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좇아 걷는 길

Chasing Light Along The Trail

만나서 반가워요.

이야기 나누게 되어 기뻐요. 프라우케라고 해요. 독일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세계 곳곳의 산과 바다를 여행하며 살아요. 주로 야외 환경에서 작업하는 사진가이자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프라우키’라는 활동명을 쓴답니다. 

 

대화를 나누는 지금은 어디예요? 

노르웨이 로포텐Lofoten 제도요. 지금도 시선이 자꾸만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에 머물러서 마음이 조금씩 산만해질 정도예요. 저는 카메라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부터 로포텐을 오가며 사진을 찍었어요. 언젠가는 정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곳이 주는 감정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워요. 그 감상을 사진으로 조금이나마 담아내려 애쓰고 있어요. 

 

자연에 머무는 시간을 무척이나 소중히 여기겠어요. 사진에서도 여유와 행복이 비쳐요. 

자연은 저의 중심을 잡아주는 존재예요. 본격적으로 자연을 기록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고향 근처의 숲이나 호숫가로 종종 도망치듯 떠났죠. 숨을 고르고, 조금 천천히 걷고 싶어서요. 그때는 이 모든 것이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웃음).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산을 오르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을 하곤 해요. 머릿속을 이렇게나 말끔하게 비워주는 일은 아직 달리기 말고 없는 것 같아요. 

 

문밖으로 떠나는 모험은 어떤 감각을 선물하나요? 

자연 속에 있으면 오롯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돼요. 날씨는 순식간에 변하고, 지형을 계속 살피며 걸어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정말 놀라운 세계 안에 들어와 있다는 감각이 생겨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와는 또 다른 몰입감이 있달까요. 밖으로 나가는 일은, 나라는 존재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일처럼 느껴져요. 

 

나들이에서 잊지 못할 순간도 있을 텐데요. 

최근에 새로운 친구와 함께 트레일 러닝을 했던 날이 기억나요.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빗방울은 옆에서부터 날아들고…. 온통 구름에 덮인 산 정상까지 길을 찾으며 달렸죠. 그러다 어느 순간, 구름이 걷히면서 로포텐의 거친 해안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경이 펼쳐졌어요. 그 장면을 마주하니 그동안 얼마나 이 길과 이 장소, 그리고 폭풍을 뚫고 나아가는 감각을 그리워했는지를 깨달았죠.

산과 바다로 떠나지 않는 일상에서 쉼이 필요할 때는 무얼 해요?

여행을 떠나지 않을 때는 독일의 라이프치히Leipzig라는 도시에 살아요. 특히 겨울철엔 회색빛이 도시 전체에 감도는 날이 많죠. 그런 하루가 조금씩 제 기분에 영향을 주는 게 느껴지면, 밖으로 나가요. 도시 안에서도 좋아하는 호수까지 달려보거나, 아늑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계로 훌쩍 떠날 수 있거든요. 저는 이런 회색빛 겨울 주간들이 오히려 창의적인 에너지를 충전하고, 그동안의 여행을 천천히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 계절마저도 참 고마워요. 

 

프라우케에게 쉼은 왜 중요한지도 궁금해지네요. 

저는 쉼이 시원하고 맑은 작은 연못 같다고 생각해요. 그 물은 마음과 몸 그리고 창작의 에너지를 맑게 비워내고, 다시금 방향을 잡도록 도와주죠. 하지만 너무 오래 머무르면 언젠가는 연못이 넘쳐흐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정한 루틴 속에서 움직이는 삶을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요. 쉼과 움직임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비로소 온전히 나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어요. 

 

짧은 여행을 떠날 때 꼭 챙기는 물건도 있어요? 

항상 카메라를 챙기죠.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포착하려고요. 그리고 커피 그라인더와 개인 컵도 꼭 함께 가져가요. 제 컵을 가지고 가는 건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안정감을 줘요. 어떤 기분인지 어렴풋이 알 듯해요(웃음). 여행에서 셔터를 누른 건 언제부터예요. 처음엔 휴대폰 카메라를 썼는데요. 어느 순간 첫 카메라를 장만했고, 이제는 간소한 장비로도 흥미로운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가끔은 느림과 예측 불가능함이 주는 매력을 경험하고 싶어서 필름 카메라도 챙기고요. 저에게 사진의 기쁨이란, 빛을 좇아 달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포착하는 데 있어요. 

 

사진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어요? 

제 사진으로 사람들이 자연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길 바라요. 자연이 단지 아름답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일부니까요. 자연과 더 긴밀히 연결될수록 사람은 더 행복한 존재가 된다는 걸 진심으로 믿거든요. 제가 바라는 건 단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사진에 가까이 다가오는 거예요. 그게 전부죠. 

 

초록빛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바깥을 거닐어보고 싶어지는 대화였어요. 나들이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를 여행에 초대하고 싶다면, 어떤 말을 할까요?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요. 아무런 압박이나 목표 없이, 텐트에서 아늑한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간식도 나누자고요. 이렇게나 편안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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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차의진

Photographer Frauke Hamei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