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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운동 열전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좌절한다. 경주의 고분 같은 배를 쓸어내리며 ‘음, 이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니지.’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것도 한두 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운동을 결심한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지만 선뜻 마음이 가는 운동이 없다. 그래서 물어봤다. 당신은 어떤 운동을 하나요? 당신의 생활운동을 알려주세요.
탁구
농협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 이한솔
좋아하는 운동이 탁구라고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른 분들에 비해 덕후라고 할 만한지는 모르겠네요. 하지만 기간보다는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말에 용기 냈습니다.
그런 멘트 좋아요. 누가 뭐래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덕후가 아닐까 싶네요.
얼마나 자주 쳐요? 일주일에 3~4회씩 꾸준히 2시간 이상 치는 것 같아요.
주변에 탁구를 칠 수 있는 곳이 많아요? 회사 근처에 선수 출신 아주머니가 탁구교실을 운영하시거든요.
사실 탁구가 젊은 이미지는 아니잖아요? 태극권이 떠오르기도 하고. 군대에서 행보관님과 자주 쳤어요. 실버 운동의 이미지가 있죠. 하지만 탁구는 아버지가 아들을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운동이라고 해요.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탁구장에 주로 어떤 사람들이 모여요? 40대에서 50대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저는 같은 부서의 사수와 주로 상대하는 편이고요.
대략적인 승률은 어떻게 돼요? 탁구가 끝날 때면 전적을 따져서 음료수 내기를 하는데, 열 번 중에 일곱 번은 제가 지는 것 같아요. 황금 비율이네요.
사수라서 일부러 져주는 거예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본능적으로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사실 제가 더 잘하는 거 같긴 하거든요.
자신 있는 기술이랄까. 얍삽이(?) 같은 게 있어요? 사수 몰래 공에 스핀을 넣어요. 저희들 사이에서는 스핀을 금지하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서, 혹시나 상대가 의심하면 ‘손가락에 잘못 맞아서 그렇다.’라며 넘기고 있습니다. 탁구나 직장생활이나 비슷한 점이 많네요…
탁구를 칠 때 특별히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사실 탁구는 배우기 힘든 운동이에요. 포핸드라고 해서 기본 동작부터 배우는데, 정확히 공을 보내기까지 몇 개월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함께 치는 사람과 호흡도 중요하고, 끈기와 인내가 요구되는 운동이죠.
힘든 점은 없어요? 처음 탁구를 배울 때 팔 각도를 90도로 고정시켜야 해서 자주 그런 모양을 하고 다녔어요. 회사 구내식당에서 그러고 있다가 상사들에게 어디 몸이 불편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어요.
어쩐지 마음이 짠하네요. 뭐든지 기본이 중요하니까요.
갑자기 든 생각인데 탁구공에 맞아본 적 있어요? 이빨에 맞아봤어요.
입을 벌리고 치는 타입인가요? 감기에 걸렸을 때라 저절로 벌어졌던 것 같아요. 다행히 앞니 두 개에 함께 맞아서 큰 타격은 없었어요. 탁구는 역시 협동이 중요한 운동이죠.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단기적으로는 사수와의 음료수 배틀에서 매번 이겨 그를 자판기로 만드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높은 분과 함께 칠 만한 실력이 되어 예쁨 받는 게 목표입니다.
목적이 조금…. 생각해보니 되게 소시민적이네요. 시작은 불순했지만 탁구를 치다 보니 그 매력에 푹 빠진 것도 사실이에요. 탁구는 운동량도 정말 많고, 재미있고, 흙먼지를 뒤집어쓸 일도 없는 깔끔한 귀족 스포츠이니 젊은 분들이 많이 배우셨으면 좋겠어요.
러닝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
러닝을 하고 있다고요.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작년 11월에 압구정 로데오거리 쪽에서 나이키 오픈 행사 관련 협업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나이키 트레이닝과 러닝 세션에 참석하게 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나이키 우먼스 활동을 하게 됐죠.
인스타그램에 자주 러닝 사진이 올라오더라고요. 함께 하는 사람들은 누구예요? ‘에너지러너스’라는 러닝 크루에서 함께 활동하는 멤버들이에요. 모델, 스타일리스트, 브랜드 디렉터, 플로리스트, 아티스트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얼마나 자주 뛰어요? 매주 1회 정기적으로 뛰어요. 보통 5킬로미터에서 7킬로미터 정도를 뛰는데, 5월 말에 열리는 하프마라톤(21킬로미터)에 참가하려고 거리를 조금씩 늘리고 있어요.
사진마다 달린 시간과 거리를 체크해놓은 걸 봤어요.‘NRC’라는 나이키+ 런클럽 앱이에요. 자동적으로 내가 일정 거리를 얼마만큼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실시간마다 체크해주거든요. 그렇게 누적된 기록을 SNS로 공유할 수도 있어서, 달리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달리기에 좋은 장소를 추천해주세요. 주로 저녁나절 선선한 한강을 달리고, 가끔 업힐 연습을 위해 남산을 뛰기도 해요. 각 장소마다 나름의 서울 풍경을 느낄 수 있어서 각기 다른 매력이 있네요.
사실 러닝은 굉장히 단순한 운동이잖아요. 어떤 매력 때문에 러닝을 하나요? 왜 뛰느냐, 뭐가 재미있느냐고 물으면 저도 정확히 대답하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이상하게 재미있어요. 함께 뛰는 사람들과 나누는 에너지 때문일 수도 있고, 뛰고 나서 무언가 해냈다는 보람 때문일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정직한 운동이잖아요. 뛰면서 스치는 바람과 땀과 생각들이 혼란스러운 정신을 시원하게 털어주는 것 같아요.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요즘에는 미세먼지가 가장 신경 쓰여요. 가장 먼저 미세먼지 수치를 살핀 다음 달리기에 좋은 공기가 아니라면 세션을 취소하기도 해요. 달리기 전과 후에 스트레칭을 해주는 건 기본이고요. 무엇보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서 뛰는 게 중요해요. 다른 사람에 맞추려고 무리하지 않았으면 해요.
래프팅
《해피투데이》 에디터 신영배
래프팅을 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2005년에 처음 시작했으니까 햇수로 13년 됐네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고등학교 시절 ‘신진모(신영배의 신, 전진우 진, 임성모의 모)’라고 함께 다니던 패거리가 있었는데, ‘모’만 대학에 붙고 나머지는 떨어졌어요. 처지가 불쌍했는지, ‘모’라는 친구가 강원도 영월의 래프팅 숍으로 우리를 데려간 거예요. 그때 기억이 좋아서 대학에 붙은 후에도 여름방학마다 내려가 가이드를 하곤 했죠.
자격증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필요해요. 이론, 수영, 심폐소생술, 래프팅 실전 실기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해요. 아, 물론 저는 있죠.
가이드를 할 정도면 물에 익숙한가 봐요. 그때 수영을 처음 배웠어요.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혼자 수영 연습도 하고 혼자서 내려오면서 코스를 숙지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지금도 수영장에서 정식 수영을 하면 가라앉아요. 개헤엄으로 수영하는 버릇을 들여놔서.
래프팅의 매력을 말해주세요. 이성을 만나기에 좋… 아니, 다시 말할게요. 보통 래프팅 코스를 완주하는 데 2시간 30분 정도 걸려요. 전국 각지 사람들과 한 배를 타고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죠. (전국의 장인·장모님만 천 명 정도를 만났어요.) 동강의 풍경을 양쪽에 두고 내려오는 기분은 말할 것도 없고요. 개인적으로는 비가 내릴 때 래프팅 하는 것을 추천해요. 비를 흠뻑 맞으면서 물 위를 떠가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거든요.
동강이라면 영월을 말하는 거죠? 보통 4대 래프팅 코스를 꼽자면 영월의 동강, 인제의 내린천, 철원의 한탄강, 산청의 경호강을 꼽아요. 흔히 생각하는 여울(급류)에서 빠른 래프팅을 즐기고 싶으면 내린천을 추천해요. 그런데 내린천의 ‘이빨바위’라는 곳의 여울은 진짜 개(?)무서워요. 남녀노소 모두 무난하게 즐기기에는 단연 동강이 좋고요.
위험하진 않아요? 대부분의 사고는 부주의 때문이에요. 헬멧과 구명조끼를 철저히 착용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죠. 그리고 보트 안에도 안전벨트 같은 발걸이가 있어서, 발을 깊숙이 넣으면 절대 빠지지 않아요. 지병이 있는 사람은 래프팅 출발 전에 필히 가이드에게 자신의 병력을 이야기 하는 게 좋아요.
얼마나 자주 즐겨요? 그동안 생긴 노하우가 있을 거 같아요. 직장에 다니기 전에는 매년 6월에서 8월까지 가이드 일을 했어요. 지금은 한 해에 다섯 번 정도는 가는 것 같아요. 제 인생 3분의 1 정도의 여름은 그곳에서 보냈네요.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이제는 밤바람의 세기와 하늘의 상태만 봐도 다음 날 동강의 날씨를 짐작할 정도예요. 비가 그친 뒤에 등 뒤에서 찬바람이 불어온다면 강물이 불어난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물길을 읽고 그 위에 보트를 올리는 방법까지도요.
당신은 제갈공명인가요? 초보자들은 모르는 게 있죠. 훗. 어때요? 조금 재수 없는 고수 느낌인가요?
음…. 그래요. 특별히 이 운동을 추천하는 이유를 알려주세요. 무엇보다 래프팅 후 공기 좋은 곳에서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숙취가 없어요. 보트 위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말주변도 생기고요. 늘어난 말주변만큼 허풍도 덤으로 늘죠. 동강은 특히 물이 깨끗해서 빠지더라도 조금 마시는 걸 추천해요. 피부미용, 성장발육, 숙취해소에 특히 좋습니다.
BMX
래퍼 염따
BMX가 일반 사이클과는 어떻게 달라요? 흔히 묘기 자전거라고 불러요. 보통 자전거와 다른 점은 바디가 더 작고 하나의 기어만 사용한다는 거예요. 기술을 사용하기에 더 편하게 고안된 거죠. 일반 자전거에 비해 튼튼해서 고장도 잘 안 나는 점이 다르네요.
얼마나 탔어요? 처음을 기억하나요?어느 힙합 뮤직비디오에서 보고 ‘저건 뭐지? 멋있게 생겼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타기 시작한 게 10년 정도 됐네요.
BMX를 타면 어떤 점이 좋아요? 일단 멋있어요. 이걸 타고 지나가면 초딩들이 “우와!” 하면서 쳐다봐요.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면 우쭐해지나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연습하면 재미가 없어요. 좀 예쁜 여자분들도 지나가고 그래야 연습할 맛이 나죠.
주로 어떤 기술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바니홉Bunny Hop이라고 하는 점프 기술이 있고요. 180도 공중에서 회전하는 기술도 있어요.
좀 찾아보니까 하늘을 날아다니더라고요. 그게 가능해요? 도약대가 있으면 공중에 오래 뜰 수는 있을 거예요. 물론 저는 못 하고요.
객관적으로 본인의 실력은 어느 정도예요? 형편없어요. 사실 이런 인터뷰 하는 것도 부끄러워요. 전문적으로 BMX 타는 사람들이 제발 안 봤으면 좋겠어요.
어, 그럼 안 되는데…. 거의 매일 탄다고 하지 않았어요? 매일 타요. 하지만 기술 연습은 특별히 안 해요. 그냥 동네 돌아다니면서 음악 듣고 그러는 게 좋아요.
동네 말고 주로 타는 곳은 또 없어요? 뚝섬유원지나 용산역 부근에 유명한 곳이 있어요. 저는 올림픽공원 근처가 가깝고요. 하지만 역시 집 앞이 제일 편하죠.
음.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힙합과 BMX의 공통점을 말해줄 수 있어요? 멋있어요.
파쿠르
파쿠르 제너레이션즈 코리아 대표 김지호
파쿠르라는 어감이 좀 생소해요. 어떤 운동인가요? 파쿠르는 1980년대 프랑스 ‘야마카시’ 그룹에 의해 처음 시작된 움직임 트레이닝Movement Training이에요. 도시와 자연환경에 있는 다양한 장애물을 극복하는 운동이죠.
야마카시가 정식 명칭이 아닌 거네요? 파쿠르는 프랑스어로 ‘길, 루트, 코스’를 뜻해요. 야마카시는 말 그대로 팀 이름일 뿐이고, 지금은 국제적으로 ‘파쿠르’ 혹은 ‘프리러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요.
유튜브 같은 영상으로 접하기는 했는데, 실제로 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어요. 따로 지정된 장소가 있어요? 파쿠르가 대중화된 유럽에는 파쿠르 공원이 설립되어 있어서 운동을 장려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아직 관련 시설이 없어요. 그래서 파쿠르 훈련자들은 주로 공원이나 대학교 같은 공공시설이나 산에서 훈련을 해요. 우리의 암묵적인 상식 중 하나는 사유지에서 운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파쿠르를 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2004년에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13년이 됐네요.
13년이면 웬만한 동작은 다 숙달됐을 거 같은데, 특별히 자신 있는 기술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기술은 프리시전 점프Precision Jump, 암 점프Arm Jump, 캣 패스Cat Pass예요. 하지만 파쿠르에는 마스터라는 개념이 없어요. 수십 년간 수만 번을 연습해도 새로운 장소와 환경을 마주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거든요. 아무리 숙련도가 높아도 두려움이 있죠.
파쿠르를 한다고 하면 주변 반응이 어떤가요? 초창기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어요. 영상을 보여주고 설명을 하면 ‘그거 해서 뭐 하려고 그러느냐.’, ‘도둑질이냐.’, ‘무릎 관절 다 나간다.’ 같은 반응이 돌아왔거든요. 하지만 파쿠르는 기본적으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도전이자, 나를 알아가는 정신적인 수양이에요.
저는 멋있기만 하던데요. 혹시 띠가 뭐예요? 음력으로 용띠, 양력으로는 뱀띠예요(웃음).
얼마 전에 체중계를 보고 조금 울었어요. 몸이 말이 아닌데, 저 같은 사람도 파쿠르를 배울 수 있을까요? 국내에서 파쿠르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제가 있는 파쿠르 제너레이션즈 코리아가 유일해요. 영국 런던의 파쿠르 교육기관의 공식 라이센스 회사거든요. 세계 유일의 파쿠르 지도자 자격 과정의 기준을 따르고 있어서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어린이도 배울 수 있는 키즈 파쿠르부터 모든 연령과 레벨이 참여 가능한 수업도 따로 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오세요.
만약 제 안에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다면 대회 같은 것도 나갈 수 있어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협회에서 인증하는 공식적인 대회는 없어요. 파쿠르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반대하거든요. 서로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나 규칙이 개인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파괴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파쿠르는 도전과 한계를 극복하는 재미 같은 내적 동기를 더 우선시해요. ‘운동을 위한 운동’을 지양해요. 벽에 잘 오르기 위해 턱걸이를 하고 장애물을 잘 뛰어넘기 위해 스쿼트를 하는 거예요. ‘유용해지기 위해 강해져라Etre fort pour etre utile.’라는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있죠.
멋진 말이네요. 앞으로 계획을 알려주세요. 큰 꿈 중 하나는 버려진 폐공장이나 창고를 파쿠르 공원으로 재창조하는 거예요. 파쿠르 훈련자들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운동할 수 있으면 하거든요. 그리고 그 공간은 다시 시민들에게 여가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되겠죠. 또 하나는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들어서 파쿠르 훈련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내 파쿠르 발전과 보급 역할을 수행하고 싶어요.
일광욕
인도인 요리사 만주 싱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저는 인도에서 온 만주 싱입니다. 뭄바이에서 태어나서 런던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지금은 4년째 서울에 살고 있어요. 이태원에서 인도 요리를 만들고 있어요.
터번이 아주 멋진데요? 저는 시크교를 믿어요. 시크교도는 공공장소에서 터번을 절대 벗지 않죠. 제 몸은 한국에 있지만 신 또한 이곳에 있기에 함부로 벗을 수가 없어요. 수염을 깎지 않는 것도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에요.
처음에 당신이 요가를 추천해줄 줄 알았어요. 어쩐지 인도에서 만난 구루와 닮았거든요. 모든 인도인이 요가를 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크리켓을 더 즐기죠. 영국 유학 당시에 크리켓도 하고 축구도 하고 테니스도 쳐봤어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제가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몸을 움직이지 않는 운동이 가장 어울린다는 사실 말이에요. 가령 일광욕 같은 운동.
일광욕이 운동인가요?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 웃통을 벗고 공원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고 충격이 컸어요. 그저 해를 쬐기 위해 도시 한가운데서 맨몸을 보이다니요. 저와 함께 공부했던 인도 친구들은 그들이 미국인일 거라고 확신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대화를 나눠보니 그것이 어떤 목적을 가진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어떤 목적인가요?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인도인이나 유럽인들은 몸에 털이 많아요. 선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습한 날씨 탓에 털이 더 많이 자라죠. 특히 런던은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공원이나 브라이튼 해변에 가서 일광욕을 즐겼어요. 웃통을 벗는 일이 자연스러웠죠.
혹시 터번도 함께 벗나요? 그건 안 돼요. 신의 눈을 피할 수는 없어요.
한국에서는 어때요? 사실 한국에서는 공원에서 옷을 벗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예전에 한강에서 영국인 친구들과 함께 일광욕을 즐긴 적이 있는데, 경찰이 온 적이 있어요. 누군가 우리의 가슴이 부담스러웠나 봐요.
술을 마신 건 아니고요? 맥주를 조금 먹긴 했죠. 그래서 이제는 저희 집 옥상에서 주로 일광욕을 즐겨요. 얼마 전에 옥탑에 월세를 구했거든요.
일광욕을 하면 어떤 점이 좋나요? 일단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그리고 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추운 지방에 가면 알게 되죠. 물론 인도에서는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아요. 하지만 공기가 좋지 못하고 공원에 개똥도 많아요. 함부로 누울 수가 없죠. 그리고 우리의 몸은 태양을 받아서 성장해요. 식물과 동물,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태양을 받아야 건강해져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유용한 일인지 저는 이제 알아요.
에디터 김건태
일러스트 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