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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 태원준
사람에
머무는 여행
여행 작가 태원준
‘여행 이야기라면 이미 너무 많지. 이제는 특별한 소재도 별로 없는 것 같고 딱히 새로운 장소도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태원준 작가의 ‘엄마와 함께한 여행 시리즈’를 만났다. 익숙한 장소와 여행 코스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는데도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 안에는 엄마와 아들이라는 의외의 조합이 있었다. 여행은 장소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함께 떠날 사람이 있다는 것
어머니와 함께한 배낭여행이 화제가 됐어요. 어떤 여행이었나요?
첫 번째 여행은 중국을 시작으로 영국에 도착하는 유라시아 여행이었고 두 번째는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게 되었죠. 두 여행을 함께 생각해 보니 500일이 넘는 시간동안 70개국 200여 개 도시를 다녀온 셈이더라고요.
어머니와 아들의 배낭여행. 흔한 조합은 아니에요. 처음 여행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머니께서 많이 아파하시던 시기였어요. 아버지와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집안에도 안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어머니의 상처를 보듬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세계여행을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대학 시절 여행을 통해 많은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었기에 어머니의 아픔 역시 같은 방법으로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어머니의 첫 여행인가요?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는 함께 패키지 여행으로 잠깐씩 다녀오신 경험은 있어도 이번처럼 걷고, 버스 타고, 기차 타고, 호스텔이나 도미토리에서 생활하는 배낭여행은 처음이었어요. 어머니께서 적지 않은 연세라 걱정이 전혀 없지는 않았는데 막상 여행을 하고 보니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아, 여행이라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거였구나.” 하시면서요. 지난 30년간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식당에서 일만 하시다가 막상 세상에 나와 보니 모든 것이 재미있으셨던 거예요. 내일 당장 어디에 갈지도 모르고, 누구를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그저 설레셨던 거 같아요.
배낭여행 경험자로서 어머니를 챙겨야 하는 입장이었을 거 같은데 힘든 점은 없었나요?
저는 평생 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여행을 떠난 순간부터는 보호자의 위치가 바뀌게 되잖아요. 여행 초반에는 제가 모셔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한시도 어머니께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도 어머니가 화장실이라도 가시면 일어나서 따라가고 그랬어요. 혹시나 방을 못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일행들을 챙기는 역할을 했잖아요. 그때 작가님에게 지어진 책임감이 꼭 부담감처럼 보였어요.
물론 방송에서 한 여행과 어머니와의 여행은 다른 점이 있죠. 방송에서는 보이는 것 외에도 신경 쓸 것이 무척 많았거든요. 하지만 어머니와의 여행은 조금 의외의 이유로 편한 상태가 되었어요. 여행을 떠난 지 세 달쯤 지났을 때였는데, 어머니와 조금 다툼이 있었거든요. 저는 어머니께 왜 원하는 것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고 숨기기만 하느냐는 입장이었고, 어머니는 제 방식대로 밀고 나가는데 무엇을 더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는 거였어요. 그렇게 서로가 무엇 때문에 서운했는지 한바탕 이야기한 후로는 여행에 느끼는 부담이 확 줄었어요. 진짜로 함께 하는 여행이 된 거죠.
정말 여행 친구가 된 거네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어머니를 모시고 다녔다’는 표현을 안 써요. 가령 건태 씨와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건태 씨 데리고 여행 다녀왔어.”라고 말하 지 않잖아요. 무엇보다 더 좋은 점은 어머니는 모든 걸 다 포용한다는 거예요. 저의 실수로 버스를 놓친 상황이 생겨도 어머니는 그저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여행을 이렇게 오래 했는데 한 번 실수도 없겠니.” 하고 말씀해주세요. 마음이 놓이죠.
저 역시 책을 읽고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을 그려봤어요. 가족과 여행할 때 특별히 준비해야할 것들이 있을까요?
준비물이라기보다는 가능한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게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짧은 시간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면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짜증을 내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친구와 여행할 때는 그래도 서로를 배려하려고 노력하는데 오히려 가족에게는 화를 내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여유를 두고 함께하길 추천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여행 중에는 최대한 부모님의 의견에 맞춰드리길 권해요. 왜냐하면 젊은 사람은 이번 기회가 아니라도 언제든 같은 곳을 여행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부모님의 삶에서 자식과 함께하는 여행은 굉장히 큰 이벤트예요. 애초에 부모님이 이번 여행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다니면 좋을 것 같아요. 젊은 사람이야 조금 무리해서 많은 것을 볼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 세대는 그게 힘들어요. 그 차이를 알고 배려하는 마음인 거죠.
여행 전 30년을 곁에서 지켜본 어머니였잖아요. 500일 동안 여행하며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에 대해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됐어요. 굳이 어머니에게 평생 질문할 일 없는 것들 있잖아요. 허름한 시장을 함께 지나면서 “엄마 어렸을 때는 어땠어?”라고 물으면 어머니는 또 신이 나서 “우리 어렸을 때도 그랬어. 아버지랑 데이트할 때 먹던 가격 그대로네.”라고 대답해주세요. 어머니의 유년시절, 인생의 황금기, 또는 제가 어렸을 때 어떤 아들이었는지 같은 것들. 그냥 제 기억 속에서 멈춰있는 것들 말이에요. 엄마의 과거를 여행하는 기분이었죠.
누군가와 함께 여행한다는 건 그 사람의 역사를 여행하는 것과도 같은 거네요.
여행이 끝난 시점에 고백했던 게 있어요. 500일 동안 대단한 것들을 많이 봤지만 엄마 자체를 여행한 것이 저에게는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었다고요.
동행하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거라면 여행은 정말 끝이 없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여행이 끝났다고 생각한 시점에도 계속 말이에요.
여행은 끝날 수가 없어요. 어머니와 500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쌓인 추억과 공유한 시간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도 우리가 다녀간 장소가 뉴스에 나오면 그날 봤던 풍경들이 떠올라 한참을 대화하곤 해요. 함께 올랐던 언덕이나 멋있는 성당, 친절했던 사람들을 이야기해요. 그럼 또 그때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거예요. 추억 속을 여행하는 거죠.
특별히 좋았던 곳이 있나요?
어머니는 터키를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저희끼리 우스갯소리로 ‘종합선물세트’라고 부르곤 했는데 터키는 말 그대로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모든 걸 다 가지고 있었어요. 사실 여행을 시작하고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 터키에 도착했는데, 그때 약간의 매너리즘 같은 것에 빠져있었거든요. 새로운 것을 봐도 특별한 감흥이 없던 시기였죠. 하지만 처음 발을 들였던 순간부터 모든 것에 매료됐어요. 도시는 낭만적이고 문화 역시 풍성했죠. 특히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은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요. 어느 나라나 멋진 자연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그곳만큼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더구나 터키는 흑해와 지중해라는 멋진 해변 풍경을 가지고 있었죠. 지중해라는 말만 들어도 벌써 게임 끝나는 거니까요(웃음).
터키는 위치상 동서양이 한 데 만나는 곳이잖아요. 어머니께서 문화적으로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으셨나요?
아무래도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부모님은 더 많이 감동하시는 거 같아요. 가까운 한중일 세 나라의 문화만 해도 정말 다른 사고를 가지고 있잖아요. 여행을 하면서 그런 것에 다양한 문화와 의식의 융화를 느껴요. 그러면서 사람 자체가 풍성해지고 있다는 생각도요. 저부터도 어머니와 여행하며 가능한 한 끼니마다 밥을 챙겨드리려고 했어요. ‘엄마는 이런 거 절대로 못 먹을 거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던 거죠. 하지만 어느 순간 어머니께서 “아들, 밥 좀 그만 먹자. 스파게티 이게 훨씬 맛있네.” 하시는 거예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어머니 역시 같은 세대의 친구분들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엄마, 내 친구 걔 회사 관두고 록밴드 할 거래.”라고 말하면 부정적인 대답을 하는 게 아니라 “와, 멋지다. 걔 공연 한 번 보러 가자.” 그런 식이에요.
너무 좋은 점만 이야기하는것 같은데, 어머니와 여행하며 한편으로는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요?
제가 맥주를 굉장히 좋아해서 전 세계 맥주를 다 먹어보는 게 꿈이었어요. 알코올 중독은 아니고요(웃음). 각 지역의 펍이나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어머니는 술을 전혀 못 하셔서 함께 다닐 수는 없었죠. 그렇다고 혼자서 다녀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어차피 제가 짊어지고 가야할 부분이라고 인정하고 포기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어머니가 배낭여행의 베테랑이 된 다음부터는 조금씩 각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언젠가는 제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어머니 혼자 기념품을 사러 다니시기도 하고, 저 역시 맥주를 마실 기회가 점점 많아졌죠.
어머니의 여행 스타일은 어땠나요? 특별히 오래 들여다본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어머니는 냉장고 자석을 엄청 좋아하셨어요.
자석이요?
네, 정말 흠뻑 빠지셔서 지금 한 오백 개가 넘을 거예요. 도시 별로 다양한 마그넷을 모으셨는데, 중남미 여행에 갔을 때는 자석 때문에 가방을 하나 사야할 정도였어요. “엄마, 이거 다 짐이야. 우리가 가지고 온 가방보다 더 무거워.”라고 불평을 해도 말릴 수가 없었어요. 지금도 어머니는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다가도 냉장고에 붙은 자석을 보며 가끔 멍하게 계실 때가 있어요. “원준아, 이게 어디였지?” 하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거죠. 그게 어머니만의 여행 같아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이번 저희 주제가 스테이예요. 머물고 떠나는 것의 연속이었을 텐데. 여행자로서 머무름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어머니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여행을 통해서 삶이 변화했다고 생각해요. 머무는 것보다는 떠나는 것이 더 일상에 가깝게 됐죠. 하지만 그건 어떤 거창한 말이 아니라 떠나는 것과 멈추는 것의 반복이 제 생활 속에 들어왔다고 느끼는 거예요. 여행자로서 한 도시에 머무는 동안 더 길게 느껴지는 시간들이 있겠죠. 굉장히 좋았던 장소들이요. 그리고 언젠가는 저도 완전히 멈출 때가 있을 거예요. 어쩌면 그 멈출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봤어요.
자신만의 홈그라운드를 찾는 느낌이네요.
지금은 대한민국 서울이 저의 홈그라운드이고 유일한 멈춤의 장소이지만, 그게 공간이 아니고 제 마음의 문제일 수도 있을 거예요. 저는 서울을 사랑해요. 어디가 제일 좋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서울을 떠올리곤 하거든요. 언제든 머물 수 있는 확실한 장소가 있어서 걱정 없이 여행을 지속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여행을 하며 언제 가장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나요?
사람이 그리워질 때가 있어요. 여행을 하다 보면 저 혼자만 좋은 걸 보게 되잖아요.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골목을 하나 돌더라도 그 풍경에 어울리는 사람이 떠오르겠죠. 그럼 지금 당장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온전히 저만의 여행이 아닌 게 되어버리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이상하게 인도의 콜카타를 생각하면 마음에 안심(?)이 생겨요. 혹시 그런 도시가 있나요? 제2의 홈그라운드 같은 곳 말이에요.
그곳에 가면 사람들이 그때처럼 똑같이 웃어주고 잘해주겠지 하는 마음이 생기는 곳은 스리랑카예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길을 걷다가도 저희 모자를 보고 뛰어와서 함께 사진 찍기를 원해요. 길을 물으면 애써 같은 버스를 타고 저희를 안내해주기도 하고 늘 웃는 얼굴로 저희를 대했어요. 한번은 숙소 화장실에 커다란 두꺼비가 나온 적이 있었어요. 식겁한 마음에 주인을 불렀는데, 대수롭지 않게 쓱, 잡아서 풀밭에 놓아주는 거예요. 자기들도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허허 웃는데, 그 순간이 재미있더라고요. ‘쟤도 괜찮고, 우리도 괜찮아졌지?’ 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사람 냄새가 난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물론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않은 여행지라 그런 순수함이 남아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곳도 언젠가는 변하겠죠?
어쩌면 관광객이 늘어나 그 나라가 경제적으로 나아진다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변화가 아쉽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여행자의 이기적인 마음이겠죠.
이건 주제와 관련된 질문은 아닌데 꼭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여행을 하면서 종종 여행이 끝났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는 거죠. 권태로움이라고 할까요.
아마 장기 여행자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일 거예요. 일종의 슬럼프죠. 여행자들끼리 만나면 그런 이야기를 종종 해요. 보통 세계여행을 하면 1년 정도 한다고 치면 3개월, 6개월, 9개월이 되는 시점에 매너리즘에 빠진다고들 하죠. 저 역시 어머니와 여행하며 그런 경험을 했는데, 무슨 바로크, 로코코 양식이고 뭐고 다 똑같아 보이는 거예요. 그럴 때는 잠깐 멈추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여행을 완전히 끝내는 건 아니고, 마치 일상 속에서 방학을 갖듯 여행 안에서도 휴식을 주는 거예요. 만약 일주일을 머물고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거나 뒹굴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저 멍 때리고 있는 거예요. 여행이라는 강박을 버리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오히려 그런 여행들이 그리워질 때가 오더라고요.
여행 속에서 일상을 만들어주는 거네요.
여행 중에도 방학을 갖는 거죠. 그저 머물면서 멍 때리면서 지나가요. 야, 이제 멍한 것도 지겹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요(웃음).
자, 이제는 진짜 일상으로 돌아왔어요. 어머니와 함께한 여행 후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요?
우선 직업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여행을 이야기하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됐죠. 제 삶 자체가 바뀐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달라졌어요. 여행이 없었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것들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어머니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늘 공유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생겨서 좋아요.
지금에 만족하나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어서 만족해요.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은 여행을 하고 글을 쓰는 거지만, 강연이나 방송을 통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는 것도 굉장히 매력적이고요.
예비 여행작가를 위한 강연도 진행한다고 알고 있어요.
여행작가를 꿈꾸는 분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작가라면 당연히 글이 우선시 되어야 하겠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줄 수 있어야 사람들이 여행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트랙터를 타고 여행을 할 수도 있을 거고, 김치를 만들어 트럭에 싣고 여행할 수도 있을 거예요. 가는 곳마다 그림을 그릴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여행작가로서의 사명은 그곳에 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대신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는 거예요.
여행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아요. 여행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어필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인 거죠. 한편으로는 그런 호기심을 끌 만한 재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분명 자극이 되죠. 하지만 그런 것에 부담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돼요. 저는 트랙터를 타지도 못하고 그림도 그리지 못해요. 이병률 작가님처럼 감동적인 글을 쓰지도 못하죠. 하지만 만나서 서로 끌어주고 공유하면서 즐기는 게 더 우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보다 나은 사람이 나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많이 보고 만나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어쩌면 그게 여행의 가장 본질적인 호기심이겠죠.
끝으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요?
‘다 버려두고 용기를 가지고 떠나세요.’라는 건 너무 흔하고 무책임한 것 같고요. 다만 ‘여행을 즐기자.’고 말하고 싶어요. 여행을 잘하는 방식보다는 그 안에 담긴 마음 같은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저부터도 매력적인 여행을 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와 함께 하는 여행 시리즈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가 500일간 배낭 하나만 메고 떠난 세계 여행기로, 유라시아 지역을 여행한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와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중남미 지역을 여행한 《엄마, 내친김에 남미까지!》 총 세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둘이 합쳐 계란 세 판, 세계 여행을 떠나다
태원준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이다. 여행 중에도 매일같이 성실한 업데이트를 진행해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책에는 미처 소개되지 않은 조금 더 세세한 여행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으며 다양
한 행사 소식을 들을 수 있다.
H. blog.naver.com/sneedle
에디터 김건태
포토그래퍼 안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