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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15구
요리를 말하는 공간
아뜰리에15구
저마다 공간이 가진 힘이 있다면 ‘아뜰리에15구’는 사람들과 평온하고 맛있는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저 바깥세상의 일과 전혀 관여할 게 없는 것처럼, 이곳만의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볕이 반기는
공방
망원 시장 부근에 널찍하고 평범한 슈퍼 하나가 있다. 슈퍼가 보이는 건물 옆구리에 있는 계단을 둘러둘러 올라가면 아주 조용하고 빛나는 공방 하나가 있다. 그곳의 이름은 ‘아뜰리에15구’. 어쩐지 비밀스러운 이 이름은 공방이라는 뜻의 ‘아뜰리에’와 이곳의 주인장 최연정 대표가 파리에서 공부하던 ‘15구’를 합친 말이다. 품이 큰 창문이 사방에 널려 있어, 외부세계와 이곳을 연결하는 큰 창들이 공간을 포용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얀 벽들이 볕을 그대로 반사해서 공간을 화사하게 만든다. 곳곳에는 각기 다른 크기의 보폭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식물들이 둥그렇게 모여있다. 창밖으로 무수한 풍경을 마주보는 식물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 요리를 배우는 곳이다. 평소에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은 프렌치 요리를 주로 다루면서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우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꽃을 말하기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메뉴나 요즘 주목받는 재료, 어떤 미술 작품에서 등장한 흥미로운 요리 같은 것들. 많은 이들이 모여 각자의 세월을 켜켜이 담아온 손을 모은다. 프랑스식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학생들과 새로운 것을 접목해보고 싶은 선생님의 만남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얼까, 궁금했다.
“메뉴예요. 쿠킹클래스인데 아무리 공간이 좋아도 메뉴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 수업은 의미가 없잖아요. 세 가지 메뉴를 짤 때 균형이 무척 중요해요. 디저트가 달면 나머지는 조금 짜게 이끌어 가죠. 맛을 높여 놓고 마무리를 산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맛의 균형이 좋아야 좋은 식사라고 생각하거든요. 계속 짠 음식만 먹으면 내가 오늘 짜게 먹었다는 사실만 기억하게 돼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죠.”
맛을
기억하다, 기록하다
아뜰리에15구 이전에, 레스토랑 ‘르 끌로’가 있었다. 텃밭이 있던, 식물 친화적인 공간이었기 때문인지 식물과 가까운 삶의 가치는 지금의 아뜰리에15구에도 여전히 흐르고 있다. 레스토랑 운영을 하며 체력적 한계를 느낀 최연정 대표는 수업을 이끌기로 마음먹고 공간을 찾았다. 식당이 그날그날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라면, 요리 수업은 정기적으로 만날 학생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대중의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해야 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수업을 통해 실험해보고 싶은 요리, 재미있는 요리, 궁금한 요리를 모두 해볼 수 있다. 조금 더 진짜 프렌치 메뉴다운 요리를 궁리하게 된 것이다. 보통 프렌치 음식이라고 하면 블랑제리, 파티쉐, 요리사로 나뉘어 전문적인 메뉴 카테고리를 분류하는데, 아뜰리에15구에서는 샐러드, 요리, 디저트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는 제가 메뉴 개발을 하니까, 무엇이 어떻다는 걸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그렇지만 수업에서는 하나하나 짚어줘야 하고, 조리 중간에 화학작용도 설명해야 해요. 요리만 해도 된다면 제가 배운 걸 몸으로 실행하면 되는데 여기서는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게 다르죠. 더 깊이, 넓게, 자세히요.”
2월에는 영화 속 메뉴를 직접 만들어보는 수업도 생겨났다. 프렌치 음식이라고 하면 부르기뇽과 꼬꼬뱅, 감자 그라탕만 떠올리는 선입견을 지우고 싶었다. 조금 더 다양하고 색다른 프렌치 메뉴를 선보이고 알려주기 위해서 함께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정 대상의 대표성을 조금씩 지워나가는 과정은 결국 그 뒤에 남겨진 다양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속 메뉴를 살피고, 스크립트를 다 함께 읽고, 메뉴를 따라 만든다. 지난번 수업에는 영화 <줄리 앤 줄리아> 속에 나온 가자미 요리, 초콜릿 케이크, 부르게스타를 만들었다. 줄리가 먹던 그 메뉴들을.
공간을 채우는
분위기
어떤 공간들은 별 다른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사람들을 이끈다. 무엇이 먼저라고 할 수 있을까. 공간이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분위기를 가진 것일까, 사람들이 그 공간을 어떤 분위기로 채워나가는 것일까. 무엇이 먼저인지 말하기 어렵지만, 아뜰리에15구는 선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놀랍게도 이곳에는 비슷한 취향과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요. 지금까지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문제가 있었던 학생은 한 명도 없었어요. 성향도 맞고 취향도 맞기 때문이겠죠. 그래서인지 얘깃거리가 다양해요. 요리뿐만 아니라 꽃 얘기도 많이 하죠. 각자 본 영화도 비슷해요. 조용히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 같아요.”
한번은 학생들과 달팽이 요리를 만든 적이 있었다. 평소에는 접할 수 없는 요리기도 하고 맛도 좋으니 모두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재료로 만난 달팽이는 낯선 모습이었다. 눈까지 달려 있는 날것 그대로의 모습에, 특유의 비린 향까지.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나오고 징그러워했지만, 메뉴가 완성되자 좀 전의 기억을 말끔하게 잊은 상태였다. 어려운 식자재지만 맛과 향이 무척 좋아서 모두 기분 좋은 끼니를 맞이하게 되었다.
쿠킹클래스가 일상에서 프렌치 문화를 쉽고 간단하게 누릴 수 있게끔 도와주는데도, 결국 공을 들이고 시간을 쏟고 맛을 고민하면서 비일상성을 누리게 된다. 평범한 나날 중에서도 지극히 보통의 일인데, 그 자체가 특별함을 띠고 있는 것이다.
긴 시간 대화를 나누는 게 프랑스의 테이블 문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건네는 모습이 아주 흔한 일이다 보니 식사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아뜰리에15구가 추구하는 가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조용히 지켜보고, 거기서 시작되는 건강한 생활의 기반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이 공간 특유의 어떤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다정하고 온화한 평정심을 유지하게 하는 분위기 말이다.
아뜰리에15구
A.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8길 10 3층
H. atable-15ent.co.kr
봄소풍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추천
참치 샌드위치
재료 참치 3큰술, 마요네즈 1큰술, 레몬즙 1큰술, 양파 다진 것 1큰술, 소금, 후추, 토마토 슬라이스 2장, 바게뜨 빵 한 개
만드는 법
1 참치, 마요네즈, 레몬즙, 양파 다진 것, 소금, 후추를 섞어서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한다.
2 바게뜨 빵을 180도 오븐이나 프라이 팬에 따뜻하게 5분 정도 구워준다.
3 바게뜨 빵 안에 1을 넣어주고 사이사이 토마토 슬라이스로 채워준다.
처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위한 추천
단호박 수프
재료 익힌 단호박 반 통, 우유 250밀리리터, 생크림 250밀리리터, 소금, 후추, 꿀 한 큰술, 양파 슬라이스 30그램, 버터 1큰술
만드는 법
1 냄비에 버터를 녹여서 양파를 충분히 볶은 후,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준다.
2 양파가 다 익으면 익힌 단호박을 넣어서 볶아준다.
3 단호박과 양파가 어우러지면 생크림과 우유를 넣어서 20분간 익혀준다.
4 믹서기에 갈아서 따뜻한 빵과 같이 곁들인다.
에디터 이자연
포토그래퍼 Hae 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