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이 사계절로 나누어져 있는 탓에 봄이 되어야 비로소 한 해가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여름이나 겨울만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봄이 주는 설렘을 알까? 봄의 설렘은 헬륨이 가득 차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는 풍선 같다. 끝없이 유치하고 바보 같은 일들을 꿈꿔도 좋을 것 같은 날들이다.
딸기는 지나치게 아름다워 자연이 낳은 건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동화 같은 빛깔과 모양은 마치 가짜로 만든 조형물 같다. 그렇지만 아무렴 어떤가. 바보 같아지고 싶은 계절에 안성맞춤인 과일이다. 딸기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도 대부분 뻔하게 맛있다. 그래서 더 좋다.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지구의 봄이다. 미련 없이 유치하게 살고 싶다.
RECIPE 01
새하얀 요거트와 새빨간 딸기를 함께 갈다
도쿄의 한 케이크 가게에서 일을 하던 친구는 봄을 싫어했다. 딸기 쇼트케이크가 유명했던 그 가게의 쇼케이스는 봄이 오면 1단부터 4단까지 하얗고 빨갛게 물들곤 했다. 모든 직원들은 출근과 동시에 수북이 쌓인 딸기의 꼭지를 따고 4분의 1크기로 썰기 시작한다. 쇼트케이크의 속이 키위나 멜론이었어도 인기가 좋았을까 생각해보면 딸기는 참 치사하다. 먹음직스럽게 빨간 데다 앙증맞게 둥근 모양,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요소요소 사랑스러운 부분들을 어쩜 이렇게도 잘 갖추고 태어났는지. 높은 인기 덕분에 지구 상 많은 케이크 가게의 직원들에게 시기 질투를 받지만 봄의 문을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열어주는 그녀가 고맙다. 딸기는 뻔하고 딱딱했던 일상에 피는 빨간 봄꽃이다.
재 료
딸기 10~15개, 요거트 1컵, 생크림 2Ts, 꿀/설탕 3Ts, 얼음 적당량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모든 재료를 믹서에 넣고 간다. 요거트와 딸기의 비율은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바꿔보자. 딸기를 사용할 경우 얼음은 필요 없다.
RECIPE 02
봄 딸기와 망고로 살사소스를 만들다
5월은 잔인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의 대부분의 연애는 5월 주변부에 끝이 났다. 그 때문인지 아침저녁으로 잔잔하게 남아있던 서늘함이 가실 즈음에는 항상 아련함이 맴돈다. 선택적 대인관계가 허락되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점점 만나는 사람의 수가 줄어간다. 한 사람과 연이 끝날 때면 인연의 선이 희미해지고 늘 허공에 손을 뻗어 허우적댄다. 막을 수 없는 그리움의 홍수에 몇 번이고 숨이 막혀오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으면 어느 순간 길게 뻗은 햇살에 질끈 감은 눈꺼풀이 하얗게 도배된다. 눈을 뜨면 고요하게 갈라진 땅 위에 덩그러니 누워있을 것이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워 또다시 저 멀리 보이는 초록색 점을 향해 걸어가면 된다. 반복적 학습에 의한 익숙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