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이라는 작은 여행

Music Around Us

매일 집이다. 매일 술은 아니다.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마신다. 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맥주 마시면서 책을 보거나 게임 하는 걸 엄청나게 사랑한다. 여러분에게도 있을 것이다. 정말 사소한 행위인데 ‘이 순간을 위해 사는 거구나.’ 싶은 때가 없지 않을 것이다. 

밖에서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한 달에 많아야 한 번, 진짜 많으면 두 번, 일 년으로 치면 열다섯 번은 확실히 안 넘는다. 40대 이후 제일 잘했다 싶은 부분이다. 갈수록 밤에 다른 사람 만나는 시간이 좀 많이 아깝다. 오직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더 온전하게 소비하고 싶다. 

짧고 덧없는 인생이다. 친구는 이미 충분하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할 필요 역시 느끼지 못한다. 오늘도 나 자신을 위해 집에서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한다. 책을 보거나 게임을 한다. 영화를 감상하거나 드라마를 정주행한다. 

자랑 하나 하고 싶다. 저 유명한 〈왕좌의 게임〉을 이제 막 시작했다. 시즌 2의 1화까지 봤다. 부럽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나 더 있다. 매일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숨통을 트이기 위해 짧은 외출을 시도한다. 대략 일주일에 두 번 정도다.

시간은 정해져 있다. 빠르면 밤 8시, 늦어도 9시에는 집 밖을 나선다. 소요 시간도 언제나 비슷하다. 한 시간에서 많으면 한 시간 반이다. 내가 외출하는 이유를 곱씹어본다. 걷기가 목적은 아니다. 차라리 ‘구경’이 목적이다. 좀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훔쳐보기 욕망 때문이다. 

오해하면 안 된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단지 작은 위로를 받고 싶어서다. 예를 들어 산책을 하다가 어떤 예쁜 커플이 식당의 투명한 창유리 너머로 보일 때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손님의 머리카락을 최선을 다해 다듬고 있는 미용사를 슬쩍 지나치듯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산책길에는 교자 가게가 하나 있다. 그 교자 가게 안에서 대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열과 성을 다해 대화하고 있는 사람 보는 걸 좋아한다. 그들 앞에 놓인 하이볼이 눈에 들어올 때 “확실히 맥주보다는 하이볼이 대세군. 나도 땡기는데.”라고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요컨대 “다들 나와 똑같구나. 최선의 태도로 열심히 살고 있구나.” 싶을 때 얻을 수 있는 작은 위로다. 나는 이런 위로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글쎄,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나이 먹으면서 자꾸 작은 것에 감동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에게 외출은 바로 그 ‘작은 것’을 목격하기 위한 나만의 작은 여행이다. 과연 그렇다. 진실로 아름다운 것들은 거대한 이념 따위에 있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사소하다. 부디 내 남은 삶이 사소한 것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작은 것들의 신’

넉살

최근 완전히 푹 빠진 유튜브 채널이 있다. 가수 카더가든의 카더정원이다. 나에게 카더가든은 탁월한 가창력과 작곡 능력을 지닌 싱어송라이터다. 세상에서 가장 웃긴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채널에 거의 주인장에 버금가는 손님이 몇 있다. 넉살이 그중 하나다. 넉살의 유머력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한국 힙합 역사상 가장 뛰어난 가사 전달력을 자랑하는 래퍼다. 그가 압도적인 성량으로 다음 가사를 내뱉는다. “작은 배역들이 주연으로 살아가는 film 이 곳 / god the god of small things” 산책할 때마다 이 구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작은 것들의 신](2016)

‘Phantasmagoria in Two’

Tim Buckley

최근 일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에 푹 빠졌다. 패티 스미스Patti Smith가 쓴 《저스트 키즈》다. 이 책을 보면서 정말 놀랐다. 어쩜 이리 주변의 사소한 것을 거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부러울 지경이다. 이 책은 뮤지션이자 시인인 패티 스미스와 혁신적인 사진가였던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둘이 함께 돈이 없던 시절에도 기어코 외출하는 풍경은 그중에서도 아름답다. 책에는 수많은 음악이 언급되어 있다. 이 음악을 하나하나 찾아 듣는 재미에 요즘 푹 빠졌다. 팀 버클리는 내 인생의 아티스트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의 아버지다.

[Goodbye And Hello](1967)

‘Sofa’

Lomba Sihir

인도네시아 밴드다. ‘롬바 시히르’라고 읽고, 뜻은 ‘마술 대회’라고 한다. 이 밴드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인도네시아에서 널리 인정받는 몇몇 뮤지션이 결성한 일종의 ‘슈퍼 밴드’라는 점,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수만 관객을 앞에 놓고 공연한다는 점 정도가 내가 파악한 전부다. 밴드라고 해서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내가 요즘 이 음악을 산책할 때 즐겨 듣는 이유가 다 있다. 롬바 시히르는 과격한 록 밴드와는 아주 거리가 먼 음악을 지향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동남아시아에는 탁월한 밴드가 정말 많다. 밴드 시장이 한국은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크다. 꼭 한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Sofa](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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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순탁―음악평론가 · 〈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