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구분하지 않는 사랑

박소이·원승연 — 집에가야돼

복층집 계단을 보고 ‘거대한 캣타워’ 같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고양이를 지극히 아끼는 집사만이 떠올릴 수 있는 이 표현은, 소이와 승연이 현재의 집을 처음 마주했을 때 사용했다. 부부가 세 마리 반려묘를 사랑하는 방식은 ‘여긴 우리 공간, 이건 네 물건’이라 외치지 않는 것. 그래서 이들의 집에는 직접 만든 고양이들의 도구와 사람의 것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볕 아래 고양이들이 꾸벅꾸벅 조는 시간, 가족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두 사람의 마음을 듣는다.

어머, 들어오자마자 고양이가 배를 보여주네요(웃음). 이 친구가 하랑이죠?

승연 어서 오세요. 하랑이는 저희와 함께 지내는 고양이 중 막내예요. 사람을 무척 좋아해요.

 

볕이 좋은 집인 건 알고 있었지만, 해가 정말 따사롭게 들어와요. 두 분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소이 안녕하세요. 캣&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집에가야돼’를 운영하는 박소이,

승연 원승연 부부입니다. 저희는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요.

 

함께 사는 고양이들은 각각 어떤 성향인지 궁금해요.

승연 첫째 하몽이는 자기 주관이 뚜렷해요. 요즘에는 아내 곁에만 있고 싶어 하죠. 둘째 하양이는 세상을 쉽게 사는 고양이예요. 간식 줄 때는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다가, 빗질하려고 하면 어느새 사라져 있어요. 막내 하랑이는 아까 보셨듯이 사람을 좋아하고 표현도 잘해요. 흔히 말하는 ‘개냥이’죠.

 

그렇다면 반대로 고양이들이 두 분을 소개한다면 뭐라고 말할까요?

승연 미리 주신 질문 중에서 가장 답하기 어려웠어요(웃음). 그래도 이야기해 보자면… 첫째 하몽이는 예전에 저랑 둘이 살던 시절엔 저를 정말 좋아했고, 아내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로는 아내를 훨씬 좋아해요. 그래서 하몽이는 저희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엄마 아빠’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소이 하몽이는 잠도 꼭 저희 둘 사이에서 자려고 해요.

승연 둘째 하양이는 사람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해서, 저희를 동거인 정도로 여길 것 같아요. 저희가 제품 샘플이나 장난감을 집에 종종 가져오니 재밌는 거 많이 들고 오는 친구라고 생각할 것도 같고요. 셋째 하랑이는 유기묘라 처음엔 공격성도 강했고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했어요. 이제는 저희를 완전히 신뢰하는데, 엄마 아빠보다는 막내가 언니 오빠 따르듯 하죠.

 

성향에 따라 관계가 달라지는 점이 흥미로워요. 하랑이는 유기묘였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해요.

소이 첫째, 둘째랑 함께 지내다 보니 셋째 고양이를 만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남편을 계속 졸랐죠. 남편은 ‘굳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저는 여섯 달 넘게 입양 앱을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크리스마스 즈음 하랑이 사진을 보고 “오빠, 얘 어때?” 하고 물었는데, 남편이 흔쾌히 데리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임시 보호 중이던 하랑이를 만나러 갔는데 공격성이 너무 강해서 이동장에 옮길 수가 없었어요. 세 시간 넘게 대치가 이어졌고 저는 거의 울면서 그냥 포기할까 싶었죠.

승연 그때 제가 한 번만 더 시도해 보겠다고 하랑이가 숨어 있는 방으로 혼자 들어갔는데, 그제야 저한테 오더라고요.

소이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정말 얌전했고요. 너무 신기하게 집에 도착해서도 안정된 채로 잘 돌아다녔어요. 유기묘 시절의 상처 때문인지 여자를 무서워해서, 저와 친해지기까지는 1년 정도 걸렸지만요. 남편이 반년 넘게 하랑이랑 따로 자면서 하랑이 마음이 서서히 열린 것 같아요. 하랑이를 보면서 사랑이 생기는 과정을 본 기분이었어요. 첫째, 둘째 고양이를 돌볼 때와는 색다른 경험이었죠.

왼쪽 하몽, 오른쪽 하양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나요?

승연 고양이는 정해진 루틴에 따라 생활하는 걸 좋아하는 동물이에요. 사람이 훈련하지 않아도 알아서 쉬는 시간에는 쉬고, 먹을 때가 되면 먹죠. 그래서 저희도 최대한 고양이들의 생활 리듬에 맞추려고 노력해요. 저는 6시에 일어나 아침 수영을 다녀와서, 아내와 고양이들 식사를 챙겨줘요. 전에는 아내와 같이 집 근처 사무실로 출근했는데, 지금은 아내가 임신 중이라 저 혼자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고요. 저녁 6시쯤 돌아와서 다시 고양이들 밥 챙겨주고, 화장실 치우고, 잠깐 놀아주다가 자기 전에 빗질을 해줘요. 고양이들을 위해서 일부러 더 단조롭게 일상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럼 소이 씨는 아침 식사 후에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

소이 요즘 임신으로 밤에 잠을 못 자서요. 낮에는 고양이들이랑 다 같이 햇볕 쬐면서 자는 시간이 많아요. 고양이들이랑 놀아주기도 하고, 가만히 쉬기도 하고요.

승연 임신 막달에 가까워지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까 고양이들 생활 리듬과 거의 동기화된 상태예요(웃음). 원래 아내가 무척 활동적인 편이라 요즘 많이 답답할 거예요.

 

처음에 고양이들을 ‘키운다’가 아니라 ‘같이 산다’고 표현하신 점이 인상 깊었어요.

승연 초등학교 때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어요. 그때는 자연스럽게 ‘키운다’는 표현을 썼죠. 요즘은 ‘반려인’,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잖아요. 그 말에 이미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면서 저희도 어느 순간부터 ‘키운다’ 대신 ‘같이 산다’고 말하게 됐어요.

소이 집은 저희 둘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함께 지내는 고양이들, 가구, 생활하면서 생기는 흠집들까지 모두 어우러져서 비로소 집이 되는 거죠. 

하랑

두 분이 가족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첫째 하몽이가 큰 역할을 했다고요.

소이 저희는 패션과 선후배 관계였는데, 다섯 살 차이라 교류가 거의 없었어요. 제가 학생회장을 하면서 선배들과 자주 어울리게 됐고, 남편은 그 선배들의 친구였죠. 처음 만난 건 연극영화과 행사 자리였어요. 남편이 재학 중에 연극영화과와 협업해 무대 의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제가 그걸 이어받게 됐거든요. 무대 의상 제작 동아리 친구들이 저희를 초대했고, 자연스럽게 뒤풀이 자리까지 이어졌어요. 그날 남편이 곧 이사를 한다는 얘기를 꺼내면서, 즉석에서 집들이 이야기가 나왔죠.

승연 사실 그때만 해도 아내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어요. 공교롭게도 그날 모인 여섯 명 중 저희 둘을 제외한 네 명은 이미 커플이었죠(웃음). 그렇게 여섯이 저희 집에 모였고, 그날 아내가 저와 같이 살던 하몽이를 처음 만났어요.

소이 사실 선배님들 사이에 껴서 집들이까진 안 가고 싶었는데(웃음). 집에 고양이가 있다는 거예요. 그 전까지 고양이를 가까이서 본 적도 없었으니까 호기심이 생겨서 선배 집에 가겠다고 했죠. 아, 그날 처음 만난 하몽이가 너무 귀여웠어요.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한 하몽이가 그날 제 곁에 꼭 붙어 있었고, 저도 새벽 내내 하몽이를 쓰다듬었어요. 제대로 충격을 받았죠. ‘고양이, 너무 귀엽다!’ 하고요.

 

그 이후로 만남이 어떻게 이어진 거예요?

소이 제가 하몽이 사진 보내달라고 오빠한테 자꾸 연락을 했어요.

승연 그러다 나중에는 제가 집에 없어도 괜찮으니 고양이만 보고 나와도 괜찮겠냐고 하더라고요. 다음 날도 또 연락이 와서 가도 되냐고 묻고, 그다음 날도요.

소이 직장인이던 오빠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저는 하몽이만 보고 사라졌어요. 우렁각시처럼요.

승연 아내가 집에 와서 제 옷도 빌려 입으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죠. 지금 생각해 보면 하몽이한테 다 계획이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연인이 된 두 사람이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게 되면서 일상과 내면에 변화도 겪었을 것 같아요.

소이 저는 24시간이 부족한 사람이었어요. 학생회장에 아르바이트, 교수님과 프로젝트까지 하느라 바쁜 학생이었죠. 특별한 목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치열하게 사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런데 햇빛 아래서 느긋하게 자는 고양이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어요. 자취방은 잠만 자는 공간이니까 해가 안 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들과 햇빛 아래 머물러보니 생각보다 좋은 거예요.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거지?’라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됐죠. 불안감도 많이 줄고 여유라는 걸 배우게 됐어요.

승연 저도 예전에는 외출하고 돌아와서 ‘아, 집에 고양이가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어릴 때 강아지를 키웠으면서도 반려동물은 산책시키고 놀아주는 존재라고만 여겼거든요. 그런데 고양이에게 훨씬 깊이 마음을 쓰는 아내를 보면서 그 이상의 관계를 경험하게 됐죠. 특히 유기묘였던 막내 하랑이에게 제가 먼저 다가가고, 하랑이가 마음을 여는 과정을 겪으면서 반려동물은 단순히 함께 지내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깊이 사랑하는 관계로 나아간 거네요. 온 가족이 이 집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소이 그 전까지는 전셋집을 돌아다니면서 2년마다 이사를 다녔어요. 고양이가 셋이나 있으니까 집 구하기가 늘 쉽지 않았죠. 이사 시기가 되어서 전에 살던 곳 부근에서 전셋집을 찾는데, 고양이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속도 상하고, 거듭된 이사가 고양이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우리가 모은 돈 안에서 구매할 수 있는 집을 찾았어요. 그러다 지금의 경기도 광주까지 오게 됐죠. 집을 고를 땐 우리보다 더 오래 집에 머무르는 고양이들에게 맞는 공간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승연 그래서 우선순위로 꼽은 조건이 해가 잘 드는 남향, 복층, 테라스, 주차 이렇게 네 가지였어요. 경기도까지 오게 된 만큼 집에 재미있는 요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복층과 테라스를 원하게 된 거예요. 이동이 잦을 걸 고려해 주차도 용이하길 바랐고요.

소이 조건에 부합하는 집을 찾기까지 한 50군데는 본 것 같아요.

 

오랜 노력 끝에 만난 곳이었군요.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복층인데,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소이 복층은 난방비나 관리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저희는 이 집을 보자마자 “거대한 캣타워다!”라고 생각했어요. 복층은 이 집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됐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위쪽은 온전히 저희 취미를 위한 아지트로 쓰고 있어요.

승연 어릴 때 한 번쯤 아지트라면서 책상에 이불 덮고 손전등 하나 켜고 들어가 본 경험이 있잖아요. 복층은 저희에게 그런 공간이에요. 만화책도 읽고, 힘든 날엔 치킨 들고 올라가서 쉬기도 하고요. 거창한 소비에서 오는 만족감보다 저희에게는 소소한 시간이 더 큰 위로가 돼요. 복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고양이들을 위해 더 재밌게 바꿔주고 싶었어요. 저기 보이는 네모난 구멍도 저희가 실톱으로 직접 뚫은 거예요. 계단 위쪽 나무 기둥에는 박람회에서 쓰고 남은 해외 자재를 감아서 스크래처를 만들어줬고요.

 

복층은 가족에게 꼭 필요했던 구조물이네요. 테라스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승연 테라스에서는 펜션에서 쓰는 불판 테이블을 마련해 두고 고기를 구워 먹어요. 냄새가 나도 주변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펜션처럼 잠자리가 불편하지도 않아서 좋아요.

소이 고양이는 여행을 데리고 다니기가 어려운 동물인데, 저희는 테라스에 텐트도 치고 캠핑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집을 가족의 행복에 충실한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요.

승연 요즘은 사람들이 집을 투자 개념으로 많이 바라보곤 해요. 그래서 집값이 많이 오를 곳, 재개발이 될 곳을 선호하는데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저와 아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는 맞지 않을 뿐이죠. 저희는 대화를 많이 하며 우리가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우선순위를 찾아나갔어요. 집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보다 집은 지금의 우리가 즐겁게 살아가는 공간이길 바랐어요.

소이 예전엔 이왕 상경했으니 재밌는 서울에서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을 한 번 벗어나면 다시 들어가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들 해요. 처음엔 그 말을 다시 서울에서 살 만큼 자금을 모으기가 어렵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였는데요. 한적한 경기도 광주에 살고 나서 이곳이 좋아지니까, 이제는 그 말이 복잡한 서울에는 다시 못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다가와요.

 

브랜드 ‘집에가야돼’에 관해 이야기해 볼게요. 고양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되뇌던 것이 이름의 출발점이라고 들었는데요. 브랜드는 어떻게 운영하게 된 건가요?

소이 시중에 유통되는 고양이 용품에 만족하기 어려워서 저희가 직접 고양이들이 쓸 만한 도구를 만들어본 것이 시작이었어요. 둘 다 패션을 전공해서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본 거죠. 주변 반응이 생각보다 좋길래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제품에 많이 녹아든 것 같았어요.

소이 모든 제품은 우리 집 고양이들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해요. 예를 들어 ‘고양이 케이프 넥카라’는 첫째 하몽이를 위해 고안됐어요. 하몽이는 왼쪽 엉덩이를 오버그루밍(특정 부위를 끊임없이 핥거나 긁는 행동)하는데, 1년 넘게 병원을 다니고 약을 세 번이나 바꿔도 차도가 없었죠. 늘 약 때문에 기운 없이 늘어져 있었고, 그렇다고 넥카라를 씌우면 짜증이 나서 침대 위에서 소변을 보거나 화장실 가는 것을 참곤 했어요. 두고 볼 수만 없어서 쉽게 입히고 벗길 수 있는 케이프 형태의 넥카라를 직접 만들게 됐죠. 조금 느리더라도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어요. 내 반려묘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생기면 좀 더 많이 만들어서 필요한 집사님들과 나눠 가진다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어요.

고양이 케이프 넥카라를 착용한 하몽 Ⓒ집에가야돼

문득 고양이에게 집은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 궁금해져요.

승연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영역 동물이에요. 서로의 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바깥에서 사는 고양이들도 대부분 혼자 지내고 어미 고양이도 새끼가 성묘가 되면 떠나보내죠. 반려고양이들도 영역 동물의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집 역시 중요한 서식지라고 생각해요. 저희 집 고양이들도 각자 좋아하는 자리가 모두 다르고요. 평생을 집이라는 공간에서 보내는 만큼, 고양이에게 집은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이 느끼는 것보다 고양이에게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훨씬 클 것 같아요.

소이 저희 브랜드의 모토도 “집이 온 세상인 고양이들을 위해, 그리고 그 집에 함께 살고 있는 집사님들을 위해.”예요. 사람은 집이 있어도 집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잖아요. 저희 브랜드는 집이 고양이에게 잘 맞는 공간이 되도록 돕고 싶어요.

 

집사들이 집을 꾸밀 때 흔히 하는 실수도 있을까요? 고양이들의 행복한 집 생활을 위해 집에가야돼가 지향하는 방향이 궁금해요.

승연 요즘은 워낙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보니 집을 잘못 구성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집에가야돼를 통해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건, 틀린 걸 고치는 게 아니라 ‘이런 삶도 좋아요.’를 제안하는 거예요. 저희 집을 보면 고양이 용품이라는 걸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집에 있는 가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형태의 제품도 많아요. 저는 어떤 도구가 고양이 건지, 사람 건지 구분할 필요 없이 다같이 어우러지도록 집을 구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양이 전용 방을 만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고양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방을 채울 수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사람은 그 공간을 사용하지 않게 되잖아요. 집에가야돼는 구성원들이 모든 공간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고양이와 사람 모두가 함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곧 이 집에는 새로운 가족이 찾아올 예정이죠. 아기가 생겼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어땠어요?

소이 사실 저희 부부에게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어요. 그래도 지금처럼 고양이와 행복하게 살아도 얼마든지 좋다는 마음이었는데요. 첫째 고양이가 나이가 들면서 고양이들이 언젠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제가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어느 순간부터 아이와 고양이가 함께 지낸다면 너무 귀여울 것 같기도 했고요.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았을 때는 감동해서 남편과 같이 울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자라는 경험이 아이에게도 분명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아빠로서의 삶을 준비하는 마음은 어떤가요?

승연 엄마는 열 달 동안 아이를 배에서 품으니까 모성애가 저절로 생기는데, 남편은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빠가 되잖아요. 그래서 흔히들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 엄마만큼은 와닿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아기가 태어날 때가 되니 뭉클하면서 궁금하고, 재밌을 것 같다는 감정이 동시에 들어요.

 

아기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이곳은 어떻게 변화해 갈까요?

소이 집안 어른들께 임신 소식을 전하자마자 고양이는 어떻게 할 건지 물으시거나, 고양이 털은 아기한테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저는 고양이가 우리와 먼저 가족이 되었으니 아기가 적응해야 한다고 대답해요. 저희는 고양이랑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출퇴근 시간을 꼭 지키거나, 일정한 시간에 밥을 주는 등 루틴대로 생활하려고 노력해 왔어요. 마찬가지로 고양이들도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새로운 규칙을 많이 배워요. 예를 들어 식탁에는 올라오지 않거나, 주인이 만지지 말라는 물건을 기억하죠. 곧 태어날 아기도 고양이 꼬리는 세게 잡아서는 안 된다든지 하는 사소한 원칙부터 같이 만들어갈 새로운 규칙,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10년 뒤 이 집의 모습도 떠올려보시겠어요?

승연 지금 이 집에 애정이 가득하지만, 그때쯤이면 아이가 초등학생이니 새로운 집을 찾고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소이 아무래도 첫째와 둘째 고양이가 그쯤 우리 곁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막내 고양이는 할머니가 되어 있겠죠. 아직은 많이 먼 미래라 선명하진 않지만… 우리가 새로운 다른 고양이를 키우게 될지, 아기와 고양이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지 막연히 그려보게 돼요. 확실한 건 계속 고양이와 함께 살아갈 거라는 거예요. 그때의 우리가 원하는 삶과 그에 맞는 공간을 또 고민하고 있겠죠.

세 마리 고양이를 위해

1. 집사 애착 이불

부부는 사람 이불을 좋아하는 하몽이를 위해 고양이에게 알맞은 작은 담요를 만들었다. 이어 고객들이 집사도 함께 쓸 만한 커다란 크기로 제작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렇게 ‘집사 애착 이불’이 탄생했다. 일반 극세사 이불과 달리 고양이 털이 잘 붙지 않고, 건조기 사용이 가능하다.

2. 숨숨집

숨숨집은 독립된 공간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이 몸을 숨기고 쉬는 집 모양의 공간이다. 누빔 숨숨집은 둘째 하양이가 부부가 벗어둔 패딩에 종종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제작했다. 고양이 발톱에도 쉽게 찢기지 않는 원단을 사용했고, 세탁기에 넣어도 망가지지 않는다고.

3. 캐치하다2 고양이 먹이퍼즐 보물찾기

유기묘였던 하랑이는 자주 굶은 탓인지 사료를 급하게 먹고 토하는 걸 반복하곤 했다. 부부는 하랑이가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이도록 집 안 어디에나 붙일 수 있는 먹이 퍼즐을 개발했다. 사료나 간식을 조금 넣어주면 고양이가 직접 빼내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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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강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