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돌진

Music Around Us

전주에 다녀왔다. 불과 2개월 전이다.

이전 대구 특집에서 나는 서울 사람이지만 아버지가 대구에서 태어난 관계로 큰집이 있는 그곳에 수십 번은 갔다는 걸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운명이다. 마침 전주에 일이 있었고, 잘 마친 뒤에 시내를 둘러봤다. 시장에서 피순대도 먹고, 맛있는 수제 맥주 가게에서 ‘야맥’도 즐겼다. 특히 후자는 완전 추천하고 싶다. ‘노매딕 비어 템플’이라는 곳이다.

그것이 출장이든 여행이든 나한테는 절대 규칙이 하나 있다. 도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시카고에 6년 만에 다녀왔다. 확실히 그렇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지금까지 여행을 간 곳도 딱 하나 예외를 빼면 싹 다 도시였다. 왜 그럴까를 곱씹어본다. 나는 기본적으로 밤에 에너지가 올라오는 타입의 인간이다. 한국에서는 웬만하면 집에 있지만 여행을 가면 밤늦게까지 맛있는 술과 음식 즐기는 걸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렇다면 시골은 무리다. 일단 문을 연 곳이 거의 없다.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네온사인 중독이다. 비단 나뿐만은 아니다. 우리 대부분이 그렇다.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완전한 밤에 깜깜한 시골길을 걷다 보면 나 같은 도시인은 괜히 불안해진다. 빨리 숙소로 복귀해야 할 것만 같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나는 도시로 떠나는 걸 선호한다. 가장 만만한 국가는 역시 일본이다. 도쿄, 오사카, 삿포로, 후쿠오카 등등. 다 합치면 30번은 넘게 일본에 다녀왔다.

전주도 그랬다. 밤에 걷기에 참 좋았다. 술 마시기에도 훌륭했다. 안주는 뭐 말할 필요조차 없다. 나에게는 기묘한 습관이 또 하나 있다. 여행 중 딱 한 번은 그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 오직 내 감을 믿고 술집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대성공이었다. ‘촉’이 발동되기를 기다리면서 전주 숙소 부근 길을 걸었다. 그러고는 어떤 가게에 불쑥 들어갔다. 그 유명한 ‘가맥집’에서 멀지 않다. ‘진테이블’이라는 곳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우리는 타인의 평가를 의존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식당을 고를 때도 평점을 보고,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도 평점을 본다. 더 나아가 소비와 관련된 것이라면 우리는 대개 타인의 평가에 심각하게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타박하려는 게 아니다. 잠깐은 그 속박에서 벗어나도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음악과 똑같다. 알고리즘 추천에 의지하면 내 취향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유튜브에 로그인한 채로 영상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가끔씩은 그 무엇이든 과감하게 로그아웃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직접 검색해서 영상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평가 따위 신경 쓰지 말고 “여기 느낌 있는데” 싶으면 과감하게 돌진하는 거다. 실패할 수 있다. 그러면 또 어떤가. 한 끼 정도는 별로인 음식 먹어도 그것 또한 기억에 남는다. 소설가 김영하 씨도 말하지 않았나. 여행을 가면 무조건 모르는 메뉴를 시킨다고. 맛있으면 좋고, 맛없으면 그걸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소설가라서 그런 게 아니다. 여행은 곧 이야기다. 맛없던 추억 또한 충분히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Risk’ Gracie Abrams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소문 그대로였다. 세계 최대의 도심형 페스티벌답게 엄청난 크기의 공원에서 10개가 넘는 무대로 수많은 뮤지션과 밴드가 관객을 뒤흔들었다. 그중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의 라이브를 잊을 수 없다. 스튜디오 버전보다 훨씬 록적이고, 근사했다. 10대, 20 대 관객이 그의 모든 노래를 다 따라 부르는 광경은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장관이었다. 내 인스타그램에 이 곡의 롤라팔루자 라이브 쇼츠를 올려놨다. 꼭 한 번 보기를 바란다. 팔로우는 안 해도 괜찮다.

[Risk](2024)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

전주 최대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이다. 올해의 라인업만 봐도 이승윤, 데이브레이크, YB , 넬, LUCY , 페퍼톤스 등 라인업이 정말 훌륭하다. 김뜻돌, 세이수미, 김오키, 로큰롤라디오 등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과연, 이 정도면 국내를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이라고 불릴 만하다. 솔직히 올해는 바빠서 못 갔다. 내년에는 꼭 가볼 생각이다.

‘Creep’
Radiohead

나는 라디오헤드 광팬이다. 정규작 포함해 각 멤버가 발표한 솔로작, 영화음악 등 거의 모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런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라디오헤드 노래가 딱 하나 있다. 그렇다. 바로 ‘Creep’이다. 이유는 이렇다. 내가 라디오헤드와 사랑에 빠진 건 2집 [The Bends] (1995)부터였다. 1집 수록곡 ‘Creep’이 크게 히트할 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후 라디오헤드가 더 훌륭한 곡과 음반을 연이어 발표했음에도 ‘Creep’만 찾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도 솔직히 좀 불만이다. 그럼에도, 2016 년 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 당시 라디오헤드가 이 곡을 불렀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수만 관객이 혼연일체가 되어 완성한 거대한 합창이 지금도 귓가에서 울리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부기한다. 내가 쓴 것처럼 라디오헤드가 ‘Creep’을 절대 안 부른다는 건 가짜 뉴스다. 아주 가끔 세트리스트에 포함시킨다. 진짜 안 부르는 곡은 따로 있다. ‘High and Dry’다. 멤버 전원이 이 곡을 싫어해서 폐기 처분하려고 했지만 히트를 예감한 음반사가 맘대로 발매해서 더 싫어졌다고 한다.

[Pablo Honey](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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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순탁―음악평론가 · 〈배철수의 음악캠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