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서 만나는 나만의 작은 세상

5월 20일, 편집자의 기획 노트

먹고사는 일은 지난한 동시에 숭고하다. 매일 끼니를 챙겨 먹는 일은 번거롭지만,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은 기쁨이다. 잘 먹는 것. 그것은 나에게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 이상으로 삶의 커다란 행복이 되었다.

살다가 때때로 마주하는 ‘띵’ 하는 순간! 머리가 띵 하고, 배 속이 띵 하고, 그 무엇보다 마음이 띵 하는, 바로 그때! 온몸을 찌르르 통과하는 기쁘고 노엽고 슬프고 즐거운 삶의 장면마다 우리는 음식과 함께해왔다. 따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 쨍하게 시원한 냉면 국물을 쭉 들이켜 가슴에 맺힌 화를 식히고, 입안이 얼얼하도록 매콤한 음식 한 젓가락에 지옥의 문턱을 밟았다가, 다디단 디저트를 베어 물고 금세 천국을 경험하기도 하는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어느 날 회사 책상에 앉아 멍 때리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쿡방, 먹방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넘어 유튜브까지 그 인기가 대단한데, 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크게 성공하지 못할까. 불현듯 ‘음식 에세이’를 작정하고 잘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냥 말고, 정말이지 잘. 그저 ‘먹는 이야기’나 ‘맛집 소개’가 아닌,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삶의 태도까지도 담아내는 에세이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무 엄숙하거나 무겁지 않고, 산뜻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에세이라는 장르는 그런 면에서 사랑스럽다.

그 적절한 지점을 찾느라 기획안을 공들여 쓰고, 고치고, 또 고쳤다. 출판 편집자의 주요 업무는 ‘편집’이기도 하지만 ‘기획’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기획은 개인의 필요나 취향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분량 면에서는 짧고 형태 면에서는 아담한 에세이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것은 나의 오랜 의지였다. 시리즈의 브랜딩과 정체성을 정교하고 선명하게 다듬는 와중에 작가를 섭외하며 음식 에세이 리스트를 구축해나갔다. 시리즈인 만큼 근간의 목록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먼저 합류한 작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또 그 뒤로 손을 얹고… 그렇게 짧은 시간에 열여섯 명의 작가가 차례로 줄을 서주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한곳에 포개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출간될 책들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때의 흥분을 나누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은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세상에 차례차례 나올 이 책들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뜻밖의 ‘재난지원금’ 같은 위로를 줄 수 있다면 더없이 보람일 것이다. 혹시 몰라 이야기해두지만, 이 ‘띵 시리즈’는 여러 오프라인 서점에서 재난지원금으로 구매가 가능하다(서점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으니, 방문 전 문의해보면 좋겠다).

 

We Around Project

내가 오늘 분명히 먹은 것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점심 먹고 나오는 길에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저녁 식탁을 치우면서 내일 점심을 고민합니다. 바쁜 일상 중에도 마음에 선명히 남는 한끼의 식사가 있습니다. 음식을 앞에 두고 떠오르는 생각과 마음의 대화를 적으려 합니다.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글·사진 김지향 크리에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