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수초
물에서 자라는 식물
수초
우연히 본 물의 정원은 숨겨진 동화 마을 같았다. 비록 네모난 수조 안에 사람이 꾸민 공간이지만, 우거진 수풀과 그 사이로 물고기를 위한 길도 있었다. 얼마 전 여행에서 감탄하며 보았던 숲을 집약해 놓은 모습이었다. 요점은, 그것이 물속이라는 사실이다.
물이 좋은 식물,
둘이 좋은 사람
오랜만에 찾은 대공원에는 여전히 큰 호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본 호수면 위로 다양한 식물이 보였다. 물 위를 잔잔하게 덮고 있는 초록 잎, 난처럼 꼿꼿하게 몸을 세운 풀, 물속 흙에 뿌리를 내린 나무까지. 올해 들어 가장 덥다는 날씨 탓에 이미 몸과 정신이 지쳐있던 상태였는데,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물과 식물이 부리는 요술 때문인지 몽롱함마저 느껴졌다. 호수 위 떠 있는 잎 사이로는 간혹 물고기도 보였고 수많은 소금쟁이도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자연학습을 하는 마음으로 좀 더 공원 깊숙이 들어가니 물의 식물들이 더욱 선명하게 색을 발하고 있었다.
다른 생명을 위한
삶
수생식물은 물속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연못이나 강가, 호수 등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이 수생식물 또는 수초다. 수초라고 이야기하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연못 위에 떠 있는 수련, 초등학교 자연 시간에 배웠던 부레옥잠과 개구리풀, 물가나 바닷가 갯벌에서 잘 자라는 갈대 등 우리가 은연중에 알고 있는 식물 중 수초에 속하는 것이 많다. 수초는 평생 다른 생명의 삶을 위해 산다. 모든 자연은 공생 관계에 있지만 수초는 특히 물속 생명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수초는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해 물의 오염을 방지하고 수중에 산소를 공급해준다. 광합성 활동으로 수중 생명에게 영양분을 전달하는 것도 수초다. 물고기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이 식물은 물가에 사는 수많은 곤충에게도 꼭 필요하다.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금붕어를 위한 어항 속에도 대부분 수초가 함께 자라고 있다.
가까이서
어릴 적, 집에 큰 어항이 있었다. 강아지를 비롯한 모든 동물과 식물을 좋아하는 아빠 덕분이었다. 최근 새로운 어항을 들였다. 이번에는 전문가의 손길이 닿아 제대로 꾸며진 어항이었다. 아빠는 거의 매일 30여 분을 어항 앞에 앉아서 물고기와 수초를 관찰했다. 그리고 드문드문 혼잣말로 말을 거셨다. 그 모습이 웃겨 왜 자꾸 말을 거냐고 물었더니, 아빠는 그래야 풀도 고기도 잘 자란다고 했다. 관상어 사육에 수초가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다. 어항에는 여과기와 산소 공급기를 달아주면 산소와 수질오염은 어느 정도 관리가 된다. 어항 속 수초는 관상을 위한 이유도 있지만,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는 것처럼 관상어가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게 해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황량한 수조보다는 관상어에게 익숙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아빠 같은 관찰자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되어주며, 치어들의 보호소가 되기도 한다. 커다란 수초 잎은 물고기들의 영역을 구분하는 매개체이고 산란 장소로도 이용된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물고기를 키우기 위한 어항이 아니어도 작은 유리컵이나 수조에 수초만을 기르기도 한다.
창가의
작은 물속 정원
집 안에 식물이 꽤 많은 편인데, 내 방에는 화분이 하나도 없었다. 관리 부족으로 잘 키우지 못해 아예 들여놓질 않았다. 그런데 최근 작은 유리잔에 수초를 키우기 시작했다. 작게나마 살아있는 자연 생물이 들어왔다고 방이 조금 환해진 것 같다. 어떤 수초를 사야 할지 고민하다가 키우기 쉽고 저렴한 수초를 골랐다. 집 안에서는 수중엽과 수상엽 모두 키울 수 있는데, 주로 부상 수초(수면 위에서 생활하는 식물)인 부레옥잠이나 개구리풀, 유경 수초(줄기에서 잎이 자라는 식물)인 하이그로필라나 루드위지아, 활착 수초(유목이나 수석에 붙어서 사는 식물)인 윌로모스 등을 많이 기른다. 수초를 기를 컵이나 수조도 중요하다. 입구가 좁거나 모양이 독특한 것은 보기에는 좋지만, 관리가 불편할 수 있다. 입구가 넓은 와인 잔이나 일반 유리컵을 사용해도 예쁘게 완성되고 건강하게 수초를 기를 수 있다. 큰 수조의 장점은 수초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부가적인 장비를 달아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초 성장에 필요한 몇 가지 요소가 있는데, 양질의 빛과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바닥재, 그리고 비료다. 수초마다 필요한 빛의 양은 다르다. 수조에 등을 따로 구성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면, 실내 형광등이나 간접적인 태양광만으로 키울 수 있는 수초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수면에 떠 있는 부상 수초가 아니라면, 대부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바닥재가 필요하고 유목이나 수석에 활착하는 활착 수초를 기른다면 그에 맞는 자재를 함께 넣어주어야 한다. 물만 있으면 잘 기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 생명을 다루는 일에 마냥 쉬운 것은 없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물을 갈고 비료를 넣어주는 날이다. 그래도 창가에 둔 수초 덕분에 매일 아침 기분이 한결 산뜻하다.
에디터 정혜미
포토그래퍼 Hae Ran 자문 아쿠아스쿨 반석현 대표