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이욱정

음식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이욱정

〈누들로드〉, 〈요리인류〉, 〈요리인류–도시의 맛〉…. 모두 연출가의 자리에 이욱정의 이름이 붙은 다큐멘터리다. 이욱정은 ‘음식’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Interview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이욱정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욕구이고,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농업이나 조리, 식품의 과학과 상식 등 문화라고 이야기하는 모든 요소가 음식을 둘러싸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효과적인 시각이에요. 그것이 제가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바탕이 되죠.”

음식 전문 다큐멘터리 피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영화 〈음식남녀〉를 보면 아버지가 딸들과 저녁만큼은 반드시 함께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피디님이 음식에 특별한 관심을 두게 된 이런 유년 시절의 기억이 있는지 궁금해요.
어린 시절에는 관심이 더 하다면 더 했어요. 부모님 두 분 다 음식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집에서도 대충 먹는 법이 없었죠. 어머니는 삼시 세끼 다 다른 음식을 해주셨어요. 아침이면 들리던 도마에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직도 기억나요.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나던 과자나 케이크 굽는 냄새도요. 우리 집은 입는 것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먹는 거에는 항상 신경을 많이 썼어요. 아버지도 식도락가였죠. 아버지랑 외식하게 되면 아주 특별한 음식을 먹었어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그런 곳들을 경험한 건가요?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자주 가지는 않았는데, 물론 양식이나 중식이나 평소에 가지 않는 곳들을 가긴 했죠. 아버지가 중국에서 태어나서 북한에서 살다 오셨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냉면을 많이 먹었죠. 중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많으셔서 유명한 중식당도 많이 갔고요. 가면 늘 코스로 먹었는데, 전 중식당에서 다들 음식을 코스로 먹는 줄 알았어요. 집의 모든 수입이 거의 다 먹는 데 쓰였죠.

처음부터 다큐멘터리 피디로 방송국 일을 시작한 건 아니더라고요. 다큐멘터리 피디를 목표로 방송국에 입사한 게 맞나요?
맞아요. 저는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했어요. 그때 쓴 석사 논문 주제가 ‘국내에 불법 취업한 방글라데시 무슬림 노동자들의 음식 금기’였어요. 현지조사라고 하죠. 포천에 있는 가발 공장에서 6개월 동안 외국인 노동자분들이랑 동고동락했어요. 그때부터 카메라로 많이 찍었죠. 그러면서 영상인류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계속 공부를 하지 않으면 방송국에 들어가 다큐멘터리 피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상인류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영상인류학은 시각 매체를 하나의 조사, 연구 도구로 이용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와 종이 한 장 차이죠. 인류학은 재미있는 학문이에요. 책상에 앉아서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니까요. 현지조사를 해야 하고, 과정 자체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과정과 아주 비슷하죠. 낯선 공동체나 사회 속에 들어가서 그들의 처지가 되어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상호관계를 이해하려고 하는 거예요.

피디님 하면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때로부터 10년이 지났는데요, 10년 뒤의 감회라고 할까요? 〈누들로드〉가 피디님께 어떻게 남아있나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하지만 계속 그 연장 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먼 과거처럼 느껴지지는 않아요. 〈누들로드〉를 하고 다른 경쟁 프로그램을 하고,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했으면 더 오래된 과거의 기억이 됐겠죠? 그런데 〈누들로드〉, ‘요리인류’ 시리즈, ‘요리인류 – 도시의 맛’ 시리즈가 다 연장선에 있어요. 10년 전 일 같지 않아요. 저는 아직도 ‘누들로드’에 있는 것 같아요.

〈누들로드〉를 촬영할 당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중국 신장 고고학 박물관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국수 유물을 발견했을 때예요. 굉장한 행운이었어요. 아주 좋았고, 흥분됐죠. 그게 다큐멘터리의 묘미예요.

책으로 나온 《누들로드》를 읽으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은 예기치 못한 수많은 순간을 모으는 일이 아닌가 싶었어요. 커다란 틀을 짜 놓긴 하지만, 그때그때 만나는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장르 같아요.
그렇죠. 여행으로 치면 배낭여행 같은 거예요. 정해진 것을 먹고 정해진 것을 보고 정해진 장소에서 사진까지 찍고 오는 게 패키지 투어라면, 다큐멘터리는 배낭여행이죠.

많은 인원이 한 팀으로 움직이잖아요. 그리고 이게 있을 거라고 조사하고 가지만, 그게 없을 수도 있는 거고요. 현장에서 그런 불안감은 어떻게 다스렸는지 궁금해요.
그런데 저는 어떤 생각을 하느냐면, 없으면 없는 게 사실이에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중국 윈난성에 사는 어떤 부족이 닭에 대한 특별한 신앙과 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여러 자료에서 그런 이야기를 봤단 말이죠. 그래서 찾아갔어요. 갔는데, 없대요. 한 30년 전에 없어졌다고 해요. 그럴 때 억지로 있는 것처럼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럼 왜 없어졌을까?’ 이게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물론, 그래도 사전조사가 중요해요. ‘요리인류’나 ‘도시의 맛’ 시리즈 다 사전 현지답사를 가요. 제가 갈 때도 있고, 제가 갈 수 없으면 현지 코디네이터가 가요. 가서 사진 찍어서 보내요. 그러면 우리가 판단하죠. “괜찮다, 여기 스토리 재미있다.” 사실 제가 관심 있는 것은 음식 그 자체만은 아니에요. 인스타그램을 보면 클로즈업한 음식 사진만 잔뜩 올리잖아요. 저는 그런 게 재미없어요. 그리고 멀리서 보면 다 똑같아 보여요(웃음).

자연스러운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한 게 기억나요.
그렇죠. 그러니까 음식 자체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게 저한테는 훨씬 매력적이에요. 예를 들면 이번에 ‘도시의 맛’ 시리즈에서 치킨 이야기로 2부작을 만들었어요. 전 세계의 다양한 닭 요리를 볼 수 있죠. 그런 요소도 넣었는데요, 실은 제가 가지던 의문은 ‘왜 그 많은 새 중에서 닭이 인류에게 가장 사랑받는 가축이 되었을까?’였어요. 날지 못하는 새들도 꽤 되거든요. 그리고 수많은 민족,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같은 동물인 닭을 어떻게 인식했는가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재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결국에는 그 식재료를 둘러싼 사람, 문화 이야기네요. 인류학의 영향 때문이겠죠.
그렇겠죠? 그리고 뭐랄까, 지금은 ‘요리인류’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할 일이에요.

음식과 요리도 오락의 요소가 되었죠.
관심을 둔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지금 우리는 인스턴트 사회에 살고 있어요. 인스턴트 음식뿐만이 아니라 모든 게 인스턴트죠. 인간관계도 그렇고,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도 그렇고요. 다 ‘짤방’만 봐요. 3분, 5분, 길어야 10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 수많은 영상을 보세요. 그러니까 만드는 사람한테는 제대로 음식을 만들 이유가 없는 거예요.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계속할 수 있어요.

저서인 《쿡쿡》에서 “식탁의 음식들을 보면 우리가 보인다.”고 했죠. 지금 우리의 식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조금 전에 얘기한 우리 사회가 인스턴트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또 다른 흐름은, 거기에 대한 반작용이죠. 사람들은 이제 많이 먹는 것보다도 바게트 하나를 먹어도, 크루아상 하나를 먹어도 정말 제대로 잘 만든 걸 먹길 원해요. 비싸도 일부러 찾아가서, 기다려서 먹는 거예요. 지금 우리 음식 문화는 그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요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에너지 소모가 커요. 그냥 요리 자체가 또 다른 일이 되는 거예요. 인스턴트 음식을 즐길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사회적인, 경제적인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힘든 게 맞아요. 인스턴트 음식 먹지 말고 다 제대로 해서 먹으라고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죠. 그런데 인스턴트 음식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인스턴트 콘텐츠만 소비하면서 살 수는 없어요.

‘요리인류’ 시리즈는 20~30대 시청자도 많은 편이라고 들었어요. 인스턴트 콘텐츠의 시대에서 긴 분량의 다큐멘터리인 ‘요리인류’ 시리즈가 어떻게 어필된 걸까요?
그런 게 있을 것 같아요. 음식을 예쁘게 찍는 프로그램은 의외로 많아요. ‘요리인류’는, 실은 그냥 마니아 프로그램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시청률도 잘 나온 거예요(웃음). 그리고 저는 역시 메시지가 중요해요. 영상미가 끝내주는 영화도 스토리가 빈약하면 20분 정도 보고 나면 지루해요.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고, 그 이야기에 걸맞은 영상이 들어왔을 때 가치가 올라가죠. ‘요리인류’ 시리즈도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옛날에는 영상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다큐멘터리가 많았죠.

저는 역사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는데요, 서재를 배경으로 한 교수님 인터뷰나 재연 장면이 꼭 나왔던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를 텍스트적으로 본 거예요. 그런데 제가 그런 걸 싫어해요. 다큐멘터리 영상도 세련돼야 해요. 어떤 게 좋고 어떤 게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주제가 ‘먹는다’라고 하셨으니까 어떤 ‘먹는다’는 취향과 연결한다면, 저는 요즘 아무리 맛있어도 플라스틱 컵이나 스테인리스 사발에 주는 가게는 가기 싫어요.

음식을 그릇에 담긴 내용물로만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복합적인 이미지로 보는 건가요? 다큐멘터리도 그래야 한다는 거고요.
네. 그게 총체적 경험이에요. 저는 요즘 오히려 디자인이 괜찮은 식당이 좋아요. 인테리어와 메뉴판, 음식 플레이팅까지. 그런 경험 자체가 좋은 거예요. 물론, 그렇게 해놓고 맛이 정말 이상하면 한 번 가고 안 가요. 하지만 맛이 조금 떨어지거나 조금 비싸더라도, 그러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사람들이 직접 요리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는데 요리를 보는 시간은 늘어난 것 같아요.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요리하고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까요?
우리는 하루에 세 번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수시로 먹는 이야기를 하죠. 인간의 욕망 중에서 이렇게 자주 이야기되고 해결해야 하는 욕구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많은 욕구가 다른 대상과 타협하고 협상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음식을 먹는 데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죠.

식욕이 가장 쉽게 충족될 수 있는 욕구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일까요?
그런 것도 있고, 그게 허용됐기 때문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 같아요. 그 욕구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욕구에 대한 이미지를 자유롭게 소비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거요. 그리고 식욕을 충족하는 행위 자체에 여러 문화적인 요소가 결부되어 있어요.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먹기 위해서 식당에 들어가요. 식당에 가면 공간이 있어요. 공간을 꾸며 놓은 인테리어가 있고, 가구가 있죠. 그다음 그릇이 있고 음식, 그것을 만든 ‘레시피’라고 하는 또 다른 지식의 총합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걸 만든 사람까지 인식해요. 누가 이 요리를 만들었나. 그것뿐만이 아니죠.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종업원이 입은 옷, 그들의 말. 이 모든 것들이 한 그릇의 음식에 담긴 거예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일 경험하는 문화적인 체험이에요. 미술관이나 음악회에는 자주 못 가지만 식당은 거의 매일 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모든 소셜미디어와 우리의 화제에서 음식이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거예요. 한 가지 더, 음식이 생존에서 놀이로 변하고 있는 거죠.

텔레비전 요리 프로그램을 하나의 쇼로 여기는 거네요.
그렇죠. 인류의 긴 역사에서 대부분은 배고픔의 시대였어요. 그러니까 음식을 놀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죠. 그런데 지금은 산업화, 성장의 시대를 거치며 양적으로 풍족하게, 음식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놀이로 음식을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거고요. 드라마에 감정이입을 한다고 현실에서 경험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음식은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돈 모아서 한번 가볼 수 있을 거예요. 여행도 마찬가지고요.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죠.

서재 같기도 하고 부엌 같기도 한 이 공간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쿠킹 스튜디오 겸 제 작업실이에요. ‘요리인류’ 시리즈 촬영을 이곳에서 하기도 해요.

〈누들로드〉를 끝내고 나서 런던 르 꼬르동 블루 요리 학교로 요리 유학을 갔어요. 당시의 경험을 담은 책 《쿡쿡》에도 나오지만, 정말 요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피디라면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떠난 건가요?
그럼요.

그렇다면 요리를 배우기 전과 후, 주제를 보는 관점이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나요?
달라졌죠. 겸손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요리하는 사람에 존경심도 생겼고, 동료의식 같은 것도 생겼어요. 또 조리 과정을 직접 겪어보니까 그 디테일이 더 보이잖아요. 뭐 직접 만들어본 경험 있어요?

김치볶음밥이나 아니면 추석 때 송편 빚는 거 정도요.
그래요, 송편을 빚어 봤어요, 그럼 진짜 잘 빚은 송편을 보면 ‘와, 저거 어떻게 빚었지?’라는 생각이 들죠.

아, 그런 경외감.
송편을 한 번도 안 빚어본 사람은 그게 잘 빚은 송편인지도 몰라요. 그렇잖아요. 또 요리한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됐다고 할까요? 어떤 음식 이야기를 할 때도, 예전에는 함부로 얘기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만들기도 쉽지 않다는 걸,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변화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도 나오는 거고요?
나오죠. 나왔다고 생각해요. ‘요리인류’ 시리즈를 보면 시그니쳐 같은 장면이 있어요. 서 있는 사람을 달리숏(카메라 이동 활차인 달리 위에 카메라를 싣고 움직이면서 촬영한 장면)으로 담는 거예요. 예전에 〈누들로드〉 때는 국수를 만드는 사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만드는 사람 이름 자막도 넣지 않았고, 만드는 사람의 멘트도 거의 없었죠. 국수가 주인공이었어요. 그런데 ‘요리인류’에는 사람들 이름이 다 들어가요. 어쩌면 그 사람이 그 장면의 주인공인 거죠. 그게 달라졌어요.

사람이 주인공이라고 하니, 문득 피디님이 카메라 뒤에 있다가 진행자로서 카메라 앞에 등장한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우선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는 프리젠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해외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런 경우가 많아요. 프로듀서만큼 그 주제를 잘 아는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해요.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어요. 음, 제가 5년 동안 ‘요리인류’ 시리즈를 만들면서 제작비 전액을 펀딩 받았어요. 그랬기 때문에 이 요리 다큐멘터리가 계속 만들어진 거예요.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거고요. 제가 스토리텔러가 되니 그런 것들이 장점이 되더라고요. 협찬을 유치하는 데요(웃음).

피디님의 책에서 “밑져야 본전”이라고 하며 켄 홈(중국계 미국인으로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의 프리젠터로 활약했다)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내고, 르 꼬르동 블루 동기들 앞에서 촬영 동의를 구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용기는 기획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이겠죠?
확고한 편이죠. 그래도 다 전략이 있는 거죠. 대신 실패하는 걸 덜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덜 의식해요.

호기심이 많은 분인 것 같아요. 피디님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제가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는 ‘도시재생’이에요. 예전에는 도시의 어떤 부분을 개발한다고 하면 옛날 건물은 다 밀어버리고 거기에 새로운 건물을 짓곤 했잖아요. 지금은 어떻게 변했나요? 사람들이 찾아가는 장소를 보면 다 예전의 흔적을 살린 곳이에요. 도시재생은 한마디로 낙후된 지역의 원형을 헤치지 않고 그 기억을 되살리며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거예요. 예를 들면 창고나 공장을 카페와 식당으로 고치고,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만드는 거죠. 그러면 사람들이 그곳을 찾고 동네가 다시 살아나요. 저는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을 해보고 싶어요. 실은 지금 서울시와 같이 계획 중이에요.

그 과정을 찍으면 그 자체로 다큐멘터리가 되겠네요. 그렇지만 실제로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한다는 거죠?
그렇죠. 그래서 올해 안에 그런 장소들이 생길 거예요. KBS 안에도요. 물론 KBS 안에 생기는 거는 도시재생은 아니에요. ‘요리인류’ 스튜디오가 생길 거거든요. ‘요리인류’에 나오는 음식을 체험할 수 있어요. 오세요(웃음).

다큐멘터리에 하나의 메시지를 담는다고 했어요. 다큐멘터리 피디로서 궁극적으로 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뭘까요?
아까 말한 것과 연결되는 이야기예요. 저는 음식 자체보다 음식을 통해서 본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게 정확하네요. 그렇죠? 어떤 사람은 디자인을 통해서 인간을 이해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사진을 통해서, 음악을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겠죠. 그런데 왜 저에게는 음식이 매력적일까요?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욕구이고,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농업이나 조리, 식품의 과학과 상식 등 인간이 문화라고 이야기하는 모든 요소가 음식을 둘러싸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효과적인 시각이죠. 그것이 제가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바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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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혜원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