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은 연약함이 아니다

JOHANNA TAGADA

우연히 그림 한 점을 봤다. 최소한의 색으로 단순하게 그린 것이었는데, 볼수록 따뜻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봤다. 그녀는 그림뿐만 아니라 사진, 출판, 설치미술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다양한 영역의 다른 작품들이긴 했지만 느낌은 비슷했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일관되게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지 궁금해졌다.

INTERVIEW
JOHANNA TAGADA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저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 예술가예요. 어린 시절은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서 보냈고, 지금은 런던에서 약혼자와 살고 있죠. 

‘다양한 분야’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한가지 영역에만 얽매이지 않기 위해 그림, 사진, 텍스타일 디자인, 출판, 설치미술 등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 시도들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소재에 대한 고민이 생길 것 같아요.
얼마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전을 열었거든요. 그때 제 전시를 기획해준 클레어 코트렐Claire Cottrell과 제 미디엄medium(예술 표현의 수단 또는 그 수단에 사용되는 소재나 도구)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때 전 이렇게 말했어요. “어떤 미디엄이던 내가 사용하는 모든 것에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다가가요. 내가 가진 미디엄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죠.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페인팅은 내게 있어 주된 미디엄이지만, 이 단어는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반복해서 사용해왔던 말이잖아요. 그래서 죽은 단어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런 지점에서 고민이 시작되기도 해요.”

그래서 그 죽은 단어를 살리나요? 아니면 새로운 것을 찾길 시도하나요?
제가 사용하는 모든 미디엄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찾기 위해 노력해요. 그림은 마치 나무의 뿌리처럼 기반을 잡아 주고, 사진은 열매를 맺고, 출판은 가지가 되어 성장하고, 비디오와 설치 미술은 꽃이 되어 가끔 활짝 피죠. 한 그루의 나무처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어떤 거죠?
지난 개인전에서 만들었던 조립식 찰흙 조각에 마음이 가요. 종이 위에 드로잉으로 담은 에너지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죠. 새로운 시도였어요. 앞으로 런던에서 있을 전시를 위해 이런 방식의 조각품들을 더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을 할 때, 음악을 듣거나 향초를 태우며 진행해요.

음악을 듣거나, 향초를 태우는 것처럼 당신이 작품을 만들 때, 영감을 주는 요소들이 또 있나요?
자연, 긍정적인 기운 그리고 따뜻한 기억이요. 요즘은 미술 치료와 관련된 글들이나 일본 전통 다도 문화, 꽃꽂이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죠.

함께 지내고 있는 약혼자는 뮤지션이라고 들었어요. 그와 살아가는 것은 어떤가요?
맞아요. 그의 이름은 자틴더Jatinder Singh Durhailay예요. 그는 인도의 클래식 악기를 다루는 뮤지션이죠. 저와는 조금 다른 방식을 추구하는데, 그와 함께 살고 작업을 하는 것은 큰 행운이에요. 수많은 날을 홀로 앉아 생각과 작업에 빠져 사는 작가의 삶은 때론 외롭거든요. 옆에 누군가 있고, 그와 차를 마시고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죠. 함께 작업을 시작하고 마치고 식사를 준비하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삶에 익숙해졌어요. 여가엔 주로 걷거나 한적한 시골로 여행을 가요.

그 외에 쉬는 시간엔 또 무얼 하나요?
정원 가꾸기, 독서, 차 마시기, 노래 듣기, 자틴더와 영화 보기, 향초 태우기, 책방 가기, 공원 걷기, 할머니에게 전화하기, 수영, 요리… 아, 얘기하다 보니 너무 많네요.

당신의 작품은 단순하게 보여요. 단순한 것은 보기엔 쉬울지 모르지만 표현하는 이에게 있어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맞아요. 최소한의 형태와 모양으로 따듯하고 편한 기운을 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버려야 해요. 이런 작업 과정은 제 일상생활에도 반영되고요. 저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물건이 많아지면 마음이 불안해요. 사물의 흥미로움을 발견하고 즐거워하면서 한편으로는 거리를 두고 균형을 맞춰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느낀 것은 단순함이지만,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뭔가요?
‘부드러움은 연약함이 아니다’라는 말이요. 그걸 항상 생각해요. 색을 고르고 버리고 선택하는 순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실험적인 과정이에요. 그중에서도 분홍색은 제 작품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죠. 저는 분홍색 안에 감춰진 부드러운 힘을 믿거든요. 더 완벽한 작품을 위해 새로운 모양과 형태를 항상 찾고 있어요. 작년, 우연히 보게 된 17세기 인도 시바 링가Shiva Linga에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것은 관객에게 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안겨주는 것이었죠.

그런 당신의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칭하고 싶나요?
역시 ‘부드러움’이 좋겠네요.

꿈은 무엇인가요?
꿈이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면 좋겠고, 그 옆에 항상 제가 있길 바라요. 의미 있는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고요. 저는 채식주의자인데 그 선택이 제 인생에 많은 변화를 주었어요. 조금 넓은 꿈은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지구를 소중히 대하고 동물을 더 사랑하고 존중했으면 해요. 더 많은 사람이 변화를 선택하길 기대하고요.

요한나 타가다다
H. bonjourjohan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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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선아

포토그래퍼 ANNA R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