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여행자가 되는 법

여행인솔자 이해미

여행인솔자 이해미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는 법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취미를 물어보면 다반 ‘영화감상’이라 말하듯, 여행도 누구에게나 떠날 시간과 돈만 있다면 기꺼이 반기는 일 중 하나다. 하지만 진짜 여행자는 아무나 되는 일은 아닌 듯하다. ‘여행은 내 맘대로 자유롭게!’라고 반항아처럼 말하다, 한 여행인솔자를 만나 진정 자유로운 여행자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행인솔자란 단어가 익숙한 듯 낯설어요. 여행가이드와 비슷한 일을 하나요?
여행인솔자는 여행의 출발부터 도착까지 손님들이 묵는 숙소, 방문지, 교통편, 식사 등을 준비하는 일을 해요. 보통 여행인솔자는 투어리더라고 통용되고, 여행가이드는 현지에서 관광지를 동선에 따라 이동하며 설명하는 일을 하죠. 여행가이드는 여행하는 ‘나라’에 애정을 품고 있고, 여행인솔자는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마음을 쏟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여행인솔자가 하는 일은 뭔가요?
저희 회사의 여행인솔자는 다른 여행사와는 조금 다르게 일을 해요. 한 지역의 담당자가 기획부터 상담, 인솔까지 담당하고 있죠. 구체적인 업무의 예를 들어보자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동선을 짜는 일이에요. 그리고 현지 답사를 가서 숙소, 교통, 식당 같은 것들을 자세히 알아보고요. 답사가 끝난 후에는 자료를 정리해서 홈페이지에 여행 상품으로 올리죠. 그때부턴 떨리는 마음으로 여행자들의 선택을 기다려요. 1인 담당자 중심이다 보니 여행을 떠나기 전에 구체적인 상담이 가능하고, 그렇다 보니 여행자들과 친밀한 관계 형성이 가능한 것 같아요.

그 모든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여행지에서 여행자들과 함께할 때가 가장 즐겁더라고요. 예상하지 못했거나 기대하지 않은 순간이 나타날 땐, 아드레날린이 막 분비돼요. 마침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네요. 오스트리아에서 미니버스로 이동하던 중, 운전해준 현지 분이 “호수가 있는 작은 동네에 들렀다가 갈래?”라고 묻더라고요. 계획된 여행 동선에 없는 곳이라 걱정했는데, 여행자들 모두 흔쾌히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호숫가에 보트가 있었고, 저는 슬며시 함께 타시겠느냐고 물었어요. 함께 그 보트를 타고 잊지 못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죠.

그런 즐거움이 따르려면 손님들의 협조도 중요하겠네요.
맞아요.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의 호흡이 중요해요. 경험이 많은 인솔자 선배에게 들은 일화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중국에서 트래킹을 하던 도중에 갑자기 물소 한 마리가 돌진했대요. 여행자들과 함께 언덕 아래로 빨리 도망쳐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온 거죠. 그런데 그 순간, 모두 언덕으로 굴러 내려가면서 마구 웃었다는 거예요. ‘내 평생 어디에서 이런 경험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그 순간 함께하지 않았을까요?

얘기를 들으며 어색한 부분이 있어요. 왜 손님들을 ‘여행자’라 부르는 거예요?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갔는데, 그런 예기치 못한 상황들에 모두 즐거워하는 것도 좀 낯설고요.
그걸 설명하려면 잠깐 저희 회사 소개를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앞서 잠깐 작은 회사라고 말씀드렸는데, ‘트래블러스맵’은 공정여행사예요. 2009년 사회적 기업으로 시작했죠. 저희는 자연환경이 다치지 않고, 현지의 문화와 생활을 존중하는 방법으로 여행해요. 예를 들자면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숙소를 이용하고, 전세버스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죠. 대부분 상품이 공정하게 여행할 수 있는 요소들을 하나씩 포함하고 있어요. 공정여행이라 하면 무조건 남을 위한 착한 여행이라고만 생각하실 수 있는데, 사실 자신이 더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게 돕는 하나의 여행 방식이에요. 저희와 함께 여행하는 이들을 ‘고객’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함께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여행자들’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에요. 저희 여행상품을 선택하는 분들은 아무래도 그 부분에 대해 알고 구매한 분들이니, 좀 더 그런 상황에 유연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여행사를 통해 여행할 땐 어느 정도는 수동적인 마음가짐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공정여행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걱정이 되네요. 이 여행의 매력을 어필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맞아요. 여행을 잘 즐길 수 있는 분은 굳이 여행사에서 여행상품을 구매하지 않죠. 가이드나 인솔자를 의지해서 편하게 여행하겠다는 마음이 기반에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함께 여행한 분들이 다음엔 제가 없이도 자유로운 여행을 하실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여행이 서툰 분에겐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그런데 저와 여행하는 분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티켓도 끊어 보셔야 하거든요. 식당에서도 현지 음식을 스스로 선택해서 주문하셔야 하고요. 그렇지 않은 방법으로 하는 게 더 편하고 빠른 여행이 될 수 있겠지만, 다음에 손님은 또 그런 여행을 가야만 해요. 하지만 그렇게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엔 ‘다음엔 나 혼자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볼까?’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을 거예요.

반대로 여행인솔자에게도 그 방법들이 수고롭잖아요. 한번에 티켓을 사서 나눠주면 되는데, 일일이 가르쳐 준다고 생각하면 힘들 것 같아요. 불편함을 감수하고 공정여행을 알려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결국, 여행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랑을 할 때, 내가 편한 것만 할 수 없잖아요. 서로에 대한 어느 정도의 희생이 수반되죠. 여행할 때도 자신만 생각하는 건 이기적인 사랑과 같을 거란 생각을 해요.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죠. 거창한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런 방식으론 온전히 사랑할 수 없잖아요. 그렇게 여행을 통해 나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돌아갈 자리는 어디인지. 이런 걸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듣다 보니, 비단 여행자, 여행인솔자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 같아요.
맞아요. 좀 앞서나가는 생각일 수 있겠지만, 여행자가 지녀야 할 마음이 곧 인생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여행은 남을 생각하기 위해 내가 불편한 것들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하잖아요. 좀 더 능동적이어야 하고요. 그런 여행을 통해 목적지를 찾아 스스로 헤쳐나가고 순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훈련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우리의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 마음이라면, 인솔자의 어깨가 꽤 무겁겠어요. 이 일을 하면서 여행인솔자가 가지면 좋을 자세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여러 자세가 필요하겠죠. 현지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 판단이 빨라야 할 테고, 여러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할 거예요. 그런데 무엇보다 제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타인의 행복에 공감할 수 있는 자세’예요. 그래야 그 행복을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과연 제가 이런 자세를 충분히 갖추고 있을지는 의문스럽지만요(웃음).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쉼’이 될 수 있는데, 여행인솔자로 살아가는 삶에 ‘쉼’은 어떤 게 있나요?
아무래도 해외를 가는 게 ‘일’이 되어버리니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대신 저는 집에서 요리해요. 맛있는 요리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요. 함께 좋은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서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요. 

그것도 결국 타인을 위한 마음이네요. 그렇다면, 꿈은요?
엄청난 질문이 제 가슴에 ‘쿵’하고 떨어진 기분이네요. 전 꿈이 많아요. 현지에 머물면서 인솔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독일에서 전통 찻집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요. 수정과를 팔고 콩고물 묻힌 쫀득한 떡과 함께 곁들이면 좋겠어요. 산에서 양봉도 해보고 싶어요. 벌이 많은 곳엔 꽃도 많을 거고, 그렇게 벌과 나눈 꿀을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걸 상상하면 행복해요. 너무 목가적인 풍경인가요(웃음)? 저의 모든 꿈의 시작은 상대와 나의 행복이 비례한다는 전제조건에서 시작되어요.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게 시너지를 내는 것들이요. 나 혼자 뭔가를 하지만 그게 어떤 작은 일부분이 되어서 서로가 유기적으로 도움을 주게 되는 모습을 늘 상상해요. 각자가 즐거운 일을 하되, 그것이 모두가 행복한 하나의 그림이 되는 거요. 그게 제 꿈이에요.

트래블러스맵 여행인솔자들의
여행개발원칙

BENEFIT LOCAL

1. 여행자의 돈이 지역의 어디로 유입되는지 알려 준다.
2. 지역 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기관과 판매점을 개발하고, 여행자에게 권유한다.
3. 본 여행의 경제적 결과를 투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4. 숙박과 음식점 선정에 있어 현지인 운영과 경영을 위해 노력한다.
5. 현지 가이드를 고용하고 적절한 임금을 보장한다.

6. 지역단체를 방문하고 여행자들이 기부할 수 있도록 권유한다.
7. 지역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8. 대중교통과 현지의 전통적인 교통수단을 활용한다.
9. 지역공동체에 대한 지속적인 기부 및 지원을 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한다.

PROTECT NATURE

1. 탄소배출이 발생한 경우 상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2. 환경오염 최소화를 위한 정책을 가진 시설을 우선으로 이용한다.
3. 여행자의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4. 여행자에게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침을 제시한다.

5. 여행 일정 중, 일회용품을 최소화하고 환경폐기물 발생을 억제한다.
6. 환경단체 방문을 여행 일정에 포함하고, 여행자들의 기부를 권유한다.
7.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의 원칙을 준수한다.
8. 함께하는 여행자의 규모를 최대 15~20인 이내로 제한한다.

RESPECT PEOPLE

1. 전통 음식과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한다.
2.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지역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지원한다.
3. 인권과 동물권을 존중하는 여행이 되도록 한다.

4. 거리의 아이들을 지원할 방법을 여행자들에게 제시한다.
5. 인권 및 동물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한다.

트래블러스맵이 제시하는
공정여행을 위한 여행자들의 작은 노력들

1.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식당, 체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2. 공정거래로 정당한 비용을 지급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한다.
3. 짐을 쌀 때 짐의 무게를 줄여 교통수단 이용 시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4. 침대시트, 베개커버, 타올 등을 꼭 필요할 때만 교체한다.

5. 샤워시간을 줄여 물 사용량을 줄인다.
6. 환경을 생각하는 준비물(개인컵, 손수건, 친환경세제)을 챙긴다.
7. 간단한 현지어로 인사를 건넵니다.
8. 여행지의 문화, 역사, 경제,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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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박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