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말 거는 사진이 있다

TODD HIDO | 토드 히도

그의 사진은 늘 어둠이거나 얼룩 속에 있다. 빳빳하게 다려진 토드 히도의 밤은 어떤 말도 하지 않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말을 건네기도 한다. 농도 짙은 발광의 밤. 한 철학자의 말처럼 그의 사진은, 침묵 자체가 이야기한다.

INTERVIEW
Todd Hido

웨일스 여행을 다녀왔다고요. 물론 카메라를 들고 갔겠죠?
이번 웨일스 여행은 사실 사진 촬영을 위한 것은 아니었어요. 행사 참석차 방문했던 것이었지요. 그런데 질문을 받으니 꼭 그곳에서 무언가를 촬영했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네요(웃음).

사진 촬영을 위해 따로 여행을 떠나는 편인가요?
물론이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여행을 떠나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에요. 최근에 방문한 곳은 캘리포니아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워싱턴 주였어요. 그곳에서 렌트한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죠. 촬영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을 다니며 사진 찍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스튜디오에 있을 때는 처리해야 할 다른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서 좋아하는 작업을 할 수가 없거든요.

여행을 하면서 주로 어떤 것을 카메라에 담나요?
제가 좋아하는 피사체는 자연 풍경이에요. 하지만 내외관이 특이하게 느껴지는 집들 또한 쉽게 지나치지 못하죠. 보통 저는 버려지거나 엉망이 된 장소들은 피하는 편이에요. 망가지고 손상된 곳들은 진부하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불에 탄 집의 내부를 촬영했어요. 무언가 알 수 없는 것들이 저를 안으로 들어오라고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 집 대문의 바깥쪽은 불이 났던 흔적으로 검게 그을려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안쪽은 멀쩡한 모습이라 호기심을 일으켰어요. 특히 이 두 이미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요. 원래부터 있었던 연기의 윤곽선과 불을 끄기 위한 물줄기 자국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당신의 사진을 보면 미스테리한 기분이 들어요.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의 영화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주로 어디에서 작업의 영감을 받나요?
저만의 사진 분위기를 갖게 된 이유를 수년에 걸쳐 알아냈어요. 그건 바로 어린 시절 겪었던 감정과 경험들이었죠. 말씀하신 미스테리한 기분이라는 건 아마 제가 그 시절 느꼈던 감정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작업을 할 때는 그런 경험들을 끌어내어 작업하는 편이에요. 제 사진과 저의 어린 시절은 아주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사진을 찍기 위해 연출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무언가 스스로 오기까지 기다리는 편인가요?
저는 사진을 찍는 데 두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차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는 거예요. 감동을 주는 대상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바로 촬영을 하는 거죠. 이때 중요한 점은 빛과 날씨가 제가 의도했던 바에 부합해야 한다는 거예요. 만약 제가 원하는 요소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촬영을 하지 않아요. 두 번째는 초상화를 그리듯 주변 환경 모든 것을 연출하는 거예요. 장소를 선택하고 거기에 맞는 모델의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도 준비해야 하죠.

저는 당신의 작품 중에 ‘1432b’를 특히 좋아해요. 하나의 작품만 골라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작품을 선택할 건가요?
사진작가에게 최고의 작품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는 건 부모에게 자식들 중 한 명의 아이를 선택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요청 같네요. 하지만 꼭 해야만 한다면 ‘2690’을 꼽을게요. 그 사진은 은유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미국 외곽지역에 대해 제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다 담겨있어요. 사진을 볼까요? 하얀색 펜스는 더 이상 흰색이 아니죠. 색이 바랬어요. 페인트 도색은 벗겨졌고 전혀 안정감을 주지도 않아요. 울타리 안의 집은 분명 오래되어 낡았지만 그만의 고유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어요. 완벽하고 깔끔한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에요. 따뜻함과 차가움처럼 서로 반대되는 색이 함께 어우러질 때 확실히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해요. 오래된 규칙이죠. ‘2690’이야말로 바로 그런 규칙을 설명해주기에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했나요?
저는 여러 가지 장르의 사진을 돌아가면서 찍는 편이에요. 가끔은 한밤중의 집의 모습이나 풍경, 인테리어, 사람들을 주제로 한 사진을 한 주 동안에 모두 찍을 때도 있고요. 최근 ‘Excerpts from Silver Meadows’라는 프로젝트에서는 소소한 일상 속 사진을 주제로 찍기도 했어요. 이 사진 촬영을 통해 저의 작품에 더 넓고 깊은 서사적 요소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이미지에 복잡한 시퀀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죠. 

지금 계획하고 있는 다른 시리즈가 있나요?
저는 현재 두 가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어요. 하나는 ‘친밀한 사이nti￾mate Distance’라는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는 거고요. 두 번째는 ‘불을 찾아다니는 그을린 아이A Burnt Child Seeks the Flame’라는 프로젝트예요. 미국 교외를 배경으로 그곳의 사랑과 생활 밑바닥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심오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그려질 듯하네요.

어떤 사진가들은 사진을 찍은 후에 보정을 최소화하거나 꺼리는 경우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제 작품 역시 원본의 명도를 바꾼다거나 내용적인 부분에 변화를 주지는 않아요. 그러나 제 마음에 들 때까지 전반적인 색채를 조정할 때는 있어요. 지나치게 어두운 색깔이 나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편이죠.

당신에게 영향을 주는 사진가나 시리즈가 있나요?
언젠가 에밋 고윈Emmett Gowin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의 영향을 받을 때 더없이 행복하다.” 저 역시 특정한 하나를 꼽을 수는 없고, 집이나 스튜디오에 가지고 있는 수천 권의 사진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영향을 받아요. 저는 종종 사진집 중 하나를 뽑아와 특정 페이지를 펼쳐요. 그러면 페이지 속 이미지는 저의 잠재의식을 파고들죠.

사용하는 카메라를 소개해주세요.
함께 작업한 모델 한 명이 저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모든 카메라는 각기 다른 페인트 브러시 같아요.” 사진가 그 누구도 많고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에 대해 토를 단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카메라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이야기겠죠. 저는 최근에 ‘니콘 D800’과 ‘126 인스타매틱 아날로그’ 카메라로 돌아가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이것들은 매우 실용적이라 거의 모든 것들을 촬영할 수 있어요. 그리고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본 대부분의 작품들은 ‘펜탁스 6×7’로 촬영한 걸 거예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당신에게 ‘집’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집이란 굉장히 중요한 장소예요. 집은 제가 밖에 나가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의 베이스가 되는 곳이고,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하죠. 충전하고 영감을 얻기 위해 돌아오는 장소이기도 해요.

1432b

2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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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건태

사진 토드 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