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마을 이야기

성미산 마을 공동체

생면부지의 개인들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의 이름은 ‘성미산 마을’. 어딘가 낯이 익은 지명이지만 실제 지도 속에는 등장하지 않는 이름이다. 아이를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다는 고민이 옆으로, 또 옆으로 퍼져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들은 육아와 주거, 먹거리, 환경, 취미를 공유하며 스스로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담아두었다. 겉으로 보기에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는 조용한 공간이지만, 관계는 공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었다. 과연 그 마을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INTERVIEW
‘(재)사람과 마을’ 길눈이 팀장 사슴 님

마을에 대하여

성미산 마을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성미산 마을은 처음 육아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아이를 키우다가 보낼 곳이 마땅치 않자 ‘그럼 우리가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한 것이 ‘공동육아협동조합 우리어린이집’이었어요. 그게 1994년의 일이니까 벌써 22년이 흘렀네요. 그 뒤로 ‘날으는 어린이집’과 ‘도토리방과후 어린이집’ 등 그 수가 늘어나면서 ‘마포두레생협’과 같은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게 되었고, 현재는 70개가 넘는 독립적인 커뮤니티를 포함하는 하나의 공동체 마을이 되었어요. 마을기업 중 하나인 ‘작은나무’ 카페 역시 아이의 아토피 때문에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찾다가 탄생하게 된 경우고, 좋은 먹거리를 고민하던 가구들이 모여 만든 ‘울림두레생협’은 현재 9,000가구 이상의 조합원이 이용하는 곳으로 발전했어요. 처음 육아로부터 시작된 고민이 점차 생활 전반으로 확장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성미산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은 아니던데, 공간으로 마을을 구분하는 게 아닌가요?
대개 망원동과 성산1동, 연남동, 서교동 쪽 주민들이 성미산 마을에 속해있다고 보지만 공간만으로 성미산 마을을 경계 지을 수는 없어요. 저희는 특별히 회원제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 독립적인 커뮤니티 안에서 활동을 하면 구성원이 되고, 이곳에 거주하더라도 활동하지 않으면 구성원이 아닌 거겠죠.

강제성이 없다면 마을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을 듯한데, 20년 이상을 이어온 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람이에요. 사람과 사람이 있고 그 사이에 관계가 맺어지죠. 그럼 그 관계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가 있는 거고요. 비슷한 생각과 취향을 가지고 모였다 해도 구성원 모두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으니 갈등은 늘 있죠. 하지만 갈등 자체가 두려운 건 아니에요. 치열하게 싸우고 치열하게 풀고, 그 과정 속에서 어른들도 조금씩 커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과 마주할 때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함께 가기 어렵겠구나, 하는 것을 배우는 거죠.

그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들이 필요할 거 같아요.
초창기에는 알음알음 역할을 분담했지만 마을의 규모가 커지자 조금 체계적으로 진행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그렇게 생긴 것이 지난 2007년부터 활동하게 된 비영리 단체 ‘사람과 마을’이에요. 마을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나 행사를 진행할 때 협의체 및 연락책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갑자기 든 생각은 마을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 단단한 공동체를 구성한다면, 그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배타적인 관계도 생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저희 스스로가 공동체 바깥의 사람들을 배척한 적은 없지만 종종 이곳의 다른 주민들이 어쩌면 배타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럼 저희는 그걸 수용하고 완화하려는 노력들을 하죠. 축제를 기획한다거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드는 거예요. 그 외에도 ‘마포희망나눔’이라고 해서 자발적으로 오천 원, 만 원씩 모아 복지관을 만들었어요. 홀몸 어르신이나 한부모가정의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기획하는 거죠. 늘 무언가를 함께하지는 않아도 ‘성미산 지키기’ 같은 마을 현안에 관한 문제는 지역 주민과 함께 회의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사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처음 마을에 대해서 접했어요. 그때 가장 큰 이슈가 ‘성미산 지키기’였죠. 그 배경을 이야기해주세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성미산의 일부가 사유지였어요. 땅의 주인이었던 사학재단 측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그곳에 학교를 짓는다고 나선 거죠. 당시에 저희는 개발을 반대하는 쪽이었어요. 먼저 성미산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주민들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공익을 위한 사업은 여러 가지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한다고 판단했던 거죠. 더구나 성미산은 비오톱Biotope 1등급 지역으로, 딱따구리가 살고 생태숲으로 인정받아 상도 받은 곳이었어요. 저희는 대안을 찾아보자 제안하며 촛불 문화제와 100인 합창단 같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반대를 했으나 결국 나무가 베어졌죠. 저희는 상실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일부 땅은 아이들을 위해 놔두겠다고 약속했는데 또 거짓말을 하고 개발을 하더라고요.

자연보호와 사유지 개발이라는 두 개의 가치가 대립되는 상황만 놓고 보자면 마을이 분명 불리한 입장이었을 것 같아요. 대외적으로도 왜 산을 지켜야하는지, 그 생태를 이해하지 못하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 같고요.
사실 기자회견을 하거나 반대를 했을 때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특히 인터넷 댓글이 그랬죠. 하지만 모두에게 저희의 주장을 인정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차분히 가고자하는 길을 가면 되는 거겠죠. 그때 그렇게 반대했던 것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단지 베어진 나무와 깎인 산이 안타까울 뿐이죠. 산이 깎이고 나서 자연 생태계가 너무도 많이 파괴된 것도 사실이고요.

자연친화적인 삶이라는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낯선 문제일 수도 있을 텐데요.
생각만큼 거창한 것은 아니고 누구나 제안할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작게는 ‘지구의 날’이라고 해서 매일 한 시간씩 집에서 전기 대신 촛불을 켜고 있는 거예요. 일회용 물품을 좀 덜 쓰자고 약속한 다음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도 하고요. 마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계속 에너지를 낭비하다 보면 후손들에게 남겨줄 게 없잖아요. 그것들에 대해 고민해야하는 거죠. 사실 지금도 늦었다는 생각을 해요.

한정된 자연을 인식하고 나중을 위해 조금씩 바꿔나간다는 의미겠네요. 그게 곧 생태라는 말과 연결이 되기도 하고요.
그렇죠. 따로 떼어 생각할 수는 없죠.

교육에 대하여

성미산 마을을 이야기할 때 ‘대안’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을 거 같아요. 대안적 가치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처음 시작인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요즘 부모들을 보면 아이가 학교에 가기 전부터 교육에 열을 올리잖아요. 아이로서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을 테고요. 그런 것들을 지양하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이 곧 대안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식생활 역시 바른 먹거리여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겠죠. 좀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한 대안일 텐데, 아이가 그런 삶을 걷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대안학교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만든 것이 ‘성미산 학교’이고요. 

성미산 학교에서는 어떤 수업이 진행되나요?
일반적인 학교에 비해 국어와 영어, 수학의 비중이 작고요. 초등학교 3학년 과정부터는 프로젝트 수업을 해요. 의식주, 그러니까 집 살림, 밥 살림, 옷 살림같이 살면서 꼭 필요한 것들을 배워요. 가령 밥 살림을 배울 때는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해서 마을의 홀몸 어르신들께 반찬으로 나눠드려요. 명절이나 어버이날 같은 때에는 외롭지 않도록 함께 즐길 수 있는 잔치를 열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데면데면하던 어르신들도 숨겨놨던 사탕을 꺼내 나눠주시는 거죠. 그걸 프로젝트 수업이라고 하는데, 중등 과정부터는 물건 팀, 절전소 팀 등으로 나눠 지구를 위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해요. 학교 아이들이 직접 마을의 어린이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일일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에너지 전환 자립마을을 고민한다거나 텃밭에서 양계와 양봉 등을 진행하기도 하고 직접 요리해 내다 파는 수업도 있어요.

교과서 속으로 파고드는 수업이 아니라 옆으로 퍼져가는 수업인 거네요. 무엇보다 ‘경험’이 우선시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교육과 다르게 보여요.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무언가를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린이집 아이들의 경우에는 꼬박꼬박 산과 함께 노는 시간이 있어요.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눈이 오면 미끄럼틀을 타면서 자연과 함께 놀이를 배우는 거죠. 성미산 학교 아이들의 교육 중에는 ‘여행’이 큰 비중을 차지해요. 10박11일로 도보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죠. 고등과정에 들어서면 해외이동학습이라고 해서 해마다 선생님과 함께 외국으로 가서 일정 기간 생활을 해야 해요. 원래는 네팔로 떠났었는데, 지진 이후로 인도 여행을 떠나게 되었죠. 현지인과 함께 살며 그들을 이해하는 수업을 하는 거예요. 그 삶속에서 스스로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면 공부를 하는 거고, 저마다 각자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죠.

아이들의 꿈이 전부 다를 텐데 그걸 전부 맞춰서 프로그램을 짤 수가 있나요?
만약 건축을 하고 싶은 아이가 있으면 완주에 흙 건축을 하는 곳에서 6개월간 실무를 배우고 올 수 있어요. 연극을 하고 싶은 아이라면 극단에서 스태프로 공부할 수도 있고요. 그런 것들이 모두 교육과정으로 인정돼요. 보통의 아이들은 수능을 봐서 그 점수에 맞춰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잖아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미 중학교 때부터 철학수업과 현대사수업 등을 통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죠. 공동체의 장점 중 하나는 마을에 인적 자원이 많다는 것이에요. 부모들의 직업군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쉽게 말 걸고 다가갈 수 있는 롤모델이 많죠.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고 자존감 있게 살았으면 해요.

저는 다큐멘터리 <춤추는 숲>에 나왔던 승혁 군의 말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그런 말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아이는 어떤 교육을 받은 걸까 궁금했거든요.

포크레인이 지나간 폐허에 앉아 나무뿌리에 흙을 덮어주는 아이가 있다.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그 아이는 무얼 하고 있느냐는 어른의 물음에 이렇게 말한다. “여기 풀이 엄청 많았는데 포크레인이 다 휩쓸고 지나갔어요.”, “자기 땅을 마음대로 하는 건데 너는 왜 반대를 하니?”, “생명에는 주인이 없어요. 학교로 만들려는 이 땅에는 너무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어요. 이 나무에만 해도 개미가 꽤 많아요. 불개미도 있고 일반 개미도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만약에 이곳에 학교가 들어온다고 해도 미련은 없겠죠.”, “해야 할 일을 다 해야 아쉬움이 없겠다는 말이구나?”, “아쉬움은 있겠죠. 그래도…. 만약에 우리가 모든 힘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못 막으면… 돈에 진 거겠죠. 사람이.”

– 영화 〈춤추는 숲〉 중에서

그때 승혁이의 말에 감동을 받으셨다면 다른 영화를 하나 더 추천해드릴게요. 성미산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년, 달리다>라는 영화예요. 거기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당시 승혁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마을에서 유년을 보낸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이야기예요. “너는 이 마을에 살았을 때 어땠니?”라는 질문에 사실 그렇게 물어보는 거 자체가 모순이라고 대답하는 아이들. 그들은 다른 마을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다는 대답을 해요. 그 말이 곧 아이들을 대변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이곳 아이들은 참 행복한 무대 위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을을 벗어난 바깥에 그렇지 않은 삶이 더 많다고 느끼는 순간, 그러니까 자신들이 소수라고 느끼는 순간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런 이유로 성미산 학교를 선택하지 않는 부모들도 있어요. 언제까지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울 수는 없지 않을까? 공동육아를 통해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웠으면 그 이후에는 세상에 두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성미산 학교에 다니다 일반 학교로 전학을 간 아이가 있는데, 자기는 대안학교에 다니다 왔다고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왜? 말하지 못했어? 물었더니 이야기를 한들 아이들은 대안학교에 대해 잘 모를 것이고, 또 검정고시가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며, 나를 굉장히 이상한 아이, 무언가 뒤떨어지는 아이로 보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을 했다고 해요. 하지만 한 달 정도가 지나고 나니 생각보다 타인의 시선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도 했어요. 성미산 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 역시 스스로 어떤 삶을 살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죠. 

사회를 만나기 위해서 한 번쯤 겪는 진통 같은 거네요.
그 아이의 한 달의 시간이 바로 그런 거겠죠.

지속에 대하여

마을 사람들이 함께 운영하는 기업이 있다고 들었어요.
기업이 스무 개 정도 되는데 규모가 크지는 않아요. 협동조합 형태인 것도 있고 그냥 비영리로 운영되는 기업도 있죠. 작게는 작은나무 카페부터 9,000가구 이상의 조합원이 등록된 울림두레 생협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요. 

수익구조가 어떻게 되나요?
일단 규모가 가장 큰 생협의 경우 매출에 대한 부담은 덜한 편이에요. 작은나무는 5년 전에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했는데, 마찬가지로 적자일 때가 있고 흑자일 때도 있지만 스태프에게 월급을 밀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죠. 역시 인건비와 월세가 가장 큰 문제인데, 식당인 성미산 밥상 같은 경우는 적자 규모가 커 작년 총회에서 규모를 절반으로 줄일까 하는 안건이 나오기도 했어요. 유기농 식당이다 보니 재료나 다른 것을 손댈 수는 없었거든요. 그러다 시작을 한 것이 점심 뷔페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일단은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마을 공동체 역시 지속과 유지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겠네요.
선의로 만든 공동체이지만 그걸로 인해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에요. 근처의 홍대나 연남동처럼 한 지역이 주목을 받게 되면 임대료가 비싸지고 원주민이 나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죠. 작은나무 카페만 보더라도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내년 7월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요. 높아진 임대료를 더 이상 낼 수가 없거든요. 공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이상 공동체를 지속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에요. 당장 마을 지도를 펼쳐 봐도 위치가 바뀐 곳이 많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왜 쉽게 떠날 수 없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역시 아이들의 교육과 육아 문제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교육만 해결된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해요.
22년 전에 이 마을에 처음 터를 잡았던 공동체 1세대 분들은 이미 한적한 시골 지역에 터를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20대가 되어 사회로 나가면 굳이 비싼 서울에 살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죠. 지금 마을은 그 외형적 형태만 두고는 일반 마을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 다른 장소라면 뜻을 함께한 사람들과 이정표를 만들어서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거겠죠. 

처음부터 제약이 없어 이주가 자유롭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지만 어쩐지 타의에 의해서 마을 공동체가 깨지는 것 같아 조금 속상하네요.
마을을 지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일자리라고 생각해요. 어른과 청년들의 일자리. 공간의 문제와 더불어 꾸준히 모색해야할 일인 거죠. 공동체 지속을 위해서 지역 화폐인 ‘두루’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경제와 교육, 환경 등 삶을 이루는 전반적인 것들이 마을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죠.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끝으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요?
앞서 성미산 마을은 강제성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무언가를 강제하는 순간 관계는 틀어지잖아요. 종교도 다르고 정치색도 다르고, 사회적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사람들끼리 무엇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거니까요. 더구나 요즘에는 개인주의잖아요. 인간관계, 특히 공동체라는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다만 조금씩 양보하고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만 있다면 마을은 스스로 지켜질 수 있을 거예요. 이곳은 동화 속 마을이 아니에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변하는 그런 곳이죠.

성미산 마을을
이루는 공간들

성미산어린이집

22개월부터 만 6세까지의 아동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교사와 부모가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을 교육한다. 매일 한 시간 이상의 나들이를 통해 자연을 함께 벗 삼아 노는 습관을 기르게 한다.

성미산 학교

마을이 배움터가 되고, 마을 사람들이 교사가 되는 학교이다. 초등 5학년, 중등 5학년, 포스트 중등 2학년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기본적인 언어와 인식의 교육부터 생태와 공동체 활동, 전환마을 만들기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거친다.

작은나무
마을 초입에 위치한 카페로 성미산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공정무역으로 구매하는유기농 원두를 사용하며, 작은 음악회와 전시회 등을 열어 지역 주민들과 소통의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마을 지도를 구할 수 있다.

성미산 마을극장
마을 사람들의 자발적 출자로 만들어진 소극장 형태의 공간이다.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주민들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성미산 마을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은 타지 주민들이 참여할 만큼 인기가 높다.

울림두레생협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든 공간으로 9,000명 이상의 조합원들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장소이다. 어린이집 친환경 급식사업을 도울 뿐 아니라 아이나 어르신을 돌보는 사업도 자발적으로 진행중이다.

소행주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의 줄임말로 공동주택의 전형을 보여준다. 먼저 거주자를 모아 건물을 설계하여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의 집이 없다. 구성원들이 한 평씩의 돈을 나눠 마련한 공동공간은 지역 커뮤니티 장소로도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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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김건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