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상점의 걸음

민진아 — 키오스크키오스크

서울숲역 근처, 낡은 아파트 상가를 따라 올라가면 ‘키오스크키오스크KioskKiosk’가 있다. 신문이나 과자를 파는 간이 매대를 뜻하는 ‘키오스크’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늘 변화하고 움직인다. 선물 가게, 아름다운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공간, 1인 스튜디오이자 흥미로운 기획으로 외부 행사에서 이름을 알려가는 브랜드까지 이곳의 이름과 기능은 다양하다. 유연하게 확장되는 걸음을 따라, 키오스크키오스크의 빨간 대문을 두드린다.

상점 위치가 독특해서 찾아오기 재밌었어요. 키오스크키오스크는 아파트 상가 2층 복도 끝에 있고, 1층엔 젤라또 가게가 있네요.

맞아요. 2층에 올라오자마자 보이는 세탁소가 정겹죠? 일본에 가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건물에 특이한 가게가 숨어 있곤 하잖아요. 그런 느낌도 나는 장소예요.

 

기존에는 서울숲과 가까운 골목에 있다가 이곳 서울숲역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고 알아요. 건너편에 에스엠 사옥이 보이네요(웃음).

작년 여름 이사했으니 여기 온 지 1년이 좀 넘은 건데요. 월세 부담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있을 만한 공간을 찾다가 여길 발견했어요. 저는 여러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싶은데, 걸림돌이 될 정도로 고정비가 부담이 되었거든요. 여긴 기존 상점 위치와 그리 멀지도 않고 찾아오는 길도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는 곳이에요.

 

몇 해 전 지인이 이곳에서 산 노트를 선물로 줬어요. 그 노트 알차게 잘 썼는데, 진아 씨와 이야기 나누게 되었네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인연이 닿다니. 역시 두 다리 건너면 서로 다 안다는 말이 맞아요(웃음).

 

키오스크키오스크는 1인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물을 큐레이션 하는 상점이죠. 그 시작이 궁금해요. 

키오스크키오스크는 전시공간 ‘피크닉piknic’에 입점하며 운영을 시작했어요. 오픈하던 당시 출판사에 다니면서 독립 출판물을 만들어 페어에 나가는 걸 일종의 취미처럼 즐겼는데, 그 무렵 독립 서점은 많아졌지만 독립 상점은 드물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전시공간 피크닉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먼저 독립 상점 형식의 콘텐츠가 입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적극적으로 제안드렸죠. 전시 공간에는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오실 테니 미술과 디자인에 대한 접근을 재미있는 굿즈 상점으로 소개하고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피크닉에서 그 제안을 받아들여 주셔서 그곳에서 키오스크키오스크를 약 2년간 운영하게 되었죠.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디자이너로서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했어요. 

 

전시 공간 안의 상점이라니 당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사람들이 과연 이곳을 많이 찾아줄까?’라는 우려 속에서 공간을 열었어요.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피크닉은 방문객이 하루 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오픈 첫 번째 주말이 끝나니까 물건이 거의 다 팔려서, 당장에 돌아오는 주를 어떻게 준비할지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로는 피크닉에서 공간 맥락에 좀 더 부합하는 숍을 따로 운영하게 되면서 키오스크키오스크가 서울숲 근처로 옮기게 되었죠.

이쯤에서 상점 이름의 뜻을 들려주실래요?

‘키오스크’는 길거리의 작은 매대, 즉 유동적이고 가벼운 상업 공간을 뜻해요. 처음부터 사업이라기보다 하나의 활동으로 상점을 시작했기에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꾸준히 변화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그런 의미로 ‘키오스크’라는 이름을 빌렸죠. 피크닉에 입점하기 전엔 아트북 페어에서 ‘펜슬 키오스크’라는 이름으로 연필 관련 콘텐츠를 판매했는데, 그때 여러 키오스크가 모인 키오스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의 이름이 탄생했죠.

 

이곳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로컬 작가의 작업과 상품 사이 어딘가”라고 소개한 적이 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 상점은 ‘어쩌다 만들어진 것’을 판매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입점된 제품들은 대량 유통을 위한 상품처럼 1,000개 단위로 찍어내는 게 아니라, 많아야 100개 정도만 생산돼요. 그래서 이곳은 어쩌면 비효율적인 생산과 유통이 공존하는 장소이기도 하죠. 손님들과는 판매라는 방식으로 소통하지만, 결국 이곳의 모든 작업은 ‘팔기 위해서’보다는 ‘만들고 싶어서’ 탄생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이런 생각을 짧게 정리해 보니, 저희 상점은 ‘작업과 상품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다고 소개할 수 있겠더라고요.

 

SNS 콘텐츠로 물건들의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죠. 손님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예쁜 물건이 아니라 작가의 노력과 의미가 담긴 물건을 안아갈 수 있을 듯해요.

아무리 작업의 성격이 강한 물건이라 해도 판매를 위해 이곳에 들어왔으니까, 구매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키포인트예요. 실제로 손님들이 “이게 뭐예요?”라고 많이들 물으세요. 그래서 사용법이나 소장했을 때의 가치를 설명해 드리죠. 여기 입점한 작가님들은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많아서 판매 포인트를 집어드리는 게 저희 역할이에요.

 

상점과 오래 연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님은 어떤 분들이 있나요?

초기부터 함께한 버드핏Bird Pit 작가, 에이플라이APLY가 있어요. 아티스트 프루프와도 인연이 깊은데 개인 상점은 저희만 입점되어 있다고 해요. 모빌을 만드는 오시영 작가님, 브라이트룸 같은 세라믹 브랜드도 함께하고 있어요. 다양한 작가들과 유대감을 갖고 협업 상품도 만들고 팝업도 진행해 왔죠.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큐레이션 하는지도 궁금해요.

먼저 재밌어야 하고, 다음으로 ‘감각’이 성립되어 있어야 하죠. 감각이라고 하면 모호하게 느끼실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자투리 재료를 활용한 의미 있는 작업을 만드는 브랜드는 정말 많지만, 시각적으로도 즐거워야 해요. 즉 미술 감각이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어야 하죠. 문구도 마찬가지예요. 기본적으로 사용성이 좋아야 하지만 각인이 예쁘다든지 시각적인 감각이 좀더 특출난 것들 위주로 선택하게 돼요.

저는 이런 편집 상점에 가면 늘 궁금해요. ‘어떻게 이 귀하고 아름다운 물건들을 모두 찾았을까….’ 하고요.

저희는 리서치를 꽤 많이 하는 편이에요. 초창기에는 다른 준비보다 키오스크키오스크에 어울리는 파트너를 찾는 데 집중했어요. 거의 석 달 동안요. 대부분 처음 연락드리는 작가님들이라 긴장도 되고, 거절이 두렵기도 했죠. 지금은 거절을 받아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지만, 그땐 정말 간절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오래된 파트너들이 생기고 먼저 판매를 제안해 주시는 분들도 늘어났어요. 또 오프라인 행사에서 인연이 닿거나, 저희와 결이 비슷한 공간에서 어떤 분들과 협업하는지 살펴보기도 해요. 상점 파트너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따라가며 탐색할 때도 있고요. 간단히 말하면… 일종의 ‘파도타기’ 같아요(웃음).

 

이번 호 주제가 ‘선물’인데, 진아 씨는 무언가를 고르는 행위와 아주 밀접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선택이라는 말,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영화에서 한 소년이 좋아하는 소녀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을 때 가장 기뻐한다.’고 말해요. 그래서 소년은 소녀가 좋아하는 한정판 책을 깜짝 선물로 줬고, 소녀는 행복해했어요. 저에게 고른다는 건 바로 그런 일이에요. 누군가를 위해, 그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감각을 찾아내는 일 말이에요.

 

손님에게 뜻밖의 재미나 새로운 느낌을 주는 물건을 고른다는 이야기일까요?

맞아요. 손님들이 가게에 오시면 “와, 이게 뭐야?” 같은 말을 정말 자주 하세요. 사실 저도 작가님들의 새로운 작업을 받아볼 때 똑같은 기분이 들어요. 예를 들어 이수키 작가님은 같은 모양의 펜던트에 매번 다른 그림을 그리시는데, 상자를 열기 전엔 이번엔 어떤 그림이 들어 있을지 알 수 없거든요. 그래서 포장을 풀 때 크리스마스 선물을 여는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작업을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즐겁고 설레요.

 

상점에서는 진아 씨의 손에서 탄생한 작업들도 판매하고 있어요. 컵, 북커버 같은 상품들이죠.

직접 디자인한 기하학적인 그래픽과,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서체 디자인 스튜디오 오렌지 슬라이스 타입Orange Slice Type에서 만들어준 키오스크키오스크 고유 서체를 사용해 굿즈를 만들어 왔어요. 매년 선보이는 제품은 달력이네요. 저희는 시각적인 언어가 강조되는 브랜드니까 이런 굿즈가 브랜딩의 도구가 되는 것 같아요. 외부에서 디자인 작업을 맡겨주시기도 하는데 역시 상품 제작을 주로 하고 있죠.

 

평소 다양한 제품을 경험하실 텐데, 자체 굿즈는 어떤 차별점을 두려고 하세요?

만드는 사람마다 고유한 ‘손맛’이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억지로 차별점을 두기보다, 내 손맛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지점을 고민하게 돼요. 이곳에 입점한 작가님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예를 들어 그림 그리는 분들은 ‘어디에 인쇄해야 내 그림이 더 재미있게 느껴질까.’를 고민할 테고, 수작업을 하는 분들은 ‘어떤 기법으로, 어떤 형태를 만들까.’를 끊임없이 생각하시겠죠.

 

디자이너의 손맛이라… 처음 듣는 신선한 표현이에요.

아, 그런가요(웃음)? 손맛이라는 게 있어요. 저도 그래픽 디자인을 할 때 레퍼런스를 참고해 일부 요소를 따라 해봐도 결과물은 레퍼런스와 많이 달라요. 나만의 시각적 언어 구조가 존재해서일 거예요.

 

판매, 제작과 더불어 키오스크키오스크의 주요한 활동은 오프라인 행사와 기획전 참여죠.

기획 중심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곳에 입점한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으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입점처에만 의지하지 않고, 북페어 같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키오스크키오스크를 알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시도들이 새로운 판매나 다른 형태의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또 정부 사업처럼 저희가 하는 일에 외부 지원이 더해지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동력이 되더라고요. 다양한 활동의 기회를 꾸준히 찾고, 입점 파트너들과 함께 연대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저희의 중요한 방향이에요.

 

그런 활동 중 하나가 지난 10월 종료된 ‘세컨드 키오스크Second Kiosk’ 기획전이겠네요.

세컨드 키오스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공예 문화 육성을 위해 진행한 사업으로, 공예 유통사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저는 작년부터 수선과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생겨서 이 주제로 기획전을 열고 싶었는데, 마침 두성종이에서 반품되거나 오염된 종이가 재고로 쌓여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작가 스물다섯 팀과 함께 이런 ‘자투리 재료’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을 구상하게 되었죠. 처음엔 두성종이 사례처럼 쓰임을 잃은 재료를 발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기획 과정에서 만난 수공예 작가님들 역시 쓰지 못한 재료나 샘플을 소중히 보관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분들에겐 재료를 선택하는 과정 역시 작업의 일부였으니, 남겨진 재료에 애착이 생길 수밖에 없던 거예요. 판매가 되지 않아 남겨진 작업들도 있었고요. 그렇게 ‘자투리’에서 출발한 이 기획은 결국 ‘남겨진 것에서 시작하는 또 하나의 상점’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었어요.

 

작가 스물다섯 팀은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었어요. 각각 소개해 주실래요?

‘아티산 페이퍼Artisan Paper’는 두성종이와 협업해 남겨진 종이를 활용했어요. ‘크래프트 하우스Craft House’는 남겨진 재료와 작업을 소장한 공예 분야 작가님들을 모았고요. ‘비저블 픽싱Visible Fixing’은 니팅이나 바느질로 수선 예술을 하는 분들을 초대했죠.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들을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하고, 제작 비하인드를 인터뷰 콘텐츠로 발행했어요.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워크숍도 진행했고요. 기획전은 종료되었지만 제품은 온라인에서 12월까지, 오프라인에서는 꾸준히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고 새롭게 확장되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자투리에서 시작했다가 점점 재미있는 서사를 발견하고, 이야기도 확장되었어요. 그렇게 일도 확장되고 말았죠(웃음). 처음엔 작가 열 팀만 함께하려 했는데, 준비하다 보니 스물다섯 팀이 되어서 규모가 큰 기획전이 되었네요. 평소 하고 싶던 것들을 마음에 담고 있다가 이 기회에 펼쳐 보이게 됐죠.

 

규모가 정말 큰 프로젝트라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요.

인스타그램 광고처럼 처음 해보는 일들이 어려웠어요. 처음 하는 일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렵기 마련인데 내가 부족해서라는 죄책감이 들었죠.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들이 자꾸 생각났고, 자기 전에 보내야 할 메일이 눈앞에 떠다니는 것 같았어요(웃음).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죠? 내년에 기회가 되면 세컨드 키오스크 시즌 2를 해보고 싶어요. 그럴 수 있으면… 너무 좋겠네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키오스크키오스크는 선물을 위해 찾기 좋은 곳이잖아요. 손님의 기념일을 더 특별하게 만든 적도 있을까요?

직접 제게 그런 경험을 이야기하신 분은 없었고, SNS에 선물 받았다며 손님들이 리뷰를 남겨주실 때 반가워요. 말씀처럼 선물 사러 많이들 오세요. 동료 선물 사려고 근처 회사에서 오는 분들이 제일 많고, 친구 생일 파티 가기 전에 들르는 분들도 있네요. 어떤 분들은 “엄마께 선물하려는데 뭐가 좋을까요?”라고 물어보세요. 그럼 저는 “가격대는 얼마 정도로, 어머니 취향은요?”라고 묻죠.

 

선물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따스한 풍경이네요.

선물 가게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상적이지만 특별하고, 내 것으로 갖기엔 아까워 잠시 망설여지지만 누군가에게 주기엔 딱 좋은. 그런 물건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선물 가게예요.

 

문득 개인적인 선물을 건넬 때 어떤 점을 고민하는지 궁금해요.

흠 그러게요. 뭐랄까… “이런 거 줄 줄은 몰랐지!” 그런 거(웃음)? 당사자가 예상치 못한 걸 주는 편이에요. 작은 걸 옹기종기 모으는 것도 좋아하고요. 큰 선물 하나를 줬을 때 받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 나도 그 친구도 서운할 테니까요. 그래서 작고 재미있는 것들을 여러 개 모아요. 예를 들어 여행 선물을 사 오더라도 이 도시에서 산 키링, 저 도시에서 산 볼펜 등을 하나의 꾸러미처럼 구성해서 선물로 줘요. 편집 상점을 하다 보니까 최적의 조합을 찾는 걸 좋아하게 되었나 봐요.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나에게 응원의 선물을 건넨다면요?

첫째는 달력 그리고 상자! 제가 상자를 좋아해요. 수납과 정리에도 유용하지만 추억의 물건이나 엽서를 넣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상자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년을 위한 상자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필기구를 장만해도 좋을 거예요.

 

오늘의 대화를 곱씹으며, 내게 닿은 물건들의 출처와 그들이 지나온 길을 헤아렸다. 소중한 이가 선물로 건넸던 작은 노트에는, 뜻밖의 물건으로 기쁨을 전하려는 누군가의 시선, 그리고 작업을 진심으로 대하는 창작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구나. 내가 받은 것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여러 겹의 마음이 포개어진 진심이었다.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의미가 켜켜이 쌓인 그 물성 위에, 이번엔 나 역시 누군가를 향한 마음 한 장을 얹어보겠다고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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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정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