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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요 — 유튜버
햇살 위에 흔들리는 커튼, 저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화분과 클래식한 오브제, 영감을 주는 사진들까지. 일상이 풍요로운 선요의 방에는 다채로운 그만의 모습이 묻어난다. 이토록 아름다운 공간에서 잘 먹고 잘 사는 하루하루의 흐름. 선요는 평범한 식사 시간을 특별한 기록으로 완성해 간다.
반가워요. 선요 씨 이야기가 늘 궁금했어요. 예쁜 공간을 가꾸고 있죠.
저도 반가워요(웃음). 식물과 인테리어, 그리고 요리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것들을 주제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요즘엔 간단하지만 근사한 한끼를 만드는 재미에 빠졌죠. 쉬는 날에 집에 있을 때가 많은데 식물을 둘러보다 물을 주고 공간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저 자신을 위한 맛있는 식사를 만들고 나면 오늘도 나를 정성껏 돌봤구나 싶은 마음에 뿌듯해져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보람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그런 일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기도 해요.
인스타그램엔 사진만 올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진 말고 영상으로도 공간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왔어요. 제 일상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셔서 브이로그를 시작했죠. 우리가 하는 흔한 인사말 중에 하나가 “밥 먹었니?”잖아요. 저에게 안부를 물어봐 주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듯 “저는 이렇게 먹고 살아요.” 답하고 싶었어요.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영상을 만들었는데 덕분에 요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사람들과 일상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요리하는 일에 더 깊은 의미를 두게 된 걸까요?
매번 똑같은 음식만 보이면 좀 지루하잖아요.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여기저기 레시피를 찾아보고 혼자 배워가다 보니 아주 조금이지만(웃음) 요리 실력이 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영상과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하니까, 사람들이 보기에 요리가 예뻐 보이면 좋잖아요. 플레이팅에도 신경 쓰게 되면서 요리책도 조금씩 보고 있어요.
최근엔 어떤 요리를 했어요? 선요만의 레시피가 궁금해요.
날이 더워서 최대한 불을 덜 쓰는 요리를 하는데요. 냉파스타가 간단해서 자주 만들어 먹어요. 집에 있는 채소를 해치워야 할 때도 제격이고요. ‘포르치니 버섯과 가지 파스타’ 레시피를 알려 드릴게요.
좋아요(웃음). 꼭 포르치니 버섯이어야 하는 거죠?
집에 있는 다른 버섯으로 해도 돼요. 재료는 가지, 방울토마토, 숏 파스타, 레몬, 후추, 간장, 설탕, 올리브 오일, 크러쉬드 페퍼, 참기름 약간을 준비해 주세요. 숏 파스타는 펜네, 리가토니, 푸실리 등 취향에 맞게 선택해 주시면 돼요. 가지를 1센티미터 정도로 썰고, 버섯은 되도록 가지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주는 게 좋아요.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썰고요. 숏 파스타를 적당히 삶고 찬물에 식혀주세요. 가지와 버섯은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요. 중간에 약불로 바꾸고 토마토까지 넣어서 살짝만 더 볶아주세요. 이제 숏 파스타와 가지, 버섯을 그릇에 담아요. 간장과 설탕을 2 대 0.5의 비율로 넣고 올리브 오일, 레몬즙, 후추, 크러쉬드 페퍼를 취향에 맞게 넣어주면!
끝인가요?
아직이요(웃음). 볶은 방울토마토를 즙이 나오도록 집게로 살짝 뭉개서 넣고 가볍게 섞어요. 마지막엔 참기름을 조금 넣으면 더 맛있죠. 간장과 설탕은 조금씩 넣어가면서 입맛에 맞게 간을 하시면 돼요.
역시 마지막은 참기름이네요. 가장 좋아하는 재료를 꼽는다면요?
파스타를 정말 좋아해서 일주일에 네다섯 번은 만드는데요. 자주 하다 보니 여러 재료를 시도하는 편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재료는 안초비와 초리소, 포르치니 버섯이에요. 오일 파스타와 크림, 토마토소스 파스타 등등 어디에 넣어도 맛을 살려주는 재료들이죠. 안초비는 페이스트 타입과 올리브 오일에 그대로 담긴 것 두 가지를 사용해요. 아무래도 올리브 오일에 통째로 담긴 안초비를 쓰는 게 풍미를 살리는 데 더 좋지만 간단하게 만들 땐 페이스트 타입이 편하더라고요. 둘 다 항상 구비해 둬요. 초리소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소시지인데요. 돼지고기에 파프리카와 칠리 파우더가 더해져서 매콤하면서 발효 음식 특유의 신맛이 나요. 오일 파스타에 사용하면 별다른 향신료 없어도 충분할 정도로 감칠맛을 더해주는 재료라 자주 활용해요. 길게 썰어서 구워 가니시로 올려도 보기에 멋지고요. 포르치니 버섯은 진한 향과 독특한 풍미가 있어서 크림이나 오일 파스타와 잘 어울려요. 특히 눅진한 크림 뇨키를 만들 때 넣으면 식당에서 먹는 맛이 부럽지가 않아요. 저는 말린 포르치니 버섯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제 보니 요리사네요(웃음). 자주 사용하는 도구 이야기도 궁금해요.
특별한 요리 도구는 없지만 자주 쓰는 건 있어요. 받침이 있는 나무 도마는 요리할 때 꼭 사용하는데요. 실리콘 도마보다 칼질이 잘되고 무게가 주는 안정감이 있어요. 단차가 있어 손질한 재료들을 옮길 때도 편하고요. 유튜브에서도 소개했는데, 제가 쓰는 모카포트는 건축가 알도 로시Aldo Rossi가 1988년에 디자인한 제품이에요. 동그랗고 부드러운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 오래 고민하다 구매했는데 정말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여유가 있는 주말 아침엔 꼭 이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들어 마셔요. 이렇게 커피를 직접 내려서 마시는 게 휴일 아침 루틴이 되어서, 어쩌다 못 하게 되면 뭔가 빼먹은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예요(웃음).
모카포트 하나가 건강한 루틴 만들기로 이어졌네요.
그런 셈이죠. 이젠 점점 요리 자체로 의미가 넓어지고 있어요. 파스타를 만들어 먹든, 고기를 구워서 한 상 거하게 차려 먹든, 한 끼라도 직접 요리를 하고 정돈된 공간에서 맛있게 먹고 정리까지 끝냈을 때 ‘아 오늘도 부지런히 잘 살았다.’ 싶어요. 나를 위해 무언가를 했구나 하는 생각에 저 자신을 토닥이는 기분이 들어요. 오늘은 이 재료를 넣으니 더 맛있네, 다음엔 이렇게 해볼까? 혼자서 이러쿵저러쿵 다음 레시피를 그려보는 일이 소소하지만 진정으로 즐거운 일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때 “다음에 우리 집에 와!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라고 인사해요. 제가 먹을 음식만 만들어 봐서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는데요. 맛있게 먹어주는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식사를 대접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이번에는 뭐 해줄 거야?” 하고 물어요. 그럴 땐 음식이 괜찮았나 보다, 안도하면서 다음 식사 자리를 또 계획하는 거죠. 코로나19로 일상이 건조하고 퍽퍽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해 먹는 작은 요리가 단비를 뿌려줬다고 할까요. 소중한 삶의 일부가 됐어요.
팬데믹의 영향이 크기도 했군요.
그런 것 같아요.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절실해졌으니까요. 제가 하는 일이 팬데믹 상황에 영향을 받는 일이라 어느 순간, 제 삶이라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밖에서 다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세상과는 분리된,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어요. 작은 방을 어떻게 꾸릴까 고민하다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영화 <오만과 편견>(2005)이 떠올랐어요. 빅토리아 시대의 인테리어를 좋아하거든요. 그때만 해도 원하는 공간을 꾸밀 여유가 없으니 이미지를 스크랩하고 제 취향을 주절주절 써 내려가기만 했어요. 어느 시골 마을의 주택에 있을 법한 작은 온실 속 원목 테이블, 토분에 심겨져 있는 크고 작은 식물들, 낡았지만 제 쓰임을 기특하게 해내고 있는 원목 가구, 그 위에 있는 클래식한 조명과 책, 꽃밭처럼 다양하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패브릭과 소품들의 소프트한 색감. 방이라 공간의 제약이 있으니 이런 기억 속의 모티프들을 한 컷씩 따오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문득 이 공간에서 식물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으면 숲속에 홀로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이곳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거죠.
선요 씨 방을 보면 아끼는 것이 참 많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질 만큼 꽉 차 있는데, 때로는 모든 것을 관리하기가 벅찰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공간을 꾸미고 다양한 식물들을 키우며 돌보다 보니 분명히 지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생명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책임만을 다하고 나머지는 다 내려놓아요. 일부러 관심을 끊는 거죠.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다시 사랑이 샘솟아요. 요즘엔 더 큰 공간을 꾸미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실제 공간은 한정적이라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이게 참 고민이에요. 현실적으로 지금 공간을 바꾸는 건 무리라 미래를 위해 책에서 본 인테리어 인사이트나 멋진 가구, 식물 이미지를 스크랩하고 있어요. 언젠가 가질 새로운 공간을 위한 준비를 하는 거죠.
이제 어떤 공간을 상상해요?
제가 사는 지역은 아직 개발을 하지 않은 곳이 많은데요. 가능하면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온실이 딸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해리포터에서 해리가 살고 있는 버논 삼촌의 거실처럼, 생활 공간과 온실이 연결된 공간을 꿈꾸고 있어요. 온실이 있으면 사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식물을 가꿀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겨울에 허브나 열대 식물도 마음껏 기를 수 있겠죠. 생활 공간엔 책이 가득 쌓여 있고 문을 열면 온실 속에 나만의 숲이 펼쳐질 거예요.
에디터 김지수
사진 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