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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교육 A-Z
오늘도 다섯 살 꼬마는 “five little monkeys jumping on the bed”를 부르며 침대에서 뛰어논다. 영어를 즐거운 놀이쯤으로 생각하는 아이를 한 발 한 발 조금씩 영어의 길로 들이고 싶은데, 섣부르게 시작하자니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다. 먼저 그 길을 걸어온 경험자이자 위매거진에 양질의 그림책을 소개해주는 전은주 씨를 만나, 재미와 배움을 잇는 비결을 물었다. 첫 아이를 키우는 열정만 가득한 초보 엄마에게 이보다 절실한 답이 있을까.
전은주
‘제이그림책포럼’ 대표, <라키비움 J> 발행인
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하다 아이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면서 그림책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현재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다양한 그림책 독자들의 모임터를 운영한다. 《웰컴 투 그림책 육아》, 《영어 그림책의 기적》 등을 펴냈고 전국 80여 곳의 도서관과 학교 강연을 다닌다. 최근 독자 기반 그림책 전문 잡지 <라키비움 J>를 출간했다.
전은주 씨가 첫째를 키우던 2002년에는 ‘엄마가 직접 영어책을 읽어주고 영어로 말을 걸면 아이의 영어가 트인다.’고 정석처럼 믿던 시기였다. 영어 유치원도 드물었고, 아이의 영어를 외부에 맡길 데도 부족했다. 아이의 영어에 관심이 있다면 부모가 해줄 수밖에 없었다.
“제가 텔레비전 보는 게 습관화되어 있지 않아서 동영상 노출은 거의 하지 못했고, 책으로 시작했어요. 돌 때부터 영어를 노출하기 위해 아이의 컨디션을 살피고, 관심사를 매일 눈여겨봤죠. 에릭 칼의 《Brown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같은 그림책에서 출발해서 여섯 살쯤 파닉스 교재를 거쳤고, 《Learn to Read》 같은 한 줄짜리 리더스북부터 서서히 글 분량을 늘려갔어요. 충분히 임계량을 채워 챕터북도 두루 읽고 소설로 진입했죠.”
꾸준하게 엄마와 그림책을 읽은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캐나다에 갔을 때 듣기와 읽기도 편하게 하고, 캐나다 아이들과 비슷한 독서 수준을 갖추게 되었다. 결과적으론 엄마표 영어가 성공한 셈인데 어딘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독서와 적절한 학습 속에서 즐겁게 살아 있는 언어로 영어를 익히게 하고 싶었는데, 과연 잘한 걸까 싶더라고요. 선생님이 엄마고, 영어책 읽기는 ‘엄마 학원’에서 낸 숙제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둘째는 좀 다르게 해보고 싶었는데, 알파벳도 가르치지 못할 만큼 제가 지쳐버렸어요. 엄마표 영어의 핵심은 ‘매일 하기’인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부담되는 일인지 해본 분들은 알 거예요. 몇 번 그림책 읽어주기를 시도했지만 꾸준하게 하지 못했어요. 결국 둘째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도록 알파벳도 몰랐고, 어떻게 버텨야 할지 자신이 없어 어학연수를 떠났어요.”
캐나다에 도착한 다음 날 도서관부터 갔다. 아이들과 우리말 그림책을 읽고 대화하는 데는 자신 있으니 영어 그림책이라도 보여주려고 말이다. 하지만 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멍해졌다. 도대체 무슨 책을 빌려야 할지 모르겠던 거였다.“첫째 아이를 학원 한 번 안 보내고 10년 넘게 영어책을 읽어 줬는데, 도서관의 많은 책 중에 제가 아는 책이 별로 없는 거예요. 한국에서 알고 있던 영어책은 순수한 그림책보다 학습 효과를 내기 위한 교재가 많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림이 있고 문장이 짧다고 다 그림책인 줄 안 거죠.”
꾸준히 도서관에 가기 위해, 먼저 요일을 정했다. 요일에 ‘T’가 들어가는 날은 항상 도서관에 가기로 말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후 Tuesday, Thursday, Saturday에는 도서관에 가서 매번 100여 권을 빌렸다. 도서관에서 산 지 몇 달이 지나자 눈에 익은 책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우리말로 번역된 책들의 원서를 발견한 것이다. 그때부터 영어 실력을 높이는 책을 고르기보다 좋은 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기준은 한국 그림책과 같았다. 재미와 감동, 상상과 유머, 통찰과 지혜가 있는 책.
“매일 책 보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마련하고, 간식도 충분히 주면서 좋은 책을 골라 읽었어요. 한 권도 못 읽은 날도 있었지만 두세 시간씩 읽은 날도 있었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도서관 대여목록을 봤더니 1년 반 동안 3,500권을 넘게 빌렸더라고요.”
그렇게 영어 그림책을 읽은 지 1년 반 만에 알파벳도 모르던 아이가 《해리포터》를 읽게 되었다. 큰맘 먹고 어학연수를 떠났지만, 영어 실력 향상에 가장 효과적인 건 원어민 선생님보다 다양한 그림책 독서였던 셈이다. 어학연수를 갈 만큼의 돈과 시간과 정성을 쏟았으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전은주 씨가 말하는, 그림책으로 영어를 재미있고 편하게 익히는 방법과 그 성과를 소개한다.
유아기엔 영어를 즐겁고 궁금한 정도로만
두 아이를 키우며 내린 영어 교육의 결론은 늦게 시작해도 된다는 거다. 아이에게 놀이와 노래 등을 총동원하여 영어를 접하게 했더라도 학교에 들어가면 영어는 ‘공부’다. 그래서 미취학일 때는 일정 수준을 성취하는 것보다 영어에 대한 즐거움과 호기심, 자신감 유지가 중요하다. Wee Sing이나 마더구스를 들으며 춤추고 따라 부르는 거로 충분하다. 토양이 잘 마련된 아이는 이후 뭘 심든 간에 잘 자라기 마련이다.
다그침과 토닥임 사이의 균형 잡기
부모가 선생님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적절한 사교육을 배치하고, 성과를 내도록 잘 관리하는 것도 부모의 능력이다. 아이가 충분히 수업을 따라가는지, 학원과 선생님,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입체적으로 살피고 지지해주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이다. 아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부모라야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쓸 수 있다. 아이를 다그치느라 관계가 나빠질 것 같으면 차라리 학원에 맡기고 관심을 줄이면 좋겠다. 엄마표 영어는 사교육과 홈스쿨링 사이의 균형 잡기가 아니라, 다그침과 토닥임 사이의 균형 잡기다.
아이는 영어와 친해지고 엄마는 아이와 친해지기
영어를 재미있게 접하게 하려고 아이의 컨디션을 살피고 취향에 끝없는 관심을 가진 일 자체가 영어는 물론, 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아주 가깝게 만들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속마음도 알게 되었다.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 첫째가 영어를 잘하는 이유는 어릴 때 시작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엄마와 아이의 좋은 관계 덕분이다. 엄마를 좋은 친구이자 안내자로 여기면 영어 공부에 피치를 올려야 하는 중고등학교 때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다.
엄마의 영어 실력은 덤
아이에게 영어를 던져주고 이끌다 보면 어느덧 엄마의 실력도 많이 쌓인다. 공부를 따로 더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보는 책을 같이 보고 아이가 보는 동영상을 같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다. 그림책에 나오는 회화 문장을 다 외운다는 정신으로 읽으니 아이에게 읽어줄 때 대사 전달력도 좋아지고, 엄마의 영어 실력에도 직접적인 성과를 가져다줬다.
1 유아를 위한 영어 홈스쿨링 방향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요?
· 학습 계획의 행동 주체를 엄마로 잡으면 훨씬 더 실행하기가 쉬워요. ‘하루 3권 읽기’가 아니라 ‘하루 3권 읽어주기’.
· 우리말 책은 아이의 수준보다 좀더 어려운 책을 읽어주는 게 좋고, 영어책은 아이의 수준보다 낮은, 쉽고 짧은 책을 읽어주는 게 좋아요. 그래야 읽어 주기 수월하고, 아이도 편하게 느껴요. 어려운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테스트 당한다고 느끼기 쉽답니다.
· 성과를 보는 것은 먼 훗날이에요. 아이의 발전을 바로 확인하려 하지 마세요.
· 시행착오는 당연한 거예요. 5년쯤 헛수고와 돈 낭비를 하다 보면 이후 10년은 아이의 취향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게 돼요. 유아기에는 아이(와 부모 자신)의 성격과 취향만 제대로 파악해도 충분히 성공한 셈이에요.
· 영어책만큼이나 간식에도 신경 써주세요. 맛있는 간식, 좋은 느낌의 의자, 쿠션, 발 마사지, 안아주기 등 영어책 읽기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환경을 조성해야 해요.
2 아이마다 적기는 다 다르겠지만, 단계별 영어 교육법을 제안해주세요.
* DVD 보기는 1시간 정도가 적당해요.
3 영어 그림책은 어떻게 읽어주면 좋을까요?
· 그림책을 읽기 전에 그림부터 보면서 어떤 내용인지 배경 설명을 해주세요. 우리말로 해도 괜찮아요. 반드시 영어로 말을 걸 필요는 없어요.
· 한 문장 한 문장 일대일 해석은 해주지 않아요.
· 단어를 먼저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아이가 물어보면 바로 답해줘요.
· 부모도 모른다면 같이 찾아봐요. 이때 이미지 검색을 추천해요.
· 우리말보다 오버액션이 필요해요. 원어민이 읽어주는 유튜브를 보면서 연습하는 것도 좋아요.
4 영어 그림책의 경우 언어적, 예술적, 정서적 성장을 이뤄낼 순 있으나 난이도 조절이 힘들어요.
글 양을 난이도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길어도 쉬운 책이 있고, 짧아도 어려운 책이 있어요. 난이도는 아이가 들어주는 선에서 고르면 돼요. 엄마가 보기 어려운 책도 아이가 들을 만하니까 듣는 거고, 엄마한테는 쉬워 보여도 아이는 뭔가 싫으니까 안 읽으려는 거거든요. 아이들은 난이도보다 취향 때문에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진도를 나가려 하지 말고 시간을 늘리는 걸 추천해요.
시간을 늘리다 보면 어느새 어려운 책도 읽고 있을 거예요. 그래도 진도표가 필요하다면, 각종 영어 교육 사이트나 책에서 구할 수 있는 리스트를 골라서 그대로 한번 해보길 권해요. 아마도 해보면 아이의 관심사와 취향이 ‘진도’대로 나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예요. 아이의 관심사가 ‘진도’와 맞아떨어진다면 감사한 일이겠지만요.
5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면 자꾸 덮어버리고 딴 데로 가는 아이들도 있어요.
토이북을 함께 읽어보세요. 플랩북이나 흥미 위주의 책 등으로 영어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게 필요해요. 물감이 달린 책, 퍼즐북, 스크래치북 등 특이한 형태의 책은 이왕이면 영어로 된 것이 어떨까요?
6 영어 그림책 외에 영어로 말하고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이가 말하면 엄마가 받아 적어주세요. 대화형 그림책을 번갈아 가며 읽어보고요. 닥터 수스 수상작들로 해보길 추천해요. 낭독 후 녹음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하여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등 매체를 이용하는 것도 좋아요.
7 취학 전 아이들에게는 영상물과 영어 그림책을 어떻게 병행하며 활용해야 효과적일까요?
영상물은 그냥 노출만 꾸준히 해줘도 어느 날 폭발해요. 하루에 최소 1시간 정도 시간을 정해서 흘려듣는 거죠. 자막은 가능한 한 없애주세요. 영어 자막도 없어야 해요. 영어 자막으로 집중 듣기를 겸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온전히 듣기를 위한 시간으로 영상물을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또 영상물과 그림책이 같은 주제거나 같은 시리즈라면 효과가 좋아요. 애니메이션 영화를 책으로 만든 것도 좋고요.
8 정말 잘하고 싶은데 말이 안 나와서 답답한 아이도 있죠. 이런 아이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게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화형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세요.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나누듯이 읽는 거죠. 줄줄 말하는 문장이 열 개만 있어도 말문을 트는 효과를 내요. 단, 아이가 말하는데 발음과 문법을 교정해주지 마세요.
9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등 관문마다 넘어야 할 산이 있어요. 슬럼프가 왔을 때 처방전이 있다면요?
못한다고 느끼는 부분에 집중해서 실력을 올리고 나면 슬럼프가 저절로 사라져요. 혹은 그 전 단계를 더 채우는 방법도 있어요. 쓰기가 안 되면 읽기를 더 많이 하는 거죠. 하지만 실력을 올리고 싶은 의욕도 없는 슬럼프라면 그 부분은 잠시 미뤄두세요. 한글 그림책을 더 읽는 게 나아요. 참, 분기별로 유명 학원 입학 테스트를 하는 것만큼 슬럼프를 만드는 일도 없어요. 아이의 레벨은 늘 엄마 마음에 들지 않게 마련이거든요.
10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영어 공부를 한 번도 안 한 아이라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마음먹은 그날 뭐든 시작해보세요. 초등학교 입학 후에 영어를 접해도 늦지 않아요. 오히려 초등학생은 더 빠르게 습득해 나가죠. 우리말 이해력이 높은 아이는 외국어도 빨리 배워요. 다만 늦게 시작했을수록 좀더 몰입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하루 30분에 만족하지 말고, 할 수 있다면 오래 하는 게 좋아요. 수학 등은 잠시 미뤄두고 6개월 정도 영어에만 몰입해도 효과가 금방 나타나요.
11 영어를 잘 못하는 엄마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발음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읽어주세요. 우리말을 할 때 말이 꼬이기도 하고 사투리도 쓰지만 아이들은 잘 배우잖아요. 정확한 발음이 아니더라도 못하는 대로 하면 돼요. 한 1년은 아이의 취향을 파악하고 엄마의 영어 그림책 읽기를 연습하는 셈치고 하루에 1~3권 정도 읽어주세요.
다행히 아이들은 금방 엄마의 실력을 따라잡아 스스로 읽기 시작해요. 그 이후엔 엄마의 영어 실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가 어떤 책을 보고 있는지 파악하고 적절할 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심과 적극성이면 충분해요.
12 시간이 없는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나요?
안타깝게도 홈스쿨링의 경우 아이의 영어는 엄마가 공부하고 노력하는 만큼 따라와요. 첫 2~3년은 엄마도 무슨 책이 재미있는지 찾아보고, 단어를 찾고, 자료 조사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해요. 밥하고 씻기는 등의 일들은 위탁하거나 간단하게 줄이고,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고 동영상 볼 때 옆에 앉아 맞장구쳐주세요.
재미있는 알파벳 책
《Pigs from A to Z》
《Animalia》
《The Human Alphabet》
《Alphabet City》
단어 확장 그림책
《Picture My Day》
《100 Things That Make Me Happy》
《The Cat in the Hat Beginner Book Dictionary》
《39 Uses for a Friend》
라임 그림책
《Rhyming Dust Bunnies》
《Don’t Forget the Bacon!》
《Titch》
《How Do You Hug a Porcupine?》
한 줄짜리 그림책
《You Are (Not) Small》
《Hello, Tilly》
《You Can Do It, Bert!》
《How to Grow a Friend》
알아두면 좋을 영어책 구입처
웬디북 wendybook.com
하프프라이스북 halfpricebook.co.kr
키즈북세종 kidsbooksejong.com
동방북스 tongbangbooks.com
왓더북 whatthebook.com
북디파지토리 bookdepository.com
영어책과 같이 보면 좋을 영어 DVD
1단계
Maisy
Spot
The Baby Triplets
Franny’s Feet
2단계
Caillou
Chloe’s Closet
Toopy and Binoo
Clifford
Octonauts
Milly, Molly
Little Einsteins
에디터 김현지
일러스트레이터 최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