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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서가의 초대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낡은 생각을 걷어내면 책방은 조금 더 풍성한 공간이 된다. 누구나 머물 수 있고, 만질 수 있으며, 활자와 활자가 아닌 모든 것이 책의 패키지로 엮어 함께 놓이는 곳. 상점의 역할은 빠져있지만 ‘책이 머무는 방’이라는 의미로, 이곳 라이브러리 시리즈는 하나의 대안 공간처럼 보인다. 서울에만 벌써 네 곳의 라이브러리가 생겼다. 이 근사한 서가에 머물며 우리는 어떤 책을 읽을까? 계절에 어울리는 책 몇 권을 추천받았다.
디자인 라이브러리
DESIGN LIBRARY
A.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31-18
T. 02 3700 2700
O. 화~토 12:00~21:00, 일 12:00~18:00, 월요일 휴무
바우하우스Bauhaus는 작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원류로, 많은 디자이너들의 지향점으로 꼽힌다. 현대카드는 바우하우스 이후의 디자인을 조망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북촌을 꼽았다. 북촌은 가장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인, 그야말로 무국적의 시각 언어가 교차하는 공간이자 과거와 현재의 교류가 가장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하나의 근사한 건물이 세워지자 국내외 도서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희귀 디자인 서적들을 선정했다. 도서 중 70퍼센트 이상이 국내에는 처음 선보이는 책들이며, 대부분 더 이상 출판되지 않는 절판본이었다. 1928년 이탈리아에서 창간된 건축·디자인 전문 잡지인 《도무스DOMUS》와 포토저널리즘의 정수로 평가받는 《라이프LIFE》 매거진의 전 컬렉션을 비롯해,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사인 ‘파이돈Phaidon’과 ‘타센Taschen’의 한정판Limited Edition 등도 비치됐다. 혹 사람들은 디자인이란 조금은 차가운 성질의 영역일 거라고 속단하지만, 가장 오래되고 생명력이 강한, 책이라는 물성 안에서 디자인은 조금 더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다가온다.
조금 더 번뜩이는 영감을 위한 선택
Fallingwater
Lynda Waggoner | Rizzoli | 2011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한 집, 폴링워터Fallingwater를 집중 조명한 모노그래프다. 카프만Kaufmann 부부를 위해 설계한 이 주택은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주거 건축물 중 하나로 라이트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폴링워터의 탄생부터 건축적 구조, 복원에 이르는 역사를 서술하고, 이를 통해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탐구하며 21세기 건축계의 화두인 자연 친화적 건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창덕궁
배병우| 컬처북스 | 2010
소나무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사진작가 배병우의 창덕궁 사진 모음집이다. 책에 실린 180점의 창덕궁 사진은 작가의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있던 수묵화 느낌에서 벗어나 좀 더 생동감 넘치고 다채로운 색채를 보여준다. 산, 바다, 소나무 등 주변의 평범한 소재를 특별하게 담아내는 사진작가 배병우는 이 책에서 창덕궁의 나무와 꽃, 숲과 길, 건축과 주변 경관을 어둠과 밝음, 움직임과 멈춤을 키워드로 포착해 선보인다.
America the Beautiful
Robert Sullivan| Life Books | 2007
신비롭고 아름다 운 미국의 자연과 마을 풍경을 촬영한 사진 모음집이다. 《라이프》지에서 출판한 이 책은 그랜드캐니언, 옐로스톤, 빅아일랜드 화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미국 전역의 명소를 소개한다. 인간의 존재를 돌아보게 하는 대자연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사진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
TRAVEL LIBRARY
A.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2길 18
T. 02 3485 5509
O. 화~토 12:00~21:00, 일 12:00~18:00, 월요일 휴무
먼 곳으로 떠나는 상상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낯선 문화, 발음, 공기, 이방인의 마음 같은 것들을 떠올리기에 앞서 우리가 만날 첫 번째 그림은 공항에서 시작된다. 도착지 기후에 따라 옷차림이나 가방의 크기가 다른 사람들, 누군가는 급하게 또 누군가는 느긋하게 공간을 배회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비행안내판에서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을 더듬는다. 트래블 라이브러리로의 여행 역시 공항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트래블숍과 북 카페, 야외 테라스로 구성된 1층에는 수동식 비행안내판과 오래된 지구본이 있다. 서가의 빈틈에는 도시에 대한 정보를 하나의 지도에 담아두어 구체적인 경로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발견해야 한다. 2층 서가에서는 거대한 푸른 지구(구글어스Google Earth)를 만날 수 있다. 자신만의 여정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1만 4000권 규모의 서가를 여행하며 우리는 여행지의 정보만을 얻는 데 그치지 않는다. 라이브러리가 말하는 여행이란 ‘일상의 경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모든 형태의 지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손바닥 위의 작은 책을 통로 삼아 우리는 지구 어느 곳이든 도착할 수 있다.
조금 더 낯선 곳으로 향하는 선택
On Reading
André Kertész | W.W.
Norton & Co. | 2008
앙드레 케르테츠André Kertész는 파리에서 활동하다 1944년 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뉴욕에서 상업 사진가로 일하면서 뛰어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독서하는 사람들 연작이 대표적이다.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책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작업이 흥미롭다.
Spectacular
Yellowstone and Grand
Teton National Parks
Letitia Burns O’Connor
| Hugh Lauter Levin Associates | 2007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 옐로스톤Yellowstone National Park의 아름다움을 놀랍도록 잘 표현한 책이다. 올드페이스풀Old Faithful 간헐천은 물론이고, 인접한 그랜드티턴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의 아름다움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Time
Andy Goldsworthy |
Harry N. Abrams | 2000
스코틀랜드 예술가 앤디 골드워시Andy Goldsworthy는 나뭇가지, 나뭇잎, 얼음, 물 등을 사용하는 대지미술가로 유명하다. 미술관에 보존되는 다른 작가의 작품과는 달리, 그의 작품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거나 서서히 사라지기도 한다.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 만든 작품부터 북미와 유럽에서 제작한 작품까지, 작가는 자신이 머무는 지역의 자연요소를 숭고한 예술형태로 승화시킨다.
뮤직 라이브러리
MUSIC LIBRARY
A.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6
T. 02 331 6300
O. 화~토 12:00~21:00, 일 12:00~18:00, 월요일 휴무
오래전, 강남역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는 다름 아닌 ‘타워레코드’였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CD와 테이프를 팔던 곳으로, 몇몇 음반은 직접 들어볼 수도 있었다. 굳이 음반을 사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음악으로 채우는 낭만의 시절이었다. 지금에야 핸드폰으로 세계 곳곳의 음악을 검색하고 들어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CD나 LP, 카세트테이프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로 음악이 존재했다. ‘울림의 시간, 영감의 공간’이라는 타이틀을 표방한 뮤직 라이브러리는 바로 그런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머금은 공간이다. 1950년대 이후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1만여 장의 엄선된 아날로그 바이닐과 3천여 권의 음악 관련 전문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바이닐을 통한 아날로그 사운드를 청취하고, 예술 작품과 견줄 만한 오래된 바이닐 커버를 보고 만지며 느끼는 것으로 공감각적인 영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비틀스The Beatles의 [Yesterday and Today]의 유명한 붓쳐커버Butcher Cover를 비롯해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음악 세계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100장 한정판 [A Special Radio Promotional Album In Limited Edition]과 레드제플린Led Zeppelin의 [Led Zeppelin] 초회 음반 등 소문으로만 접했던 250장의 희귀 음반을 실물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조금 더 흥얼거리기 위한 선택
Expansions
Lonnie Liston Smith &
The Cosmic Echoes
| Flying Dutchman | Jazz | 1975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로니 리스톤 스미스Lonnie Liston Smith의 1975년도 앨범이다. 재즈 펑크의 고전으로, 신비로운 사운드가 오늘날 힙합, 일렉트로닉, 네오 소울 등의 스타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명반이다. 특히 [Expansions], [Shadows]의 사운드스케이프는 이후 댄스 뮤직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에도 영감을 주었다.
Fluid Rustle
Eberhard Weber | ECM | Jazz | 1979
독일 출신의 작곡가이자 베이시스트인 에버하드 웨버Eberhard Weber의 1979년 작품이다. 이 앨범을 통해 그는 독일 베이스 연주자들에게 확실한 영향을 미쳤고,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Bill Frisell을 세상에 처음 알리기도 했다. ECM 레이블 특유의 아름다우면서도 실험적인 사운드를 담았다. 시대를 넘어 오늘날의 여느 재즈 앨범 못지않게 세련된 구성을 자랑한다.
1980
Gil Scott-Heron & Brian
Jackson | Arista | Soul | 1980
초기 앨범들에 비해 댄서블한 접근 방식이 돋보이는 질 스콧헤론Gil Scott-Heron과 브라이언 잭슨Brian Jackson 작품이다. 잭슨이 다양한 신디사이저를 적극 활용해 편곡을 시도했다. 공동 프로듀서 말콤 세실Malcolm Cecil의 신디사이저 스튜디오이자 다양한 전자음악의 실험을 선도한 T.O.N.T.O 스튜디오에서 제작하여 사운드가 더욱 풍성해졌다.
쿠킹 라이브러리
COOKING LIBRARY
A.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46길 46
T. 02 513 2900
O. 화~토 12:00~21:00, 일 12:00~18:00, 월요일 휴무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의 네 번째 선택은 쿠킹이다. 각종 미디어의 대표 소재가 되었지만 조금은 식상해진 주제를 이번엔 어떻게 풀어냈을까. 앞서 세 곳의 라이브러리가 각기 다른 주제를 책이라는 소재 안에 구현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쿠킹 라이브러리는 감각과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 서로 맞물리고 열린 구조를 만들어 미각과 후각, 시각과 청각의 체험을 단절 없이 이어지게 했다. 가령 1층 오픈 키친에서는 빵이 구워지고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후각과 시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2층 인그리디언츠 하우스에서는 190여 종의 향신료를 만지고 맛볼 수 있다. 오감 체험뿐 아니라 1만여 권의 책을 지역과 식재료, 조리 방법에 따라 분류하여 서가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했다. 빵이 구워지는 곳에서 읽는 책은 어떤 맛일까. 아마도 그는 이 공간에서 무언가를 직접 만들고 맛보고 싶을 것이다.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주방이 준비되어 있는데, 실외 테라스의 채소를 따 직접 요리를 만들고 맛볼 수 있다. 한편, 투명한 유리로 만든 그린하우스에서는 점심과 저녁 각각 한 팀만을 위한 특별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조금 더 맛있는 선택
James Beard’s All
American Eats
Anya Hoffman | Rizzoli | 2016
제임스 비어드 재단에서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로컬 레스토랑 레시피를 소개했다. 집밥을 먹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하는 로컬 레스토랑에는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애정이 드러난다. 각 지역의 보물 같은 레스토랑과 클래식한 미국 로컬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The Nomad Cookbook
Daniel Humm & Will
Guidara ; photography
by Francesco Tonelli
; desserts by Mark
Welker | Ten Speed Press | 2015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레스토랑 노마Noma, 그리고 셰프 르네 레드제피René Redzepi의 철학과 창의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으로, 북유럽의 로컬 식재료로 만든 80여 개의 요리를 소개한다. 마치 자연 그대로를 보는 듯한 플레이팅과 각종 다양한 영감이 담긴 요리를 만날 수 있다.
Fall Baking
Brooke Bell | Hoffman
Media | 2016
가을에 수확하는 재료를 이용해 빵과 디저트를 만드는 레시피 책이다. 사과와 배를 이용한 타르트, 파이, 케이크를 비롯하여 호박과 고구마를 사용하여 만들 수 있는 빵과 스콘의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 가을에 어울리는 향신료를 소개한 부분도 흥미롭다.
에디터 김건태
자료 제공 현대카드 라이브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