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바깥을 거닐며

드나스

임정현·한유원—드나스dnas

어느덧 봄이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정현 촬영과 보정에 집중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어느덧 달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벌써 1분기가 다 지나갔다니, 믿기지 않네요(웃음). 

유원 오운더스탠드OWNDERSTAND로 상업 영상 작업을 여전히 열심히 하며 지내요. 바쁜 나날이지만, 올해는 개인 작업 할 시간도 만들어 보려고요. 

 

드나스는 작업실 개념이라고 이야기하신 바 있지요. 창작자들이 이곳에서 자유롭게 작업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는데, 만일 두 분이 드나스에 방문한 창작자라면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정현 드나스를 운영한 지 얼추 2년이 되어 가는데, 이제 저한텐 집보다 오래 머무는 공간이 되어 버렸어요. 여기서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면, 친구 집에 놀러 가듯 부담 없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형태의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전시를 보러 왔다기보다는 친구 집에 놀러 와서 친구의 취향이 묻어 있는 공간에 잠시 쉬었다 가는 느낌을 주는 전시요. 

유원 지금도 종종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한 작업 공간보다는 친한 친구들과 큰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며 보내는 시간을 상상하게 돼요. 

 

편안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군요. 두 분은 드나스를 함께 운영하지만 활동 영역이 조금 다르지요. 정현 씨는 사진, 유원 씨는 영상인데요. 두 분은 처음 카메라의 매력을 어떻게 느끼게 되었어요? 

정현 대학교 1학년 때 필름 카메라를 구입하게 됐어요. 첫 카메라는 니콘 FM2였지요. 원래는 비교적 저렴한 자동 필름 카메라를 사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 수동 필름 카메라로 노출과 초점을 직접 맞춰가며 찍는 게 더 즐거울 거라며 추천해 주셨어요. 확실히 수동 카메라를 사용한 덕분에 사진 찍는 즐거움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지요. 새삼스레 사장님께 감사해지네요(웃음). 그때 동기들을 많이 찍었는데, 사진을 스캔해서 메신저로 보내주면 친구들이 엄청 좋아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저한테도 큰 즐거움이었지요. 그때 누군가를 찍고 찍히는 일이 즐거움이란 걸 알게 됐어요. 

유원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디자인과로 진학했어요. 거기서 영상 디자인을 접하게 됐죠. 그러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게 제 생각을 표현하는 거란 걸 알게 됐는데, 동시에 그 수단이 꼭 붓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카메라로 이야기를 만들고 생각을 표현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첫 작업이 궁금해지는데요. 

정현 제 첫 작업은 친구 프로필 사진이었어요. 배우를 꿈꾸던 친구가 먼저 제안해 주었고, 콘셉트와 목적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 건 저도 처음이어서 일상의 풍경을 찍을 때랑은 또 다른 즐거움을 느꼈어요. 

유원 저는 학교 과제가 첫 작업이었어요. 처음으로 이야기를 쓰고 카메라로 찍고 편집했는데, 수업 때 교수님이 제 영상을 보시곤 감동하셨다면서 그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술과 밥을 사주셨어요. 그때 ‘영상 작업을 계속해 봐도 되겠구나.’ 생각했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이전 기수도, 그 전전 기수도 밥을 사주셨다고(웃음)….

 

(웃음) 교수님의 감동은 진심이었을 거예요. 세상엔 참 많은 풍경과 장면이 있어요. 어떨 때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정현 ‘아, 지금 이 장면 너무 아름답다.’고 느낄 때요. 제가 지금 보고 있는 순간이 흘러가는 게 아쉬워서 오래도록 간직해 두고 싶을 때, 내가 보는 풍경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을 때 특히 그래요. 

 

사진에 속도감이 있다는 말은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정현 씨 사진은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에요. 무언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는 인상이지요. 

정현 제 눈으로 보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다 보니 제가 지닌 성향이나 취향이 사진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고 생각해요. 시끄러운 곳보다는 고요한 곳을 좋아하고, 성격도 빠릿빠릿하기보다는 느긋해서 더 그런 사진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멈춰 있지만 흐르는 것 같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죠. 그래서인지 부서지는 파도 사진을 보는데도 느릿하게 흩어지는 물방울이 연상되더라고요. 

정현 아, 지금 말씀하신 파도 사진 저도 참 좋아하는 작업이에요. 움직이는 무언가를 사진으로 담았을 때 풍기는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나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 같은 것이 특히 그렇지요. 그렇게 담은 장면들은 사진임에도 그 전과 후의 장면을 함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영상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두 분은 어떤 사진을 보았을 때 좋다는 느낌을 받아요? 

유원 저는 영상 작업을 하고 있어서인지 유독 다큐멘터리 사진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사람이 있는 경우엔 그 사람의 사연이나 이야기가 읽히고, 사물인 경우엔 저게 왜 저 자리에 있을까… 하고 시간성을 생각해 보게 돼요. 그런 생각을 이어가게 해주는 사진들을 좋아해요. 

정현 저는 감정이 느껴지는 사진이요. 그래서 인물 사진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사진 속 인물이 느끼고 있을 감정이 상상되면, 그 사진에 좀더 몰입하게 되거든요. 풍경에서 계절감이나 냄새가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도 좋고요.

그래서인지 드나스 사진에선 계절감이 유독 두드러져요. 우리나라의 특징 중 하나는 사계절이 또렷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점점 사계절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너무 춥거 나 너무 더운 계절이 반복되고 있어요. 자연이, 환경이, 지구가 현재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어떨 때 느끼곤 해요? 

정현 지금 말씀해 주신 딱 그 부분이요.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울 때…. 그런 날이 길어질 때면 환경이 달라졌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해요. 

유원 요즘 정말 자주 느끼고 있어요. 크고 작은 재난도 그렇고, 정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뀌는 것이 많아졌어요. 생활 방식 또한 그렇고요. 불편하게 사는 게 좋다고 느끼는 건 살면서 처음인 것 같아요. 

 

사계절이 더 모호해지기 전에 여쭤봐야 할 것 같아요. 어떤 계절 좋아하세요? 

정현 가을이요. 가장 좋아하는 날짜도 이야기할 수 있어요. 9월 3일. 스물한 살 때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에 본 노을 지는 하늘을 잊을 수가 없거든요. 여름 끝자락 선선해진 저녁 공기를 느끼던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어요. 그 순간 ‘오늘 날짜를 기억해 놔야지.’ 하고 달력을 보았죠. 누군가 좋아하는 계절을 물을 때마다 그날 그 순간이 떠올라요. 

유원 저도 가을이 가장 좋아요. 여름과 겨울처럼 기술과 맞닿아 지내야 하는 인위적인 계절이 아니어서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봄도 좋아하는데, 요즘은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어느 순간 부정적인 계절로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미세먼지와 황사 또한 자연이 보내는 적신호겠지요. 

유원 여러 나라에서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환경 문제를 실감하게 되죠. 자연재해가 잦아지는 동시에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자연재해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고, 내 힘만으로는 막을 수 없기에 더욱 무섭다고 느껴요. 

 

우리는 쉼과 여유를 생각하며 곧잘 자연을 떠올리곤 해요. 그러면서도 알게 모르게 지구를 파괴하는 행동을 의식 없이 하고 있지요. 이제는 자기만의 기준을 두어야 할 때 라고 생각하는데, 두 분은 어떤 기준을 두고 살아가고 있어요? 

정현 솔직히 말하자면 저희는 지구를 지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편은 아니에요. 텀블러를 항상 챙겨 다니지도 않고, 채식을 지향하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이 질문을 받고 마음 한쪽에 부끄러움과 반성이 생기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자연에 해를 끼치는 행동에 대한 불편함,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미안함은 항상 품고 지내려고 해요. 동시에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해 가며 일상의 실천으로 옮기는 분들의 행동에 대한 지지와 존경도요. 

 

시작하는 마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사랑은 작은 실천, 조그만 마음에서부터 출발하니까요. 저는 자연 속에 있을 때면 이 풍경을 꼭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 왜 우리는 자연을 평화롭다고 여기는 걸까요? 

정현 평소에 너무 인위적인 풍경 안에서 살아가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인위적인 풍경 안에 놓였을 때는 액자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자연에 있을 땐 어떤 프레임도 없는 넓은 공간에 있다고 느껴요. 자연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모습을 계속 바꾸잖아요. 같은 시간이어도 어제와 오늘의 풍경이 다르듯, 내일은 또 다른 모습일 테고요. 그래서 자연에서는 조금 더 순간순간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꼭 지키고 싶은 지구의 풍경 있어요? 

정현 우리가 늘 지나다니며 보아온 크고 예쁜 나무가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면 좋겠어요. 어릴 때 보고 지낸 나무를 어른이 되어서도 볼 수 있다면 기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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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