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시크릿 클래스

돌아온 흑 선생

돌아온 흑 선생

컬러 시크릿 클래스

아침을 맞이하고 잠에 들기까지, 도저히 무색의 세상을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는 정치를 위해, 또 누군가는 마음의 치유를 위해, 다양한 목적으로 색깔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클래스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깊이, 색깔과 인간의 교집합을 말해보려고 합니다.

흑 선생을
말할 것 같으면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초면인데 왜 오랜만이냐고요? 바로 제가 ‘영화’ 편에서 책, 음악 등에서 영화의 비밀을 밝힌 ‘필 선생’이었고, ‘자연’ 편에서 도시락 레시피를 소개한 ‘양평동 옥상 선생’이었다는 사실! 이렇게 보니 낯이 익죠? 제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짧게 소개해보았습니다. 이번 수업에선 색깔에 관한 흥미로운 비밀을 알려드릴까 해요. 색깔은 언제 어디서든,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먹고 어떤 사람을 좋아하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만큼 색깔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건 어려울 거예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가벼운 퀴즈 하나를 내볼게요. 클래스에서 제 이름은 ‘흑 선생’입니다. 맞아요, 바로 검정색을 뜻하는데요. 왜 검정색일까요? 눈치챘겠지만 검정색은 모든 색깔을 다 더했을 때 나오는 색입니다. 모든 빛을 합쳤을 때 하얀색이 된다면, 모든 색을 합쳤을 땐 검정색이 되는 거죠. 색깔들의 교집합인 검정색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죠?

각 고유의 색은 시신경을 통해서 뇌가 인지하고, 중추신경계에서 수천억 개에 달하는 세포들이 바쁘게 미세한 정보들을 교류하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색에 의한 자극을 받게 되는 겁니다. 무엇보다 색깔은 사람에게 아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사회적 도구이기도 해요. 색깔만으로도 인간은 정서적, 육체적으로 다각적인 영향을 받게 되죠. 어떤 대상의 색깔은 사람들의 기분과 감정을 좌지우지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컬러 테라피에서는 색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성질을 심리 치료와 의학에 활용하고 있어요. 색채가 뇌 속의 시상하부를 자극하고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에 영향을 주는 거죠. 그리고 이런 영향은 체온과 혈압, 소화기관까지 이어집니다.
이론적인 이야기가 조금 지루했나요? 이제 본격적으로 색깔과 인간의 교집합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아주 흥미진진한 비밀을 살짝 공개하는 거니까 집중해주셔야 합니다. 집중!

COLOR AND DREAM
꿈의 색깔은

사람들은 자면서 꿈을 꿉니다. 내재된 욕구가 꿈을 통해서 해소되기도 하고, 외부 세계에서 자극받은 것들이 나타나기도 하죠. 꿈과 색깔의 경계에는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에 흑백텔레비전과 흑백영화를 본 아이들은 흑백 꿈을 꾸면서 자란다고 합니다. 1915년부터 1950년대까지 진행된 연구에서 대부분의 꿈은 정의한 데 비해, 1960년대부터 유색 꿈이 80퍼센트를 차지했다는 변화를 통해서도 컬러텔레비전의 영향을 가늠할 수 있겠죠. 이 시기가 컬러텔레비전이 등장하고 보편화, 대중화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미디어가 유색 꿈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 관하여 다양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하니 흥미롭고 재미있는 가설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다양한 세대가 컬러텔레비전을 보는데, 왜 유독 아동기만 강조했을까요? 여기서는 ‘각인된 마음 상태Imprinted Mind’라는 개념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아동기에 영상을 접하는 것이 다른 시기보다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그 영향이 당사자의 꿈꾸는 방식을 결정하는 거고요. 비록 하루에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얼마 되지 않더라도 정서적인 교감이나 집중한 정도가 훨씬 더 강렬하게 남는 거예요. 그렇게 마음에 크고 깊은 자국Imprint이 남는 거고요. 인간이 본래 환경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이 연구는 어쩐지 조금 더 특별하고 재미있게 들리죠?

문장으로 색깔 말하기

풍경을 생생하게 표현한 소설 속 문장을 소개합니다.

뭐랄지 부드러운 색깔이 내 몸을 쓰다듬을 것처럼 좁은 길이었다. 빽빽하게 들어서 집을 화재로부터 지켜준다는 나무 숲 속을, 그 풍성한 나뭇잎의 색채 아래를, 우리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천천히 걸었다.

–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의 뚜껑》 중에서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하늘이 서서히 밝아 왔지만 도시는 별빛이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아서, 갈립은 밤이 끝나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다. 갈립은 추위에 떨면서 아래로 보이는 사원, 콘크리트 흉물, 굴뚝 연기에 비치는 빛이 도시 밖이 아니라 도시 안에서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형태를 갖추어 가는 행성의 표면을 보고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원의 돔으로 덮여 있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된 도시의 조각들, 콘크리트, 돌, 기와, 나무, 플렉시 유리가 천천히 열리고 그 틈 사이로 신비스러운 지하 세계의 불꽃색 광명이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 오르한 파묵, 《검은 책》 중에서

나는 건물의 문을 지나서 시간제한등을 켰다. 낡은 바닥돌이 검은색과 회색의 장미 무늬였던 복도, 쇠로 된 그물, 받침벽, 노란 벽의 우편함들, 그리고 여전히 풍기는 저 돼지기름 냄새. 내가 두 눈을 감고 내 열 손가락을 이마에 붙인 채 정신을 집중한다면 아마도 저 먼 곳에서 그녀의 샌들이 딸깍 거리며 층계를 오르고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중에서

COLOR AND FOOD
먹지 마세요 눈에게 양보하세요

입이 아니라 눈으로 먹는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보통은 맛있는 음식만큼 정갈하고 깔끔한 상차림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실제로 눈도 음식을 먹는답니다. 색깔은 사람들이 음식을 고를 때부터 맛을 느끼는 방식, 심지어 배고픔의 상태까지 영향을 줍니다. 이를테면 빨간색 계열은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흥분시켜서 호흡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며 맥박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그래서 빨간색을 보고 있으면 더 허기진 느낌이 들고 식욕이 살아난답니다. 패스트푸드점을 상징하는 색깔로 빨간색을 많이 쓰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했다고 해요. 또한 노란색은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음식점 인테리어에서 노란 조명을 가장 많이 쓴다고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겠죠? 빨간색과 반대로 초록색은 혈액 내 히스타민의 비율을 높이고 혈관을 확장시켜서 많은 양의 혈액이 공급되도록 도와준다고 해요. 그래서 충동적인 식욕도 억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지요. 맛은 혀로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서 얻은 정보를 종합해 느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릇에 따라 음식 맛을 다르게 느끼기도 해요. 

한 실험에서는 똑같은 맛이 나는 커피를 투명한 유리잔, 흰색 머그잔, 파란색 머그잔에 각각 담아 피실험자들에게 맛보게 했어요. 그리고 가장 단맛이 나는 커피를 고르라고 했죠. 그러자 사람들은 파란색 머그잔에 들어 있는 커피를 가장 달콤하다고 꼽았습니다. 파란색이 커피의 갈색 농도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서 파란색 잔에 담긴 커피를 덜 쓰다고 느낀 것이죠. 또 다른 실험에서는 음식 색깔을 바꿔보았어요. 첫 번째 실험은 블라인드 테스트로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주어진 주스가 오렌지 주스 맛이 나는지를 물었죠. 그러자 다섯 명의 피실험자 중 한 명만이 오렌지 주스 맛이 난다고 대답했습니다. 여기서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이 오렌지 주스의 정체는 바로 라임 주스였어요. 그리고 두 번째 실험에서는 이 주스를 오렌지색으로 바꿔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오렌지 주스 색깔의 주스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고, 다섯 명 중 세 명의 실험자가 오렌지 주스 맛이 난다고 대답했답니다. 모든 감각기관이 자기의 소임을 다하고 있지만, 눈으로 확인한 정보가 지배적이라는 게 참 인상적인 실험이었어요. 아마 색깔에는 그 맛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눈으로 먹는다는 말, 이제 더 이해가 가죠?

문장으로 색깔 말하기

음식을 생생하게 묘사한 소설 속 문장을 소개합니다.

나는 편애하는 계란 프라이에 대해 생각하고 만다. 어렸을 때, 거뭇거뭇하고 묵직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계란 프라이를 멋지게 구웠었다. 노릇노릇한 테두리는 프릴이나 레이스처럼 물결치고, 흰자는 올록볼록해도 노른자는 적당히 익은 계란 프라이. 접시에 옮길 때면 노른자가 터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아무리 조마조마해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 에쿠니 가오리, 《부드러운 양상추》 중에서

잘 마른 굴비도 껍질과 살 사이에는 기름기가 많아 북어처럼 메마르지 않았다. 점심 반찬을 하려고 짝짝 찢고 나면 손바닥에 기름이 흘렀고 육질은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단단하게 잘 마른 알맛은 조금 맛본 어란맛 못지 않았고, 빛깔은 투명한 조니 워커 빛깔이었다. 시어머니는 당신이 생선 대가리나 꽁지를 차지할지언정 아들과 며느리를 음식으로 층하하는 일이 없었는데도 어란만은 아들만 먹이려는지 깊이 껴두어 나는 조금밖에 맛보지 못했다.

– 박완서, 《그 남자네 집》 중에서

‘빙수에는 바나나 물이나 오렌지 물을 쳐 먹는 이가 있지만, 얼음 맛을 정말 고맙게 해주는 것은 새빨간 딸기 물이다. 사랑하는 이의 보드라운 혀끝 맛 같은 맛을 얼음에 채운 맛! 옳다, 그 맛이다. 그냥 전신이 녹아 아스라지는 것같이 싱긋-하고도 보드랍고도 달콤한 맛이니, 어리광 부리는 아기처럼 딸기 탄 얼음물에 혀끝을 가만히 담그고 두 눈을 스르르 감는 사람, 그가 참말 빙수 맛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중략) 얼음은 갈아서 꼭꼭 뭉쳐도 안 된다. 얼음발이 굵어서 싸래기를 혀에 대는 것 같아서는 더구나 못쓴다. 겨울에 함박같이 쏟아지는 눈발을 혓바닥 위에 받는 것같이 고와야 한다. 길거리에서 파는 솜사탕 같아야 한다.’

– 방정환, 《빙수》 중에서

여왕이 병에서 눈 위로 한 방울 더 떨어뜨리자, 순식간에 초록색 실크 리본으로 묶여 있는 둥근 상자가 나타났는데, 상자를 열자 최고의 터키시 딜라이트 몇 파운드가 들어있었다. 사탕은 가운데까지 모두 달고 가벼웠으며, 에드먼드는 이보다 더 맛있는 것을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없었다.

– 크리스틴 다치필드,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중에서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 백석, 《국수》 중에서

어린 샐은 베리를 세 개 따서 작은 주석 통에 떨어뜨렸다… 통, 통, 통! 샐은 베리를 세 개 더 따서 먹었다. 그리고 나서 베리를 더 따서 통에 베리 하나를 떨어뜨렸다. 통! 그리고 나머지는 먹었다. 그러고 나서 어린 샐은 통에 있던 베리 4개를 모두 먹었다. 

– 로버트 맥클로스키, 《블루베리 따는 샐》 중에서

COLOR AND FEELING
색깔만이 우리를 위로해

현대인의 대부분은 각기 다른 크기의 우울증을 끌어안고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나름의 사정이 담겨 이름도, 내용도, 무게도 다른 우울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죠. 걱정의 길이는 잠들지 못한 밤의 길이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지금, 색깔로 그 마음을 달래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색깔이 사람에게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을 포근하게 달래줄 색깔의 비밀을 말씀드릴게요. 빨간색 계열과 달리 파란색 계열은 부교감신경을 흥분시켜요. 사람의 심리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신경전달물질을 뿜어내도록 유도하는 거죠. 이로써 맥박이 안정되고 호흡이 깊어지면서 동시에 길어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2000년 영국 글래스고 지역에서는 길거리에 파란색 조명을 두자 범죄발생률이 현저하게 줄었대요. 갈색 계열의 색깔은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세로토닌의 합성을 도와서 만성피로를 개선해준다고 하고요. 감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조금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볼게요. 노란색의 경우 멀미를 유발할 수 있어서 비행기 내부에서는 노란색 사용을 기피한다고 해요. 또 같은 규모의 상자여도 초록색보다 검정색이 더욱 무거워 보인다고 합니다. 

색깔 하나로 마음 상태가 바뀌는 게 정말 신기하죠? 앞으로 여행을 하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쇼핑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영화를 볼 때, 색깔을 더욱 유의해서 관찰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더욱 일상이 즐거운 발견으로 가득할 거예요. 컬러풀 원더풀 라이프, 오예!

영화로 색깔 말하기

감정을 나타낸 색깔이 풍요로웠던 영화 네 편을 소개합니다.

BLUEㅣ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ㅣ2018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족 별장에 여름이 찾아왔다. 이 여름은 아주 짧고 강렬해서 모든 것을 집어 삼킬 힘을 가졌다. 엘리오는 어느 날 별장을 찾은 올리버와 사랑에 빠지고 그들을 바라보는 파란 하늘은 여름을 내내 지키고 있다. 푸른 호수에서의 수영을 하고, 초록빛 잔디 위에서 낮잠은 자며 둘만의 시간은 조금씩 굳건해져 간다. 누군가의 이름은 어떤 색깔을 머금고 있는 것일지도.

GREENㅣ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실뱅 쇼메ㅣ2014

어릴 적 부모를 잃은 폴은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모들은 그를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서른 셋의 나이로 폴은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해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찾게 된다. 그녀가 키우는 푸르른 작물을 먹으며 지나간 시절의 기억을 찾게 된다. 그녀의 비밀정원 사이로 깃든 감정이 조금씩 자라난다.

PINKㅣ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ㅣ2014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의 부자 마담 D.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그녀의 연인이자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인 구스타브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로비보이 제로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진한 분홍색은 미스터리를 오묘하게 감싸며 알 수 없는 혼돈을 자아낸다. 비밀로 잔뜩 범벅이 된 이 곳의 진의를 조금씩 찾아 나간다.

PURPLEㅣ플로리다 프로젝트
션 베이커ㅣ2018

보랏빛 모텔 매직 캐슬은 여섯 살짜리 꼬마 무니와 친구들에게 환상의 모험지가 된다. 이곳은 마법의 성을 지칭하는 이름과 달리 가난과 알코올 중독, 아동성애자 등으로 시달리는 모습이 건너편의 디즈니 월드 매직캐슬과 대비된다. 아이들의 눈에 비춰지는 세상은 천진한 보랏빛이지만 그 안으로 감춰진 어른들의 이야기는 날이 매섭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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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자연

일러스트 최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