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이태희 — 쇼콜라티끄
‘연희동 초콜릿 가게.’ 쇼콜라티끄에서 달콤한 선물을 살 때마다 나는 상자에 적힌 소박한 문구에 시선이 머문다. 이름만큼이나 수수하고 담백한 이 가게는 작은 상자 안에 동그란 초콜릿을 정성스럽게 채워 넣는다. 기쁜 날을 기억하려는 사람들, 소중한 이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드는 쌉싸름한 달콤함이, 오래도록 여운처럼 남는다.
늘 손님으로 이곳을 방문했는데, 반갑습니다. 쇼콜라티끄 소개부터 들어볼까요?
이곳은 2017년 9월에 문을 열었어요. 수제 초콜릿과 더불어 초콜릿을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 잼을 선보이죠. 이름은 쇼콜라와 부티끄의 합성어이고, 말 그대로 ‘초콜릿 가게’라는 뜻이에요. 화려하기보다는 편안한 느낌의 이름을 선택하고 싶었죠. 수제 초콜릿은 일반적인 디저트보다 접근하기 어렵고 고급스러운 기호식품이지만, 저는 정말 동네 골목에 있을 법한 작은 초콜릿 가게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연희동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대중적이고 장벽이 낮은 초콜릿 가게를 지향하게 된 이유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저는 원래 직장인이었는데요. 좋아하는 셰프님의 디저트 가게에서 일하고 싶어서 셰프님한테 직접 메시지를 보냈고, 거기서 8년간 일했어요. 위치가 서초구 서래마을이었는데 부촌 특성상 디저트를 소비하는 고객이 많았죠. 그곳에서 일하며 좀더 대중적인 디저트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당시 봉사활동으로 방과 후 학교에 디저트를 전달한 일도 기억에 남네요. 어떤 학생들은 단순히 맛있다고 느끼고 말았겠지만, 누군가의 세상을 넓혀주었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시작은 디저트 가게였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다루게 된 거예요?
제가 일하던 곳은 초콜릿 만드는 방이 디저트 제조 공간과 구별되어 있었어요. 초콜릿은 온도와 습도가 중요하니까요. 가게는 여느 디저트 제조 현장처럼 노동 강도가 높고 시끄럽기도 했는데, 초콜릿 만드는 공간으로 딱 들어가면 평온함이 찾아왔어요. 거긴 저만의 세상, 피난처 같았달까요? 그때 같이 일한 동료들 중에서 결국엔 저만 초콜릿 가게를 창업했는데, 다들 제 선택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더라고요. 초콜릿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작업 환경의 평온함 때문이었어요(웃음).
우리가 만난 지금, 11월은 기념일 준비로 바쁘다고 하셨죠.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몸도 마음도 바빠져요. 11월엔 빼빼로데이와 수능을 준비하지만, 머리로는 크리스마스에 어떤 제품을 선보일지 계속 고민해요. 빼빼로데이에는 초콜릿 네 종류를 구운 과자 사이 샌드해 세트로 판매하고 있어요. 수능엔 평소 제가 선보이는 기본 선물 세트를 준비하되, 특별한 패키징은 생략하고요. 요즘은 받는 학생들이 부담스러울까 봐 ‘합격’ 같은 단어가 쓰인 포장은 선호하지 않는 분들이 많거든요.
듣고 보니 11월에 선물이 오가는 날이 꽤 많네요.
그쵸? 저는 항상 11월이 쓸쓸한 달이라고 생각했어요. 날씨도 춥고. 예전엔 빼빼로데이 문화가 지금처럼 트렌디하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날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11월이 더 이상 쓸쓸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변화된 분위기에 ‘기념일의 효과가 이런 건가?’ 싶었어요.
특별한 선물 세트는 또 언제 준비하세요?
2월엔 가장 중요한 밸런타인데이가 있고, 3월엔 화이트데이가 있죠. 그다음엔 ‘금귤 초콜릿’을 만드는 시즌이 돌아오고요. 금귤 초콜릿이 인기가 많아서 저한테는 매년 봄이 또 하나의 중요한 시기예요. 다음으로 찾아오는 여름은 비수기라, 쉬면서 하반기에 무얼 준비할지 고민해요. 그러다 가을엔 추석이 있고… 크리스마스와 연말, 설날이 돌아오면 엄청 바빠져요.
기념일마다 선물이 조금씩 달라지던데, 그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시기나 받는 분의 특성을 고려하는 편이에요. 주로 여성분들이 선물을 받는 3월의 화이트데이엔 꽃이나 허브를 사용하고, 밸런타인데이에는 초콜릿과 궁합이 좋은 술을 넣어서 다양한 맛을 만들어요. 크리스마스에는 향신료를 가득 넣은 초콜릿이나 과자를 준비하고요.
수수한 선물 상자가 가게 분위기와 무척 닮았어요. ‘연희동 초콜릿 가게’라는 담백한 문구도 인상적이고요.
전에는 낱개로만 초콜릿을 판매하다 손님들 요청으로 선물 상자를 만든 건데요. 어두운 밤바다에 별이 떠 있는 어떤 그림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가, 그와 비슷한 이미지로 상자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회색 바탕에 은색 별이 그려진 패키지가 탄생했고요. 문구는 영어로 가게 이름을 적는 것보다는 한글로 ‘연희동 초콜릿 가게’라고 적힌 게 더 좋아 보였어요. 만약 연희동을 떠나 다른 곳에 터를 잡게 되더라도 같은 문구를 사용하고 싶어요. 그 동네의 초콜릿 가게로 기억될 수 있도록요.
포장 재료는 친환경 종이와 자연 생분해되는 비닐이라고요.
맞아요. 제로 웨이스트까지 달성하긴 어렵겠지만, 환경을 위한 작디작은 실천을 하려고 노력해요. 비닐 봉투 대신 장바구니 쓰기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적인 노력을 제 자리에서 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포장 재료를 최소한으로 쓸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저도 이번에 알았는데,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문화는 150년 전 영국에서 출발했대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초콜릿을 즐겨 선물하는 이유가 무얼까요?
초콜릿은 물론 달콤하기도 하지만, 다른 선물과 함께 전달하기 좋아서가 아닐까요? 커피, 와인, 꽃이랑도 잘 어울리잖아요.
맞아요. 로맨틱한 분위기도 배가 되고요.
학생 때 뉴질랜드에서 잠시 지냈는데 그때가 크리스마스 였거든요. 그날 저를 혼자 집에 둘 수 없으니, 홈스테이 호스트가 남자친구와 그분의 자녀들이 사는 집에 저를 데려갔어요. 낯선 풍경이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남자친구분이 준비해 둔 꽃과 초콜릿을 호스트한테 선물하더라고요. 아,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그게 초콜릿에 대한 저의 첫인상이었는데,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멋진 장면이에요. 손님들은 어떤 이유로 선물을 찾곤 하나요?
저는 보통 선물이 즐거운 일을 축하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위로나 응원을 위해서 선물을 사는 분들이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거, 사실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하면서 선물까지 준비하는 분들이 놀라웠어요.
또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을까요?
가장 귀여웠던 분 이야기를 하자면, 올해 화이트데이에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선물 세트를 사러 아빠랑 가게에 왔어요. 짱구 잠옷에 외투만 걸친 차림이었고, 5만 원짜리 지폐를 들고 있었죠. 저는 아이에게 작은 세트를 추천하면서 5만 원의 절반 정도만을 쓰길 권했는데, 아이가 저희 가게에서 가장 큰 15구짜리 초콜릿 세트를 고르는 거예요. 지켜보던 아빠가 말리니까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열다섯 개를 사야지 엄마가 열다섯 번 행복해진다고.
마음을 간질이는 표현이에요. 아이는 결국 15구짜리를 샀나요?
네. 아빠도 아이 말을 듣고 놀라시더라고요. 초콜릿으로 엄마를 열다섯 번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아이 마음이 저는 너무 귀여워서, 선물 세트를 무료로 주고 싶을 정도였어요(웃음).
문득 대표님은 직접 만든 초콜릿을 주변에 자주 선물하시는지 궁금해요.
사실은… 선물해 본 적이 없어요.
아, 정말요?
물론 가족한테 초콜릿을 만들어준 적은 있지만, 그걸 선물이라고 표현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아, 딱 한 번 있네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과 아직까지 연락하고 지내는데, 선생님은 제자가 먼 서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걸 대견하게 바라봐 주세요. 선생님이 최근에 정년 퇴임을 하셔서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초콜릿을 드렸어요. ‘저 이렇게 살고 있어요.’라는 의미로요. 평소에 저를 칭찬해 주시는 분이 아닌데, 가족들이랑 잘 먹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게 가장 선물다운 선물이지 않을까 싶네요.
초콜릿 대신 선물로는 보통 어떤 걸 고르세요?
정직하게 말하자면 커피 쿠폰이 단연 1위예요(웃음). 선물 받을 사람의 취향을 명확하게 알기 어려워서요. 아니면 여행지에서 구매한 기념품이나, 드립백을 선물하기도 하죠.
만약 쇼콜라티끄의 제품 중 딱 하나를 나한테 선물한다면 어떤 걸 고르시겠어요?
‘단짠 초콜릿’이요. 그게 제일 달콤하거든요.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은 대부분 제일 달지 않은 걸 추천해 달라고 하세요. 그래서 ‘다크 클래식’을 종종 추천 드리는데, 신기하게 제일 많이 팔리는 제품은 알고 보면 가장 달콤한 단짠 초콜릿이에요.
작은 조각으로 최고의 행복을 얻을 수 있겠네요. 올겨울엔 어떤 맛있는 간식들을 준비하세요?
보통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쿠키 패키지를 만드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예요. 대신 쿠키에 다양한 향신료를 넣으려고 해요. 로투스 과자로 알려진 ‘스페퀼로스’도 그중 하나가 될 거고요. 저희 가게는 ‘마음을 녹이는 핫초코’ 메뉴도 판매하는데, 겨울에는 향신료 추가 옵션도 제공할 거예요.
아담한 초콜릿 가게를 찾을 따스한 연말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예전에 직장 생활할 때,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요즘 말로 ‘추구미’라고 하던데(웃음), 저는 이미 추구미에 도달한 것 같아요. 호호 할머니 되어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초콜릿을 만들고 싶어요.
핫초코 키트 세트 | 1만 8천 원
“산지 네 곳의 프리미엄 싱글 오리진 초콜릿을 분쇄해 담고, 마시멜로 토핑을 함께 구성한 세트입니다. 마시멜로에는 눈과 코를 하나하나 초콜릿으로 직접 그려 넣었어요. 몽글몽글한 감성을 담은 선물을 찾는 분들께 특히 반가울 제품입니다.”
초콜릿 세트 | 1만 4천 원
“열다섯 가지 초콜릿 중 원하는 맛을 자유롭게 선택해 구성할 수 있어요. 초콜릿 세트는 4구, 6구, 12구, 15구가 있어요. 작은 선물로는 6구를 추천합니다. 한 가지 맛만으로 상자를 전부 채우는 것도 가능하답니다.”
퐁당 쇼콜라 세트 | 1만 8천 원
“케이크를 스푼으로 가르면 묵직한 다크 초콜릿이 주르륵 흘러나오는 프랑스 정통 디저트예요. 클래식, 산딸기, 바닐라 피칸 세 가지 맛이 한 세트입니다. 따뜻하게 데우거나 차갑게 먹어도 좋습니다.”
에디터 차의진
포토그래퍼 김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