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온도, 그리고 별

우주의 색깔 이야기

빛과 온도, 그리고 별

우주의 색깔 이야기

어두운 밤하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천체가 각자의 색으로 빛나고 있다. 천체사진가는 이 아름다운 빛을 찾아 사진에 담고, 천문학자는 그런 색을 띠는 이유를 연구한다.

밤하늘의 천체는 지상의 풍경과 어우러질 때 더 아름답게 보인다. 보현산천문대에서 바라본 겨울철 별자리들이다.

물감은 섞으면 섞을수록 짙어져서 검게 된다. 빛은 반대로 하얗게 밝아진다. 검은 쇠구슬을 가열하여 온도를 높이면 점점 밝아져서 빨갛게 달구어진다. 녹지 않고 계속 버틸 수 있다면 아마도 노랗게 변하다가 흰색이 되고, 마침내 파랗게 될 것이다. 물론 녹아서 쇳물이 되어도 그런 색으로 보인다. 용광로에서 쇳물의 온도를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쇠구슬을 가열한다는 것은 빛을 더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빛은 곧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별도 쇠구슬처럼 온도가 낮으면(4000도 정도만 되어도 낮다고 본다) 붉게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서 6000도 정도, 즉 태양과 비슷한 온도에서는 노란색을 띠다가 10000도에 흰색이 되고, 더 높으면 파란색이 된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별의 색을 알아내면, 그 별의 온도를 알 수 있다*. 온도를 알고 다른 방법으로 별의 크기를 알아내면 그 별의 절대밝기를 알 수 있고, 거리를 알 수 있으며, 나아가 나이도 알아내는 등 별의 많은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천문학은 별(넓게는 천체)의 거리를 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정도로 거리 측정이 중요한데 거리를 구하는 가장 밑바탕에 별의 색이 쓰이는 것이다.

별의 색을 두고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 색을 정밀하게 측정하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태양을 빨갛게 그리기도 하고 노랗게 그리기도 하며 어떤 이는 하얗게 그리기도 한다. 막연히 붉게 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밝으니까 그저 하얗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노랗게 그린 사람의 대부분은 태양은 노란색이라는 학습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 육안으로 태양을 보고 그 색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태양의 온도가 대략 5700도 정도이므로 분명 노란색에 가까울 것이다. 태양의 빛을 1/10000 이하로 줄여주는 필터를 통해 본 태양은 분명 주황색이 섞인 노란색으로 보인다.

*별은 전체가 가스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부는 온도가 훨씬 높다. 우리가 보는 부분은 바깥의 표면과 대기층이며, 천체의 온도는 마지막으로 빛을 내보내는 표면의 온도를 뜻한다.

2016 개기일식, 인도네시아 ⓒ 한국천문연구원 원정팀, 전영범

노란색은 해고 검은색은 달이다. 개기일식은 실제로 달이 해를 가리는 것인데, 여기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식이 발생하기 전의 해를 달 앞에 놓았다. 보이는 것과 같이 해의 크기가 조금 작아 개기일식이 일어나며, 분명 노란색으로 보인다.

1. M103 산개성단. 화려한 별의 모임이다. 가운데 붉은 별은 죽어가는 별이다. 이런 색에서 별의 온도를 짐작할 수 있고, 모두 같은 시기에 태어났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색을 통해 진화 과정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어두운 밤하늘에 숨은 많은 성운(가스 구름)을 사진 찍으면 화려하기 그지없는 멋진 모습이다. 성운의 그 화려한 색에서 구성 물질과 분포 상태를 알 수 있다.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사실 별을 제외하면 우주는 원색을 즐긴다. 그중에서도 하나의 파장만 가진 단색을 즐긴다. 그런데 밤하늘의 아름다운 성운은 유독 붉은색이 많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물질은 수소다. 수소가 에너지를 받으면 수소 핵(양성자)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전자의 궤도가 변하여 때로는 빛을 흡수하고 때로는 빛을 방출하는데, 가시광 영역에 속한 붉은 단파장 빛을 강하게 방출하기 때문에 붉은색을 가진 성운이 가장 흔한 것이다. 여기에 많은 먼지와 산소, 질소, 탄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원소들로 초록색, 파란색, 때로는 검은색 등 여러 색이 뒤섞인 화려한 성운이 된다. 각 원소의 양과 온도에 따라 나타나는 색과 모양이 다르다. 또한 관측할 때 어떤 파장을 택해 찍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M8* 석호성운, 장미성운 등 천체사진가가 좋아하는 천체의 대부분이 이렇게 붉고 화려하다. 이런 성운을 발광성운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때로는 M45 플레이아데스 산개성단처럼 파란색 성운도 볼 수 있다. 원소 자체가 빛을 내지 못하고 주변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파랗게 보인다(그래서 반사성운이라고 한다). M20 삼열성운은 두 색이 섞여 있다. 별의 마지막 죽음을 보여주는 행성상성운이나 초신성 잔해에서도 다양한 색이 보인다. M51 외부은하는 붉은 가스 구름을 많이 가지고 있다. 작은 은하와 합쳐지면서 활발하게 새로운 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자는 이렇게 뒤섞인 색에서 그 천체의 특성을 짐작한다.

*M8의 ‘M’은 프랑스의 천문학자 메시에Messier를 의미한다. 그는 밤하늘을 뿌옇게 만들어 혜성을 찾을 때 헷갈리게 하는 천체 110개를 미리 찾아 번호를 붙였다. 이를 메시에 천체Messier Objects라고 한다.

2. 초신성의 잔해인 베일성운의 모습. 아주 큰 별이 죽으면 초신성으로 폭발하고, 시간이 1만 년 정도 흘러서 가스 구름으로 넓게 퍼졌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다른 별을 만드는 재료가 될 것이다.

3. M51 소용돌이 외부은하. 작은 은하와 큰 은하가 서로의 중력에 끌려서 합쳐지는 모습이다. 그 과정에 많은 가스 구름이 불안정해져서 많은 별이 탄생하게 된다. 붉은 가스 구름은 일종의 별을 만드는 공장인 셈이다.

4. M45 플레이아데스 산개성단. 반사성운의 대표적인 예.

5. M57 반지성운. 행성상성운의 대표적인 예다. 행성상성운은 태양 정도로 작은 별이 죽는 마지막 모습이다.

↑ 보현산천문대의 여름 은하수.

많은 천체를 가진 우주는 왜 검을까? 한때 우주는 무한히 크고, 그래서 별이 무한정으로 많으며 변화가 없는 안정된 상태라고 여긴 적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주의 어느 방향을 보아도 별로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별들의 빛이 모여서 우주는 하얗게 빛날 것이다. 하지만 우주는 검다. 빛의 속도는 일정하고, 우주는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 우주의 빛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빛이 붉은색으로 치우치고 어두워지는 것도 이유다.

우주가 탄생한 빅뱅 단계에는 온 하늘이 빛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단계를 거치고 계속 팽창하여 우주 공간의 온도가 내려갔다. 이제는 섭씨 영하 270도가량의 절대온도 0도에 가깝다(2.7K). 사람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에서는 빛을 거의 내지 않는다. 우주의 배경하늘 온도인 2.7K에 해당하는 파장에서는 밝게 보이겠지만, 우리 눈은 보지 못하는 빛이다.

우리는 지구의 대기를 통과한 우주를 본다. 그래서 별이 없는 빈 우주도 마치 빛이 있는 듯 보인다. 특히 도시에서 나오는 빛은 대기에서 산란되어 다양한 색으로 우주의 검은 배경하늘을 밝힌다. 천문학자가 가장 싫어하는 빛이다. 대기는 우주에서 오는 빛을 흔들어서 별이 아름답게 반짝이도록 만들며, 색을 바꾸기도 한다. 고도가 낮으면 우주에서 오는 빛은 더욱 두꺼운 대기를 뚫고 지나와야 한다. 천체의 색이 붉어지는 것은 파란색처럼 짧은 파장은 산란되어 사라지고 파장이 긴 붉은색이 많이 투과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결국 관측 오차로 나오게 되므로 천체 관측은 대기에 따른 흔들림이 적고, 고도가 높아 대기 효과가 적을 때가 좋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서 찍은 지구 사진은 무척 아름답다. 그 사진에서 지구 밖 우주 공간은 칠흑 같은 검은색이다. 천문학자가 천체를 관측하기에 가장 좋아하는 조건일 것이다. 그래서 우주망원경을 올린다. 지상에서는 눈으로 보는 가시광 영역과 약간의 적외선 영역, 전파 영역 외에는 대기가 빛을 흡수하여 관측할 수 없다. 일단 대기를 벗어나면 이런 제약 없이 모든 파장 대역을 다 관측할 수 있다. 대기에 의한 빛의 흔들림이나 색 변화 같은 많은 문제점도 사라진다. 천체의 본질적인 색을 이해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는 달에 거대한 망원경이 건설될 거라고, 천문학자라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1997 헤일-밥 혜성. 보현산천문대에서. 옆으로 뻗은 흰색에 가까운 꼬리는 혜성이 진행 방향으로 뿌리고 온 먼지꼬리이며, 위로 뻗은 파란색은 태양풍에 날리는 이온꼬리이다.

오랜 천문대 생활을 하면서 개기일식 때 태양의 대기인 뿌연 코로나 안쪽의 이글거리는 빨간 홍염을 보았고, 은하수의 화려함에 넋을 잃기도 했다. 비가 오듯 쏟아지던 2001년 사자자리 유성우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1997년 봄, 몇 달 동안 덩그러니 떠 있던 헤일-밥 혜성 이상의 멋진 혜성과 아직 보지 못한 오로라의 화려한 빛줄기를 조만간 만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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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전영범(천문학자, 《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