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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화의 3요소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코로나가 일상이 되면서 재택근무가 무기한 연장되었다.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도와준 회사의 배려가 고맙지만, 사실 사무실 출근이 그립기도 하다. 회의 아젠다에 집중한 화상 미팅은 업무 효율을 높여주었지만, 비업무 시간에 농담하며 웃었던 회사 동료들과의 즐거움도 같이 사라진 것이 가장 아쉽다.
연이은 온라인 회의로 눈과 목이 뻑뻑했던 오후, 피곤함에 지쳐 바닥에 누워있다가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혼자만의 방에서 살다가,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는 꼰대가 되거나, 자연스러운 대화가 어려워지면 어떡하지? 타인과 각자의 삶을 나누기 어려워지니 서로에게 무심해지고, 무심해지니 삶의 다양성에 둔감해지고, 결국 나의 마음과 생각도 둔해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꼭 재택근무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고, 코앞의 현실에 묶여 살다 보면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니까.
불현듯 찾아온 걱정을 타파하기 위해 기억에 남았던 대화를 복기해보았다. 그러고 보니 회사에서 이루어졌던 ‘좋은 대화’ 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좋은 대화를 만드는 것은 주제와 상황이 아니라 상대방의 태도였다. 팀을 옮긴 뒤 새로운 부서의 C-level 리더분과 주기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특권’이 생겼다. 이 정기적 대화를 ‘회의’라고 말하지 않고 ‘특권’이라 말하는 이유는 이 대화를 하고 나면 큰 동기부여가 생기기 때문이다. 많은 상사와 대화를 해보았지만, 이렇게 주니어를 대하는 분은 처음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보다 늘 내 생각에 먼저 귀 기울였고, 어떤 질문이든 성의껏 답변해주었으며, 명확하게 옳은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대화 후에는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생기기도 하는 업무용 대화였지만, 대화 후에는 늘 산뜻한 배려를 받은 듯이 기분이 좋았고,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겼다. 좋은 대화는 우리 모두를 생산적으로 만든다.
두 번째,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에게는 전염성이 강한 빛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친한 동료들과 ‘맛과 멋’이라는 모임을 가진다. 이 모임에서는 맛있는 것을 먹으며 말 그대로 인생의 ‘맛과 멋’을 논한다. 원체 동생보다는 언니, 오빠를 후배보다는 선배를 좋아하지만, 이 모임에서는 내가 ‘왕언니’라 할지라도 이 만남은 유독 기다려진다. 그 이유는 함께하는 그들의 눈빛에 있는데, 회사에서 속상했던 일을 토로하다가도, 어느 순간 본인들의 열정, 곧은 마음가짐, 그리고 치열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동료들의 눈빛은 반짝인다. 날씨 좋은 날 언제든지 반사되어 튀어 나갈 것 같이 요동치는 빛처럼. 그런 눈빛을 발하는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도 반짝거리는 느낌이 들어 그저 감사할 뿐이다.
눈빛이 빛날 수 있는 이유는 어느 정도의 알코올이 함유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세 번째, 성숙한 대화를 하는 사람에게는 늘 단단한 자신감이 내재하고 있다. 회사에서의 대화는 으레 업무 분담, 곧 나의 이익과 능력에 대한 인정이 얽혀 얼굴을 붉히기 쉽다. 하지만 성숙하게 업무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은 포기와 인정이 빨랐다. 본인이 가지지 못하는 능력이 타인에게 있다면, 깨끗이 받아들이고 도움을 요청할 줄 알았다. 그리고 상대방의 능력을 진심으로 즐기고 칭찬해, 함께하는 팀원으로서 그 응원을 입고 더 자신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손을 먼저 내밀 줄 아는 사람은 늘 매력적이고, 강하다.
많은 것들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루어지는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니, 외적 환경에 준거하지 않고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일은 이제 철저히 개인의 몫이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이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는 타인의 이야기가 필요하고, 주어진 대화의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무실의 좋은 대화 상대들은 대화의 기쁨은 단어의 양이 아니라 각자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질적 차이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언택트 시대의 오후, 그 어느 때보다 대화의 기쁨을 기대해본다.
Youtube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고백이지만 노는 것만큼이나 일을 좋아합니다. 그만큼 생활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해, 오후 네 시가 되면 남은 하루를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저의 영수증이 하루의 리듬을 바꾸고 싶은 직장인에게 작은 가이드가 되면 좋겠습니다.
글 김보경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