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새로운 발견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Plastic : Remaking Our World〉의 포스터 속 원은 얼핏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 지구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 안의 색과 질감이 플라스틱과 닮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인류가 발명한 플라스틱이 온 지구를 덮고 있는 지금,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혹은 너무 막연해서 외면했던 이 익숙한 소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플라스틱의 명과 암 가운데서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우리 중 대부분은 날마다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폴리에스터소재의 옷을 입고, 플라스틱 부품이 쓰인 자동차를 탈 것이다. 일상을 점령한 거대한 존재감 앞에 ‘환경오염의 주범’이나 ‘썩지 않는 쓰레기’ 같은 부정적인 수식어는 금세 무색해지고 만다. 플라스틱을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이제는 어떤 방법을 써도 영영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 함께하는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은 과거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환경 파괴의 중심에 서 있는 플라스틱의 양면성에 주목하는 전시다. 플라스틱의 탄생 배경부터 현재까지의 변천사를 시간순으로 들여다보고, 인류와 플라스틱이 현명하게 공존하는 데 필요한 디자인의 역할을 탐구한다. 전시 마지막 무렵에는 폐플라스틱을 수소 에너지로 개발하는 기술(P2H)을 포함해 현대자동차가 친환경 신소재에 기울이는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을 순회하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트래블링 전시를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공간에 알맞게 구성해 완성도를 높였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큐레이터 미아 호프만은 이번 전시에 관해 이렇게 전했다. “플라스틱이 무조건 나쁘다고 묘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너무나 오랫동안 녹아들어서 그걸 떼어놓고 생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에 타고 온 비행기에도 플라스틱이 쓰였고, 매일같이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포함되어 있어요. 팬데믹 기간 의료용품과 의약품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플라스틱을 조명하는 것은 아주 다층적인 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전시를 보시는 분들도 본인이 어떻게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는지,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축복에서 저주가 되기까지

전시는 2층에서부터 시작된다. 연대기 순으로 구성된 네 개의 섹션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과거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현재 상황을 직접 공감하게 한다. 

첫째 섹션인 ‘칼파Kalpa’는 영상 설치 작품으로 9분여간 상영된다. 태초의 해양 미생물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억 년 후 석유 형태로 발견되고, 플라스틱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 해양 생태계가 오염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익숙함에 묻혀 있던 플라스틱에 관한 의식을 깨워준다. 

둘째 섹션 ‘신 세티카Synthetica 합성 물질의 시대’는 본격적인 플라스틱의 탄생 과정을 담고 있다. 상아, 천연고무 같은 자연 소재 로 물건을 만들던 유럽인들이 19세기 산업화 이후 반합성 플라스틱을 발명한 것이다. 머지않아 100퍼센트 합성 플라스틱으로 제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바야흐로 ‘플라스틱 시대’가 열린다. 

셋째 섹션은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페트로모더니티Petromodernity 석유화학의 시대’에서는 플라스틱 기술이 한층 더 발전되었음을 보여준다. 1920년대 석유화학 산업의 활성화로 새로운 소재가 빠르게 개발되었고, 더욱 다양하고 접근성이 높아진 플라스틱 제품들은 인류의 생활 양식에 엄청난 혁신을 일으켰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도 플라스틱은 갖가지 군사용품에 활용되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플라스틱 소비가 긍정적으로 여겨지던 시기를 지나 ‘플라스티신Plasticene 플라스틱의 시대’에 와서야 비로소 우리는 무분별한 사용이 초래한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인류의 안전과 직결되는 의료용품처럼 필수적인 사용처도 많지만, 그보다는 의미 없이 쓰이고 버려져 지구 환경을 망치는 편이 압도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불과 몇십 년 사이에 플라스틱은 축복에서 저주로 바뀌었다. 

급격히 빠른 속도로 퍼진 저주를 풀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넷째 섹션인 ‘다시 만들다 RE-’에 녹아 있다. 개인을 넘어 세계의 디자이너와 과학자, 정치가, 기업 등이 플라스틱 선순환을 이루어 내기 위해 한방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진열된 재활용이 가능한 의자나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신소재들이 새 로운 가능성의 시작이다.

현대자동차가 플라스틱을 대하는 방법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전시 가 던지는 질문 뒤에 현대자동차는 짧은 답을 달았다. 현대 자동차가 플라스틱을 포함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한 연구를 볼 수 있는 섹션 5와 6이 그 답이다. ‘현대자동차의 친환경 신소재’ 섹션을 관람하기 위해 3층 으로 오르면 ‘아이오닉’ 차체의 일부가 벽면에 진열되어 있다. 눈여겨볼 주인공은 바로 자동차 제조에 쓰인 재활용·친 환경 소재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시트와 폐어망 으로 제작한 카펫 그리고 폐타이어를 가공해 만든 도료로 도색한 내·외장재 등이 그것이다. 체험형 섹션인 ‘프레셔스 플라스틱과 P2H 워크숍’에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플라스틱에서 순도 99.99퍼센트의 수소를 추출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P2HPlastic-to-Hydrogen 공정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데이브 하켄스의 프레셔스 플라스틱 프로젝트를 통해 폐플라스틱 뚜껑을 녹여 새로운 오브제로 재탄생시키는 시 연도 관람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시대에 발맞춘 글로벌 기업의 의무를 보여주며, 자동차의 디자인과 기능만을 우선 고려 대상으로 삼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어 준다. 친환경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과 과감한 도전 으로 소비자의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바로 현대 자동차의 다음 대답일지 모른다.

디자인의 힘을 믿다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비전과 방향성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공간이다. 2021년, 국내 네 번째로 개관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은 ‘Design to live by(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인의 힘)’라 는 콘셉트 안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전시를 선보이며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의 협업 또한 ‘디자인 혁신이 일상생활 속 기술에 가져올 긍정적 영향의 탐구’를 목표로, 보다 폭넓은 주제의 전시를 통해 끊임없이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현대자동차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은 언제나 공간을 찾은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 관람객들은 이 공간을 둘러보며 계속해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익숙한 것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여행길에 한 번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 방 문하기를 추천하는 이유다.

Plastic: Remaking Our World 플라스틱, 새로운 발견
2024. 8. 29.―2025. 5. 25.

 

H. 부산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O. 매월 첫째 주 월요일·신정·명절 당일 및 익일 제외 10: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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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