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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nut 땅콩
땅속에서 열매를 맺는다고 하여 낙화생落花生이라 불리는 땅콩은 수확하여 먹을 수 있는 알맹이의 선별작업에 손이 많이 가는 귀찮은 작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콩 없인 못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태국음식인 팟타이에 빼놓을 수 없는 땅콩가루 고명이 대표적인 예다. 땅콩 크림으로 볶아낸 ‘타이 피넛 누들’이 있으며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칸 피넛 스튜’도 있다. 피넛 버터를 듬뿍 넣어 구운 피넛 버터 쿠키와 피넛 초콜릿은 또 어떠한가. 중국에선 팔각 등의 향신료를 넣고 데치거나 기름에 튀긴 후 소금을 뿌려 먹기도 한다.
맥주 캔을 따는 타이밍에 흔하게 들려오는 대사, “땅콩이라도 가져와 봐.” 이같이 땅콩은 그 세계적인 명성과는 무관하게 언제라도 부담 없이 불러낼 수 있는 오랜 친구 같다. 노화나 고혈압, 당뇨, 변비 등에 좋다는 견과류의 효능이야 익히 소문이 나 있으니 더할 말이 있을까.
심심풀이 땅콩은 의외로 심심하지 않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삶고, 볶고, 튀기고, 빻고. 조금만 방법을 달리하면 오랜 친구 땅콩에게 낯선 표정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RECIPE 01
땅콩을 노릇하게 굽고 느긋이 갈아
버터로 만들다
여행 중에 살고 싶은 집을 발견했다. 강가 둑 위에 자리한 이 층짜리 집은 멀리서는 큰 나무들에 가려 붉은 지붕만 빼꼼히 보인다. 탁한 베이지색의 건물에 낡은 하얀 창틀, 작은 정원이 보이는 곳. 일 층 입구를 약간만 손봐 파이와 키쉬를 파는 구수한 가게로 만들고 싶어졌다. 군데군데 삐거덕거리는 나무 바닥 사이로 오래된 먼지들이 보이지만 오히려 좋다. 이 층 침실엔 옷장과 스탠드가 놓인 테이블, 침대 하나가 전부고 가려진 커튼 너머로는 정원의 큰 나무와 강물이 희미하게 비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추운 공기 속을 헤엄쳐 일 층으로 내려와 가게 오픈 준비를 마치고 커피를 똑똑똑, 조심스럽게 내린다. 우유를 가득 넣은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작은 서재로 들어가 문을 열 시간까지 헤진 소설책을 넘겨본다. 그저 상상에 그친다 한들 나른한 기분 속으로 젖어드는 이런 생각들이 좋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에 귀 기울이며 살고 싶다.
재 료
땅콩 500~600g, 꿀 2Ts, 카놀라유 2~3Ts, 소금 한 꼬집, 설탕, 시나몬파우더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TIP
땅콩에는 지방이 많아 산화되기 쉬우므로 보관 시에는 반드시 밀폐용기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둔다. 장기 보존할 경우 냉장 또는 냉동 보관한다.
만드는 법
볶은 땅콩을 준비한다. 껍질을 깐 땅콩을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0~12분가량 상태를 보아가며 노릇하게 굽는다. 푸드 프로세서에 구운 땅콩을 넣고 간다. 거칠게 부서지면 카놀라유와 꿀을 천천히 부어가며 계속해서 돌린다. 느긋이 지켜보다가 크림 상태가 되는 데 조금 맛을 보며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시나몬파우더 등을 추가한다.
RECIPE 02
땅콩을 거칠게 빻아
샐러드의 고소함을 더하다
알고 지낸 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았는데, 이런 사람이라면 평생을 곁에서 영향 받으며 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 유행이라는 단어에서 한 발짝 떨어져 불편한 삶의 방식을 좋아하며 가진것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대화를 하며 한 순간도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과대 포장하지 않은 담백한 말들로 자신의 의견을 살포시 첨가한다. 모든 의사소통에 강약의 폭이 적절해 오랜 시간 이야기해도 지치지 않는다. 때로는 눈동자 깊숙이 진심을 담아 진중한 얼굴로 바라보기도 하고, 힘을 내려놓을 때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눈빛과 표정을 짓는다. 영화 속 조연 배우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를 보며 다시 생각해본다.
재 료
볶은 땅콩 50g, 마요네즈 3~4Ts, 카레가루 1ts, 사과식초 1ts, 설탕 1Ts, 단호박, 브로콜리, 건포도, 아몬드, 시리얼 적당량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TIP
땅콩을 삶을 경우에는 먼저 껍질째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잘 헹궈 씻는다. 냄비에 땅콩이 잠길 정도의 물과 소금(물양 대비 3%가량)을 넣고 끓인다. 보글보글 물이 끓으면 땅콩을 넣고 2~30분가량 삶는다. 볶을 경우에는 껍질을 까서 프라이팬에서 약한 불로 볶거나 오븐에 넣어 구워도 좋다. 볶은 땅콩을 버터로 코팅하면 고소함이 한층 진해진다.
만드는 법
단호박과 브로콜리는 먹기 좋은 사이즈로 썰어 삶거나 쪄 준비한다. 땅콩은 껍질을 까서 절구에 넣고 오독한 식감을 남겨둘 정도로 거칠게 빻는다. 절구가 없다면 믹서에 갈아도 좋다. 볼에 모든 재료를 넣고 골고루 잘 섞는다.
에디터 김건태
글·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