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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작팀
뮤지컬 <레미제라블> 제작팀
공연이 끝나면 커튼콜이 이어진다.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관객들은 박수를 친다. 배우들은 제 몫의 인사를 받고 나면 가끔 무대 아래로 혹은 앞쪽이나 뒤쪽으로 손짓을 보낸다. 그곳에는 누가 있는 걸까?
그곳에
누군가 있다
하나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할까. 무대 뒤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된 건 대학에서 공연제작을 배우면서였다. ‘공연예술의 이해’, ‘무대 메커니즘’ 등 여러 과목을 들었지만 종합해보면 그건 모두 무대 뒤에 제대로 서는 법을 배우기 위한 과정이었다. 지금은 무대 위에 서는 사람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그냥 관객으로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한다. 이제 내가 백 스테이지Back stage로 갈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공연장에 가면 늘 그 뒤편을 상상하게 된다. 콘서트 막바지에 터지는 꽃가루를 보면 소리를 지르다가도 ‘저걸 언제 다 치우지?’ 하는 생각이 들고 무대 장치가 화려한 뮤지컬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몇 번의 무대전환이 이루어지는 건지, 그 뒤는 얼마나 숨 막히게 돌아가는지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경악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관객들의 환호하는 표정을 보면 ‘아,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조명을 받기 위해 조명을 그쪽으로 비추는 이가 있다. 그들은 깜깜한 곳에서 더 까만 옷을 입고 일하며, 조명이 비추지 않는 곳에서 작은 케미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서로를 만난다. 그리고 그들이 소중하게 간직하는 어둠으로 무대를 밝힌다. 무대 뒤에 사람들이 있다. 무대와 가장 닮은 색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백 스테이지Back stage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 극장 안의 극 준비공간. 무대의 뒷부분뿐만 아니라 옆무대, 분장실, 무대천장 등의 공연 준비 및 대기 공간과 기술적인 작업 공간을 모두 포함한다.
무대를 깨우는 전문가들
극장에 불이 켜진다. 공연이 시작되려면 여덟시간은 더 남았지만, 공연장 스태프들은 이른 시간부터 나와 무대를 깨운다. 스태프라고 하면 누군가를 받쳐주거나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백 스테이지를 관찰하다 보면 그들 각자가 무대 구석구석을 책임지는 전문가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분주할 것 같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백 스테이지에는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공연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가장 안전해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발걸음 소리도, 목소리도 조심스러워지는 곳. 그곳에서 일하는 몇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무대감독 이수헌
무대감독의 자리 | SM 데스크Stage manager desk는 무대에서 가림막 하나를 사이에 둔 옆무대에 있다. 이곳에서 약 400개의 조명, 50개의 오토메이션, 50개 배튼Batten(배경이나 장치 등을 매다는 긴 봉이나 구조물) 등을 합해 약 500개 정도의 큐(장면 변환)를 지시한다.
보험 | 무대감독은 ‘보험’이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배우, 크리에이티브팀, 제작사 모두를 잘 알고 있는 무대감독이 상주함으로 어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장의 살림꾼 | 공연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중요하지만, 특히 연습 과정에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연출, 음악감독, 안무가, 배우의 연습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에도 신경써야 한다. 연습실의 온도와 습도, 식수대의 환경, 공연 소품 및 연습 도구 준비, 일정 정리 등 행정적인 업무도 무대감독이 맡는 일이다.
기술조감독 김성진
그가 서 있는 곳 | <레미제라블>의 상·하수(객석에서 봤을 때 무대의 오른쪽과 왼쪽)에는 무대 세트로 유명한 공연의 명성에 걸맞게 화려한 무대 장치가 들어차 있다. 기술팀은 공연을 올릴 때까지 극장과 공연팀 사이에서 조율을 담당하고 무대의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해 총괄한다.
공연장에 오면 처음 하는 일 | 우선 전날 공연이 끝나고 전원이 꺼져있는 장비들을 다시 켜고, 이상이 없는지 체크한다. 보통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감독에게 맡기고 다른 공간과 떨어져 관리하는 기술팀도 있지만, <레미제라블>에서는 직접 참여해서 함께 공연을 이끈다.
배우들이 박수를 받을 때 | 무대 뒤에 있지만 매 순간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고 느낀다. 보이지 않아도 스태프들이 있으므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들이 박수를 받을 때 가장 짜릿하다.
조명감독 윤진선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하나의 장치 | 조명팀은 작은 세트 조명부터 주 무대 조명, 핀 조명까지 공연에 사용되는 조명을 모두 관리하는 팀이다. <레미제라블>은 시대적 배경에 맞춰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의 조명을 활용해 작품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조명은 주인공보다는 작품 자체를 돋보이도록 만드는 하나의 장치이다.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 | 핀 조명은 수동이기 때문에 그날그날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다니며 비춘다. 온전히 모든 집중을 배우한테 쏟는다고 보면 된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 오래 호흡을 맞추다 보면 이 배우가 어제 공연보다 한 발짝 더 움직였구나, 하는 미묘한 차이까지 눈에 들어온다. 흔들림이 없어야 하므로 세 시간 동안 기침 한 번 할 수 없는 게 고역이긴 하다.
조명이 공연을 이끄는 순간 | 뮤지컬 넘버 중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를 좋아한다. 노래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그 장면에서 조명이 확 비추었다가 꺼지는 그 순간이 짜릿하다. 무대 세트의 변화가 아닌 오로지 조명으로 넘버를 이끈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음향감독 김수영
객석 뒤에서 | 음향팀은 공연할 때 배우들이 차는 마이크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믹싱한다. 본 공연이 올라가기 전 연습 할 때 배우의 습관이나 성향을 면밀히 관찰해 어떤 박자에서 대사를 치고 쉬는지 미리 파악한다. 배우마다 다르니 연습하는 기간에 익히는 편이다. 음향 콘솔은 객석 바로 뒤에 있는데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칠 때 가장 보람된다.
물 한 모금도 허락하지 않는 시간 | <레미제라블>은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이끄는 송스루Song-Through 공연이기 때문에 공연이 시작되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배우와 공연에 집중한다.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닌 | 음향팀에서는 기계를 만지는 일, 소리를 다루는 일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함께 호흡하며 가도록 이끄는 것도 함께 갖춰야 할 덕목이다. 배우가 어떻게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분석해 그 부분을 음향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분장팀장 이모용
무대 뒤에서의 20년 | 뮤지컬 <피터팬>을 보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 이 일을 시작했고 20년이 되어 간다. 직접 제작한 가발이 그 배역과 배우에 딱 어울리거나, 가발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발인지 분간하지 못할 때 가장 즐겁고 뜻깊다.
공연장에 처음 하는 일 | 준비 작업을 해야 하므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가발이 밤새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가장 먼저 한다. 공연이 시작하면 넘버가 바뀔 때마다 가발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각 장면에 등장하는 배우, 앙상블마다 필요한 가발의 상태를 확인하고 바꿔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흙칠 | <레미제라블>의 분장의 특징은 예쁘게 분장하는 것이 아니라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에 맞는 흙칠 분장을 한다. 관객들은 배우의 얼굴에 묻어 있는 것이 별거 아닌 분장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배우 얼굴의 흙칠 하나하나가 전부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한 하나의 디자인이다.
의상팀장 김가영
의상팀의 일 | 의상팀은 배우들이 극 중에서 필요한 의상 전부를 관리하며, 세탁부터 수선, 다림질까지 모든 일을 담당한다. 제작된 의상을 배우들에게 입혀보고, 배역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수선하고 관리한다.
퀵 체인지룸 | 무대 뒤는 모두 은밀하고 분주하지만, 그중에서도 공연 중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 있다. 바로 퀵 체인지Quick Change 룸이다. 배우들이 공연 중 빠르게 의상을 갈아 입을 수 있도록 무대 바로 뒤에 마련한 공간이다.
분주한 무대 뒤에서 | 여성들의 의상에는 코르셋이 많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 가장 특징적이다. 공연 중 갈아입는 퀵 체인지가 많아 코르셋이 잘 안 풀릴 경우도 있고, 의상이 잘 벗겨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문제없이 배우들이 의상을 갈아입고 극에 올라갈 때 가장 보람차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1985년부터 30년 째 한 공연이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으로 뮤지컬로 재탄생한 <레미제라블>은 빵을 훔친 죄인에서 시장으로, 다시 도망자로, 또 아버지로 사는 장발장과 가련한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다. 뮤지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화려한 무대는 물론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람들을 사로 잡았다. 서울 공연에서는 무대의 환경을 양쪽 관객석까지 확장한 ‘하나미치花道’ 무대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D. 2015. 11. 28 ~ 2016. 3. 6
A.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H. Lesmis.co.kr
에디터 이현아
포토그래퍼 안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