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에서 오는 편안함

Comfortable and Uncomfortable

여행이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느껴져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 내게 여행의 의미를 조금 좁혀줄 사건이 있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 호기심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나는 8년간 미국으로 긴 여행을 떠났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경치를 감상하고 새로운 음식을 먹으며 잠깐의 여유를 느끼는 것이 내게 넓은 의미에서의 여행이었다면, 그 후로는 조금 더 촘촘하게 여행을 생각하게 되었다. 새롭다고 느끼게 해주는 장소에서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한 모습이 된 것이다. 현지인의 일상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익숙한 곳에서 아무런 의구심 없이 지내는 것과 다르게 나를 어린아이로 만들어버린다. 그런 마음으로 친구가 사는 이탈리아에 다녀왔다.

 

 

여행에서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현지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물론 역사가 깃들고 멋진 자연도 좋지만 그러한 곳에서 매일같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나와는 무엇이 다른지, 또 무엇에 감사하며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미국에서 함께 지내던 한 친구는 미술 공부를 하던 내게 “시카고도 멋진 곳이지만 곳곳이 예술 작품인 이탈리아 특히, 로마에 꼭 와봐야 한다.”라며 늘 그녀가 사는 곳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학생일 때 만난 그녀는 현재 한 남편의 아내이자 사랑스러운 세 살배기 아가의 엄마가 되었다. 

“너를 보러 갈게.”라는 한마디에 그녀는 “이곳에 오면 우리 부모님 집에서 지내.”라며 생각지도 못한 계획을 만들어주었다. 솔직히 처음엔 그녀의 가족과 지내는 일이 어색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에 내가 그녀의 부모님을 껴안고 아쉬움의 눈물을 보일 줄도 모르고.

로마에 도착하고 짐을 풀기도 전에 친구와 그녀의 아버지는 나를 위해 짜놓은 계획들에 대한 얘길 해주셨다. ‘느긋하게 이탈리아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참 좋겠다.’고 생각하던 내겐 예상하지 못한 일정이었다. 그 후로 우린 조금씩 가까워졌다.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고, 그들은 배가 불러도 권해준 음식은 거절하지 않고 맛있게 먹는 내 모습에 고마워했다.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푸근한 인심은 한국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친구의 어머님은 내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곤 아침마다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준비해주셨고, 점심은 꼭 집에서 차려주셨다. 친구 아버지께서 해주신 봉골레 파스타의 맛과 웃고 떠들며 나눈 식사와 냄새, 온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여행자의 모습으로 친구의 가족에게 갔을 뿐이지만, 그들에게 나는 일정을 비우면서까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손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Elizabeth Gilbert의 인터뷰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내 책의 요점은 내가 간 곳과 한 일들을 당신들도 그곳에서 똑같이 해보라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내가 나 자신에게 했던 질문들을 당신들도 자신에게 질문해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어떤 것이든 하나라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혼자 한계를 두는 것을 멈추고 상상할 수 있는 만큼 크게 상상해서 그것을 내 여행으로 만드는 일. 그렇게 되길 바란다.” 내가 이 여행을 통해 나 자신에게 묻고 싶던 것은 ‘주변 환경을 바꾼다고 해서 내게 많은 변화가 생길까?’라는 것이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그곳에서 나는 가족들을 위한 희생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사는 현지인들을 만나고 왔다. 만약 맛있는 음식과 멋진 풍경만 찾고 보고 왔다면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보지 못한 더 멋진 곳에 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또다시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이 누군가에게 쉴 수 있는 여행지가 된다면 그들이 나에게 보여준 것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싶다. 함께 맛있게 먹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다.

 
 
 
 

포로 로마노Foro Romano

오래전, 로마 생활의 구심점을 이루던 장소인 포로 로마노. 이곳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는 세나토리오 궁 뒤쪽에 좌우로 설치된 테라스나 팔라티노 언덕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볼 때, 이곳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늘진 곳이 없어 관광이 편치 않을 수 있으니 되도록 강렬한 햇빛이 비치는 오후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곳뿐만 아니라 로마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소매치기에 대한 위험은 늘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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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백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