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책 한 권

모리오카 서점 긴자점 森岡書店 銀座店

일주일에 책 한 권

모리오카 서점 긴자점
森岡書店 銀座店

백화점과 명품 매장이 밀집해 있는 도쿄 긴자銀座에서 조금 걷다 작은 뒷골목에서 다섯 평 남짓한 서점을 발견했다. ‘A SINGLE ROOM, WITH A SINGLE BOOK. 一冊、一室.’ 일주일에 책 한 권을 판매하는 독특한 책방이다. 모리오카 요시유키森岡督行 씨는 도쿄에 있는 잇세도 서점一誠堂書店에서 처음 일을 배우고, 자신의 첫 책방인 모리오카 서점 가야바초점茅場町을 2006년 오픈했다. 그 후 10년이 지난 작년 5월, 모리오카 서점 긴자점이 문을 열었다.

INTERVIEW 모리오카 요시유키

모리오카 서점은 어떤 곳인가요?

책 한 권을 판매하는 서점, 정확하게 말하면 한 권의 책과 그 책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곳입니다. 책이 사진집일 경우에는 사진 전시회를, 오래된 도구에 관한 책이라면 오래된 도구 전시회를, 헌책을 판매할 때는 헌책 전시회를 열어요. 그래서 전시를 열 때마다 서점 분위기도 바뀌어요. 어떤 날은 꽃집으로, 다른 날에는 빵집으로 변하죠. 보통 한 가지 주제로 일주일에서 이주 동안 전시해요.

잇세도 서점에서 근무하다가 독립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잇세도 서점은 정년퇴직 할 때까지 일하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게 근무할 수 있는 회사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가야바초에 있는 한 낡은 빌딩을 보게 되었어요. 1927년에 지어진 건물로 분위기가 아주 좋았어요. 제가 도쿄의 낡은 빌딩들을 좋아해서 근대 건축물을 눈여겨봐 왔는데, 그 건물을 보자마자 ‘이런 멋진 건물은 없어!’라고 생각했어요. 건물의 내부는 아름다웠고, 단순하면서도 균형이 잘 맞았죠. 천장도 높고 빛이 훤하게 들었어요. 건물 옆으로 강이 흘렀는데, 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강의 풍경도 황홀했어요. 이 건물에서 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립했어요. 건축물에 끌린 거죠.

도쿄에 있는 낡은 건물을 좋아하신다고요.

저도 어른이 되어서 깨달은 사실인데요. 저희 할머니가 14살에 도쿄에 있는 비행기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원래 야마가타에서 사시다가 도쿄로 와서 살기 시작했대요. 할머니가 그 당시 도쿄에서 보낸 시절이 찍힌 사진을 저에게 보여주셨는데, 그 시절 도쿄에는 이국적인 건물이 많이 있었다는 걸 알았죠. 일본이라고 생각을 못 할 정도로요. 그때부터 옛날의 도쿄는 어떤 곳이었을지 생각하며 흥미를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좋아하던 건물에서 시작한 서점을 닫고 긴자로 옮기신 이유가 있나요?

서점을 운영한 지 10년쯤 되었을 때, 다음 10년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야바초 지점을 오픈하고 1년 후부터 정기적으로 출판기념 전시회를 열기 시작했는데요. 그때 문득 한 권의 책으로 서점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즈음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수프스톡도쿄Soup Stock Tokyo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스마일스Smiles의 사장인 도야마 마사미치 씨를 알게 되어 그가 함께 참여하게 되었어요. 어느 지역이 좋을지 장소를 모색하던 중 지금 이곳인 스즈키빌딩에 자리가 한군데 비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이 건물도 1929년에 생긴 오래된 건물인데요.

1939년부터 일본공방日本工房이라는 편집 프로덕션이 입점해 있었어요. 당시 일본의 문화를 다루는 잡지 《NIPPON》을 포함해 많은 잡지를 출간한 회사죠. 그 회사에는 사진가 도몬 겐과 디자이너 가메쿠라 유사쿠 등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 출판의 기반을 만든 사람들이 속해 있었어요. 역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곳에서 한 권의 책을 판매하는 서점을 운영하는 것은 매우 의미 깊다고 생각해서 고민 없이 이곳으로 결정했어요.

굳이 ‘한 권의 책’으로 콘셉트를 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몇 만 권의 서적 폭과 책 한 권의 깊음이 같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한 권 판매함으로써 책의 저자와 편집자, 독자가 이 장소에 모여 나누는 대화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요. 그리고 책의 내용을 밖으로 꺼내 표현하는 전시를 함께 열기 때문에 2차원적인 것이 3차원적으로 변하기도 하죠. 무엇보다 책 내용 속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싶어서예요.

오픈한 지 1년 반이 지났어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의외로 해외 매체에서 흥미를 보여요. 외국인 손님도 많이 관심을 가져서 놀랐어요. 인터넷과 SNS에서도 이 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고 있고요. 또 국내외에서 상을 받기도 했어요. 정말이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에요.

현재 진행하는 전시의 테마는 무엇인가요?

월요일은 전시회 준비를 하고, 보통 화요일부터 새로운 전시가 시작돼요. 이번 주 전시회의 테마는 ‘꿈’이에요. 꿈속이요. 지금 판매하고 있는 책은 사실 노트인데요. 꿈을 기록하기 위한 노트예요. 이 노트를 처음 접했을 때 아주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상업적인 요소는 없지만 예술인 거죠. 이번 주는 특히 예술적인 요소가 강하네요. 꿈을 짓는 노트. 전혀 비즈니스적이지는 않지만요(웃음).

전시와 책 판매를 결합했는데, 손님의 반응은 어떤가요?

전시회마다 달라요. 매번 수치화하여 통계를 내진 않지만, 어떤 내용으로 전시를 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확연히 차이가 나요. 더불어 매주 전시회가 바뀌다 보니 매주 개점하는 듯한 신선한 기분이 들고요(웃음).

모리오카 서점 긴자점은 ‘미니멀리즘’과도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책방의 미니멀리즘적인 요소는 무엇인가요?

무엇일까요? 아마도 이치고이치에(一期一会, 일생에 한 번 만나는 기회)가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가야바초에서 긴자로 둥지를 옮겼던 것처럼 앞으로의 다른 목표를 세워두셨나요?

이 책방을 오래 운영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또 하고 싶은 것이 문득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아주 담백하고 싹싹한 만남이었다. 모리오카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항상 관찰하고, 많은 사람과 만나 꾸준히 배우고, 떠오르는 생각을 거침없이 실현하며 경험을 쌓아온 사람이다. 그이기 때문에 이런 공간이 탄생하고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다섯 평 남짓한 공간, 그곳에서 그는 책 한 권에 얽힌 이야기를 즐겁게 늘어놓는다.

모리오카 서점 긴자점 森岡書店銀座店
A. 1F Suzuki Building, 1-28-15 Ginza,
Chuo-ku, Tokyo
T. +81 03 3535 5020
O. 13:00~20:00,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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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