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회사로 이직한 뒤, 새로운 업무와 빠른 변화에 스트레스가 극한에 다다랐을 무렵, 새로 사귄 친구와 훌쩍 바다에 다녀온 적이 있다. 줄곧 바다를 멀게 생각한 내게는 너무나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는 자동차 창문 너머의 파란 물결과 마주치고 파도 소리를 들은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늘 그렇듯, 사랑에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바다가 좋아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수평선의 넓은 시야, 바다의 푸른색, 이국적인 소금 냄새.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외심이다. 그 앞에서 나는 속절없이 작아진다. 모래사장에 앉아 파도를 보면, 눈앞을 다 가릴만큼 큰일이 모두 작고 쉽게 느껴진다. 그래서 할 일이 쌓여 숨 막히는 오후 네 시에는 바다를 찾는다. 몇 개의 팁으로 책상 앞에서도 언제든지 바다를 느낄 수 있다.
PLAYLIST ‘BADA’
다큐멘터리 사진가 마틴파의 해변 사진 모음 중 한 장. Beach Therapy $30.
두 번째, 화면보호기를 바다 사진으로 채운다.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belle(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을 뜻한다)’ 폴더가 있다. 구글에서 마음에 드는 바다 사진을 찾아 폴더에 저장한 뒤 화면보호기를 이 폴더의 사진으로 지정한다. 일을 하다 잠시 숨을 돌릴 때 바다 사진이 뜨면 행복해진다.
비치 타올 Bimble $59,00
세 번째, 바다에서 쓰는 물건을 둔다. 서울에서는 쓸 일 없는 주황색 비치타월과 쪼리를 샀다. 타월은 사무실에서 담요로 사용하거나 한강에서 피크닉 매트로 사용한다. 쪼리는 가끔 실내화로 신는다. 그리고 가끔은, 바다가 필요해 보이는 회사 동료에게도 선물한다.
그날 이후 훌쩍 바다를 보러 간 적은 없다. 오매불망 그리워할 뿐. 휴가를 떠나지 않는 이상 일상에서 바다를 찾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더 열심히 바다를 상상하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대도 바다를 찾을 수 있기를.
We Around Project
오후 네 시의 영수증
Youtube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고백이지만 노는 것만큼이나 일을 좋아합니다. 그만큼 생활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해, 오후 네 시가 되면 남은 하루를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저의 영수증이 하루의 리듬을 바꾸고 싶은 직장인에게 작은 가이드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