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어떤 이들의 정서

Um Amor

사랑에 관한
어떤 이들의 정서

보사노바Bossa Nova가 삼바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말로는 잘 설명할 순 없지만, 잔잔하게 어깨를 흔드는 리듬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브라질 보사노바의 거장과 한국의 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꿈 같은 작업을 통해 나는 보사노바의 가사는 한 편의 시詩와 같다는 걸, 섬세하지 않은 가사의 곡은 보사노바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Um Amor

00:05:00

Deixa a maré subir
deixa o vento levar
deixa o barco partir
deixa a vida correr , correr solta
Deixa o dia nascer
deixa o sol despertar
deixa a rosa florir
deixa o vento soprar,soprar leve

넘실대는 바다
속삭이는 바람
떠다니는 배와
흐르는 시간들, 그들 같은
문을 여는 하루
밝아오는 태양
만개하는 꽃과

 

Assim…
Como um amor que não chega
ao fim,
Assim como um amôr………
Deixa a noite sorrir
deixa a lua cantar
deixa o céu refletir
deixa a estrela brilhar, brilhar
linda

부드러운 바람, 그들 같은
사랑, 그 끝이 없는 아름다움
사랑, 그 끝없는
미소를 짓는 밤
노래하는 달과
고요한 하늘에
빛을 뿜는 별들, 그들 같은

Deixa a mata viver
deixa o bicho sonhar
deixa o verde crescer
deixa a terra girar, girar tonta
Feliz…
Como um amor que não chega
ao fim
Assim como um amôr

꿈을 꾸는 나무
자라나는 잎새
땅의 온기 속에
피고 지는 열매, 그들 같은
사랑, 그 끝이 없는 아름다움
사랑, 그 끝없는

2010년 2인조 밴드 ‘보싸다방’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찾아가기>를 발표하며 정식 데뷔한 나희경은 이후 브라질의 히우 지 자네이루Rio de Janeiro로 향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정규 앨범 <Heena>, <Up Close To Me>외 몇 개 앨범을 더 발표했다. 대부분의 곡작업을 브라질 연주자들과 함께 했는데, 지금 소개하는 곡은 그곳에서 만난 보사노바의 거장 호베르토 메네스칼Roberto Menescal이 그녀에게 직접 선물한 곡이다.

지금 소개하는 곡을 선물 받았다고 들었어요. 과정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데, 어떻게 메네스칼 씨를 만났나요?

몇 년 전 브라질에 머물 때 있었던 일이에요. 히우 지 자네이루Rio de Janeiro에서 하숙집을 얻어 생활하고 있었거든요. 그 하숙집 아주머니의 단짝 친구분이 있었는데, 제 음악을 좋아해 줬어요. 음반을 한 장 가지고 싶다고 했죠. 간단히 말하면, 그 앨범이 그의 아들을 통해 메네스칼의 아들에게, 그리고 결국 메네스칼에게까지 전해진 거예요. 그의 아들과 메네스칼의 아들이 친구였던 거죠. 어느 날 낮잠을 자고 있는 제게 메네스칼이 직접 전화를 줬어요. 스튜디오로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에게 찾아가겠다고 말했어요.

그분 스튜디오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나와요. 메네스칼의 곡 중 ‘작은 배O barquinho’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거든요. 강을 건널 때 타는 배에도 그 곡의 제목이 적혀 있었어요. 무슨 강인지 잘 모르지만, 리우에서 바하 다 지주카Barra da Tijuca라는 지역으로 가는 길에 건너는 강이었어요. 스튜디오가 육지에서 강 쪽으로 조금 나와 있어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았죠. 우리는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어요. 제 데뷔 음반을 미리 연주해 보셨는지, “이건 이렇게 바꿔보는 게 어때” 하고 제안도 하시더라고요. 그 당시엔 제가 포르투갈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준이 아니어서 하숙집 아주머니가 통역을 해줬어요.

곡은 어떻게 받게 됐나요?

스튜디오에 찾아간 날, ‘함께 녹음해볼까?’ 하는 얘기가 즉흥적으로 나왔어요. 처음엔 제 곡을 다시 연주해 보자는 식의 얘기가 오갔는데, 나중에 그가 이건 이대로 좋으니 새로운 걸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어요. 저는 좋다고 했죠. 그 당시에 그에게 미완성 곡이 있었는데, 잠깐 들어봤어요. 그런데 정말 너무 좋았어요. 

그 곡이 ‘UM AMOR’였던 거네요. 그런데 1절은 포르투갈어, 2절은 한국어로 쓰인 곡이잖아요. 어떻게 이 작업이 가능했나요?

포르투갈어로 쓰인 가사를 받았을 때, 역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내가 이해하는 대로 한국어 가사를 붙여보고 싶다.”라고 제가 제안했죠. 그가 허락해 줬고, 제가 나머지 부분의 가사를 채워나갔어요. 

메네스칼이 아닌 작사가가 따로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세 사람이 함께한 작업이네요. 2절 가사는 어떤 식으로 붙였나요?

우선 그가 준 가사를 번역했어요. 그러고 나서 제가 느끼고 있는 것들을 더하고 달리 표현했죠. 이를테면 가사 중에 ‘A terra girar, girar tonta’ 부분은 회전하는 지구를 뜻해요. 세상을 큼직하게 바라보는 브라질 사람들의 정서가 담긴 가사죠. 그런데 한국의 정서는 작고 아담한, 땅에서 자란 것들에 있잖아요. 그래서 ‘땅에 온기 속에 피고 지는 열매’ 이런 식으로 가사를 붙인 거죠.

‘Assim.. Como um amor que não chega ao fim’ 이 부분도 그대로 직역하면 ‘끝에 다가가지 않는, 끝나지 않는 사랑처럼’으로 읽혀요. 우리 식으로 읽는다면 어떤 슬픈 정서가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자연처럼 사랑도 그렇게 끝없이 간다는, 그래서 너무 아름답다’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사랑 그 끝없는 아름다움’이라고 적었죠. 

메네스칼과 1절의 작사가, 엔지니어분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궁금해요.

다른 언어라 깊게 이해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그들은 가사의 의미보다 억양, 분위기에 집중했어요. 제가 듣기에 한국어는 각진 느낌이라고 생각되거든요. 발음을 뭉개는 것도 어색하고, ‘~움’, ‘바람’ 끝음절이 닫히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은 마치 불어 같다고 말했어요.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말도 덧붙였고요. 그분들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도 그렇게 말했는데, 참 신기했어요. 

조금씩 설명해 주시는 포르투갈어 가사가 무척 낭만적이에요. 조금 더 얘기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가사에 계속 등장하는 단어 ‘Deixa’는 영어로 ‘Let’이에요. 바람이 흘러가는 것, 꽃이 피고 지구가 자전하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을 대하는 태도죠. 그런데 이 단어를 ‘놓아두다’로 해석하진 않아요. ‘그저 그런 거야’, ‘여기 이렇게 있는 거야’, ‘그저 지켜봐’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한국어 가사를 적을 때 ‘나열 방식’을 택한 것도 그런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얘기를 듣다 보니, 믿기지 않는 일들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알고 보니 메네스칼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함께 보사노바 붐을 일으킨 거장이더라고요. 

그런 걸 깨닫게 된 건 나중이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생각했죠. 내가 그 땅에 갔고, 많은 시간을 현지인들과 함께 보냈고, 그들과 같이 노래했고, 매일 해변을 걸었구나. 음악 들으러 여기저기 다녔구나. 모든 게 참 자연스러웠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참 신기하게 느껴져요.

이 곡을 부르거나 들을 때 떠오르는 것들이 있나요?

앞서 얘기한 브라질에서의 순간순간이 떠올라요. 그곳에선 항상 느지막이 잠에서 깨어났거든요. 일어나서는 원피스만 걸치고 리우 해변을 자주 걸었어요. 간단한 깔개를 가지고 가서 모래사장에 앉았다가 잠이 오면 또 자고(웃음).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추억도 많이 생각나요. 하숙집에서 빈번했던 파티, 하루 종일 나눴던 이야기 같은 거요. 집에 돌아오는 길도 떠올라요. 다시 찾기 어려운 시간일 거예요. 

제가 이 곡을 알게 된 건 모노톤으로 작업된 뮤직비디오를 통해서였어요. 유튜브에서 우연히 봤는데 너무 좋아서 그날 몇 번이고 돌려서 봤어요. 이 영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김규하 감독님이 찍어 주셨어요. 광고 쪽 일을 주로 하시면서 가끔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하시거든요. 제가 브라질에 처음 갔던 2010년 겨울에 감독님에게서 메일을 받았어요. ‘당신 음악이 마음에 위안을 준다. 계속해서 듣고 있다.’ 그런 내용이었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음악에 어울리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당장 무언가를 하자는 내용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진실함이 보였어요. 저도 감사의 답변을 드렸고, 그 뒤로 몇 번의 메일이 더 오갔죠. 어딘가에서 찍은 아름다운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면서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자연스럽게 연결이 됐고, 영상 작업을 해보자는 식으로 얘기가 흘렀죠. 그런데 그때 상황이 참 어려웠어요. 브라질 뮤지션들과의 저작권 문제를 깔끔하게 하려고 가지고 있는 돈을 거의 다 써야 했거든요. 그래서 사실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없겠다는 생각을 내심 하기도 했죠. 그때 감독님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셨어요. 상황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대안을 생각해 내고, 결국 신혼여행지에서 영상을 촬영해 오셨어요. 큰 도움을 받았죠. ‘대상이 누가 되든 이 감사함을 전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그때예요.  

또 한 번의 영화 같은 일이네요. SNS에서 최근에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어땠나요?

브라질에 주로 머물던 제가 욕심을 부린 여행이었어요. 다른 곳에 있는 걸 느껴보고 싶었죠. 결국 브라질을 그리워하며 돌아오게 됐지만요(웃음). 결과적으로 제 안에 담으려고 하는 게 뭔지 확인하게 되는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곡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지금 소개하는 이 곡이 정말 좋아요. 잔잔하지만 큰 울림이 있거든요. 이런 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이 곡은 세 사람의 감정이 섞여 있는 곡이다. 작곡과 연주를 맡은 메네스칼과 두 명의 공동 작사가
나희경 그리고 길례흐미 제Guilherme Ge. 각자의 세계가 자칫 복잡하게 얽힐 수도 있었을 텐데 노래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게 흘러간다. 기분 좋게 뭉개지는 기타 소리와 섬세한 음성도 정말 잘 어울린다. 그런데 그녀와 만나 가사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눈 후부터, 나는 사실 아주 다른 곡을 듣고 있다고 느낀다. 인터뷰 이전엔 이 곡이 카페에서 혹은 거리에서 들리는 듯했는데 지금은 바람에서 들리고 풀과 햇빛, 강에서부터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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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전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