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미운 사람

《미움받을 용기》, 《아무래도 싫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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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아무래도 싫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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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미운 사람

누군가를 미워하게 됐다. 당연히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움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말로 힘든 일이다.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베스트셀러에 적개심을 품고 있다. 아니다. 적개심까지는 아니다. 남들 다 읽는 책을 나까지 읽어줘야 하나, 싶어 심통이 날 뿐이다. 남들이 나와 똑같은 책을 읽고 있을 거로 생각하면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 내가 못돼먹고 별난 인간이라 그렇다.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쓴 《미움받을 용기》와 마스다 미리의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그렇게 못돼먹은 내가 순전히 필요해서 읽은 책이다. 일단 제목에 낚였다. 최근의 인간관계 때문에 괴로워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야 했다. 나는 괴롭거나 힘들 때면 남들이 병원에 가거나 점을 보거나 술을 마시는 것처럼 책을 읽는다. 그것도 미친 듯이.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해. 인간관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크든 작든 상처를 받게 되어 있고, 자네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되지. 아들러는 말했네. “고민을 없애려면 우주공간에서 그저 홀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지. 

–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중에서

철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사상을 대화로 풀어낸 《미움받을 용기》는 벌써 수개월째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에 올라 있다. 그것은 나처럼 많은 사람이 이 책의 제목에 끌렸기 때문일 거로 생각한다. ‘미움받을 용기’라니. ‘미움받지 않는 법’,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법’, ‘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주는 법’, ‘진상 성격 뜯어고치는 법’이 아니라 미움을 받을 ‘용기’라니. 

그럼 이젠 미움받고 살아도 괜찮단 말인가.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괜찮단 말인가. 남에게 미움이나 받는 나를 미워하지 않고 살아도 괜찮단 말인가. 이렇게 못난 나를 뜯어고치지 않아도 괜찮단 말인가. 남들일랑 신경 쓰지 않고 뻔뻔하게 살아도 괜찮단 말인가. 이 책의 제목은 어쩐지 초등학교 시절 나를 예뻐했던 담임선생님을 성인이 되어 만나 격려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자네는 좋은 학생이었지. 그러니 좋은 어른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네.”

인간은 모두 인간관계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네. 이를테면 부모님과 형의 관계일 수도 있고, 직장동료와의 관계일 수도 있지. 그리고 지난번에 자네가 말했지? 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내 제안은 이렇네. 먼저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를 생각하게. 그리고 과제를 분리하게. 어디까지가 내 과제이고, 어디서부터가 타인의 과제인가. 냉정하게 선을 긋는 걸세. 그리고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중에서

아들러는 우리의 모든 고민이 인간관계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단언한다. 어떤 종류의 고민이든 거기에는 타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그 고민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미움받을 것조차 불사하고서라도 용기 있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일이라는 게, 이 책의 주제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용기가 없기에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의견과 기대와 존재 자체에 쉽게 휘둘린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 역시 타인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권리를 인정하지 못한다. 

아들러의 이런 조언이 하소연하러 나갔다가 3박 4일 해병대 캠프에 끌려가 정신무장을 당하고 돌아온 것처럼 부담스럽다면, 마스다 미리의 가볍고 따뜻한 만화가 미움을 다스리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녀의 만화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제목 그대로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카페의 점장으로 일하는 수짱은 사장의 친척인 점원 무카이 때문에 괴롭다. 사사건건 불평을 하거나 남의 험담을 늘어놓고 농담인 듯 비꼬아서 이야기한다. 점장인 자신을 제쳐놓고 아르바이트 사원들에게 정사원을 시켜주겠다고 약속을 하기도 하고 수짱을 따돌리기도 한다. 도대체 이런 사람을 어떻게 싫어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런 사람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싫어하는 사람의 장점을 찾기도 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그러다 그것이 안 되면, 자신이 나쁜 사람 같아서 다시 괴로워져. 

– 마스다 미리, 《아무래도 싫은 사람》 중에서

싫어하는 사람은 잊고 있었던 하기 싫은 숙제나 미루고 미루었던 일 같다. 아무리 즐거워도, 아무리 기뻐도, 아무리 편안해도 그 사람은 슬그머니 나타나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해서 가장 괴로운 것이 있다면 미움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싫어하는 사람을 온종일 생각해야 한다. 그를 미워하고 과거에 그가 했던 말과 행동들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래서 너는 그렇게 미운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미워하는 마음에 가속도를 붙이고 불을 지피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미움의 불길 속에 휩싸여 있다. 이 정도의 에너지라면 뭔 일을 해도 할 것 같다. 발전소를 하나 지을 수 있을지 모른다. 마스다 미리는 대놓고 이야기하기에는 뭣한 사소하고 심지어 쪼잔하기까지 한 이런 감정들을 전면에 드러내서는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감정이 단지 나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가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스다 미리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용기일지도 모른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야. 누구나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그러니 이런 건 아주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그러니까 용기를 가지고 이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나가 보자. 

사소하게 싫은 몇 개가 마치 장롱 뒤의 먼지처럼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고 커다란 먼지 뭉치가 된다. 그렇게 청소기로 빨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미움이 커진다. 

– 마스다 미리, 《아무래도 싫은 사람》 중에서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아주 작은 데서부터 시작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 계속되면서 못 견디게 성미를 긁는다. 어쩌면 그것은 처음에는 좋아했던 그의 어떤 면이었을 수도 있다. 호감이 미움으로 바뀌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단지 너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되 상대의 영역에는 발을 들이지 않는 거리. 그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네. 

–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중에서

나에게는 수도 없이 많은 개인적인 미움의 역사가 있다. 내가 그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은 어쩌면 거리감에 대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앞으로도 배우고 또 배워야 한다. 어쩌면 내가 타인의 과제를 침범한 것은 아니었을까.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하지 못했기에 그를 미워하게 된 것은 아닐까. 반대로 그래서 또 미움받게 된 것은 아닐까. 내가 그에게 너무 가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멀어져야 할 때 멀어지는 방법을 몰랐던 것은 아닐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몰랐고, 또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나쁘지 않아. 누가 뭐라고 해도 그곳에서 도망가는 내가 맞는 거야. 그 사람을 싫어하는 나도 틀리지 않아. 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거지. 그래도 되는 거지, 나. 

– 마스다 미리, 《아무래도 싫은 사람》 중에서

다행히 나는 이 원고를 쓰기 전에 최근에 나를 괴롭혔던 미움의 덫에서 거의 벗어났다. 지금은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자다가 깨어나 위가 쪼그라드는 아픔에 몸부림을 칠 정도로 심각한 미움의 덫이었다. 만약 내가 그 덫에 여전히 갇혀 있었더라면 나는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미움의 한가운데서 미움을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하다. 

내가 그 덫에서 벗어난 방법은 이것이었다. 나는 포기했다. 그와의 관계를 포기했다. 어떤 식으로도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었다. 미움은 점점 더 깊어지고 점점 더 강해져서, 이제는 어떤 이유 같은 게 없이도 저 혼자 날뛸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더는 보지 않는 것이 나았다. 

사실 나는 잘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걸 장점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좀 끈질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만큼은 포기해야 했다. 아쉽고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아무리 해도 엉키고 엉킨 실타래를 풀 수가 없다면, 나와 맞지 않는 것 말고는 별다른 죄도 없는 사람을 미워하고 또 미워해야 한다면, 그냥 그 실타래를 끊어버리는 것이 나았다. 포기하는 법도 배워야 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고 나 또한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서로를 더 헐뜯거나 할퀴지 않고 상대를 인정하는 법도 배웠다고 생각한다. 붙잡고 있는 것이 능사는 아니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포기라는 말에는 원래 ‘명확하게 보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네. 만물의 진리를 단단히 확인하는 것. 그것이 ‘포기’라네.

–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중에서

앞으로는 미움 없이 살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이 세상에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는 날도 다시 올 것이고 누군가에게 죽도록 미움을 받는 날도 다시 올 것이다. 그럴 때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이런 것이다. 

유대교 교리 중에 이런 말이 있네.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한 사람은 반드시 당신을 비판한다. 당신을 싫어하고, 당신 역시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열 명 중 두 사람은 당신과 서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없는 벗이 된다. 남은 일곱 명은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이다.” 이때 나를 싫어하는 한 명에게 주목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사랑해주는 두 사람에게 집중할 것인가, 혹은 남은 일곱 사람에게 주목할 것인가? 그게 관건이야. 인생의 조화가 결여된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한 명만 보고 ‘세계’를 판단하지.

–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중에서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 | 인플루엔셜 | 336쪽 | 140x205mm

관계 안에서는 여러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로부터 자유로워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법이 아니라 미움받을 용기에 대해 말해준 사람,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을 일본의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를 통해 엿본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지음 | 이봄 | 144쪽 | 148x210mm

카페 점장이 된 지 2년째에 접어든 수짱의 이야기이다. 손님을 상대하는 일은 수월해졌지만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다름 아닌 같이 일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동료이자 카페 주인의 딸인 무카이는 뒷말을 입에 달고 다니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수짱은 그녀를 좋아해 보려고 노력해보지만 결국 그녀를 좋아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더욱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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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현아

글 한수희 사진 구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