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작지만 확실한 행동
습관적 사람들
작지만 확실한 행동
한 가지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 또한 마니아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반복하는 이러한 작은 습관들은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혹은 새롭게 만드는 강력한 의식이다. 이에 대한 증인을 여기 세운다.
작가, 그리고 러너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고 말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타공인 달리기 마니아다. 마라톤 레이스에도 여러 번 참가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아직 사용되지 않은) 그의 묘비명은 이미 너무 유명하다. 그는 긴 인생을 소설가로 살아가기 위해, 그러니까 체력을 지키면서도 체중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네 시에 일어나서 대여섯 시간 일한 뒤 오후에 10킬로미터를 달리거나 1.5킬로미터 수영을 한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아홉 시에 잠자리에 든다(고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런 식의 일과를 변함없이 매일매일 지킵니다. 반복 자체가 중요해지지요. 일종의 자기 최면이 되거든요. 저는 좀 더 깊은 정신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자기 최면을 겁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예를 들어 6개월에서 1년 동안 이런 일과를 반복하려면 심신이 상당히 강해야 되지요. 이런 점에서 긴 소설을 쓰는 것은 서바이벌 훈련과 비슷해요. 신체적인 강인함이 예술적인 감수성만큼이나 중요하거든요.”
창조의 근육을 단련하는 그림
르 코르뷔지에
“르 코르뷔지에는 첫 번째 여행 이후 10×17센티미터 크기의 크로키 수첩을 분신처럼 가지고 다녔다. 80여 가지 색연필로 메모, 계산, 명세서를 쓰고 스케치를 하며 수첩을 채워나갔다. 그는 그렇게 관찰과 사고를 축적해나갔다.” 지난 3월, 현대 건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그가 설계한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 d’Habitation이 아파트의 시초쯤 된다.) 혁신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전시에서 옮겨 적은 문장이다. 르 코르뷔지에도 수많은 메모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건축가이자 화가로 매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메모하는 습관’은 너무 많이 강조해 그 의미가 바랬다. 글을 그림으로 치환하면 달라질까? 지금 당장 인터넷에 ‘르 코르뷔지에’를 검색해 나오는 건축물들이 당신에게 긍정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면, 그럴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만약 내 건축 작품에 있어 어떤 장점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내가 매일 그림을 그리는 비밀스러운 노력에 있다.”고 했다. 사물을 그리기 위해 응시하고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그는 다른 무언가를 발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수첩에 옮겨 적는 단어
줌파 라히리
그러니까 우리나라 시간으로 2015년,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책을 펴냈다. 줌파 라히리는 1999년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을 출간해 그해 오헨리 문학상과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소설은 물론 영어로 쓰였다. 1994년 생애 처음 피렌체에 간 그녀는 그곳에서 이탈리아어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20년 후 오랫동안 거주할 목적으로 로마로 이주했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는 그녀가 몇 년간 영어를 잊을 정도로 이탈리아어에 빠져 지낸 그 시간의 기록이다. 책에는 그녀가 영어 작가에서 이탈리아어 작가가 되기까지 배움에 대한 열정과 노력, 그리고 습관이 담겨있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나는 다시 원문으로 돌아가 단어들을 꼼꼼하게 점검한다. 책, 메모장, 사전 몇 권, 펜이 널브러진 소파에 앉는다. 긴장감을 풀어주는 이 열정적인 작업은 시간이 꽤 걸린다. 나는 책 빈 공간에 단어의 뜻을 적지 않고 메모장에 목록을 만든다. 예전에는 단어의 뜻을 영어로 적었다. 이젠 이탈리아어로 적는다. 그렇게 나만의 개인적인 사전, 독서의 과정이 담겨 있는 나만의 어휘집을 만든다. 때때로 메모장을 넘기며 단어들을 복습한다.”
택시에서 시작하는 하루
트와일라 타프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트와일라 타프는 매일 아침을 자신만의 의식儀式으로 시작했다. 그녀는 늘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택시를 타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두 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트와일라 타프의 의식은 체육관에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의식은 택시다. 그녀는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는 순간 자신의 의식은 끝난다고 말한다. 체육관에 갈까 말까 망설이는 마음을 택시를 탐으로써 막은 것이다. 이는 트와일라 타프가 반복하는 일과 중 하나다. 그녀의 매일매일은 운동, 운동 후 샤워, 삶은 달걀의 흰자 세 개와 한 잔의 커피로 끝내는 아침 식사 등의 연속이다. 트와일라 타프는 이런 규칙적이고도 절제된 자신의 일상에 대해 창조적 수준을 높이는 데 유리한 삶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언제나 창조성의 핵심으로 ‘습관’을 강조한다. 창조성은 규칙과 습관의 산물이며, 그러니 우리에게도 자신만의 의식을 만들라고 말한다. 참고로, 트와일라 타프는 이 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367페이지에 걸쳐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이라는 책으로 썼다.
365일 쓰는 2천 단어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이 교과서를 썼으면 공부를 조금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가끔 한다. 스티븐 킹은 <샤이닝>, <미저리>, <미래의 묵시록>, <스탠 바이 미>, <쇼생크 탈출>, <미스트> 등 제목을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창작론이 담긴 책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의 글쓰기 습관을 엿볼 수 있다(참고로, 타고난 이야기꾼은 글쓰기 책도 흥미진진하게 쓴다). “예전에 인터뷰 기자들에게 나는 크리스마스와 독립기념일과 내 생일만 빼고 날마다 글을 쓴다고 말하곤 했다. 거짓말이었다. (중략) 사실 나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남들이 얼간이 같은 일벌레라고 부르든 말든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쓴다. 크리스마스와 독립기념일과 내 생일도 예외일 수 없다.” 하루에 2천 단어를 다 쓰지 않으면 책상을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는 이 습관을 매일 같은 시간 잠자러 가며 잠들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아무리 소설가라지만, 역시 좀 대단하다.
에디터 김혜원
일러스트 손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