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빛 사이, 달의 계곡

나는 지금 ‘낮의 고독과 밤의 위로 가운데’에 있다

고독의 심해 앞에서

그곳은 거칠고 쓸쓸한 땅이었다. 물기 하나 없는 흙으로 덮여있어 걸을 때마다 먼지가 일었다. 이토록 외지고 메마른 지역을 찾는 이가 많을 리 없었다. 오랜 시간 사람이 닿지 않아 고립을 견뎌냈을 이 땅은, 그간의 외로움에 지쳐 쓰러져 피를 토한 것처럼 붉었다. 쓸쓸함을 게워낸 토사물이 그대로 바싹 말라 사막의 땅에 언덕이 되었고 바위로 굳었다. 한낮의 태양은 자비 없이 이글거렸고, 건조해진 기관지가 꺼끌거리며 마른기침을 뱉어냈다. 입술은 푸석했고, 피부는 허옇게 일어나 말라버린 논바닥처럼 갈라졌다. 몸이 건조하니 마음에도 촉촉한 물기가 사라졌고,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사막이라 이름 붙여져 억겁의 시간을 견딘 이곳에서, 나는 그렇게 서서히 메말라갔다. 타인의 몸짓이 티끌처럼 보이는 황량한 땅이어서였을까. 아니면 ‘달의 계곡’이라는 지명 탓이었을까. 퍽퍽해진 몸을 이끌고 달의 계곡에 올랐을 때, 나는 세상에 홀로 떨어져 달에 불시착한 사람이 느낄 법한 거대한 고독과 마주했다. 그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쓸쓸함이었다. 오랜 시간 보지 못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 같기도 했고,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깨달은 얄팍한 인간관계에 대한 서운함일 수도 있다. 작년 이맘때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느끼던 막연한 두려움이 휘몰아치는 듯했고, 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눈앞에 닥칠 미래에 대한 불안 같기도 했다. 사막인데다가 머나먼 지구 반대편이었고, 하필 몸 상태도 좋지 않았기에, 이것들을 핑계 삼아 외롭다고 털어놓기에 몹시 완벽한 상황이었다. 태양이 땅에 가까워질수록 고독의 파도는 밀물처럼 들이쳤다. 고독의 심해 앞에서 이따금 부는 사막의 바람결에 외로움이 조금씩 실려 나갔다.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나는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했다.

어쩌면 나를 향한 위로일지도

비포장길을 달리는 버스의 진동을 고스란히 허리로 삼키며, 나는 깊은 암흑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버스의 헤드라이트를 껐고, 수도 없이 오갔을 그 길을 별빛에 의지해 감각만으로 내달렸다. 저 멀리 사람들 무리가 있었는데 그들이 선명하게 별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작고 붉은 조명 하나만 켜둔 오두막이 있었고, 근처에는 열댓 개의 천체 망원경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집어삼킬만한 묵직한 어둠과, 그 속에서도 꿋꿋이 존재를 알리던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하늘에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뱉은 감탄에는 우주와 머리 위에서 빛나는 존재들에 대한 존경이 들어있었다. “너무나 아름답지 않나요?” 가이드가 말을 건넸다. 나는 아름답다는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그 이상의 표현, 그 이상의 감동을 대신할 말을 찾다가 이내 포기했다. 이곳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이고, 그런 까닭에 유난히 별이 잘 보인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스무 명가량의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모였고, 가이드는 중심에 서서 일일이 별자리와 행성을 짚어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의 손을 따라가며 별자리를 찾을 때마다 여기저기 작은 탄성이 들렸고, 나 역시 순수한 경이와 기쁨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늦은 밤 초겨울로 들어선 쌀쌀한 날씨에도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은 채, 황량한 땅 어딘가를 환하게 비추고 있는 것들에게 집중했다. 천체 망원경을 이용해 자유롭게 행성을 관찰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누군가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곳에서 별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오두막 근처 후미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뭇가지 사이로 은하수가 넘실거렸다. 나는 수천, 수만 개의 다이아몬드가 흩뿌려진 검은 실크 아래에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따금 별똥별이 떨어져 그 많은 별과 행성이 정지된 장면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땅 위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있었다. 낮 동안 있는지도 모르던 존재들은 밤이 되어서야 기다렸다는 듯 발광했다. 그리고 다시 태양이 뜨기 전까지 있는 힘껏 찬란한 빛을 뿜어댔다. 별들은 점처럼 작았고, 한데 모여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서로 가깝게 보이는 별들일지라도, 실제로는 수천, 수만 광년 떨어져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떠올랐다. 우주의생명들은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를 향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계속해서 꿈틀댔다. 어찌 보면 반짝인다는 것은 처절하게 외롭다는 절규였는지도 모른다. 철저히 혼자인 채로 각자의 우주를 살아내는 저들에 비하면, 나의 고독은 미천한 것이었다. 그들의 치열한 삶이 적적한 가슴을 어루만졌다. 나만이 외롭게 사는 것은 아니라는 별들의 위로였다. 별들이 빛날수록 나는 초연해졌다. 그제야 해가 떠있는 동안 붙잡혀있던 우울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마침내 거대한 고독의 파도가 썰물이 되어 스르륵 빠져나갔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사막

San Pedro de Atacama Desert

‘San Pedro de Atacama’란 ‘아타카마 사막의 성인 베드로’라는 의미다. 이곳의 최고 명소인 달의 계곡 투어를 신청할 수 있고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건조한 기후 탓에 사막이 형성되었고, 구름이 적어 별을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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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