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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작가 에린남은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같은 생각을 했다. ‘집안일을 하고 싶지 않아!’ 신혼 초에는 소꿉장난처럼 즐겁던 집안일도, 살림살이가 늘어나자 끝없이 반복되는 숙제가 되었다. 때로는 집안일로 남편과 사소한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미니멀리스트 사사키 후미오가 나오는 영상을 만났다. 텅 빈 방에서 꼭 필요한 도구만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해답을 발견한 기분이었단다. 짐을 비워가는 여정을 담은 이 책을 열며 에린남은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니까 나는 집안일이 하기 싫어서, 너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한 것이다.” 이 담백한 고백에서 비우기의 기술 세 가지를 건져 올렸다.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나누는 유튜버이자 작가인 에린남에게도 초보 미니멀리스트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가 짐을 줄이기 시작하며 가장 버리기 어려웠던 건 ‘추억의 물건’이었다고. 그 마음을 모를 리 없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추억의 상자에는 학창 시절 친구와 주고받은 쪽지, 전 직장 명함, 여행지에서 주워 온 예쁜 돌 같은 것들이 가득하다. 평생 이고 지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버리자니 내 과거가 통째로 사라지는 듯한 기분도 든다.
에린남의 발목을 붙잡은 생각 역시 “추억의 물건은 한 번 사라지면 영영 이별”이라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어릴 적 낙서나 쓰지 않는 예쁜 편지지까지 굳이 간직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결국 상자를 비우기로 결심한다. 다른 물건을 정리할 때는 ‘실용성’을 기준 삼았지만, 추억의 물건 앞에서는 새로운 원칙을 세웠다. 첫째, “지금도 마음이 가고 좋아하는 감정이 남아 있는 것”은 남긴다. 둘째, “더 이상 의미가 없거나 마음속에만 간직해도 충분한 물건”은 아쉽지만 작별한다. 손때 묻은 기억의 조각들은 곁을 떠났지만, “언제든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내가 여기 있다”는 생각이 그를 가뿐하게 만들었다.
특별한 원칙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라면 버리지 않는 것. 부모님 댁 수납장을 열면 우리 집 삼 남매의 그림일기가 수북이 쌓여 있다. 나조차 다시 펼쳐보지 않는 일기를 엄마는 왜 오랜 세월 버리지 못했을까. 에린남은 자신에게는 큰 의미가 없더라도, 엄마에게 각별한 물건이라면 남겨두었다. 그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 엄마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에린남이 학창 시절에 받은 상장들은 고스란히 집에 남았다.
에린남의 옷장은 간소하다. 과연 이 정도로 충분할까 싶지만, 그는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고 말한다. 옷에 관심이 없거나, 꾸미기를 어려워해서가 아니다. 그 역시 여느 사람처럼 평범한 의류 소비의 시간을 지나왔다. 사회 초년생 시절 충동적이고 습관적으로 샀던 옷들. 살림을 시작하며 절약을 이유로 무심코 들여온 값싼 옷들. 그 옷들이 옷장에 남아 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언젠가는 입겠지.’
그렇게 버리지 못한 옷은 차곡차곡 쌓였지만, 손이 가는 복장은 늘 비슷했다. 아까운 마음에 오래된 옷을 입고 의기양양하게 집을 나서도, 어색함에 기분만 상한 채 돌아오곤 했다고.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금의 내가 겹쳐 보인다. 외출을 앞두고 이것저것 꺼내 입어 보느라 방바닥은 옷으로 수북해지고, 결국 마음에 드는 건 몇 벌뿐이다. 그렇게 옷장은 점점 숨 쉴 틈을 잃고, 바지와 니트, 재킷이 뒤엉킨 채 불어난다.
나와 다르지 않았던 에린남이 옷을 비워내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정리해 낸 옷이 큰 봉지로 세 개나 되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옷을 비우며, 옷장에 쌓여 있던 것이 단순히 옷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이 공간은 욕심과 허영,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말을 곱씹다 보니, 사실 내게 필요한 물건은 생각보다 훨씬 적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과 집착에 ‘필요’라는 이름을 붙여 무겁게 끌고 다닌 건 아니었을까. 마음에 오래 남은 그의 문장을 이곳에 옮겨둔다. “옷장 겉모습만 좋아진 것이 아니었다. 옷과 나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옷의 양이 줄어들자 이전보다 내 옷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미니멀리즘 라이프는 모든 것을 버리고 부족함을 꾹 참는 생활이 아니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고, 그 안에서 충분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미니멀리즘은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취향으로 가득 찬 방에서 살아가는 맥시멀리스트만이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미니멀리스트 역시 자신의 생활 방식과 선호를 분명히 아는 사람이기에 덜어낼 수 있다. 초보 미니멀리스트를 위해 에린남은 물건을 비울 때 스스로 던져보면 좋을 다섯 가지 질문을 제안한다. 그중 하나를 살펴본다.
Q. 나를 위한 물건인가, 남을 위한 물건인가?
에린남은 물건을 비워내면서 왜 이걸 가지고 있는지 의아했던 순간을 여러 번 마주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발견한 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마음. 더 정확히 말하면 더 나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나를 포장하는 물건”이었단다.
취향으로 둘러싸인 삶을 꿈꾸며 나 역시 작고 귀여운 것을 끊임없이 원했다. 독특한 행주와 티코스터, 아름다운 커튼을 저장해 두고 언젠가는 사고 말 것이라 다짐했다. 그 물건이 필요해서라기보다, 예쁜 물건이 가득한 공간에서 머무는 내가 되고 싶었다.
에린남은 다 썼지만 여전히 화장실에 전시하듯 두었던 고급 브랜드 디퓨저, 더 이상 신지 않는 유행 신발 앞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직면했다. 그 물건들은 마치 “‘나도 이런 거 사봤고 써봤어.’라고 말하고 싶은” 흔적처럼 보였단다. 그때의 자신이 조금 민망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그는, 나에게 필요한 물건만 남은 공간에서 진정한 편안함을 느낀다.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은 단순히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굳이 끌어안지 않아도 될 욕심과 과시, 불필요한 추구를 함께 내려놓는 일에 가깝다. 진정한 내가 되는 삶은 무언가를 더하는 대신 빼는 것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글 차의진
자료 제공 상상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