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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제조허브
도시는 늘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 안에서도 느림과 정성을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바로 ‘도시형 소공인’. 소공인은 열 명 미만이 함께 일하는 소규모 제조업자를 말한다. 과거 사람들은 제조업이라면 도자기나 목공예 같은 전통 수공업을 가장 먼저 떠올렸을 테지만, 손 기술로 나만의 브랜드를 꾸려가는 이들은 도시에도 가득하다. 정부에서는 이들을 ‘도시형 소공인’으로 부르며 지원하기 시작했고, 서울경제진흥원에서는 이들을 돕기 위해 성수동에 ‘서울도시제조허브’라는 공간을 열었다. 의류봉제·주얼리·수제화·인쇄·기계금속 총 다섯 분야에서 일하는 소공인들은 이곳에서 공용 공간과 장비를 함께 쓰며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단다. 더불어 어라운드와 협업한 전시 〈소리의 언어〉를 통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소공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매력적인 참여사 다섯 팀을 먼저 만나, 정성스레 만들고 다듬는 마음을 들어봤다.
오르노는 일본에서 금속 공예를 배운 남편, 파리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아내가 만들어가는 수제 주얼리 브랜드다. 오르노ōrnō는 라틴어로 ‘나를 가꾸다’라는 뜻으로, 주얼리는 장식을 넘어 자신을 돌보는 행위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주로 커스텀 결혼반지와 커플링을 선보이며, 디자인 상담부터 제안 그리고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부부가 담당한다. 획일적인 예물 문화를 탈피해 의뢰자에 꼭 맞는 제품을 오르노의 방식으로 만드는 일은 두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다양한 디자인 중에서도 주인장은 ‘모쿠메가네’ 기술로 만든 주얼리에 자부심을 보인다. 모쿠메가네는 서로 다른 금속의 색을 겹겹이 쌓아, 유기적인 나뭇결무늬를 만들어내는 일본 전통 금속 가공 기술. 남편은 일본 현지에 자리한 이모부님의 주얼리 공방에서 기술자들과 함께 일하며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실제로 다져갔고, 모쿠메가네도 이때 깊이 있게 익혔단다. 이후 프랑스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뒤 파리 주얼리 브랜드에서 일한 아내를 만나, 10년 전 오르노를 시작했다. 오르노의 반지는 색과 두께, 형태 모두 균형 있게 디자인되어 단정하고 자연스러운 얼굴을 갖췄다. 은은한 빈티지 감성은 고객들이 좋아해 주는 요소라고. 부부의 주얼리는 정성 가득한 마음으로 다듬은 시간이 새겨져 있다.
1. 모쿠메가네 주문
제작 반지
여러 종류의 금속을 겹쳐 나뭇결무늬를 만드는 모쿠메가네 공법으로 제작했다. 여러 금속판이 고유의 색과 형태를 유지한 채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두 종류 이상의 금속들이 모여 하나의 보석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결혼반지로도 좋다.
2. 럭키 스타 인그레이빙
주문 제작 반지
10년 전 아내가 남편에게 “번쩍이는 럭키 스타 같은 반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남편이 지금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링을 먼저 제작한 뒤 별 모양 조각을 손으로 하나하나 새겨 만든다. 별의 개수와 배치 그리고 보석 색까지 모두 의뢰자의 요청대로 제작된다.
누가의 기록소를 운영하는 박새벽달 대표는 매달 나를 돌아보는 ‘월간 회고’를 4년 동안 꾸준히 해왔다. 매달 기록한 족적이 나만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건 그의 기쁨이었다고. 생활의 방향키를 손에 꽉 쥔 감각을 끼며 나의 이야기에 올라탔을 때, 삶이 즐거워지는 경험이 월간 회고를 통해 가능했다.
이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그는 누가의 기록소를 시작해 ‘월간 나 매거진’을 발행했다. 이는 나의 한 달을 주제로 직접 신문을 집필할 수 있는 종이 매거진이다. 여기엔 생각과 몸을 돌아보는 ‘기능하는 나’ 코너부터 새로운 경험을 회고하는 ‘누리는 나’, 일하는 나를 기록하는 ‘노동하는 나’ 등 코너 다섯 개가 담긴다. 종이 재단부터 인쇄 발주, 신문 형태로 접기, 칼선 넣기까지 모두 운영자의 손이 닿는단다. 이 매거진이 ‘누구나의 기록’이 되길 바라며 탄생한 이름이 바로 누가의 기록소다. 몇 년 전 인쇄소 관계자가 “이런 거 만들면 누가 사냐?”고 물었던 것에 대한 재치 있는 반박이기도 하다고. 그 걱정이 무색하게 정기구독자들은 나를 돌아보는 경험의 즐거움을 운영자에게 전해오는 중이다.
1. 월간 나 매거진 정기호
A2 크기로, 두 번 펼쳐 신문처럼 읽을 수 있다. 매달 그에 맞는 짧은 글이 실리며, 그에 어울리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꾸려진다. 신문 우측 하단에 그려진 달력은 뜯어서 엽서로 활용할 수 있다. 엽서 뒷면의 ‘이달의 사람’ 코너를 채워 그 주인공에게 선물해보면 어떨까.
2. 월간 나 매거진 간단형
간소화된 버전의 ‘월간 나 매거진’이다. 신문 색과 유사하지만 자글자글한 질감의 종이를 사용해 아날로그 감성을 더했다. 곳곳에 ‘코멘트 칸’이 있어 친구와 함께 쓰고 돌려 읽어볼 수 있다. 볼펜과의 상성이 좋으며, 큰 글자는 검정 색연필로 적을 때 가장 어울린다.
더이나의 조하늬 대표는 가죽 소재의 패션 잡화를 만든다. 얼마 전 ‘일상’을 주제로 한 첫 제품군을 선보였는데, 가방, 지갑, 참Charm, 액세서리가 그 주인공이란다. 미술과 음악을 전공한 조하늬 대표는 손재주가 좋아 여러 수공예를 배웠고, 가죽 공예가 나에게 가장 잘 맞는다는 걸 알아챘다. 그렇게 ‘offn’이라는 이름으로 공방을 연 그는 제대로 된 브랜드를 시작해 보고 싶어 3년 전부터 더이나를 준비한 주인공이다.
더이나는 은은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동양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어, 동양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디자인부터 가봉, 제작, 제품 촬영, 홍보까지 모두 조하늬 대표의 오롯한 몫. 여러 일을 홀로 감당해야 하기에 느린 속도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지만, 새로운 제품을 완성할 때마다 엄청난 뿌듯함을 끌어안는다. 공방을 운영하던 때부터 꾸준히 브랜드를 찾아주는 고객들이 제품을 조하늬 대표보다 더 좋아해 줄 때 역시 기쁘다고. 더이나는 같은 취향을 지닌 사람들과 연결되길 지향한다. 제품에서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나만 아는 디테일’을 발견해 줄, 그런 사람. 그 작은 아름다움을 찾아낼 이들을 위해 이곳의 물성을 소개한다.
1. Lune Hobo Bag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찾는 더이나의 눈길은 ‘달’에 닿았다. 룬 호보백은 달 모양을 모티브로 만든 곡선 형태의 가방. 끈을 짧게 조절해 어깨에 멜 수도 있지만, 길게 늘여 어깨에 걸치거나 크로스백으로 활용해도 좋다.
2. Lune Mini Bag
은방울꽃의 둥그스름한 모양을 표현한 가방. 아담한 크기로 작은 물건을 담기 알맞다. 역시
끈을 짧게 하여 손에 들거나, 길게 변형해 어깨에 멜 수 있다.
에이드런의 제품은 비정형적이고 개성 있는 패턴이 특징이다. 이 패턴의 영감이 되어준 존재는 다름 아닌 아이들. 에이드런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과의 미술 수업에서 탄생한 원화를 모티브로 다양한 패턴을 디자인하고, 이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작은 파우치, 손가방, 지갑부터 컵, 쿠션, 커튼까지 일상을 밝힐 도구들이 이곳에서 제작된다. 이름 에이드런a’dren은 ‘All The Children’의 줄임말로, 모든 아이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 브랜드의 시작은 김지민 대표가 대학생 때 아동 양육 시설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친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그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그림 수업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고 공감을 얻는 경험임을 알게 되었다고. 아이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자 하는 에이드런은 원작을 디자이너의 손길로 매만져 사람들이 쓰고 싶은 디자인으로 완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이 그리는 세상은 아이와 어른이 단절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에 웃고 또 위로받는 곳이다. 그들의 제품 너머에 있을 작은 존재를 떠올리며, 에이드런의 알록달록한 꿈을 응원해 본다.
1. 하늘 안에 꽃 바스켓
과일과 영양제, 화장품, 장난감 등 다양한 일상 용품을 넉넉하게 담을 수 있는 바스켓. 패턴은 서현이의 원작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하늘에는 꽃이 있고, 퍼즐을 맞추면 하늘에서 꽃이 맞춰진다는 꼬마 예술가의 설명.
2. 감각의 꽃 티슈 커버
꽃은 손처럼 생겼고, 손으로 꽃을 만지면 보들보들하고 핑크색 향기가 난다는 서율이. 에이드런은 이 역시 패턴으로 바꾸어 티슈 커버를 제작했다.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은 사람에게 감각적인 티슈 커버는 필수가 아닐까.
까사멜로우의 홈웨어에는 한국의 멸종 위기 동물을 모티브로 한 패턴이 새겨져 있다. 셔츠·바지 잠옷 세트부터 로브, 원피스에 사라지는 존재를 담는 이유는 무엇일까. 22년간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일한 이정미 대표는 우연히 한국의 멸종 위기 동물을 접하게 되었다. 그는 이 존재를 다큐멘터리나 사진으로 기록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매일 입는 옷에 녹아들게 하고 싶었단다. 까사멜로우는 잠옷을 입는 이들이 집 안에서도 자신을 존중하고, 자연과 환경에 대한 책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들은 통기성이 우수한 면 소재 프리미엄 원단을 고집한다. 브랜드 이름 역시 집을 뜻하는 ‘Casa’와 부드러움을 뜻하는 ‘Mellow’의 합성어로, ‘집에서의 가장 부드러운 순간’을 뜻한단다. 모든 제품은 국내 제작만을 고집해 장인의 태도로 업에 임하는 봉제 업체들과만 협력하면서, 이들과 함께 자라나고자 한다. 이정미 대표는 좋은 소재에 감탄하며 브랜드를 다시 찾아주는 고객들을 만나며, “누군가의 하루를 잠옷으로 조금은 따듯하게 바꾼다는 사실이 큰 성취감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작고 포근한 위로를 찾는 이들에게 까사멜로우는 좋은 방도가 되어줄 것이다.
1. 스윈튼 잠옷 세트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고라니를 모티브로 한 원단으로 제작했다. ‘바이오 워싱’ 공법으로 만들어 입을수록 원단이 부드러워지며, 시원하고 찰랑이는 촉감이다.
2. 틸다 에코백
한국의 멸종 위기 동물 ‘호사비오리’를 담았다. 탄탄한 소재로 책 한 권과 간단한 소지품 정도를 담을 수 있고, 안쪽에 작은 주머니가 달렸다.
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박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