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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KET
온기를 잡아두는 아이템
담요
BLANKET
아무리 몸에 잘 맞는 따뜻한 옷을 겹쳐 입어도, 타닥타닥 장작이 열심히 타고 있는 난로 앞에 있어도 손끝이 시린 계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담요를 몸에 지닌다. 의자 등받이에 걸어놓거나 반듯하게 접어 가방에 넣어 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얇은 담요든 두꺼운 담요든 일단 담요라는 이름을 가지면, 어떤 온기를 머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서 일까?
얼마 전 점심을 먹고 나서 산책을 하다가 나뭇잎이 잔뜩 떨어진 길을 걷게 되었다. 낙엽들은 지고 나서도 색이 무척 고왔고,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수북이 깔려있었기 때문에 그즈음의 산책은 언제나 성공적이었다. 바람이 조금 덜 차다면 낙엽 위에 담요를 깔고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 위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낙엽들이 겨우내 딱딱한 땅을 덮어주는 담요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아무래도 그즈음 나는 담요에 관한 무슨 글을 써야 좋을지 자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숲의 순환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서 알게 된 ‘마른 낙엽의 역할’도 생각이 났다. 간단히 말하면 낙엽은 나무가 봄을 준비하는 동안 땅 위에 쌓여 온기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낙엽 아래에서 씨앗과 흙이, 뿌리와 벌레들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담요 아래서 고양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내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우습기도 했지만. 어쨌든 아주 다른 얘기는 아니었다.
이누이트Innuit에게는 눈이 담요일 테고 물고기들에게는 강과 바다의 물이 곧 담요일 것이다(사막엔 필요 없겠지). 담요가 생각난 건 온전히 추위 때문이었다. 겨울이 왔고, 이 계절엔 실내마저 춥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처음엔 어떤 섬유가 더 따뜻한지, 민감한 피부에 좋은 제품이 있는지, 어떤 제품이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가졌는지 따져보려 했다. 하지만 산책을 하다가 그만 다른 길로 새버린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에게는 담요가 담요로, 좋은 친구들이 담요로, 함께 사는 동물들이 담요로, 연인이나 가족, 책과 노래, 계절, 음식… 참 많은 것들이 담요가 되어주고 있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압축섬유로 만든 담요가 아니어도, 손 뜨개질로 만든 담요나 유럽에서 만든 고급 담요가 아니어도 이제는 많은 것들이 나를 담요처럼 덮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에 있는 담요들
수많은 담요 중에 여섯 가지만 소개하는 이유는, 아무 데서나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단자체를 직접 제작하진 않지만,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 디자인하고 기능을 더하고 직접 홍보까지 하고 있다. 놀랍게도 생산 공장을 함께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예전에는 마음에 드는 담요가 전부 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어서 며칠 동안 고르고 난 뒤 또 며칠을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가격은 어찌나 비쌌는지, 결제한 날 저녁엔 잠들기 전까지 걱정을 하기도 했다. 물론 그때 산 길고 두툼한 담요가 전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국내에서도 꽤 다양한 담요들을 만날 수 있다고, 꼭 알려주고 싶다.
garni fleur blanket
밝은 오렌지색의 가볍고 따듯한 담요.
150x95cm, 12만 6천원
drawingathome.co.kr
A.blanket
캠핑과 여행뿐 아니라 테이블, 침실, 거실에도 잘 어울리는 담요.
140x140cm, 4만 9천원
aroundstore.kr
jannu Indian pattern blanket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디언 패턴의 담요.
180x140cm, 5만 2천원
dicamping.co.kr
CBB Blanket
단추로 포인트를 준 작은 담요. 파우치가 따로 있어 수납이 편리하다.
110x75cm, 3만 8천원
circusboyband.com
lombardy blanket
100% 울 소재의 가볍고 따듯한 담요.
150x100cm, 9만 8천원
kittybunnypony.com
duckdown lap blanket
패킹과 기능에 신경 쓴 독특한 담요. 충전재로 오리털이 들어가 있으며 단추가 달려 있어 스커트, 망토로 활용이 가능하다.
130x80cm, 4만 9천원
secondground.co.kr
글·사진 전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