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 보는 힘

Artists’ colorful surroundings

주변을 둘러 보는 힘

Artists’ colorful surroundings

모든 일에 힘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다. 길을 걷거나 생각을 할 때, 심지어 쉬는 일에도 힘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더욱 굳센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은 주변을 감상하는 일이다. 가장 가깝고, 흔하고,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일상을 촘촘히 얽매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주변을 간직하고 바라보는 이들의 기록을 모았다.

조이 유 Joey Yu

나른함과 평온
조이는 영국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가 마주한 풍경이 떠오른다. 작은 일렁임으로 평온하기 그지없는 모습들. 나른한 색감과 얼굴들이 퍽 여유롭다. 가본 적 없는 곳이어도 어딘가 친숙하고 익숙하다.

“속력을 늦추는 삶을 사랑해요. 도시 생활은 숨 가쁘고 정신 없어요. 저는 최대한 느리게 살려고 해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종종 간과하는 작은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죠. 저는 일상 모습이 담긴 시를 좋아하는데, 사람들 사이에 얼마나 작은 상호작용이 축적되고 커지는지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박진영 Jinyoung Park

작은 행복을 만끽하는 볼
전라북도 운주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복한 일러스트레이터. 그녀의 그림을 보면 영화 <미 비포 유>의 여주인공, ‘루이자’가 떠오른다. 주변에서 작은 행복을 잘 찾아내는 그녀는 수줍고 수더분한 두 볼을 지녔다. 사람은 웃을 때 동그란 볼이 불룩 올라온다. 인간의 행복을 나타내는 수많은 상징 중 하나인 셈이다. 그리고 그녀의 그림을 보면, 볼이 또 툭 튀어나온다. 

“<12월의 운주> 그림 속 모습이 저의 작업실 창 너머의 풍경이에요. 계절마다 산과 자연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죠. 자연과 가까이 살다 보면, 문득 풍경이 그림처럼 느껴지곤 해요. 눈썹달, 갑자기 날아온 이름 모르는 새,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산골의 순간들. 어떤 날에는 멧돼지나 뱀을 마주한 적도 있어요(웃음). 자연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답니다.”

예린 목 Yerin Mok

유머와 재치
예린은 LA에서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진작가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 가만히 있다가도 실소가 터져 나온다. 바람결에 휘날리는 머리를 딱히 정갈하게 정리하지 않고, 물 밖으로 얼굴만 동동 띄운 사람도 그대로 드러낸다. 사진만 보았을 뿐인데, 왠지 모르게 그 사람의 성격이나 특징을 잘 알게 된 것만 같다. 

“닉Nick은 언제나 제 곁에 있어요. 저의 주변을 맴돌죠. 제 옆에서 잠을 자거나 신나는 노래를 연주해요. 항상 저의 시선안에 머무는 거예요.”

리에 Rie

차분함과 침착
리에는 기묘한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작가다. 종종 누군가의 기록을 보면 볼수록 말이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 그렇다. 크게 거리를 느낀 것도, 둔 것도 아니지만 오묘하게 차분한 공기가 느껴진다. 리에가 바라보는 순간과 찰나를 그러모아보면, 적막한 풍경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만의 온화한 적막함 말이다.

“저의 주변은 늘 비슷해요. 거의 매일 빠짐없이 보는 사람이나 5년 넘게 조금씩 자라고 있는 고무나무, 늘 입에 달고 사는 커피와 집 앞의 능소화. 늘 가는 곳만 가고, 행동 범위가 넓은 편은 아니거든요. 특정한 이야기를 사진 속에 담고 싶다기보다는 늘 가까이에 두고, 쓰고, 만지고, 보는 것들을 가벼이 담고 싶었어요. 있는 그대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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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