의 변화를 기록할, 사상 첫 타임랩스 카메라를 발명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광고인, 자칭 산호초 마니아, 일류 카메라 디자이너,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물학자들이 모여 서로의 지식과 상식, 지혜를 한데 모으기로 했다.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장면과 함께 바닷속 풍경을 담은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비포 더 플러드
피셔 스티븐스ㅣ다큐멘터리

“저는 이 동물들이 없는 지구에서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이자 환경운동가, UN 평화대사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내레이터이자 주연으로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변화를 조망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각국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준다. 그는 내내 이야기를 이끌어 가며 버락 오바마, 프란치스코 교황, 엘론 머스크, 환경학자와 과학자, 정치인과 종교인을 만나며 지구온난화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우릴 대신한 질문을 담은 여러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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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