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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과 비비안 마이어
숨은 사진 찾기
《윤미네 집》과 비비안 마이어
진정 좋은 것은 때론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보인다. 헌책방에서, 경매장에서 찾은 사진 이야기.
헌책방에서 발견한 가족 앨범
《윤미네 집》
어릴 적 집에 전담 사진가가 있었다. 바닥에 내려놓기만 해도 울던 언니의 못난 얼굴을 포착하거나 흙으로 주먹밥을 만드는 더러운 내 손을 찍은 사람. 아빠다. 아빠가 찍은 사진들은 지금도 우리 집 앨범에 차곡차곡 놓여있다. 일생을 대학교수로 보낸 전몽각 선생 또한 한 집안의 전담 사진가였다. 대학교 4학년 때 받은 장학금으로 처음 카메라를 마련한 그는 현대사진연구회에 몸을 담기도 했던 아마추어 사진가다. 선생은 생활인으로 살면서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집에만 들어오면 카메라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고, 어쩌다 귀가 시간이 늦어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어 있을 때라도 한참 들여다보면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카메라를 또 들이대고, 아이 깨운다고 아내에게 야단맞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 전몽각, «윤미네 집» 중에서
어찌 보면 《윤미네 집》은 조금 특별한 가족 앨범이었다. 1989년 윤미의 결혼을 계기로 윤미가 없는 ‘윤미네 집’에서 전몽각 선생은 26년 동안 가족을 찍은 필름을 정리했다. 이는 《윤미네 집》이란 이름의 사진집으로 세상에 나왔다.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이 사진집의 숫자는 단 1,000권.
《윤미네 집》은 갓난아기인 윤미가 포대기에 싸인 사진으로 시작해, 하얀 면사포를 쓴 그녀와 선생이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사진으로 마무리된다. 《윤미네 집》은 국내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주명덕 선생이 사진의 선정과 인화, 편집 및 제작을 담당해 사진집 자체로서 완성도도 뛰어났다(마지막 결혼식장 사진은 강운구 선생이 촬영했다). 시간이 지나 주변 사람들에게만 전해지던 《윤미네 집》이 헌책방으로 흘러들어 갔다. 뛰어난 사진과 만듦새에 깃든 평범하지 않은 손길 덕분인지 《윤미네 집》은 곧 헌책방을 통해 입소문 났고, 사람들이 헌책방을 돌며 애타게 찾는 ‘전설의 책’이 되었다.
사진 월간지 《포토넷》을 발행하던 최재균 대표는 잡지 외에 단행본 사업을 시작하며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한 이 사진집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눠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래전 《윤미네 집》을 만든 사람들과 이미 교분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2009년, 2006년 작고한 전몽각 선생이 남긴 원고를 정리해, 아내에게 바치는 <마이 와이프> 편이 추가된 《윤미네 집》이 20년 만에 재발간되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특별한 가족 앨범을 좋아했다. 최재균 대표는 덕분에 《포토넷》의 휴간 후에도 사진과 음악 분야의 단행본 출판을 계속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윤미네 집》을 ‘인생의 사진집’으로 꼽는다. “전몽각 선생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10년이 넘었고 사진 속 앳되게 웃던 윤미는 어느덧 50대의 중년 여성이 되었습니다. 책이 처음 나온 지도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 책의 따뜻한 기운은 여전한 듯합니다.” 최재균 대표의 말처럼 아버지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이 사진집은 여전히 따뜻하다.
경매에서 산 30만 장의 필름
비비안 마이어
구글에 비비안 마이어를 검색하면 사진가라는 설명과 함께 다양한 페이지가 뜬다. 만약 2009년 비비안 마이어를 검색했다면, 겐스버그 형제들이 다정한 보모의 죽음을 애도하며 《시카고 트리뷴》에 올린 부고 하나를 간신히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평생 사진을 찍었지만 그 사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지 않았다. 2009년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도.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난 비비안 마이어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보모, 간병인 등으로 일하며 다른 사람의 집을 전전했다. “마이어는 일찌감치 보모가 되겠다고 말했어요. 어느 정도 자유롭기도 하고 거주할 공간도 생기는 직업이라고 했죠.” 마이어의 고용주 중 한 명이던 척 스위셔의 회상처럼, 그녀는 유명한 사진가가 되는 대신 카메라를 목에 건 보모가 되었다. 그리고 일을 할 때나 쉴 때나 늘 사진을 찍었다.
2007년 집 앞 경매장을 찾은 존 말루프는 30만 장에 달하는 네거티브 필름과 여러 소지품을 380달러에 낙찰받는다. 어느 병든 할머니의 소유였다는 이 물건들은 많은 양의 필름을 제외하고도 카메라, 손으로 쓴 쪽지와 연하장, 여행 안내 책자, 원피스와 코트 등으로 그 숫자와 종류가 다양했다. 후에 역사책을 쓰던 그는 경매에서 구매한 필름이 시기상 책을 쓰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필름을 분류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사진에서 어떤 특별함을 느끼고, 100여 장의 네거티브 필름을 스캔해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 올린다. 그러나 사진을 본 한 비평가의 충고에 따라 사진을 팔지 않고 작가에 대해 더 알아보기로 한다. 2009년 그는 네거티브 필름들 사이에서 마이어라는 이름을 발견한다.재능이 보이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그녀의 미스터리한 삶과 더해져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유명해졌다. 곧 덴마크에서 첫 전시가 열렸고 2010년에는 오슬로에서 두 번째 전시가 열렸다. 《뉴욕 타임스》, 《보그》,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서도 그녀를 소개했다. 존 말루프는 이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었다. 그가 직접 연출하고 출연한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도 올랐다.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에 알려진 그녀를 향해 누군가는 불운의 사진가라고 한다. 비비안 마이어는 40년간 셀프 포트레이트, 인물 사진, 풍경 사진, 거리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사진을 남겼다. 웃고 있는 젊은 여성의 얼굴, 잠든 노부부, 눈이 온 거리, 거울에 비친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한 모습 등 올곧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에게 불운의 사진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윤미네 집
전몽각 | 포토넷 | 2010 | 207쪽
1990년 시각 출판사에서 출간한 《윤미네 집》의 편집과 디자인을 가능한 살려 2009년 포토넷에서 재출간했다. 전몽각 선생이 작고하기 전 엮은 이문강 여사의 사진 ‘마이 와이프’가 추가되었으며, 지난날을 추억하는 이문강 여사의 글과 《윤미네 집》의 주인공인 윤미 씨의 인터뷰도 담겼다. 포토넷의 최재균 대표는 《윤미네 집》이 시각 예술적인 면에서 높은 성취를 이뤘을 뿐만 아니라, 윤미가 성장한 1964~1989년은 한국의 고도성장기로, 단칸의 신혼 방부터 초기 아파트인 마포아파트, 현대식 주택 등 당시 생활사가 담겨 사회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비비안 마이어(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존 말루프, 마빈 하이퍼만
| 윌북 | 2015 | 289쪽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중 235점을 선별해 담은 사진집이다. 큐레이터 마빈 하이퍼만이 비비안 마이어의 삶을 되짚고 분석한 비평 에세이도 담겼다. ‘나는 카메라다’는 1956년 비비안 마이어가 찍은 뉴욕 어퍼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옛날 영화관의 차양에 쓰인 글귀로, 마빈 하이퍼만은 그녀가 이 문구에 동질감을 느꼈을 거라고 설명한다. 사진집 속 사진은 비비안 마이어가 25년 이상 손에 쥔 카메라 롤라이플렉스가 만들어낸 정사각형의 흑백사진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1973년부터 찍기 시작한 컬러사진도 볼 수 있다.
에디터 김혜원
사진 제공 포토넷, 윌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