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CHINESE CHIVE
재료의 산책
부추
채소 중에서 가장 따뜻한 기운을 가진 부추. 부추는 놀라우리만큼 웬만한 요리에 다 잘 어울린다. 부추전을 시작으로 부추곱창, 부추만두, 부추칼국수, 심지어 부추빵까지. 그 어떤 요리에도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 손질법도 보관법도 어렵지 않은 털털함 또한 매력 포인트이다. 요리를 하다 보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데, 재료가 고급스럽거나 다루기 어려운 경우엔 긴장 한 탓에 실수가 더 잦아진다.
그래서인지 고급 재료들은 손을 뻗고 싶은 욕구조차 일지 않는다. 그러다 부추를 요리하고 있자면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감싸 안겨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따뜻한 손길에 힘이 나서 상처 주지 말고 더 아름답게 요리해내야겠다는 묘한 생각도 든다. 촌스러운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좋다. 반짝임보다는 따뜻함이 더 아름답다.
RECIPE 01
부추와 돼지고기로
파스타를 말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불어버린 자장면, 태워버린 냄비,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그리고 허무하게 끝나버린 너와의 인연. 콜라를 얼음 컵에 담아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탄산음료에 취약한 탓에 매우 느린 속도로 마시게 된다. 그 때문에 항상 눈앞엔 얼음이 반쯤 녹아 묽고 김빠진 콜라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상태 그대로의 콜라를 좋아하게 되어버려 요즘엔 종종 김이 빠지길 기다렸다 마신다. 노력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 변색되어버린 상태를 좋아해 보려 애쓰는 발버둥이다. 언젠가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너와의 인연이 끝나버린 마음에도 익숙해질 수 있을까. 이 공허함을 채우려면 탄산이 빵빵한 콜라 몇백 캔은 원샷해야 할 것만 같다.
재 료
부추 50g, 다진 돼지고기 50g, 마늘 2쪽, 페페론치노 2개, 할라피뇨 4~5개, 파스타면 80g, 올리브유 3Ts, 소금, 후추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냄비에 물을 담고 소금을 넣어 파스타 면을 삶는다. 마늘은 슬라이스하고 할라피뇨는 잘게 다진다. 부추를 6~7센티미터 길이로 썬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페페론치노, 할라피뇨를 넣어 약한 불에 올린다. 마늘 색이 변하고 향이 올라오면 돼지고기를 넣고 불을 강하게 하여 익힌다. 고기가 다 익으면 부추와 익은 파스타 면, 면수 적당량을 넣고 1분가량 볶는다.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RECIPE 02
부추와 꽁치로
우동을 말다
얼마 전 가게 사람들이 ‘구멍 손’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물건을 떨어뜨리고 재료를 흘리고 넘어지는 등 덤벙거리는 성격 때문이다. 아마도 원인은 멈춤 기능을 상실한 생각의 굴레에 있는 것 같다. 꽤나 영양가 없는 잡다한 생각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끊임없이 계속된다. 드넓고 푸르른 초원에 살았다면 걸리지 않았을 생각 조절장애이다. 수많은 사람과 사물들을 마주해야 하는 삶 속에선 얼마나 더 단단하고 무뎌져야만 하는 것인지. 무언가를 손에서 놓쳐버릴 때마다 균형을 잡지 못하는 서투름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재 료
부추 50g, 통조림 꽁치 적당량, 우동 면 1개, 간장 1Ts, 참기름 1Ts, 달걀 1개, 가쓰오부시 적당량, 소금, 후추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만드는 법
부추를 4~5센티미터 길이로 썬다. 통조림 꽁치를 한입 크기로 부순다. 프라이팬을 달궈 참기름, 꽁치, 부추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센 불에서 조금 볶는다. 볼에 담아 한숨 식혀둔다. 냄비에 물을 끓여 우동 면을 삶는다. 우동 면이 다 익으면 자루에 건져 찬물에 잘 헹군 뒤 물기를 뺀다. 볼에 삶은 면, 간장, 가쓰오부시를 넣고 섞는다. 그릇에 담아 달걀노른자나 온천 달걀을 올려 완성한다.
*온천 달걀 만드는 법: 냄비에 물을 끓인 뒤 불을 끄고 온도가 90도가량까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달걀을 넣고 뚜껑을 덮은 후 10~12분 후 꺼내어 식힌다.
에디터 김건태
글·사진 요나 일러스트 최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