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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냉이는 봄의 도래를 알리는 깃발이다. 밭농사가 가능한 흙과 평평한 지형이라면 어디서든 잘 자라서 ‘사람을 따라다니는 잡초’라고 불리는 채소이다. 냉이의 서식처는 ‘밭, 밭두렁, 논두렁, 들녘 초지, 농촌 길가, 양지’로 정의되어 있다. 마치 강아지풀이나 민들레가 떠오를 법한 환경이다. 냉이는 언뜻 잎 달린 산삼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요리를 할 때에도 뿌리를 함께 사용해야만 참다운 냉이의 맛이 난다.
냉이에 들어있는 칼슘이나 철분은 끓여도 쉽게 파괴되지 않아 어떠한 요리를 해도 영양 손실이 거의 없다. 이 자그마한 잡초는 실제로 여러 나라의 요리사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나물로, 국으로, 약초로도 쓰이는 냉이는 우리나라 잡초계의 영웅이다.
RECIPE 01
냉이의 향을 빌려
해산물을 익히다
시장에서 냉이의 향에 취해 세 움큼이나 집어왔다. 파스타와 수프를 만들고도 한참이 남아 신문지에 싸두었더니 다음날 아침 부엌에서 엄마가 냉이 나물을 무치고 계신다. 엄마는 평생을 밥보다 빵, 된장찌개보다 라자냐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나로선 조금 걱정이 되는 광경이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느냐고 여쭤보니 요새는 흙 향 나는 나물들에 마음이 간다고 하신다. 어딘가 찡한 마음에 눈가가 아렸다가도 갑자기 바보처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나도 예전엔 파스타 한 그릇을 멋지게 말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요즘엔 냄비에 밥을 맛있게 지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국적에 의한 입맛의 끌림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인가보다.
재 료
냉이 40~50g, 올리브오일(엑스트라 버진, 퓨어) 각각 2~3Ts, 마늘 3~4쪽, 페페론치노 1개, 안초비 2조각, 대구 100g, 칵테일새우 8마리, 바지락 7~8개, 방울토마토 3개, 블랙올리브 7~8개, 화이트와인 50ml, 숏 파스타 50g, 레몬 슬라이스 1개, 소금, 후추, 물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TIP
냉이 손질 법: 냉이를 흐르는 물에 흔들어가며 뿌리에 묻은 흙까지 잘 씻어준다. 뿌리 쪽은 칼로 살살 긁어서 씻으면 깨끗이 정리할 수 있다. 누렇게 변하거나 무른 잎을 뜯어낸다.
냉이 페스토 만들기: 손질한 냉이의 누런 잎은 떼어내고 3~4cm 길이로 썰어 준비한다. 뿌리 쪽은 조금 더 잘게 다져둔다. 푸드프로세서에 냉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3큰술, 소금 한 꼬집을 넣고 곱게 간다. 절구가 있다면 절구에 넣고 빻아도 좋다.
숏파스타의 종류는 기호에 따라 펜네, 푸실리, 파르펠레 등 무엇이든 좋다. 파스타는 표기된 조리법대로 미리 삶은 뒤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올리브오일을 약간 뿌려 버무려둔다.
만드는 법
마늘과 블랙올리브를 슬라이스한다.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썰고 바지락은 해감하여 준비한다. 뚜껑이 있는 프라이팬에 퓨어 올리브오일 2큰술을 두르고 마늘과 페페론치노를 넣어 약한 불에서 향을 낸다. 마늘 향이 나기 시작하면 대구, 칵테일 새우를 넣어 중불로 올린다. 대구를 뒤집어가며 구워 양면이 노릇해지면 냉이 페스토 1큰술, 바지락, 방울토마토, 블랙올리브, 안초비, 레몬, 화이트와인을 모두 넣은 뒤 뚜껑을 덮고 센 불로 올린다. 1~2분 뒤 뚜껑을 열어보아 바지락이 입을 열었으면 삶아놓은 파스타를 넣는다. 물을 50~100ml 정도 넣어가며 국물의 염도를 조절한다.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RECIPE 02
냉이와 고구마를 갈아
부드러운 수프로 만들다
도시에 삶의 터전을 두고 생활하기 시작한 뒤로 숲에 갈 일이 없어졌다. 한 번 가려면 일정을 비우는 일부터 마음에 적당량의 에너지를 모으는 일까지 순차가 복잡해진다. 숲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다 후각적 자극을 생각해본다. 숲에는 코로 다 맡아낼 수 없는 수많은 향기가 난다. 특히 봄의 숲에는 짙고 푸른 향기가 가득해 콧속이 이끼로 가득 차버릴 것만 같다. 벅차게 아름다운 자연의 향기에 반항하는 기분이 들어 향수를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부터 가게에서 냉이 수프를 팔기 시작했다. 순전히 나의 후각적 행복을 위한 이기적인 메뉴일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마다 냉이를 씻고 썰고 끓이며 그 푸른 향기 속에서 봄과 숲의 이음을 더듬어본다.
재 료
냉이 30g~40g, 마늘 3~4쪽, 양파 1/2개, 고구마 1~2개, 버터 20g, 우유 500ml, 생크림 200ml, 소금, 후추
만드는 법
냉이를 손질하고 3~4cm로 썰어 준비한다. 마늘과 양파를 슬라이스한다. 고구마는 감자칼로 껍질을 벗겨 0.5~1cm 두께로 썬다. 냄비에 버터, 마늘을 넣고 약한 불에 올려 향을 낸다. 양파, 고구마를 넣고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우유, 생크림, 썰어놓은 냉이를 넣고 10~15분가량 끓인다. 냄비를 불에서 내려 한숨 식힌 뒤 푸드프로세서에 나누어 넣어가며 곱게 간다. 다 간 수프는 다시 냄비에 옮겨 우유를 넣어가며 원하는 농도에 맞춘 뒤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더 진한 맛을 원한다면 치즈나 허브를 추가한다.
에디터 김건태
글·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